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wait, you will level up RAW novel - Chapter 113
제112화
코딱충은 열혈독사의 비명을 듣고 있었다.
“응? 뭐냐? 저 자식 언제 또 저기로 갔어?”
“죽여라! 코딱충 개자식! 감히 우릴 배신하고 열혈독사를 구했겠다?”
“어라?”
퍼퍼퍽!
코딱충이 달려오는 레비아탄 길드원들을 쳐냈다.
“잡아! 이 배신자 새끼! 그냥은 못 죽인다!”
레비아탄 길드원들은 코딱충을 몰아세웠다.
한편 열혈독사는 아누비스 길드원들에게 무자비한 공격을 당하고 있었다.
“크억! 이 새끼들이 미쳤나! 니들 왜 이래?”
“흐아…흐아… 길드장. 이제 좀 죽어주쇼. 뭐 이렇게 끈질겨!”
서걱!
“크읍.”
열혈독사는 온몸에 칼을 맞고 베이면서도 끝까지 도망쳤다.
얼마 안 남은 체력인데도 극한의 정신력을 지닌 독사 같은 플레이어.
“모두들 조심해라! 저 인간 갈 때 가더라도 한 놈은 무조건 끌고 갈 거니까. 그러면 당하는 놈은 끝이야. 이거 캐삭빵인 거 기억해.”
“들어와 봐. 이 새끼들. 하아…하아… 내가 무조건 한 놈은 잡아서 데리고 간다. 누가 될까? 앙? 누가 할래? 들어와~!”
열혈독사와 아누비스 길드원들이 서로 대치하고 있었다.
이들을 쫓던 레비아탄 길드가 불독상어에게 물었다.
“저기 상어 형. 쟤들 왜 저런데요? 이거 우리가 안 껴도 되지 않을까요?”
“안 끼기는 뭘 안 껴? 저것들이 지들끼리 물고 뜯느라 정신없으면 우리들은 잽싸게 뒤통수 쳐서 둘 다 낚아버려야지. 일단 열혈독사가 죽는 순간 아누비스 저 자식들 싹 다 뒤치기로 보내버려.”
“알겠습니다.”
열혈독사가 외쳤다.
“너희들! 왜 날 배신한 거냐!”
“그동안 우리들 부려먹느라고 꿀 많이 빨았지? 이제 우리도 좀 배를 불려야지. 언제까지 너만 처먹을 거야?”
“이 배신자 새끼들이 고작 그런 걸로 날 배신해?”
“야, 한꺼번에 저 새끼 친다. 이제 체력 바닥이라서 마무리 공격이면 무조건 킬 각 나온다. 쫄지 말고 들어가자. 하나, 둘, 셋!”
파아앗!
아누비스 길드원들이 일제히 몸을 날렸다.
동시에 매직 미사일이 열혈독사의 시야를 가렸다.
“야이쒸! 배은망덕한 새끼들… 아아악!”
열혈독사의 최후가 콜로세움에서 생중계 되었다.
지켜보던 관중들은 모두 침을 꿀꺽 삼켰다.
“와, 지린다. 이거 뭐 배신에 배신을 거듭하네.”
“역시 이렇게 막장으로 흘러가야 보는 맛이 있지. 진짜 볼수록 재밌네. 하하하.”
“맞아. 자기들끼리 편먹고 공정하게 하는 건 재미없어. 이렇게 뒤통수를 막 쳐줘야 어떻게 될지 궁금하지.”
“젠장, 열혈독사가 마지막까지 생존할 줄 알았는데 글렀네. 에이 씨. 이럴 줄 알았으면 불독상어한테 돈 거는 건데.”
“야, 걔도 어떻게 될지 몰라. 지금 벌써 코딱충이 반기를 들었잖아.”
“코딱충도 지금 완전 내몰리는데? 반격할 겨를이나 있을까?”
관중들이 낄낄거리면서 콜로세움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선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망원경에서 눈을 떼지 않고 열심히 다음 공략을 귓속말로 전달하는 선우.
이를 지켜보던 불나방은 속으로 감탄을 했다.
동시에 오싹한 소름이 돋았다.
‘정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또라이였군. 이렇게 된 거 내가 이 자식하고 손을 잡은 게 차라리 잘 된 걸까? 적으로 마주쳤으면 나도 저 꼴 났을 거 아냐?’
불나방은 전율을 느꼈다.
콜로세움에서 엉망진창으로 흘러가는 길드전.
전쟁은 그야말로 배신과 배신이 난무하는 곳이었다.
아누비스 길드원들이 갑자기 열혈독사를 배신하고 결국 죽여버렸다.
열혈독사가 죽고 나서 떨어뜨린 모든 아이템들을 아누비스 길드원들이 배분하는 사이.
“쳐라!!!”
“으아아아!!”
우렁찬 포효와 함께 레비아탄 길드원들이 아누비스 길드원들에게 몰려들었다.
“저 자식들도 마저 죽여버리자!!”
“가자!!”
아누비스 길드원들도 이에 질 세라 포효하며 레비아탄 길드와 정면충돌하였다.
한편 코딱충은 계속 코너에 몰렸다.
파팍! 퍽! 빠박!
쉬이잉!
퍼펑!
코딱충이 공중제비를 돌며 옆으로 피하고 뒤로 피하고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하아압!”
파파팡!
수십 개의 권풍을 쏘아 갈기며 레비아탄 길드원들을 공격했다.
하지만 숫자가 너무 많았다.
코딱충 역시 물약이 바닥나고 있었다.
“젠장… 이렇게 했다간 답이 없는데. 응?”
절묘한 타이밍에 선우에게서 귓속말이 날아왔다.
-딱충아.
‘이 자식이 또 무슨 짓을 꾸미려고… 아니다. 지금은 김선우의 도움이 필요해. 당장 죽여버리고 싶지만… 이 자식 잔머리는 특급이니까.’
코딱충은 일단 적들을 주시하면서 귓속말에 대답했다.
-뭐냐?
-너 지금 힘들지?
선우의 귓속말이 순간 코딱충에 가슴을 찔렀다.
-이 새끼가 지금 누굴 놀려? 네 눈깔엔 내가 지금 편해보여?
-어쭈? 너 살려주려고 했는데 리액션 봐라. 그러면 죽던지.
-야! 잠깐, 잠깐! 미안하다. 내가 지금 너무 흥분해서 그래. 뭐냐?
코딱충은 레비아탄 길드원들의 위치를 시시각각 파악하면서 귓속말에 응답했다.
물론 기분은 짜증이 폭발할 지경.
‘김선우 양아치 새끼. 이 와중에 귓속말로 갑질이나 하고. 음식물 쓰레기 같은 놈.’
코딱충은 선우를 당장 죽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지금은 선우의 도움이 절실했으니까.
-내가 널 구해주면 넌 나한테 뭘 해줄 거냐?
-뭐? 아, 이 새끼는 꼭 그냥 해주는 법이 없네. 그냥 해주면 어디가 덧나냐?
-싫음 말고.
-야! 야! 잠깐! 원하는 게 뭐냐?
“죽여라!”
“이야압!”
레비아탄 길드의 딜러들이 코딱충을 양쪽에서 동시에 급습했다.
파팡! 퍽!
빠바박!
코딱충의 손발이 번개같이 휘둘러졌다.
딜러들의 칼날을 튕겨내고 흘려내면서 동시에 타격을 먹였다.
“후아…후아… 미치겠네.”
-딱충이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는 게 여기서도 보인다. 보여.
이 와중에 코딱충의 속을 뒤집는 선우의 멘트.
-야!! 새끼야!! 원하는 게 있으면 당장 말해! 뭐든 들어줄게!!
-진짜냐?
-그래 이 양아치야!!
결국 코딱충은 선우에게 또 걸려버렸다.
선우는 코딱충을 길들이고 있던 거다.
처음부터 본론을 꺼내면 코딱충은 쉽게 응하지 않을 터.
더 위기로 내몰릴 때까지 약이나 올리면 결국 급한 놈이 우물을 찾는 법이다.
선우는 이걸 잘 알고 있었다.
-콜로세움에서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라. 넌 지금부터 나의 꼭두각시 전사가 되는 거야. 무조건 내가 시키는 대로만 기계적으로 행동해라. 자신 있냐?
선우의 말에 코딱충은 울컥했다.
‘이 양아치 놈이 천하의 코딱충을 뭘로 보고… 꼭두각시? 나를?’
코딱충은 레비아탄 길드에서 서열 2위의 실력자였다.
불독상어의 오른팔이지만 오늘날 레비아탄 길드의 명성을 만드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것은 코딱충이었다.
상대의 코를 딱 하고 때리기만 해도 충격에 빠진다는 전설이 괜히 나온게 아니다.
그런 긍지 높은 무투가인 코딱충이 선우의 꼭두각시 인형이 되라니.
그로서는 자존심 상할 만도 했다.
-하겠다. 네 말만 들으면 되는 거지?
하지만 지금은 자존심 상해도 된다. 아니, 버려야 한다.
이제 코딱충의 목숨은 선우의 손에 들어가 버렸으니까.
-그러면 지금 널 공격하는 레비아탄 길드원들 닉네임들 다 아냐?
-알지! 내가 키운 놈들인데!
-나한테 걔들 닉네임 빨리 불러라.
-뭐? 이 와중에 그딴 건 왜? 날 구해달라니까!
-구하고 있잖아. 인마. 멍청한 놈이 말이 많아.
코딱충은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하지만 호흡을 다듬고 선우에게 길드원들의 닉네임을 알려줬다.
-수고했다. 조금만 더 버텨라.
-뭘 하는지 모르겠지만 빨리 해!!
한편 아누비스 길드원들은 레비아탄 길드원들과 사투 중이었다.
“좀 더 밀어붙여! 좀 더!”
불독상어는 열심히 사방팔방 뛰어다니면서 공격만 피하고 있었다.
‘하하하. 그렇게 더 힘을 빼라. 어차피 마지막까지 나만 살아남으면 되니까.’
열혈독사랑 달리 불독상어는 영악하고 교활했다.
콜로세움에서 길드전이 시작하고 나서 불독상어가 전투를 한 건 한 손에 꼽아도 차지 않았다.
그만큼 자신을 보호하고 남들이 힘을 빼고 죽어가기를 기다렸다.
지금 길드전은 평범한 길드전이 아니었으니까.
무려 캐릭터 삭제가 걸린 전쟁!
여기서 100번 잘하다가 1번 실수로 죽어버리면?
열혈독사 꼴이 나는 거다.
제아무리 전투력이 좋고 스킬이 뛰어나도 한 순간에 내몰려 죽을 수 있다.
불독상어는 처음부터 안전주의로 나가기로 했고 나머지 길드원들만 사지로 내몰았다.
단지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척을 한 건 눈속임을 위해서였다.
전장에서 상대 플레이어들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게 되면 남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기 어렵다.
불독상어는 여기저기 활발하게 뛰어다니기만 해도 자신의 길드원들에게 전투 중이라는 착시 효과를 줬다.
이것이 불독상어의 계략 중 하나였다.
‘크흐흐. 나만 살아남으면 된다. 레비아탄 길드의 상징은 나야. 나머지 놈들 다 죽어도 어차피 나만 있으면 길드원은 또 모을 수 있어. 오히려 더 잘 된 거야. 지금은 열혈독사 놈도 없어졌으니까. 아르콘 대륙은 내 꺼다!’
불독상어의 눈에 야망이 부풀어 올랐다.
마침내 눈앞에 다가온 1위의 자리.
길드 랭킹 1위.
아르콘 대륙 랭킹 1위.
콜로세움의 지배자.
레비아탄 길드 마스터.
이 모든 수식어를 한 번에 다 거머쥘 기회가 몰려오는 듯했다.
‘이걸 다 가지려면 무조건 살아남아야 한다. 이제 조금만 더 버티면 승리는 나의 것이다!!’
한편 코딱충은 기이한 광경을 목격하고 있었다.
“죽여! 이 새끼들!”
“멍청한 자식들. 큰 그림을 봐야지. 눈앞의 조각들만 쫓으면 되냐!”
“야! 이 배신자 새끼들! 갑자기 왜 이러는 거냐?”
“이것들 다 김선우랑 손잡은 스파이들이야!”
“개자식들! 이 와중에 다른 놈도 아니고 김선우랑 손을 잡아?! 니들이 인간이냐!”
“알게 뭐냐? 우리가 먹을 게 많아지면 더 좋지. 그동안 참을 만큼 참았다!”
“니들도 빨리 현실을 인정하고 우리 편에 서라. 불독상어도 이제 끝이다.”
코딱충을 둘러싸고 있던 레비아탄 길드원끼리 내분이 일어난 거다.
처음엔 코딱충에게 마지막 일격을 날리려고 살기등등하던 플레이어들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몇 명의 눈빛이 변하는가 싶더니 칼을 거두는 거였다.
그리고 얼마 안 가 다른 길드원들도 서로 눈치를 보더니 잠시 공격을 멈췄다.
이들은 모두 선우에게 단체 귓속말을 받고 있었다.
선우는 온갖 멘트로 레비아탄 길드원들을 꼬시는 중이었다.
다만 이들 중 일부 플레이어들은 선우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나마 레비아탄에서 불독상어에게 충성심을 다하는 자들이었다.
하지만 나머지는 아니었다.
열혈독사 못지않게 길드원들을 부려 먹는 불독상어에게 불만이 많았다.
그리고 충성을 다하는 플레이어들은 불독상어와 인맥으로 얽혀 있는 사이.
다른 플레이어들보다 많은 이득을 몰래 누렸으니 충성을 다하는 것이다.
“이 새끼들! 정신 차려! 김선우는 우리의 적이다! 마지막에 반드시 없애야 할 놈이라고!”
“그런 양아치 혀에 넘어가서 뭐 있을 거 같냐! 상어 형을 배신한 놈들은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거다!”
선우의 귓속말을 받고 돌아선 레비아탄 길드원들은 비웃음을 흘렸다.
“하하. 야. 너희들이야말로 너무 속 보이는 거 아냐? 지금 길드전은 캐삭빵이라고. 알아? 그 말은 너희들을 여기서 죽이면 어차피 앞으로 볼 일 없다는 거지. 대가를 치르려면 너희들이 살아야 할 건데. 미안하지만 우린 그럴 생각이 없거든.”
“이 새끼들… 야!! 이것들 다…아악!”
“해치우자!”
레비아탄 길드원들이 승냥이 떼처럼 불독상어의 충신들을 제거하고 있었다.
눈앞에서 이걸 지켜보던 코딱충은 넋이 나간 채 선우에게 귓속말을 들었다.
-딱충아. 잘 봤지? 내 말 안 들으면 어떻게 되는지.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