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Remove the Kind Protagonist’s Mask RAW novel - Chapter (7)
7화
요이델이 알을 뚫어지게 바라보자 알이 퐁! 하고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눈이 잘못됐나?
깜짝 놀라 빗자루를 치켜든 채 구석에 붙었다.
하지만 저건 좀 크기만 크지, 평범한 알이었다. 조금 특이한 게 있다면 이상하게 뽀얗게 생겼고 연분홍빛에 분홍 점박이가 있다는 것?
그런데 어쩌다 이런 어둡고 텅 빈 곳에 혼자 있게 됐을까?
저렇게 큰 알, 아니 달걀인가? 아무튼 저런 걸 섭취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었다.
그러니까 역시 저건.
“성하의 식사용 달걀이구나!”
그 순간 알이 펄쩍 뛰어올랐다. 잔뜩 화가 난 듯한 알은 엉덩이를 맞은 말처럼 길길이 날뛰었다.
“정말…… 잘못 봤을까?”
요이델은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 아무래도 잘못 본 게 아닌 것 같아.
조심스레 다가가 알에 양손을 대자 생명이라도 있는 듯 따스한 온기가 전해져 왔다.
“화났어? 미안해, 그런데 너 혹시 살아 있니? 대답해 줄래?”
다시 봤을 때는 잠잠했다.
하지만 요이델이 빤히 보던 어느 순간, 다시 반갑다는 듯 작게 뛰어올라 그녀의 콧잔등을 건드렸다.
“정말로 태어나려는 알인가 봐!”
요이델은 놀라 탄성을 질렀다. 그리고 얼떨떨한 온기가 남아 있는 콧잔등을 매만졌다.
살아 있는데 이렇게 외로운 곳에 홀로 있다니. 괜히 눈시울이 시큰해졌다.
“가엾어라, 오랫동안 혼자 있었어? 어쩌다 이곳에 오게 된 거야?”
딱히 보안 마법이 걸려 있는 곳도 아니었다. 요이델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그럼 단순한 창고라는 건데.
“사람들이 너만 여기 두고 가 버린 거야?”
알은 그렇다는 듯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그럼 나랑 놀래? 나는 아주 많은 얘기들을 알고 있어. 네가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마침 쓸쓸했던 요이델은 그 둥근 알을 친구 삼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마법 같은 일이었다. 알과 친구가 될 수 있다니.
분홍빛 알은 요이델의 말을 전부 이해라도 하는 것처럼 그녀의 무릎 위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 주었다.
해가 완전히 저물 때쯤, 요이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이제 가야 해.”
인사 후 문을 열고 나가려는 순간, 발치에 뭔가가 걸렸다.
“꺄악!”
그건 분홍빛 알이었다. 어떻게 깨지지도 않고 따라왔지?
이상했지만 일단 제자리에 가져다 놓았다. 하지만 알은 무척 아쉬웠는지, 요이델의 팔에 대고 껍질을 비비적거렸다.
여기서 처음 만난 온기였다. 꼭 곧 태어나기라도 할 것 같은 신기한 알.
놓고 가려니 마음이 불편했지만, 요이델은 의연한 척하며 단호히 알을 떼어 놓았다.
“내가 가서 슬프다는 뜻이구나? 너를 보러 또 올게. 약속이야.”
새끼손가락을 내밀 수는 없으니 손을 얹고 오랫동안 쓰다듬어 주었다. 알은 기쁜 듯 부르르 진동했다.
“내 이름은 요이델이야. 너도 이름이 있겠지? 없으면 내가 지어 줘도 될까?”
알은 좋다는 듯 그녀의 손바닥에 몸을 비볐다.
뭐가 좋을까? 요이델은 곰곰이 고민했다. 소중한 친구의 이름.
“플로테스. 마음에 들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알은 기쁜 듯 퐁, 퐁, 퐁, 몇 번을 뛰어올랐다. 그리고 빙글빙글 돌며 마음껏 기쁜 티를 냈다.
“좋아, 플로. 우리 이제 친구 하는 거다?”
알은 제대로 알아듣기라도 한 듯 진동했다. 정말 신기하고 특이한 알, 아니…….
첫 번째 친구 플로테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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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게 뭐지?”
평소처럼 아침 빗자루질을 하던 요이델은 갈퀴 끝에 걸린 반짝이는 물체를 발견했다.
아무 데나 있을 물건은 아닌 것 같은데.
자세히 살피자 딸깍 열린 펜던트 안에서 그림이 나왔다. 뒷면에 적힌 이름도.
‘루치니라면…… 아! 교육장의 출석 때 들은 적 있어.’
요이델은 수업 시작 전, 아무도 모르게 펜던트를 자리에 가져다 놓고 모르는 척 앞을 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눈과 코가 퉁퉁 부어 들어온 소년이 자리에 놓인 펜던트를 보고 오열했다.
“이거 누가 갖다 놨어? 검술 수련하다가 잃어버려서 흐윽, 다신 못 찾을 줄 알았는데…… 우리 할아버지 선물…….”
뒤에서 들려오는 울먹거리는 소리에 요이델은 조용히 뿌듯해했다. 자신이 찾아 줬다고 하면 겁먹을 테니까 가만히 있어야지.
점심시간, 여전히 요이델은 혼자였다. 식사를 위해 식사용 홀에 들어가려는데, 요이델의 발걸음이 멎었다.
“요이델에게 무슨 변화가 생긴 걸까?”
바로 자신의 이름이 들렸기 때문이었다. 홀 내 다수의 수련신관들은 요이델의 이야기로 열을 올렸다.
“죽을 고비를 겪으면 사람은 달라지기 마련이래. 요이델도 사람이니까 사형대를 보면 무서울 만도 하지.”
“하지만 조심해야 해, 우린! 여기 요이델에게 괴롭힘 한번 안 당한 사람 있어? 있으면 손들어 봐.”
소년들은 시선을 교환했다.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요이델은 예전에 내 간식을 빼앗아 먹었어.”
“나한테는 과제를 떠넘기고 홀랑 낮잠을 자기도 했다고.”
“몸에 좋은 약이라고 하면서 배탈약을 준 적도 있어. 난 그날 제국에 가기 위해 긴 거리를 이동해야 했다고! 악질이지, 아주.”
소년들은 분을 다 토해 내고는 숨을 크게 쉬었다. 그리고 말을 꺼냈던 이들 중 하나는 눈치를 살피다가 조그맣게 말했다.
“근데 얼마 전에 요이델은 날 도와줬어.”
“뭐?”
“부모님한테 연락하는 데 돈이 부족했거든. 근데 요이델이 값을 내줘서 무사히 아티팩트로 연락했어.”
“그래도 속으면 안 돼. 요이델이 얼마나 무서운지 너희도…….”
“나, 루치니 네 펜던트 누가 찾아 줬는지 봤어.”
말을 하던 소년은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뭐? 그게 누군데? 누가 주워 줬어! 잘됐다. 찾아서 사례하고 싶었는데.”
“요이델이야.”
“……뭐?”
“요이델이라고. 훔친 것도 아닌 게, 걔 매일 아침 청소하잖아. 나는 외박하다 돌아오는 길에 봤는데, 걔가 바닥 쓸다가 빗자루에서 반짝이는 뭔가를 꺼내더라. 잘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그게 네 펜던트 같더라고.”
“어, 어떻게 그런…… 하지만 요이델이 왜?”
덜컹.
요이델은 결국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중간에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 순간 식당 안의 사람들이 황급히 줄어들었다.
“엇, 아하하. 아, 이거 맛있다. 재료가 뭘까?”
“아아아! 나 지도신관님이 내준 과제 깜빡했다! 먼저 가 볼게.”
요이델이 들어선 순간, 주위의 공기가 서늘하게 얼어붙는 게 느껴졌다.
‘도대체 평소에 어떻게 살았길래 모두 나를 피하지?’
요이델은 기억을 떠올리려고 노력하다가 그만두었다.
그녀가 원작 속 악역이라는 사실은 이미 아주 잘 알고 있었으니까 더는 상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아무도 없이 혼자 식사하는 건 좀 외로워.’
대신전의 식당 안에는 또래 신관들이 모여 단란하게 밥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요이델의 주위만 방어막이라도 쳐진 듯 아무도 접근하지 않았다.
요이델은 곁눈질로 옆을 쳐다보았다. 그러다 옆에 앉은 사람과 눈이 딱, 마주쳤다.
안경을 낀 병약한 안색의 갈색 머리 신관이었다. 그런데 그는 원한이라도 진 것처럼 요이델을 노려보았다.
‘인사할 타이밍인가!’
그러나 저쪽이 고개를 휙, 돌려 버렸다. 요이델은 잠시 들떴던 마음을 잠재우며 시무룩히 숟가락을 휘휘 저었다.
그런 요이델을 지켜보던 다른 수련신관이 미심쩍은 표정을 했다.
“하지만 사람이 쉽게 바뀔까? 난 모르겠…… 케헥! 어? 끄흑, 나 숨이, 수…… 숨!”
과일을 휙 던져서 입에 홀랑 집어넣은 그의 안색이 파리해졌다.
“사, 살려…… 목에, 윽.”
“안토니오! 목에 뭐가 걸렸나 봐! 누가 남쪽 관에 가서 치료신관님 좀 불러 줘!”
“어떡하지? 누구 회복 마법 가능한 사람 없어?”
안토니오라고 불린 수련신관은 가슴을 쿵쿵 치며 기침조차 힘겨워했다.
‘저러다 정말 죽겠어.’
요이델이 벌떡 일어난 순간. 혼란에 빠진 사람들은 요이델이 다가오지 못하게 막았다.
그중 하나가 다급하게 물었다.
“요이델, 뭘 하려는 거야!”
“저 사람의 목에 포도가 걸린 거야. 아까 위로 집어 던지고 쏙 받아 먹는 장난치는 거 봤어.”
“넌 치료신관도 아니잖아!”
그들은 날카롭게 반응했다. 모두의 시선이 안 좋았지만, 요이델은 침착하게 다른 사람들을 물렸다.
‘의식을 잃어 가고 있어. 기도를 막은 음식을 빼내야 해.’
요이델은 그 방법을 알았다.
“비켜 줘.”
“끄읍, 윽…….”
“너 진짜 뭔가 할 수 있는 거 맞아? 확실해?”
요이델은 진지하게 끄덕였다. 갈등하던 사람들은 길을 내주었다.
“부탁이야. 네가 정말 할 수 있다면, 안토니오를 살려 줘.”
요이델은 곧장 안토니오의 등 뒤로 다가가 그의 명치와 배꼽 사이에 주먹을 대고 다른 손으로 주먹을 감쌌다.
이어 명치와 배꼽 사이를 위로 밀어 올리듯 압박한 순간.
“우웩, 켁!”
“안토니오!”
토악질과 함께 금방이라도 죽을 듯했던 안토니오의 정신이 돌아왔다. 그는 축 처져 헐떡였으나 일단 멀쩡히 살아났다.
“다행이야…….”
힘이 풀린 요이델은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전에 배워 뒀던 게 여기서 쓸모가 있을 줄이야.
그런데 어쩐지 주위가 고요해졌다. 뭘 잘못했나?
요이델이 숙였던 고개를 젖힌 순간, 놀라운 광경이 보였다.
모두가 요이델을 보며 입을 쩍 벌리고 감탄을 연발했다.
“와!”
“뭐, 뭐야, 요이델……. 어떻게 한 거야? 너 처치술에 재능이 있었어? 방금 건 어떤 원리야?”
“아니, 그게…….”
“요이델, 네가 사람을 살렸어! 어떻게 한 거야, 나도 가르쳐 주라!”
눈을 빛내는 신관들이 요이델 주위로 다가왔다. 아까와 완전히 달랐지만, 이건 이거대로 부담스러웠다.
헐떡이며 누워 있던 안토니오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존경하는 눈으로 요이델을 올려다봤다.
“고마워, 요이델.”
“그러니까. 진짜 멋졌어. 그건 힘이야? 아니면 기술이야?”
선망의 눈길이 둥글게 포위망을 좁혀 오던 그때.
요이델은 집중되는 시선이 부끄럽고 민망해서 채 먹지 못한 식기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빠르게 걸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스윽―
‘앗!’
걸려 넘어지라는 듯 다리 하나가 불쑥 튀어나왔다.
하지만 걸음은 속력을 받았고 멈추기엔 이미 늦었다. 요이델은 찰나의 순간 그 다리의 범인을 바라보았다.
‘아까 나를 째려보던 그 안경 낀 갈색 머리!’
왜 다리를 걸지? 하지만 묻기엔 너무 짧은 순간이었다.
주마등처럼 시야가 느리게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요이델은 이미 죽음의 고비를 넘긴 사람. 위기 대처 능력은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다.
요이델은 빠르게 판단해 점프를 하기로 했다.
훌쩍 뛰어넘기 위해 발을 사뿐히 든 그 순간…….
‘아, 맞다. 중력.’
바로 깨달았다.
그녀의 신체 능력이 그리 뛰어나지 못하다는 사실을. 그래서 점프 길이가 멀지 않다는 것도.
쿵!
요이델은 뛰어올랐다가 그대로 착지했다.
바로, 발을 걸려던 사람의 발등 위로.
으드득!
“……어?”
“으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