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touch it, it'd all be profit RAW novel - Chapter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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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을 날던 순백의 여우는 무심하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귀를 쫑긋 세우고 있던 붉은 여우는.
어느새 코코 곁으로 날아와 말을 걸었다.
[ 들었어? ] [ 뭘. ] [ 새로 시작된대! 퀘스트 있잖아, 퀘스트! 벌써 9년이 지났나 봐! ]잔뜩 신이 난 탐.
마구잡이로 곡예비행을 펼치며 소리를 질렀다.
[ 그래서 내가내가내가 튜토리얼 미리 보고 왔거든? 장난 아니야, 엄청 어려워! 우리 주인이 잘해낼지 모르겠어! 잘하겠지? 역시? ]그러나 코코는 덤덤할 뿐.
[ 쳇, 또 귀찮아지겠네. ] [ 코코, 왜 또 그렇게 뿔났어! 너도 예전에 재밌게 했잖아! ]신유원이 《상점》에서 얻어낸 이름 변경권.
여우들이 서로를 ‘탐’과 ‘코코’로 인지하고, 그렇게 부르기 시작한 지는 꽤 오래되었다.
[ 내가 퀘스트를 재밌게? 전혀. ] [ 에이, 거짓말한대요. 나는 다 알지. 너 우리 주인 만나기 전에는 주인들한테 막 대했잖아! ] [ 우리 주인은 무슨, 저 녀석이. ]코코는 걸어가는 신유원을 일별했고.
탐은 들은 체도 안 하고 제말만 했다.
[ 주인들이 재료 가져와도 다 뱉었잖아? 일부러 세게 뱉어서 재료 깨뜨리고, 부수고, 난리도 아니었잖아? 코코, 완전 성격 최악이야! ] [ ······아, 시끄러워. ]코코는 수다쟁이에게 벗어나려 속도를 높였지만, 탐에게 따라잡히는 것도 금방이었다.
[ 맞잖아, 맞잖아! 아니면 아니라고 하든지! ]코코는 참다참다 못해 휙 멈춰서고는.
탐에게 쏘아붙였다.
[ 너도 그랬잖아, 왜 나만 그런 것처럼 말해! 너도 엉망진창이었잖아! ] [ 내가······ 엉망진창? ]탐은 고개를 처들고 고민하더니.
이내 활짝 웃었다.
[ 맞아! 우리 주인 말고는 다 엉망진창이었지, 매번 그냥 도망쳐버렸다구! 히히히힣! ] [ ······멍청이. ] [ 맞아맞아! 넌 늦게 와서 모르지? 난 우리 주인 처음 만났을 때, 이 사람도 엉망진창인 줄 알았다?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입에서 알콜냄새가 진동을 하는데 「양질 전환」을 제대로 이해는 했나 싶었거든? ]정신없이 말을 늘어놓는 탐에게.
코코는 표독스럽게 말했다.
[ 그럼 그때 버리지 그랬어. 그랬음 이렇게 귀찮지도 않았을 텐데. ]하지만 붉은 여우는 혀를 쭉 내밀며.
해맑게 웃을 뿐이었다.
[ 그런데 난 처음이었거든. 나한테 이름을 지어준 주인도. 나한테 사랑한다고 했던 주인도······. 우리 주인, 아무래도 너무 로맨틱하지 않니? ]탐은 온몸을 배배 꼬며 신유원을 바라봤고.
코코는 눈매를 찌푸리며 물었다.
[ 저 녀석이······ 너한테 사랑한다고 했다고? ] [ 응응, 넌 늦게 와서 모르지? 나한테 그랬다니까. ] [ ······정말로? ] [ 응! ]코코는 꼬리를 말며 재빨리 기억을 더듬었다.
저 녀석이 자신에게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런 코코에게 몸통을 부딪치며.
짓궂게 묻는 탐.
[ 왜? 신경 쓰여? 어차피 넌 상관없지 않아? 항상 주인한테 틱틱대잖아. 주인보다 다른 걸 더 좋아하잖아! 무슨 위대한 존재에 존경을 보내느니, 숨겨진 모순성을 밝히느니, 어쩌고 저쩌고, 어려운 말 투성이! ]장난이 과했을까.
코코는 송곳니를 드러내며 탐의 주둥이를 밀어붙였다.
[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 [ 오오오, 싸우자고? 주인, 이것 봐! 코코가 나 괴롭혀! 주인! ]탐이 엄살을 부리는 사이.
코코는 시선을 돌렸다.
벽과 벽, 그 뒤의 벽과 벽 너머.
>크리스티 서울> 경매장 보관실에 있는 커다란 캔버스. 서이수의 >무감>.
코코는 도도하게 코를 들며 말했다.
[ 그래, 난 원래 그래. 멋지고 세련된 거라면 환장해. 순수한 향기를 좋아하고, 절묘한 촉감을 사랑해. 환상적인 맛이라면 으으······ 절대 못 넘어가지. ] [ 인정했다! 인정해버렸다! ]탐은 호들갑을 떨었지만.
코코는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
[ 근데 저 녀석, 저 녀석이 그래. ] [ 저 녀석? 우리 주인? ] [ 그래, 인정하기 싫지만. 근사한 향이 나고 맛이 나······ 촉감도 좋아. 미치도록. 저 녀석 가까이 다가가기만 해도 행복해져. ] [ ······어?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운 탐.
[ 코코, 너······ 방금 거짓말한 거 아니지? 우리, 거짓말하면 사라져! ] [ 거짓말 아니야. 그렇잖아. 안 사라졌잖아? ] [ 어, 그러네? 진짜네? ]탐은 혼자 뱅글뱅글 돌면서 난리를 쳤고.
코코는 피식 비웃으며 시선을 돌렸다.
>무감>에서 신유원에게로.
[ 그렇잖아. 안 그랬으면 내가 벌써 도망쳤지. 저 녀석을 따라다니겠니······. ] [ 그러네? 맞네! 계속 따라다니네! ] [ 그래. 저 녀석이 보여준 것도, 들려준 것도, 먹여준 것도······ ]코코는 문득 떠올렸다.
유럽 최초의 백자와 웃고 있는 기사.
생존보험과 갓냥이.
그리고 서이수, 레오나르도, 미켈란젤로.
그 위대한 존재들의 편린을.
[ ······다 최고였고. ] [ 정말? 최고였다고? 우와! ]탐은 코코의 등과 배를 오가며 날았고.
코코는 온몸을 부르르 떨며 소리쳤다.
[ 아, 저리 좀 가! ] [ 알았어! 저리 갈게! ]다시 거리를 벌린 탐은 뭔가 깨달은 듯 눈을 크게 떴다.
[ 아, 맞아! 8년 전에 시스템이 나한테 물어봤었어! 주인 옆에 영원히 남을 거냐고! 내가 동의해야 된다고! ] [ ······그러니까. ] [ 그럼 너도 동의한 거구나! ] [ ······그래. 그랬다니까. ]탐은 천연덕스럽게 웃더니.
휙 몸을 날렸다.
[ 가자, 코코! 주인 집으로 돌아가나 봐. ] [ 아, 집에 가기 싫은데. ]코코는 못마땅해하며 그 뒤를 따랐다.
[ 왜 가기 싫어? 아, 까미 때문에? ]코코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고.
탐은 고개를 내저었다.
[ 아니야, 싫어하지 마! 사나워 보여도 괜찮은 녀석이야! 그냥 아직 낯선 거뿐이야! ]사나워 보여도 괜찮은 녀석이라고?
글쎄, 코코의 본능은 그렇게 말하고 있지 않았다.
[ ······또 괴롭히기만 해봐. 내가 죽여버릴 거야. ] [ 누굴 괴롭혀? ] [ 누구겠어. ]그 대답에 탐은 코코의 시선을 따라갔고.
그 끝에는 신유원이 있었다.
[ 코코, 우리 주인 진짜 좋아하는구나? ] [ ······이제 그만해. 입 아파. ] [ 히히히힣! ]마치 자기 일인 양 만족스럽게 웃는 탐.
코코는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 탐, 저 녀석 너무 좋아하지 마. ] [ 왜? ] [ 영원히 남기로 한 건 우리 선택이었지? ] [ 우리 선택이었지. 그런데? ]영문을 몰라 되묻는 탐에게.
코코는 말했다.
[ 하지만······ 저 녀석은 영원하지 않을 거야. ]어느새 축 늘어진 두 귀와 꼬리.
[ 나도 알아! 주인은 영원할 수 없어! ]여전히 즐거워 보이는 탐.
코코는 그런 탐이 미웠다.
[ 그게······ 그렇게 즐거울 일이야? ] [ 어쩔 수 없잖아! 사라진다는 건! 그치만 주인이랑 같이 있으면 즐겁다고! 그건 영원해! ] [ ······멍청해가지고. ] [ 멍청한 건 너고! ] [ ······뭐라고? ] [ 일단 가자! 주인이 찾아! ] [ 알았어. ]팽그르르르──
동시에 몸을 말며 날아가는 두 여우.
[ 근데 탐. ] [ 왜왜? ] [ 저 녀석이 나한테도······ 사랑한다고 한 적 있었어? ]눈알을 굴리는 것도 잠시.
탐은 얼른 답했다.
[ 응! 있었어! ] [ ······그래? ] [ 당연하지! 엄청 많았어! ] [ ······. ] [ 좋아? ] [ 아니. ] [ 코코, 거짓말하면─ ] [ 응, 좋아! 좋다고! ] [ 히히히! ]그렇게 아웅다웅하는 사이, 좁혀진 거리.
눈앞에 나타난 한 남자.
“탐코코, 이리 와 봐!”
그 청량한 목소리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여우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언제나처럼.
오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