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Remove the Kind Protagonist’s Mask RAW novel - Chapter (139)
139화
가족들이 준비한 특별한 케이크를 먹었던 그날, 휘르무트는 요이델에게 진지하게 귀띔해 주었다.
“……다만 네가 알아야 할 건 있어. 페어링을 풀 방법에 대해서.”
하지만 요이델은 굳이 페어링을 풀고 싶지 않았다. 그래야 할 이유가 없으니까.
요이델은 율리시스를 좋아하고, 그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걸 풀지 않으면 성황이 위험해져.”
하지만 그 말에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때는 제 얼굴이 바로 창백해져서 그가 끝까지 말해 주지 않았지만, 오늘은 다르다.
요이델은 굳은 결심을 하고 휘르무트를 응시했다.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려 줘요. 듣고 싶어요.”
“우리는 네가 메디아에서 함께 살기를 원해.”
“……!”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율리시스 님은 성국을 떠날 수 없다. 그럼 가족은 볼 수 없겠지.
언젠가는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 요이델도 알고 있는 문제였다.
“……그건 헤어지라는 말인가요?”
고개를 숙이고 생각하던 요이델은 순간 굳어 버렸다.
자신에게도 이렇게 말할 정도면 설마 이미…….
벼락을 맞은 듯 급하게 고개를 치켜들었다. 빨간 눈이 커다래졌다.
“혹시 율리시스 님께도 이미 말했어요? 헤어져 달라고?”
“솔직히 말해 줘?”
“네.”
“했어.”
“오라버니!”
“내가 아니라, 부모님이.”
요이델의 안색이 파리해졌다.
“성황이 뭐라고 답했을까?”
“…….”
“절대 못 헤어진다고 단칼에 거절했다더군.”
휘르무트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창백해진 요이델의 뺨을 쓰다듬었다.
“보안 문제로 몇백 년 전에 폐쇄했던 대륙 간 직통 워프 게이트를 재건해 주겠다더라.”
“…….”
“그쪽에서 모든 비용을 지불해도 상관없으니 만날 수만 있게 해 달라고. 장거리도 받아들이겠다 하더군. 보통 미친놈이 아니던데, 어쩌다 그런 놈을 만난 거야.”
“……미친 사람 아니에요.”
“응?”
“율리시스 님께 심하게 대하지 말아요. 오라버니랑 부모님만큼, 성하도 제게 소중한 사람이에요.”
요이델의 커다란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깜짝 놀란 휘르무트는 다급하게 제 옷으로 요이델의 눈물을 닦아 줬다.
‘그 자식은 애를 어떻게 홀린 거야?’
속으론 동생을 빼앗은 놈에 대한 욕을 했지만 겉으로는 일단 손이 닳도록 빌었다.
“미안, 다신 안 그럴게. 그게 아니라, 그러니까, 내가 하려던 말은 지금은 네 영혼이 그 몸에 묶여 있어서 너를 본래의 자리로 데려올 수가 없다는 뜻이었어.”
“본래의 자리요?”
훌쩍이던 요이델이 고개를 들었다.
“그래. 너의 진짜 몸.”
“…….”
“놀랐겠지만, 너는 단순히 기억을 잃었던 게 아니야. 하지만 너는 그 몸으로 페어링을 맺었지. 쉽게 얘기하면…… 그래, 놀라겠지만 차분히 들어줘. 너는 영혼이 빠져나간 상태라고 보면 돼. 너의 진짜 몸은…… 잠들어 있어.”
휘르무트는 혹시 충격으로 요이델이 쓰러질까 봐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요이델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만 갸웃했다.
“저도 알아요. 처음 추측했을 때도, 메디아가 문을 닫은 건 뭔가 소중한 걸 지켜야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아, 하긴. 성황이 그러더군. 네가 가장 먼저 눈치챘다고.”
그는 기특한 듯 요이델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역시 내 동생이야. 나랑 똑같이 똑똑해.”
“꺅! 이게 뭐예요!”
“잘 들어, 요이델. 페어링은 구속 마법에 근간을 두지. 영혼과 몸을 하나로 속박한다는 뜻이야. 즉, 페어링을 지속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네 영혼은 그 몸에 흡착될 수밖에 없어.”
“시기를 놓치면 계속 이 몸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뜻이에요?”
“맞아. 그러니까 페어링을 풀어야 돼. 너를 원래 몸으로 돌리기 위해서.”
어쩌면 영원히 요보힐데 공작가의 몸으로 살아야 할 수도 있는 거구나. 요이델의 눈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네 진짜 몸이 따로 있는 것도 이유지만, 네 반려를 위해서도 해지는 반드시 해야 돼.”
“…….”
“네 상태는 불완전해. 영혼이 흡착하는 데에는 상당한 힘이 필요해. 네가 원하지 않더라도 끌어올 수 있는 힘을 반드시 찾아내서 상대의 힘을 빼앗게 되겠지.”
“…….”
“네 반려가 성황이라는 건 너만 쓸 수 있는 오아시스가 생긴 거나 마찬가지야. 끝없어 보이는 샘물의 바닥이 드러날 때까지 마실지, 적당히 마시고 멈출지 아무도 모르지.”
요이델은 휘르무트의 팔을 꽉 잡았다. 손이 덜덜 떨렸다. 제 오라버니를 어떻게 움켜쥔 줄도 모르고 다급하게 물었다.
“원래 몸으로 돌아가면 괜찮아지는 건가요? 성하도, 저도?”
“그를 먼저 걱정하는구나.”
조용히 끄덕이는 동생을 보며 휘르무트는 쓰게 웃었다.
“그 몸으로 돌아가면 다시 페어링을 맺어도 괜찮은 거죠?”
“그럼.”
“그런데 그게 가능할까요? 저는 여기 있는데, 원래 몸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당연하지. 우리는 무슨 수를 써서든 너를 지켜 줄 거야, 요이델.”
휘르무트는 복잡한 눈빛으로 요이델을 안고 다독여 주었다. 요이델도 그에게 기댔다.
“너는 반드시 지켜 줘야지.”
그는 다짐하듯 한숨 같은 말을 다시 한번 내뱉었다.
“그때가 되면 이름은 다시 릴리메이엘이 되는 건가요?”
“아니. 이미 이름을 바꿨어. 요이델이라는 이름도 넣었지. 첫 번째 이름은 요이델이고 그 뒤는 여전히 같아.”
“거기서 더 길어졌다고요?”
요이델이 깜짝 놀라서 다시 물었다.
“비밀을 알려 줄까? 네 첫 번째 이름은 조부모님들이 지었어. 나나 부모님이 지은 건 미들네임으로 갔거든.”
“아……. 아쉬웠겠어요.”
“전혀. 중간이든 처음이든 무슨 소용이야. 그런 걸로 네가 내 동생인 게 변하기라도 하나?”
입술을 깨물고 감정을 참은 요이델이 머뭇하다 말했다.
“……있잖아요, 오라버니께서 이 사람 저 사람을 만났다는 말이요.”
“그거 다 헛소문이야.”
“저 때문에 어릴 때 부모님이 오라버니한테 소홀하셨다거나, 그래서인가요? 제가 오빠 몫을 빼앗아서, 그러니까 애정 같은 게…….”
“뭐?”
걱정 가득한 물음에 휘르무트가 경악하다가 화통하게 웃어 버렸다.
“요이델! 네가 태어났을 때 나는 이미 부모님의 관심이나 사랑 따위 필요 없는 상태였어!”
“저, 정말요?”
“그런 걱정을 했어? 하하하! 네가 아기였을 때 방을 꾸며 준 것도 나야! 난 그때 이미 마수를 토벌하고도 남을 만큼 자라 있었다고.”
그는 웃음을 주체 못 하고 요이델을 와락 끌어안았다. 그렇지만 만면에 자리 잡은 미소는 요이델이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식어 갔다.
‘성황이 위험하다고 얘기하면 어떻게 해서든 페어링을 풀기 위해 노력하겠지.’
그래서 사실대로 말을 할 수 없었다.
실은 그 반대라고.
그 관계를 유지하면 죽을 수도 있는 건…….
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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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실 말씀 있으십니까.”
“네?!”
서류를 살피던 율리시스가 무심히 툭 던졌다.
멍하게 있던 요이델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홱 틀어 버렸다.
“아뇨, 아무 생각도 안 했어요.”
“말씀이 있냐고 물었습니다만.”
율리시스는 하던 일을 놓고 가늘게 좁힌 눈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수상하시군요. 당신은 거짓말이 훤히 드러나는 분이고, 지금이 바로 그렇습니다.”
“저, 정말이에요. 그냥 성하의 어, 그게, 머리카락이 예쁘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삼대륙 회의의 개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페어링을 풀어 보아요!” 같은 얘기는 하지도 못 했다. 실망할 게 분명하니까.
사정을 다 말하면 이해하지 못할 사람은 아니었다.
오히려 받아들이고 바로 해지해 주겠지. 그는 생각만큼 상냥한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자신이 메디아의 가족을 선택한 이후의 방안까지 철저하게 구상해 놨을 줄은 몰랐다.
‘그런 생각을 하기까지 혼자 마음고생을 했을 거야.’
어쩐지 율리시스를 생각하면 마음 한편이 애틋하고 간지러웠다. 얼마 전에는 휘스테론에게 “성하는 강아지를 닮은 것 같아.”라고 했다가,
“델. 나, 호위기사로서 일을 할 때가 왔나 봐. 지금 당장 시력 검사 받으러 가자.”
라는 소리나 들었다.
요이델은 여전히 자신을 바라보는 율리시스의 시선을 느꼈다.
아침 햇살을 받고 부드러운 빛을 발하는 은발이 살랑살랑 바람에 흔들렸다. 새초롬한 파란 눈동자엔 의심이 여전했다.
아무래도 수상해 보이나 봐.
요이델은 일부러 밝게 웃으며 그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관리를 안 하는데도 불공평할 만큼 예쁜 은발이네요.”
“원하시면 드리겠습니다.”
“네?!”
요이델은 깜짝 놀라 되물었다.
“그렇게 쉽게 줄 수 있는 거였어요? 아무리 머리카락이어도…….”
“내어 달라 하시면 팔다리라도 못 내어 드리겠습니까.”
“그런 무서운 말 하지 말아요. 취소해요.”
요이델은 그의 손을 잡고 고개를 저었다. 적극적인 만류에 율리시스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났다.
“이제 기운이 나시는가 봅니다.”
“아무튼 절대 안 돼요. 파, 팔다리도. 머리카락도요.”
“알겠습니다.”
다시 일을 시작한 율리시스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요이델은 갑자기 눈을 찡그렸다.
‘어쩐지 성하가 조금 야윈 것 같아.’
턱을 괴고 더 뚫어져라 살폈다. 기분 탓이 아니라 정말 턱이 더 날카로워진 것 같은데.
역시 페어링의 영향일까?
요이델의 마음에 속 시끄러운 걱정이 가득 퍼졌다.
“성하, 잠은 잘 주무세요?”
“……네.”
“조금 공백이 있던 것 같은데요?”
“걱정되십니까?”
사실 율리시스는 브리칼트와 관련된 일로 자주 밤을 지새웠다. 올가에게 지난날의 일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듣기도 했고, 잡아 놓은 증거품이 죽지 않도록 관리도 해야 했다.
성국의 자리를 오래 비워 둔 것도 문제였다. 여러 일을 동시에 살피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상관없다.
“더 걱정해 주시면 힘이 날 듯한데.”
율리시스는 요이델의 손을 끌어당겨 하얀 손등에 입술을 눌렀다.
“…….”
하지만 오늘은 그의 병아리가 조금 이상했다.
예전 같았으면 얼굴이 확 붉어졌겠고, 더 진전된 요즘이라면 제게 포옹 정도의 상은 내려 줄 법도 한데.
스스로의 뻔뻔함을 알고 있었지만 그는 솔직히 그런 걸 바랐다.
“……성하.”
“네.”
율리시스의 대답에 요이델은 온종일을 머뭇거릴 듯 입을 벙긋거리다가 마른 입술을 축였다.
“저는 율리시스 님이 좋아요.”
갑작스러운 고백에 율리시스가 입을 맞추려는 순간.
쭈욱.
요이델이 그의 얼굴을 밀어냈다. 율리시스는 당황스러운 눈으로 요이델을 바라봤다.
그러나 그녀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도 단호했다.
“저희 당분간 스킨십은 하지 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