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Remove the Kind Protagonist’s Mask RAW novel - Chapter (176)
외전 13화
“눈이 참으로 어여쁘구나.”
사실 외모는 율리시스를 빼다 박았다.
하일이 아기의 얼굴을 보고 혹시 성황께서 페어링으로 고통도, 출산도 전담하셨냐고 갸웃할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율리시스는 어떻게 해서든 요이델과 닮은 점을 찾아내어 강조했다.
그는 천천히 정원을 거닐며 품 안의 아기를 내려다봤다.
“숨은 쉬는가?!”
율리시스는 이따금 아이의 코 밑에 손을 대어 봤다.
콧구멍마저 작아서 가끔 숨을 못 쉬는 건 아닐까 걱정되었다.
“어찌 이리 작으냐. 무언가 먹을 수는 있는 것이냐, 숨은 어찌 쉬고, 네가 언젠가 자라긴 하는 것일까?!”
아이는 아비의 행동을 따라 딸기 같은 눈동자만 데구루루 옮겼다.
“이 자그마한 것이 어떻게 보통 사람처럼 자란단 말인지.”
봐도 봐도 신기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이 작은 아기는 너무 작고 소중해서 도저히 자랄 것 같지가 않았다.
눈에 넣으면 분명히 아프겠지만, 차라리 심장에 담으면 아프진 않을 것 같았다.
사랑하는 이와 낳은 자신의 아이라니. 아무래도 믿기지 않았다.
하루하루가 새로운 행복이었다.
“참으로 귀하구나.”
그는 이제 썩 능숙하게 아이를 다룰 줄 알았다.
처음 아기를 안아 봤을 때처럼 부동자세로 서 있는 바보짓은 하지 않았다.
부모가 되는 건 어렵지만 그가 배운 것 중 가장 쓸 만한 일이었다.
“아직 네 대부를 정하지 못했다. 무엇이 네게 가장 큰 힘을 실어 줄지 모르겠구나.”
서로 대부가 되겠다며 난리 법석을 피우는 덕에 골치가 아팠다.
“네가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 아는가.”
“우뷰뷰―”
“몰라도 좋다. 네가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도록 만들어 주마.”
율리시스는 말의 뜻도 모르고 조그마한 입을 참새처럼 벌리는 아이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생채기라도 날까 뺨도 건드리지 못했다. 그러나 아빠를 본 아이는 까르르 웃었다.
“웃는 모습도 그분을 닮았구나.”
율리시스도 따라 미소 지었다.
그는 금방 성궁으로 돌아왔다. 바람이 쌀쌀하기 때문이었다.
“하우움.”
“그래, 쉬이. 더 자거라.”
잠들락 말락 한 아이를 조심스럽게 침대에 내려놓았다.
그는 여전히 자고 있는 요이델 옆에 머리를 받치고 누워 그녀를 지켜보았다.
“으음…….”
이불이 말려 제대로 고쳐 주자 귀찮은 듯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아이에게 하듯 요이델도 토닥토닥 어르고 달랬다.
“좋은 꿈만 꾸십시오.”
그의 속삭임에 요이델이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폈다.
율리시스는 놓치기 아쉬운 듯 표정 하나하나를 지켜봤다. 아내의 평온한 미소를 보니 왠지 졸음이 쏟아지는 듯했다.
시간이 흐른 후, 요이델이 기지개를 켜고 개운하게 일어났다.
“후아아……. 어?! 율리시스 님? 언제 왔지?”
분명히 잠들 때까지만 해도 없었는데. 오늘 일정이 많다지 않았나?
자리에서 일어나 아기 침대를 확인한 요이델이 푸핫,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둘이 똑같다니까!”
잠든 부녀지간의 모습이 똑같았다.
아기인데 이렇게 정자세에 가깝게 자다니.
“고개 각도까지 똑같아. 오늘도 찍어 둬야겠어.”
요이델은 마법 도구를 가져와 몰래 두 사람의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벌써 백 장쯤 찍었나?
“어떻게 이렇게 똑같이 생겼을까? 자는 습관은 왜 이 정도로 똑같지?”
율리시스는 모르고 요이델은 아는 비밀이자 재미였다. 부녀는 몸을 슬쩍 옆으로 밀어 봐도 오뚜기처럼 정자세 방향으로 돌아왔다.
마치 수면 자세의 교과서 같달까.
아기는 만세를 하고 잤지만, 어쨌든 좀 더 크면 분명히 팔까지 반듯하게 자겠지. 미래를 확신하며 쿡쿡 웃었다.
“나중에 크면 보여 줘야지.”
잠든 아기를 바라보던 요이델이 문득 놀라운 변화를 발견했다.
“세상에!”
“우웅…….”
“앗, 미안, 미안. 자자, 우리 아기.”
요이델은 어느새 이가 두 개나 난 기특한 아기를 재우며 미소 지었다.
벌써 아랫니가 나다니. 이가 날 때 아팠을까? 그래서 요즘 유독 칭얼거렸던 건가?
초보 부모에게는 아기의 모든 성장이 경이로웠다.
“깨어나면 율리시스 님한테도 말해 줘야겠어. 아마 엄청 놀라겠지?”
평범한 행복이 가득한 성궁 어귀.
따뜻한 노을이 번지는 어느 봄날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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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조용히 해.”
“시뎌.”
“조용히 하라니까?”
작은 손가락이 꼬물꼬물 움직여 조그만 입을 덥석 막았다.
은발의 남자아이는 이 상황이 매우 불만인 듯 제 입을 막은 범인을 쏘아봤다.
“이게 모 하는 고야?”
“지금 조용히 해 주면 너에게 아주 큰 보상을 주 꺼야. 하지만 우리 둘 다 신관 아저씨 아줌마에게 들키면 여기서 끝이겠지! 어떤 쪽이 이득일지 잘 생각해 바야 대. 아라써?”
조용히 협박한 여자아이가 제 덩치만 한 가방을 고쳐 메고 숨죽였다.
하나둘 포위망을 좁혀 오는 발소리. 아이들은 문틈 사이로 바깥 광경을 지켜보았다.
여자아이는 더 세게 남자아이의 입을 주먹으로 막았다.
“예하!”
“성황녀 예하! 어디 계십니까! 제발 나와 주십시오. 성하께서 애타게 찾으십니다!”
은발의 여자아이는 그 말을 듣자마자 입을 삐죽거렸다.
“훙! 애타게 찾을 리 없자나!”
은발의 여자아이가 흥칫거렸다.
두 아이만의 아지트인 대신전 본관 구석의 먼지 쌓인 창고, 그 위에 딸린 조그만 다락방.
어두컴컴한 공간 안에서 빨간 눈과 샛노란 금색 눈이 요리조리 움직였다.
“가써?”
신성력으로 주위 기척을 감지한 남자아이가 울상으로 끄덕였다.
멀어지는 발소리에 안심한 듯, 여자아이는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근데 애타는 게 모야? 아무튼 저건 다 거짓말이야. 알지?”
“푸하아! 모룬다니까―! 숨 막혀서 천사 될 뻔해써!”
“왜 몰라! 내가 방금 말했짜나! 대충 들은 거야?”
“이쪽이다! 여기서 소리가 들렸다!”
그때 멀어졌던 발소리들이 다시 몰려들었다.
“여기 계십니까? 대답 좀 해 주십시오!”
“합!”
“웁.”
아이들이 다시 입을 막았다.
“희한하군, 계실 만한 장소가 없는데……. 잘못 들은 거 아닌가?”
뚜벅뚜벅.
두 아이의 코앞까지 다가온 발소리가 지나간 후, 둘은 겨우 다시 숨 쉬었다.
“왜 나까지 이래야 대는데!”
또 한 번 입이 틀어막힌 남자아이가 퍽 억울했던 듯 여자아이에게 화를 냈다.
“너 짜증 내써?”
“앗, 어. 미안해. 그, 그건 아니야……. 그렇지만, 하지만! 입이 너무 아파. 손톱자국이 났딴 말이야.”
남자아이가 자기의 치아를 가리켰다.
“이가 다섯 개나 빠진 것도 슬푼, 흑, 슬픈데 누르면 얼마나 아픈지 아라?!”
“미아내. 근데 나도 다 이유가 이써.”
은발을 길게 길러 촘촘하게 땋은 여자아이의 모습은 꼭 인형 같았다.
남자아이도 반짝이는 모습이 엇비슷하게 귀여웠으나, 둘이 혈연이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드러 바, 플로. 너밖에 들어 줄 사람이 없어. 난 지금 너무 슬프단 마리야.”
아이는 플로테스의 손을 덥석 잡았다.
“있자나, 이짜나, 플로. 우리 엄마 아빠는 더 이상 날 사랑하지 않아!”
“머?”
“나 이제 누나가 대.”
입을 삐죽거린 여자아이가 별안간 고개를 푹 숙였다.
“흐아아앙! 동생 싫어! 싫다구!”
“왜, 왜 이러능 거야?”
“쫌 있으면 동생이 두 명이나 생길 거라구 신관 아줌마 아저씨들이 그랬단 말이야! 하일 하라버지는 입이 막, 후엥, 귀까지 찢어져써.”
“……!”
“근데 엄마 아빠는 내 엄마 아빠자나!”
설움이 북받쳐 말이 밀려 나왔다.
“근데, 근데 이제 동생 엄마 아빠가 대는 거야! 우리 엄마 아빠가 아니야! 나능 이제 어디 가서 살아야 대? 후아아앙―!”
몸을 웅크려 만 아이가 세상이 떠나가라 대성통곡했다.
“엄마랑 아빠는 내 마음도 모르구, 나한테 막 자랑해써― 흐아앙, 으아아앙!”
“……울디 마.”
“플로는 이해하는 거야?”
“너가 바보라서 이해 모타게써.”
“머?”
플로테스는 조그만 머리를 도리도리 저었다.
“바보야. 네 엄마 아빠가 동생 엄마 아빠랑 똑가튼 거야.”
“뭐? 그게 어떻게 같아? 이제 동생이 태어나면 동생 엄마 아빠자나.”
“네 동생이니까 똑가타. 너랑 쌍둥이 동생이랑 가족이자나. 그러치?”
“웅. 마자.”
“그러니까 동생의 엄마 아빠면 너한테도 똑가치 엄마 아빠야. 모두의 엄마 아빠야.”
플로테스의 답에 골똘히 생각한 아이가 옷자락으로 눈물을 쓱 닦았다.
“아, 모야. 그렁 거여써?”
늠름하게 일어선 아이가 플로테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괜히 걱정했네. 휴.”
떙그랑!
밖으로 나오자마자 작은 가방 속에 숨겨 두었던 보석과 왕관들이 와르르 굴러떨어졌다.
“……이게 다 모야?”
“먹고살아야지! 우리 아빠가 그러는데, 위기 상앙에서도 정신 단다니 차리고 침착하게 대응해야 한대써. 첫 번째! 순서를 파악한다. 구래서 돈을 준비해써.”
“대체 왜?”
“나는 마싯는 게 좋으니까.”
“……?”
다시 주섬주섬 짐을 챙기는 여자아이는 당당하게 허리에 손을 얹었다.
“잠잘 곳 구하는 것도, 밥도 다 돈이 든댔어! 근데 이걸 돈으로 바꿀 수 있대! 그래서 잔뜩 챙겨써. 히힛. 나 잘해찌?”
“똑또카네.”
“그래서 너도 챙기려구.”
“나, 나? 나는 시러!”
여자아이가 가방을 열고 어서 오라는 듯 손짓했다.
“넌 똑똑하니까 네가 이써야 돼. 아니면 나 사기당해.”
“사기가 뭔 줄은 알아?”
“아라. 하일 할아버지가 책 판 돈 떼어먹혔대써. 그건 정말 마니 슬픈 거래.”
한숨을 휴우 내쉰 여자아이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떼어먹는다는 말은 나쁜 거야. 그런 나쁜 말은 배우면 안대.”
“아라써, 아라써.”
아이는 플로를 슥슥 밀어 가방 위로 올렸다.
“후웅. 플로는 가방에 안 드러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