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Remove the Kind Protagonist’s Mask RAW novel - Chapter (61)
61화
요이델은 의뢰한 세공품을 품에 잘 숨기고 대신전으로 돌아왔다.
“델!”
“꺄아악!”
휘스테론은 넘어지려는 요이델을 잡아 주었다.
“어이쿠, 미안 델. 네가 급하게 가길래 놀라게 해 주려고 그랬지. 일부러 해서 미안. 근데 품에 뭐야?”
“아, 이건…….”
“그거 성하 선물이지? 전에 부탁한 그거 맞지?”
“쉬잇!”
요이델은 누가 들을까 봐 휘스테론의 입을 얼른 틀어막았다.
“비밀로 해 줘, 휘스. 부탁해.”
둘은 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다.
요이델은 혹시 몰라 종이에 지장까지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휘스니까. 그는 장난기가 많다.
“그런데 델, 그냥 주게?”
“이럼 안 되는 거야? 혹시 다른 절차가 있어?”
타국이 성하께 선물을 올릴 때에는 일정한 절차를 거쳤다.
혹시 개인적인 선물도 그렇게 해야 하는 건가?
요이델이 당황해 말을 못 하던 그때, 휘스테론이 히죽 웃었다.
“선물은 서프라이즈지.”
“서프라이즈?”
“응. 하루 종일 말도 안 걸고, 피해 다니고, 그렇게 엄청 실망시키다가 ‘짠!’ 하고 주면 다들 좋아해.”
“그건 아니야, 휘스. 성하께서 불쾌해하실 거야.”
“델, 사람들은 깜짝 놀라는 걸 좋아해. 짜릿한 걸 좋아한다고.”
휘스는 눈을 찡긋했다.
“나를 믿어 봐, 델. 성하도 좋아한다니까? 기뻐서 쓰러질걸. 장담해.”
“아닌 것 같은데…….”
하지만 끝끝내 요이델은 휘스테론에게 설득당했다. 그는 거듭 당부했다. 자신을 믿으라고.
‘성하의 곁에는 휘스테론이 더 오래 있었으니까, 그 말이 맞겠지.’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십니까.”
“꺄악!”
요이델은 쿵쿵 뛰는 심장을 붙들었다.
요즘 들어 그의 시선이 꽤 사나웠다. 꼭 물고기가 펄떡 뛸 때를 기다리는 강가의 독수리 같달까.
요이델은 괜한 불안감에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혹시나 뭔가 눈치챘을까? 역시 다 아는데 모르는 척하셨던 걸까?’
“지난번에는…….”
“유품이에요.”
“…….”
“반지 말이에요, 그냥 평범한 유품이 맞아요.”
율리시스는 눈을 가늘게 떴다.
“무슨 말씀이신지. 지난번엔 감사했다는 말씀을 드리려던 겁니다. 당신의 광범위한 친절에 대하여.”
“아, 아하하하, 그랬군요. 성하께서 나으셨으면 됐어요.”
“하여 보상을 드리겠습니다. 봉급을 건드리는 것은 어려우니, 원하는 만큼 대체재를 말씀하십시오.”
그 모습을 본 요이델은 그의 진지한 호의에 웃음을 흘렸다. 마치 은인에게 쥐를 갖다주는 고양이 같아서.
“아파서 약을 드렸을 뿐이니까, 보상은 괜찮아요.”
“정당한 대가도 받지 않겠다는 말씀이십니까.”
“도운 것뿐이니까 당연하죠. 원래 그런 건 대가를 바라고 하는 게 아니니까요.”
“왜입니까?”
“그거야 친구끼리는 보상을 받는 게 아니니까요. 아, 친구는 아니죠! 아무래도 안 되겠죠? 그럼…… 동료도…… 아니네요. 음 그럼 뭘까요?”
요이델은 곰곰이 고민했다.
“저희는 아는 사이…… 인가요?”
“…….”
“보수를 받아야 할까요?”
머쓱해진 요이델은 헤헤 웃었다.
그러나 율리시스의 푸른 눈은 싸늘히 말라붙었다.
“안 드립니다. 가십시오.”
“네? 주신다면서요?”
“안 받으시겠다고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기회는 한 번입니다.”
그는 요이델을 서늘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정체 모를 싸늘함에 요이델은 식은땀을 흘렸다.
아프고 난 후에 더 예민해진 것 같다.
요이델은 아직 품에 있는 선물 상자를 더 안쪽으로 숨겼다.
“뭘 감추십니까?”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의심 가득한 푸른 눈이 요이델을 지그시 바라봤다. 저 눈빛은 딱 “너, 뭐 숨겼지?” 하는 눈이었다.
“아! 그보다 성하, 학술원의 원장에 대해서인데요. 초대 원장직에 임명하실 분은 정하셨나요?”
“원로 지오르베니를 소환할 예정입니다.”
“지오르베니라면 하일 님과 마르셀리나 님 외에 한 분이시죠? 현재 성국에 안 계시는 분이요.”
“그렇습니다. 잘 아시는군요.”
“마르셀리나 님께 조금 들었어요.”
물론 그것 때문에 기억하는 건 아니지만.
“성하, 대신전에서는 시체꽃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나요?”
“그 꽃에 대해 어떻게 아십니까. 대부분은 존재 여부도 모를 텐데.”
“어, 책에서 봤어요.”
“우선 답을 드리자면, 진행은 하지 않습니다. 독성이 강한 꽃이 연구용으로 심어지는 경우는 있으나, 그건 시체를 바탕으로 피어나니 예외적으로 제재되는 식물입니다.”
“역시 그렇군요! 감사해요, 성하.”
“질문의 까닭이 있으십니까.”
“실은 지난 정찰 때 시체꽃을 본 적이 있는데, 대신전의 어귀에서도 닮은 꽃을 봤어요.”
잠시 턱에 손을 댔던 율리시스는 요이델을 바라보았다.
“정확한 경위를 말씀해 주시면 조사해 보겠습니다.”
“네?”
그의 즉답에 요이델이 더 놀랐다.
“대신전의, 그러니까 지오르베니라는 원로분이 관리하시는 정원에서 봤어요.”
“그렇군요.”
율리시스는 무심히 답했다.
“더 묻지 않으세요? 어떻게 원로를 의심할 수 있냐던가, 그런…….”
“제게 거짓을 고하셨습니까?”
“아뇨! 그건 절대 아니에요.”
“그럼 됐습니다. 하고 싶으신 말씀은 정리해서 전달 주십시오. 그리고.”
“네!”
“공식적인 업무는 아닙니다만, 시간이 되신다면 정찬에 참석하여 약초 관련 의견을 내보십시오.”
“……아! 잠시만요.”
기뻐하던 요이델은 앗, 소리를 내며 주춤했다.
그 모습을 본 율리시스는 눈썹을 비스듬히 추켜올렸다.
“그건 어려울 것 같아요.”
“안 된다고 하셨습니까?”
“네. 요즘은 무리예요.”
“이번도 아니고 요즘은 뭡니까.”
요이델은 고개를 숙였다.
‘절대적으로 모른 척하는 편이 상대를 기쁘게 하기에 더 좋댔으니까.’
“죄송하지만 성하, 요즘 플로테스 신수님의 잠투정이 심해져서 곁에서 보살펴 줘야 할 것 같아요.”
“믿으라는 겁니까.”
“그게…… 정말이에요.”
“싫으시다면 됐습니다. 그 신수가 그리 중하시다면. 한데 제가 맡긴 일은 처리하셨습니까?”
쿵.
잔뜩 쌓인 서류 뭉치가 책상 위로 올라갔다.
율리시스는 놀라움에 눈을 살짝 찌푸렸다.
“좋습니다. 그럼 학술원에 대한 연구는…….”
“여기 준비해 놨어요!”
“그렇군요. 그럼 신수의 알의 회복도에 대한 조사는…….”
“필요하실 것 같아서 정리해 봤어요. 도움이 돼서 다행이에요!”
몇 번 서류가 쿵, 쿵 올려졌다.
율리시스의 표정이 점차 차분히 가라앉았다.
요이델의 작은 간이 콩콩 뛰었다. 그러다 문득 그의 눈을 바라봤다.
“성하, 혹시 한 번만 더 실례를 해도 될까요?”
“아직도 더 행하실 실례가 남아 있습니까?”
“신체 접촉이 필요해서요. 갑작스러우면 두드러기가 나시잖아요.”
뾰족한 답변에 요이델은 더 가까이 다가갔다. 율리시스는 자신의 입술을 슥 가렸다.
“그쪽이 아니에요!”
“화내야 할 건 접니다.”
“그건 그렇지만요…….”
요이델은 쭈뼛 다가가 용감하게 그의 이마에 손등을 댔다.
척.
“음, 많이 떨어졌네요. 좋아요. 제 부탁을 들어주신 거예요?”
그의 회복에 안심한 요이델은 더 방긋 웃었다.
율리시스는 순간 멍하니 그 미소를 쳐다보았다.
“그럼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오늘은 이불 꼭 덮고 주무세요! 턱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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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도 요이델의 서프라이즈를 위한 큰 그림은 계속됐다.
“요이델 님, 이번 회의는…….”
“앗! 네, 잊지 않고 참석할게요!”
“……요이델 님, 광물에 대해.”
“아아! 그건 이미 정리해서 보좌신관님에게 넘겨드렸어요. 먼저 가 볼게요!”
율리시스는 강한 불쾌감을 느꼈다.
“성하, 요즘 이상해 보이네. 무슨 일 있어?”
“검에 집중하십시오, 경.”
어느 새벽, 율리시스는 언제나 건방진 기사를 바라보았다.
흑발의 기사는 왠지 유쾌한 표정으로 코와 입을 씰룩거렸다.
순간 쨍! 칼날이 맞부딪쳤다.
“와, 성하. 위험하잖아. 우와, 와.”
휘스테론은 그의 대련 상대가 되어 땀을 흠뻑 흘렸다. 점차 숨이 찼다.
발끝에 무게를 싣고 버텨 봐도 몸이 뒤로 질질 밀려났다.
‘역시 그것 때문인가 보네.’
촤아악―
날카로운 금속음과 함께 다시 ‘챙!’ 부딪친 검엔 더 큰 힘이 실려 있었다.
두 사람이 동시에 물러난 순간, 휘스테론은 아픈 손목을 찡그리며 털고 씩 웃었다.
“맞다. 그냥 생각나서 하는 말인데 요즘 델이 친구가 많아졌어.”
순간 둘의 눈이 마주쳤다.
“시종들이랑 특히 말을 많이 하던데? 인기도 좋아. 물론 기사들에게도 말이야.”
“…….”
“하지만 델이 자립하는 건 성하에게도 좋은 일이지? 성하는 햇병아리 신관이 오해를 벗고, 능력을 펼칠 수 있게 도와주려는 것뿐이잖아.”
휙, 칼날이 허공을 베었다.
순간 투두둑, 잘려 나간 머리카락에 휘스테론은 뺨을 감싸고 웃었다.
자칫하면 살이 베일 뻔했다. 이건 과연 실수일까.
“단순 상급자의 역할이란 그런 거니까. 지켜봐 주는 거.”
땀이 뚝뚝 떨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추운 겨울날인데, 한층 더 거센 한기가 피부를 에어 낼 듯 파고들었다.
“성하는 참 안목이 좋아.”
마지막 챙그랑 소리와 동시에 휘스테론의 검이 땅에 처박혔다. 서늘한 시선이 꽂힌 것도 동시였다.
휘스테론은 찌르는 듯한 손목의 통증을 누르고 고개를 깊이 숙였다.
“좋은 대련 감사합니다, 성황 성하.”
휘스테론이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땐, 율리시스는 평소처럼 다정한 눈을 하고 있었다.
이후 휘스테론은 그가 자리를 뜨는 것을 지켜봤다.
자신의 감이 틀린 건가?
바로 그때 뭔가를 발견하곤 황당함에 혀를 찼다.
“맞네.”
휘스테론의 대련용 검이 정확히 두 동강 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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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는 작은 독대까지도 꼭 거대한 알현실에서 진행하길 원했다. 그건 남을 발밑에 놓고 보는 오만함 때문이리라.
‘탐욕이 그득 낀 돼지 같으니.’
이제 생각하니 애초부터 저 멍청한 황제의 손을 잡은 게 실수였다.
‘그때 그 일만 저지르지 않았어도.’
물론 가문의 일이라 그가 택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었지만, 최근 성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브리칼트 제국을 제외한 나라들에 치료소를 기반으로 한 학술원을 제의했으니까.
제국의 우방국들은 고심하고 있으나, 그 외의 나라들은 모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 부름도 분명 그 부분을 지적하기 위함이겠지. 듣기로는 그 일을 충실히 해내고 있는 게 요이델이라고 했으니까.
“왔는가, 요보힐데 공.”
“죄송합니다, 폐하.”
“무엇이?”
예상과 달리 황제는 크하핫,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아주 재밌다는 듯 턱수염을 쓸었다.
“게르암의 땅은 아깝게 되었으나 상관없지. 그 정도쯤이야. 오늘은 자네에게 소개해 줄 이가 있어 불렀네.”
알현실 커튼 안쪽에서 한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디서 봤나 싶긴 한데.
잠시 모습을 살피던 공작은 머리를 맞은 듯 충격받은 얼굴을 했다.
“설마…….”
“이자가 재미있는 소리를 하더군. 성황에게 반려가 있다지 뭔가? 그것도 아주 형편없는!”
황제의 붉은 눈이 희번덕거리며 빛났다.
“결국 나의 뜻대로 될 걸세.”
그 순간 공작은 벼락을 맞은 듯했다. 반려? 설마, 설마…… 아니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요이델이 요즘 성국에서 아무리 많은 짓을 저지르고 다닌다고 해도, 그게…….
‘그게 다 반려이기에 밀어주었던 것이라면 말이 된다.’
공작은 딱 죽고 싶은 심경이었다. 최악의 수였다. 그것만은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