If You Remove the Kind Protagonist’s Mask RAW novel - Chapter (132)
132화
“저희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딸아이를 찾는 데에 큰 도움을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수장 일가는 율리시스를 환대했다.
그와 함께 들어온 요이델은 부모님과 율리시스를 번갈아서 힐끔 바라보았다.
식사 초대는 부모님의 뜻이기도 했다. 사정을 들은 그들은 꼭 한 번 율리시스를 개인적으로 대접하고 싶어 했으므로.
‘별일 없을 거야. 전부 웃고 있으니까.’
오라버니의 표정은 조금 이상하지만. 어쩐지 부모님의 기색도 이상하지만.
……기분 탓이겠지.
“길을 잘 찾아왔구나, 어쩜 기특하기도 하지. 다리가 아프진 않았니? 움직이는 길을 놓을까?”
“꺅! 괘, 괜찮아요!”
머뭇거리는 요이델을 본 라히에는 자신의 딸을 와락 품에 안았다.
그녀는 개구쟁이 같은 미소로 요이델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리며 으스러지게 껴안았다.
“으응, 엄마도 이렇게 안아 줘야지. 그런 인사가 좋아. 자, 이리 오렴.”
“왜 자꾸 어머니만 인사를 독차지합니까? 이번에는 제가 인사해 줄 차례입니다!”
“맞아, 라히에. 치사하게 이런 법이 어디 있어.”
하지만 승자는 꿈쩍하지 않았다.
라히에는 요이델의 눌린 볼살을 보며 감동한 듯 볼 뽀뽀를 하고 나서야 놓아주었다.
가슴이 벅차오른 그녀는 못 견디겠다는 얼굴로 벽을 마구 두드렸다.
탕! 쾅! 쿠콰쾅!
“어떡해. 너무 귀여워, 내 딸!”
“라히에! 제발!”
아내가 괴력으로 파낸 벽을 샨이 익숙한 일인 듯 복구했다. 율리시스는 차분하게 그 모습을 지켜봤다.
‘유의하라는 게 생명에 대한 경고였군.’
몇 시간 전, 휘르무트가 그를 찾아와 경고의 말을 남겼다.
“위험할 수 있으니 저희 부모님 앞에서는 각별히 유의 부탁드립니다.”
굳이 찾아와서 말한 이유가 이거였나. 부모님께 충격을 주지 말라는 효심이 아니라 자신의 목숨줄에 대한 조언이었다.
저들 사이에 낀 요이델은 마치…….
‘짐승 무리에 놓인 토끼 한 마리 같으십니다, 요이델 님.’
그는 남몰래 피식 웃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이나 하며 웃을 상황은 아닌 듯했다.
하일의 말에 귀 기울일 생각은 없지만, 반려자의 가족에 대한 중요성은 그도 잘 알고 있었으므로.
율리시스는 그들에게 최대한 상냥한 얼굴로 미소 지었다.
“과분한 자리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성하께서 도움을 주지 않으셨다면 평생이 흘러도 막내딸을 만날 수 없었을 겁니다.”
딸을 찾은 부모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아직 남아 있는 물리적인 난관과 대내외적 어려움도 중요하지 않은 듯했다. 요보힐데와 메디아 둘을 모두 본 율리시스는 가짜와 진짜의 차이를 절감했다.
“방문하신 소식을 알지 못해 환대가 미흡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귀한 분께서 오시는 줄도 모르고, 아직 많이 아쉽습니다. 불편하신 게 있다면 편히 말씀해 주시길 바랍니다.”
수장들의 말에 그는 겸허한 묵례로 답했다.
잠깐이지만 성황이 머리를 숙이다니. 그들은 잘못 봤나 싶어 갸웃했다.
율리시스의 미소는 평소와 다르게 조금 부자연스러웠지만, 반면 요이델은 설렘으로 기절할 것처럼 두근거렸다.
오른쪽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맞은편에는 그녀의 가족들이 있다.
요이델은 율리시스의 긴장을 풀어 주기 위해 테이블 밑에서 그의 손을 살그머니 잡았다.
━━━━⊱⋆⊰━━━━
식사 자리는 무난히 흘러갔다.
율리시스는 요이델을 대신하여 대신전에서 그녀가 어떻게 생활했는지 얘기해 주었다.
물론 이전의 과거나 반려 관계를 맺게 된 이유, 그리고 그가 그녀를 두 번 감옥에 보냈던 것은 제하고서.
공작가에 대한 것은 일부러 피했다. 모두가 알지만 이 자리에서는 의식적으로 배제했다.
“대신전의 많은 이들이 요이델 님을 따랐습니다. 신전 안팎으로 많은 이들의 선망을 받으신 터라, 성국의 축복과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어머나…….”
“메디아가 화친의 증표로 보냈던 신수를 부화시킨 분도 요이델 님이십니다.”
율리시스의 말을 들은 가족들은 안심한 듯 긴장했던 얼굴을 풀었다.
요이델은 핵심은 쏙쏙 피해 가면서 사실을 얘기하는 그의 굉장한 포장 실력에 감탄했다.
“이것도 먹어 보렴.”
휘르무트와 부모님은 공통점이 있었다. 그녀가 과식할 만큼 많은 양의 음식을 대접해 준다는 것.
율리시스는 묵묵히 고기를 전부 썰어 요이델에게 돌려주었다.
“어쩌면, 상냥하기도 하시지.”
요이델의 아버지가 그에게 감동하고 어머니 역시 흐뭇하게 보던 때.
어머니 쪽의 눈빛이 갑자기 날카로워졌다.
“그러고 보니…….”
“무슨 일이에요, 여보?”
“성하께서는 얼마 전 반려를 맞이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성국의 경사를 축하드립니다. 로맨티시스트라는 소문이 전 대륙에 퍼졌다는데…….”
“푸훕!”
“엘!”
그 순간 요이델이 먹던 음식을 팍 쏟아 냈다. 목에 뭐가 심하게 걸린 듯 쿨럭거린 요이델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콜록, 서, 성하께서요?”
“너무 많이 먹였나 보구나. 엄마가 미안해. 어떡하니, 괜찮아? 기도로 들어간 건 아니야?”
“저, 저저, 저는 괜찮아요. 콜록, 아니, 안 괜찮은 것 같아요. 머리가 어지러워서…….”
요이델은 주의를 돌리려고 혼신의 힘을 다해 휘청거렸다.
‘먼저 알리려고 했는데, 미리 알고 계실 수 있다는 걸 깜빡 잊었어. 어디까지 알고 계시는 거야?’
어쩌지? 계획과는 반대로 일이 틀어졌지만 지금이라도 그게 나라고 말씀드릴까?
요이델은 부모님이 놀라시지 않게 천천히 말씀드리려고 했다. 우선 오늘은 좋은 감정으로 만나고 있다, 그 정도로만.
그러나 소문은 대륙을 막론하여 빨리 돌고, 무엇보다 라이와 휘스가 정기 보고를 드린다는 사실을 깜빡했다!
‘반려랑 그냥 연인은 느낌이 다르잖아…….’
휘청거린 요이델이 정신을 차리기 위해 휘청거리며 몸을 테이블에 기댄 순간.
쨍그랑!
실수로 부딪친 유리잔이 산산조각으로 깨졌다. 그를 수습하려던 요이델이 조각에 손을 벴다.
“괜찮으십니까?”
율리시스는 가족들이 손쓸 틈 없이 요이델의 상태를 살피고 치료해 주었다.
그리고 그들의 손에 똑같이 베인 상처가 나타났다가 치유된 걸 본 수장들의 얼굴이 급격히 굳었다.
라히에의 큰 눈이 가느다랗게 비좁아졌다. 오, 안 돼. 그럴 리 없지만. 아니 정말로 그래서는 안 되지.
그녀는 정신이 어지러운 듯 붉은 입술을 깨물었다.
“우리 아가…… 엘, 아니 지금은 요이델. 그래, 내 딸에게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아직은 완벽히 호칭이 정해지지 않아 더듬거리던 라히에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휘르무트의 표정도 심상치 않았다.
단순한 반려 사이, 그 정도인 줄 알았는데. 저건 마법이 엮인 관계 아닌가.
요이델은 동시다발적으로 따갑게 꽂히는 시선에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자 어머니인 라히엘이 질문 대상을 바꿨다.
“성황 성하, 민망한 질문이지만 성하의 반려 되시는 분이 제가 아는 사람은 아니겠지요. 아니리라 믿습니다.”
“……드릴 말씀이 있어요.”
내가 성하를 보호해 줘야 돼.
요이델은 주먹을 꽉 쥐고 심호흡했다. 그런데 긴장한 나머지 말문이 막히고 목소리까지 떨렸다.
좋아, 솔직하게 말하는 거야. 이해해 주실 거야. 가족을 속이지 말자.
“저, 저희에게는 많은 일이 있었어요.”
“……?”
“죄송해요. 성하와 저는 이제 절대 뗄 수 없는 관계를 맺어 버렸어요. 그런 사이가 됐어요!”
용기를 힘껏 끌어 올려 외친 순간.
“……뭐?”
쨍그랑―!
요이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팽배한 살기에 접시가 깨졌다. 가족들의 얼굴은 졸도할 듯 희게 질려 버렸다.
멍해진 건 율리시스도 마찬가지였다.
━━━━⊱⋆⊰━━━━
어두컴컴한 회의장 안.
메디아의 각지에 흩어졌던 뛰어난 마법사들이 차기 수장의 부름에 의해 한곳으로 모였다.
“금일 제군들을 이 자리에 부른 것은 다름 아닌 국가의 발전을 위한 막중한 임무를 맡기기 위해서다.”
휘르무트의 엄숙한 분위기에 압도된 마법사들은 설렘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무엇이든 시켜만 주십시오!”
“그렇습니다, 휘르무트 님. 저희는 자랑스러운 메디아의 마법사임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그 일이 무엇입니까? 저희의 손이 필요한 일이라면 기꺼이 따를 것입니다.”
새로운 임무에 마법사들의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모든 마법의 발상지라 불리는 메디아에 본을 둔 그들은 자신들의 나라를 사랑했다. 그러니 차기 수장의 명이라면 무엇이든 복종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가 전국에 소환 명령을 내릴 정도라니.
이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대대로 수장가의 일원은 막강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 다른 이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일이 적었기에.
‘소환장에 무려 도움 요청이라는 말을 쓰셨다. 단순 소환이 아니라, 부탁한다는 뜻으로!’
그만큼 국가적 위기가 닥친 상황이라는 뜻인가?
마법사들의 엄숙한 태도를 흡족해한 휘르무트는 좌중을 훑고 테이블을 탕! 내리치며 말했다.
“오래전 사용했던 고대 마법에 관해서다.”
“고대! 그것이라면 제가 전문입니다! 요즘 연구 분야가 그것이지요.”
“오호라, 탐구 가치가 어마어마하겠군요? 재미있는 일입니다.”
탐구라면 사족을 못 쓰는 변태적 학구열을 가진 마법사들이 하이에나 떼처럼 눈을 빛냈다.
“섣불리 추측하기는 민망하나, 혹시 티고르 마법입니까? 최근에 지상 대륙의 작은 땅에서 미개척 유적지가 발견되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오오, 유적지에 남은 마법의 흔적을 대대적으로 찾아보자는 거군요. 과연 차기 수장님다우신 혜안입니다.”
“그게 아니다.”
휘르무트는 그들의 기대를 단칼에 잘라 냈다. 빨간 눈이 사납게 번뜩였다.
“단 그에 견줄 만한 중요한 일이다. 비밀은 절대 함구. 밖으로 새어 나가면 안 된다. 특히 성국이나 신관들에게 도움을 청해서는 안 돼.”
그의 엄숙한 말에 침이 꼴깍 넘어갔다.
“휘르무트 님께서 고전하실 정도의 고대 마법이라면 혹시?”
“그래.”
“역시 그렇군요! 금술 중에서도 가장 악독하고 강력해서 이름조차 남아 있지 않은 전멸 마법인 그…….”
“페어링이다.”
“……예?”
“휘르무트 클라크 본 메디아의 이름을 걸고 맹세한다.”
휘르무트는 서릿발 가득한 시선으로 마법사들의 어리벙벙한 얼굴을 훑었다.
“페어링 마법의 해제 방법을 찾아오는 자에게 성대한 포상을 내리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