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Remove the Kind Protagonist’s Mask RAW novel - Chapter (142)
142화
그의 말에 요이델의 체온이 들끓듯 치솟았다.
마음이 새까맣다니. 맞는 말이지만 왜 괜히 섭섭할까?
“……많이 싫으셨나요?”
“……?”
“하긴, 그럴 수 있죠.”
풀이 죽은 요이델이 머뭇거리다가 물러났다.
그러자 은근히 미소를 띠고 있던 율리시스의 표정이 당혹으로 굳어 버렸다.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해요. 너무 제멋대로인 요구였죠? 역시 다른 방법을 찾아볼게요!”
아무렇지 않은 척 밝게 웃은 요이델이 의연하게 문을 열고 나가려던 때.
쾅!
다시 문이 닫혔다.
율리시스는 저와 문 사이에 요이델을 가두고 그녀와 시선을 맞췄다.
“도대체 농담을 할 수가 없군요. 진짜 가시면 어떻게 합니까.”
“……하지만 율리시스 님께 무리를 시킬 수는 없는걸요.”
“언제는 접촉은 삼가자고 말씀하셔서 제 마음을 까맣게 태우시더니.”
“화가 많이 났었어요?”
율리시스는 찡그리듯 미소 지으며 요이델의 뺨을 어루만졌다.
“화는 아닙니다. 다만 당신의 마음이 제게서 떠나갈까 염려했습니다.”
“네?”
“이제 버리시는가 하여. 당신에게 소중한 것이 많아졌기에, 저로 채울 수 있는 것은 사라졌다고 생각했습니다.”
“절대 그렇지 않아요!”
요이델이 놀라서 해명하자 율리시스의 얼굴에 피식, 웃음이 피어났다.
“그렇다면 증거가 필요하겠군요. 저와 입을 맞추고 싶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네? 네…….”
뺨에 따뜻한 온기가 닿았다. 그는 요이델의 고개를 살짝 들었다.
그녀의 요청이 있었는데도 애가 닳는 건 오히려 율리시스 쪽이었다.
그는 열기가 들끓는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반려께서 원하시니 제게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드리는 수밖에.”
그런데 율리시스는 말만 하고 행동은 보여 주지 않았다.
멀뚱히 그와 시선을 마주하던 요이델이 의문에 고개를 갸웃하자 율리시스는 피식 웃었다.
“스스로 해 보겠다 말씀하셨으니, 능력 역시 알아서 앗아 가 보십시오.”
“아, 네!”
요이델은 그의 어깨를 잡고 까치발로 섰다. 그는 굽혀 주지 않았다.
약 올라 눈물이 핑 돌았지만 율리시스는 그저 웃고 있었다.
“성하, 정말…….”
“왜 그러십니까. 아까의 패기는 어디에 놓으셨습니까.”
“너무해요, 왜 저를 자꾸 놀리시고!”
그때였다.
쪽.
짧게 입을 맞춘 율리시스가 피식 웃었다.
“당신이 그럴 때 어떤 얼굴을 하는지 아신다면 저를 십분 이해해 주실 겁니다.”
그는 눈매를 가느다랗게 접으며 즐겁게 웃었다. 미소와 여유는 점차 사라졌다.
“이럴 때만 매달리는 게 밉고 귀여워서 그럽니다. 필요할 때 이용하고 가 버리시고. 제가 가엾지도 않으십니까?”
결국 구차하게 설명해 준 율리시스가 나직한 웃음을 흘렸다.
요이델은 그의 어깨 너머로 팔을 뻗어 목을 끌어안았다.
“가엾지 않아요. 너무 좋아하는걸요……. 사랑스러운 쪽이 맞는 것 같아요.”
가볍게 맞닿았던 입술이 익숙하게 다음을 허락했다. 부드럽게 열린 마음으로 상대의 숨과 힘이 전해졌다.
‘이게 능력을 흡수해 올 때의 느낌이구나. 또렷하게 느껴져.’
단순히 힘을 전달받을 때보다 훨씬 더 끈끈하게 연결된 느낌이었다.
포근한 온기와 심장 소리가 서로를 더 가까이 연결시켰다.
요이델은 모르겠지만, 그는 이미 누구도 방해할 수 없도록 이 방에 결계를 쳤다.
이 정도의 힘이면 몇몇은 수상함을 알아챘겠지만 개의치 않았다.
“아.”
호흡을 조절하지 못했던 요이델은 빨개진 얼굴로 크게 숨 쉬었다.
“됐어요! 성공한 것 같아요!”
“기쁘십니까.”
“네!”
율리시스는 요이델을 보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방금까지 입을 맞춘 것 같은데, 그것보다는 다른 쪽에 더 중점을 주다니. 이것을 기뻐해야 하는지 슬퍼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율리시스는 못 견디게 귀여운 마음에 그녀의 눈가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꺅! 가, 간지러워요.”
그는 몰아붙이는 가학성은 없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연인을 향해 마음이 울컥 치밀어 오를 때면 도저히 스스로를 제어할 수 없었다.
요이델은 그런 율리시스를 바라보다가 폭 기댔다. 너무 좋은데 히죽 웃는 모습을 보이긴 쑥스러워서.
머리에서 푸시시 연기가 오를 만큼 얼굴이 빨개졌다.
“그런데 저는 율리시스 님이 왜 이렇게 좋을까요?”
요이델은 순수한 의구심으로 그를 바라봤다.
딱히 답을 구하는 말은 아니었다. 다만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보기만 해도 기쁜 게 이상해서 그랬다.
여전히 애끓던 율리시스는 요이델의 혼잣말 아닌 혼잣말을 경청하다가 답을 냈다.
“외형?”
“풉! 아, 미안해요. 아니, 율리시스 님이 이상하다는 게 아니라요! 왜 웃음이 먼저 나왔죠?”
웃음이 터진 요이델은 얼굴을 가리고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율리시스는 멀쩡한 얼굴로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성격은 아니지 않습니까.”
“네?”
“적어도 제 성격보다는 외모 쪽이 일리가 있습니다.”
“아니에요, 성하는 성격도…….”
그를 달래던 요이델도 멈칫했다.
‘차마 성격이 좋다고 할 수가 없어. 율리시스 님은 본인한테도 엄청 객관적인가 봐.’
이럴 줄 알았으면 말하지 말걸.
식은땀을 줄줄 흘리자 율리시스가 피식 웃었다.
“저는 당신이 제 겉모습을 더 좋아하신다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왜요? 겉을 좋아하면 조금 슬프잖아요.”
“이 외형까지도 저이니, 그대가 무엇을 내켜 하시든 좋습니다.”
“…….”
“결국 저를 좋아하신다는 말씀 아닙니까.”
그의 말에 곰곰이 고민하던 요이델은 고개를 푹 숙였다 들었다.
“그러네요, 그 말이 맞아요.”
율리시스는 요이델을 말없이 끌어안았다.
“하지만 저도 율리시스 님의 전부가 좋아요.”
“…….”
“이건 그냥 하는 말인데요.”
“……네.”
요이델이 보지 못하는 상태에서 드물게 얼굴을 붉힌 그가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는 정말로 율리시스 님이 좋아요. 그러니까 혼자 해결하기 힘든 일이 있으면 꼭 말해 주셔야 해요.”
요이델이 그의 등에 올린 손을 꼼지락거리다가 고개를 들었다.
“혹시나, 정말 만약에 저희 부모님께서 율리시스 님에게 나쁜 말을 하시면 꼭 저에게도 말씀해 주셔야 해요.”
요이델의 말에서 눈치챘다.
그녀는 수장들이 자신에게 무슨 요구를 했었는지 이미 아는 듯했다.
“아셨죠? 전 율리시스 님이 너무 걱정돼요.”
“제가 말입니까?”
“당연하죠!”
재잘거리다가 버럭 외친 요이델은 그의 왼쪽 가슴에 손을 얹었다.
“맹세해 주세요. 절대로 혼자 끙끙 앓지 않겠다고요.”
“그런데 손은 어떤 연유로 제게 올리시는지.”
“앗! 죄송해요!”
후다닥 손을 치운 요이델은 문득 떠오른 듯 그를 올려다봤다.
“그러고 보니 율리시스 님, 이제 두드러기가 안 나나 봐요. 괜찮아요? 언제 치료하신 거예요?”
“당신의 손길에만 한정입니다.”
“아…….”
반짝이던 눈빛이 부끄러움으로 붉게 물들었다. 손이 멈칫했다.
“……왠지 특별해진 것 같아요.”
“유일하신 분입니다.”
율리시스는 요이델을 바라보며 탐스럽게 굽이치는 분홍빛 머리카락을 쓸었다. 그의 눈빛이 한없이 다정했다.
“누구와 견줄 수 있겠습니까.”
그의 목소리가 위험하게 낮아지자 요이델은 본능적으로 주춤 물러섰다.
“저, 느, 능력은 충분히 전달된 것 같아요! 이제 됐어요! 지금 당장 가서 기억을 살펴봐야겠어요, 고마워요!”
“아니요.”
율리시스는 짙은 눈빛으로 요이델의 허리를 끌어당겼다.
“아직 안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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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으로 돌아온 요이델은 서 있던 모양 그대로 일자로 쓰러져 버렸다.
얼굴이 뜨거워서 도저히 일어나지 못하겠다.
‘왜 키스…… 그게 중점이 되어 버린 거야.’
부끄러워서 이불에 고개를 묻은 요이델은 괜히 입술을 만지작거렸다.
“그래도 확실한 효과가 있었어.”
기능을 알 수밖에 없을 때까지 집요하게 괴롭힌 누군가 덕에 너무 잘 알게 됐다.
요이델은 힘을 집중해서 기억을 살펴보았다.
“애가 듣겠어.”
“듣는다고 기억이나 하겠어요? 오히려 알면 다행이네요. 최소한 멍청한 백치를 데려온 건 아니라는 뜻일 테니까!”
공작 부인의 날카로운 목소리였다. 흠칫 놀라서 집중이 깨졌다.
생각 이상으로 생생하고 또렷한 마법이었다.
“다시 해 보자, 나도 할 수 있어.”
요이델은 심호흡 후 다시 정신을 집중했다.
“응애! 으애애앵!”
“아아, 우리 아가. 울지 마렴. 아가야, 엄마가 여기 있어.”
그때 끊길 듯 가느다란 울음소리가 들렸다. 공작 부인은 그 아기를 달래고 시종에게 넘겨주었다.
“껍데기는 당신과 나 사이의 아이치곤 우리와 사뭇 다르군.”
“……무슨 말이에요?”
“이 아이 말이야.”
공작이 요이델 자신을 가리켰다.
“말했잖아요, 유전은 대를 걸러서도 전해진다고. 그보다 황제는 어떻게 됐어요?”
“다행히 의심하지 않아.”
“멍청하기 짝이 없네요.”
“그러니 우리로서는 좋은 일이지.”
그들은 이상한 말을 했다. 그런데 여긴 어딜까, 너무 답답하고 몸이 무거워.
기억을 읽는 동안은 그때의 기분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아기 요이델이 몸을 뒤집다가 침구에 얼굴이 폭 박혔는지 시야가 깜깜해졌다.
“얘는 정말, 시엔델은 이렇게 힘든데 혼자 쓸데없이 건강하단 말이야. 하루 종일 멍하게나 있고 침이나 흘리고. 애가 울지도 않고 이상하기도 하지.”
“그나마 다행 아닌가. 건강을 위한 제물로는 쓸 수 있으니.”
공작 부부의 목소리엔 기대와 짜증이 섞여 있었다. 휙, 몸이 바른 자세로 뒤집히고 그들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나마 이전의 기억도 같이 없는 게 다행이에요. 이상한 쪽으로만 똑똑해서 예전 기억을 가지고 있었으면 어쩔 뻔했어요?”
젊은 공작 부인이 아기 요이델의 관자놀이에 긴 손톱을 콕 붙이고 마뜩잖은 듯 혀를 찼다.
“머리가 뿌예서 빼 올 수 있는 지식이 거의 없어요. 이 마법이 잘못될 리가 없는데. 어디서부터 실패작이 된 거지? 제물이 부족했나?”
“우리가 원하던 그 애인 것은 맞겠지.”
“메디아가 저렇게 동요하는 것만 봐도 알잖아요. 이왕이면 몸과 정신 둘 다 건강하면 좋았겠지만 아예 쓸모가 없는 건 아니니까요. 어쨌든 폐하의 의심도 잠재울 수 있었고요.”
“그래. ‘그건’ 대체 정체가 뭐요? 당신과 나의 계획도 아니지 않았나.”
“그건…….”
그들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동시에 시선이 문가로 향했다.
덜컹, 문이 열리고 공작 부부가 누군가를 향해 예를 갖췄다.
“요보힐데 공.”
꽤나 나이 든 목소리와 저벅저벅 걸어오는 발소리.
공작을 저렇게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이겠지.
‘브리칼트의 황제.’
심장이 조마조마하게 뛰었다. 황제를 실제로 본 적은 없으니까.
저벅, 저벅.
묵직한 발소리가 다가왔다. 공포감에 눈을 감았던 모양인지 시야가 까매졌다.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이었다. 황제가 쉰 목소리로 숨을 후욱 뱉으며 킬킬 웃었다.
“쌍둥이가 태어났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