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wait, you will level up RAW novel - Chapter 176
제175화
선우의 말에 칼데르스가 소매에서 약물이 담긴 유리병을 꺼냈다.
그리고 바위 위에 누워있는 라툰의 얼굴에 약물을 부었다.
쪼로록-!
약물이 라툰의 얼굴에 닿자 뿌연 연기가 피어올랐다.
파스스스-
연기는 라툰의 피부 속으로 스며들며 사라졌다.
그러자 선우에게 알림 메시지가 들려왔다.
띠링!
[‘천둥의 날개’ 부족장 라툰이 잠에서 깨어납니다.]“오, 너 쟤 마취시켜놨었냐?”
“마취가 아니다! 나의 심오한 마력을 빚어 개발해낸….”
“됐고, 쟤하고 할 얘기가 있다.”
선우는 칼데르스를 제치고 라툰 에게 다가갔다.
라툰이 눈을 번쩍 하고 떴다.
“크흡?”
벌떡 일어난 라툰은 가장 먼저 좌우를 살폈다.
그의 시야에 다가오는 선우가 보였다.
“크르르… 이노옴!! 감히 내게 무슨 짓을 한 것이냐!!”
갑자기 천둥 같은 호통을 치며 라툰이 선우에게 달려들었다.
파앗-!
다가오던 선우에게 불벼락 같은 주먹이 날아들었다.
뻑-!
“뜨업.”
선우의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그 다음 발이 바닥에서 떨어지며 뒤쪽으로 10미터는 넘게 날아가버렸다.
쿠쾅-!
와르르-
뿌연 먼지 속에 돌무더기 잔해가 선우를 덮쳤다.
“선우야!”
코딱충과 불나방이 놀란 눈을 뜨고 달려갔다.
“풉.”
칼데르스는 입을 틀어막고 웃음을 흘렸다.
라툰은 뒤늦게 칼데르스를 발견했다.
“여기가 어딘가? 칼데르스.”
“아, 여기는… 그러니까….”
칼데르스는 본능적으로 잔머리를 굴렸다.
‘가만 있자… 저 인간 놈에게 뒤집어씌우면 되겠군.’
상황 파악을 끝낸 칼데르스가 대답했다.
“저자가 자네를 납치하였다. 내가 자네를 찾아 여기까지 왔다고!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네!! 형제여!!”
칼데르스가 라툰의 품에 와락 안겼다.
“아… 카, 칼데르스…?”
라툰은 당황해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진정하게. 대체 무슨 일인지 자세하게 말해보게.”
칼데르스는 라툰 앞에서 연기를 시작했다.
“그게 사실은….”
그동안 자신이 꾸민 모든 짓을 죄다 선우가 한 거라고 덮어씌우는 칼데르스였다.
“뭣이라? 그게 정말 사실인가?”
“그렇다, 형제여. 내가 막고 싶었지만 차마 내 힘이 부족하여 어쩔 수 없었다네.”
능숙하게 거짓말을 하면서 돌파구를 마련하는 칼데르스.
그의 혓바닥이 쉬지 않고 춤을 추었다.
“이런 괘씸한!!”
콰아앙-!!!
라툰은 자신이 누워있던 바위를 한 방에 박살내버렸다.
한편 선우가 일어났다.
“어으… 퉷!”
“야, 괜찮냐?”
“저게 날 쳤지?”
“맞아. 라툰이 널 쳤어. 당장 죽여버릴까?”
“오크 사냥이다. 가자.”
선우가 볼케이노 해머를 꺼냈다.
코딱충과 불나방 역시 샴 대륙의 마을을 떠돌면서 구입한 장비를 꺼냈다.
불나방은 대형 돌도끼였고 코딱충은 창이었다.
“간다!”
파앗-!
라툰을 향해 가장 먼저 달려드는 선우.
“죽어라!”
휘이익!
콰아앙!!
선우의 볼케이노 해머가 라툰을 덮쳤다.
폭발음과 함께 연기가 번졌다.
연기가 사라지고 나자 라툰이 모습을 드러냈다.
“흥, 한심한 놈들. 감히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런 공격을 한다는 것이냐?”
드래곤의 날개 막으로 만든 망토가 라툰을 감싸고 있었다.
“나의 드래곤 망토에는 흠집 하나 내지 못할 거다.”
펄-럭!
라툰의 망토가 갑자기 좌우로 날개를 펼쳤다.
쉬이잉-!!
근접 거리에서 바람을 일으켰다.
“으읍!”
선우가 볼케이노 해머를 들고 눈을 가냘프게 떴다.
뻐어억-!!
바람의 흐름을 타고 라툰이 날아와 선우의 얼굴에 또 한 방 먹였다.
“이야압!!”
코딱충이 측면으로 들어오면서 라툰의 옆구리를 창으로 찔렀다.
“흥!”
라툰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드래곤 망토가 코딱충의 창을 휘감아 붙잡았으니까.
그 사이에 불나방이 등 뒤에서 돌도끼를 휘둘렀다.
펄-럭!
라툰의 드래곤 망토는 슬라임처럼 펴지면서 불나방을 집어삼키듯 낚아챘다.
“으읍!!”
불나방을 잡고도 한참 여유가 남을 만큼 드래곤 망토가 늘어나 있었다.
“끄아악!”
코딱충의 창이 부러졌다.
라툰이 한손으로 코딱충의 목을 부여잡았다.
“끄으으….”
목의 근육이 터질 것처럼 조여왔다.
식도가 막혔고 호흡이 끊어질 것 같았다.
뼈가 부러질 것처럼 엄청난 압력이 몰려왔다.
“이얍!”
콰아앙-!!!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났다.
코딱충과 불나방이 모두 다른 방향으로 날아갔다.
“크윽….”
이번엔 라툰 역시 어느 정도의 데미지를 입었다.
“후후후, 어떠냐? 볼케이노 해머의 참맛이.”
선우가 볼케이노 해머를 들고 서 있었다.
10퍼센트의 확률로 터지는 화산 폭발급의 데미지가 이번에 터진 것이었다.
“네놈이 날 납치했다고 했지? 대체 무슨 이유로 납치를 한 것이냐?”
“내가 안 했다.”
“거짓말 하지 마라!! 나의 형제 칼데르스가 이미 모든 것을 알려줬다.”
“누가 네 형제냐? 널 구하러 온 건 나다.”
선우의 말문이 트였다.
라툰의 눈이 꿈틀거렸다.
“그건 또 무슨 헛소리냐?”
“칼데르스는 널 구하러 온 게 아니야. 사실 널 죽이려 했던 거지.”
“뭐라고?”
라툰이 칼데르스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아, 아, 아니야! 나는 자넬 죽이려고 한 적이 없어!”
“…….”
라툰이 잠깐 침묵을 하였다.
그리고 무겁게 말문을 열었다.
“칼데르스. 저 자의 말은 대체 무엇인가? 자네가 날 죽이려 했다니?”
“거짓말이다! 저 자는 날 모함하기 위해….”
선우가 칼데르스의 말을 끊어버렸다.
“쟤가 죽음의 눈동자 부족장 둔그라드 죽이려고 프로칸테스를 시켰던 거 너 알고 있냐?”
“쿠르르!”
둔그라드의 말이 나오자마자 라툰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그건 대체….”
라툰의 눈동자에 혼란이 일었다.
이걸 포착한 선우는 떡밥을 던졌다.
“프로칸테스는 칼데르스와 손을 잡고 너를 죽이려고 했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네가 여기에 잠들어 있던 거였지. 난 널 구하러 온 거야. 프로칸테스는 이미 처치했다.”
선우는 일부러 라툰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었다.
“뭐, 뭐라고? 네 이놈!! 인간 놈이 날 속이려고 거짓말을 하다니! 프로칸테스를 너 같은 인간이 죽일 수 있을 리가 없다!”
“죽였어. 쟤한테 물어봐.”
선우가 칼데르스에게 손짓을 했다.
라툰의 시선이 선우의 손가락을 따라 칼데르스에게 꽂혔다.
“나, 나? 난, 아냐! 아니라고!”
“대체 이게 무슨 소리들이냐? 칼데르스. 내게 설명해다오. 왜 저 인간이 프로칸테스를 알고 있으며 둔그라드와의 일을 알고 있는 거지? 정말 프로칸테스가 둔그라드를 죽이기라도 했단 것이냐?”
선우가 칼데르스와 라툰과의 대화를 보며 낌새를 파악했다.
‘대충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보아 하니… 저 마도사 놈이 라툰에게 뻥을 많이도 쳤나 보군.’
이렇게 된 거라면 선우가 그냥 빠질 수는 없지.
자극적인 표현만 골라서 떡밥을 마구 뿌리다 못해 퍼부어야 한다.
“야, 라툰. 너 칼데르스에게 지금까지 속았던 거야. 다 저 마도사가 꾸며낸 짓이라고. 왜 그런 줄 알아? 네가 타고 다니는 드래곤 이름이 엘라크 라며? 그 엘라크의 심장을 얻기 위해서 죽음의 눈동자 애들하고 싸움 붙이고 마지막으로 너도 납치하고 그리고 프로칸테스 뒤통수 쳐서 죽이고 지금은 새로운 족장 뽑겠다고 너네 애들 패싸움 났던데?”
라툰의 눈동자엔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가 벌어지고 있었다.
“뭐, 뭐라고?”
선우의 말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라툰이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 게 중요했다.
그리고 칼데르스가 끼어들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포인트였다.
“잠깐! 네놈… 이름이 뭐냐?”
“김선우다.”
“좋아, 네놈이 말하는 이야기들이 다 사실인 걸 어떻게 증명할 거냐?”
라툰의 마음이 조금은 선우에게 기울었다.
적어도 칼데르스의 말만 듣다가 처음으로 관심을 보였으니까.
칼데르스는 다급해졌다.
“이봐! 라툰!! 아니지 형제여!! 내 말을 들으라고!! 저놈의 말은 다 거짓이다!!”
“거짓이 아니야. 날 거짓이라고 하는 칼데르스가 거짓이다.”
“아니야.”
라툰은 귀가 따갑다 못해 막힐 지경이었다.
“닥쳐라!!”
후우웅-!!
콰아앙!!
라툰이 동굴의 벽을 때려부쉈다.
그제야 선우와 칼데르스의 입이 닫혔다.
“후우…후우… 젠장… 머리가 터질 것 같군.”
라툰은 깨어난 지 얼마 안 된 상태에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한꺼번에 들었다.
당연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선우는 혀를 쉬지 않고 놀려댔는데,. 모두 자신이 아는 이야기였고 처음 보는 인간이 죽음의 눈동자 부족과 자신의 부족이 얽힌 이야기까지 하니까 무작정 거짓으로 몰 수도 없었다.
선우가 원하는 포인트에 라툰이 걸려든 것이었다.
“네놈… 인간… 김선우라고 했냐?”
“그렇다.”
“프로칸테스가 칼데르스와 손을 잡고 날 죽이려고 했다는 이야기가 뭐냐?”
“그건 죽음의 눈동자 족장 둔그라드에게 직접 들어라. 나는 죽음의 눈동자 부족의 신뢰의 표식을 얻은 몸이기도 하니까.”
“신뢰의 표식…?”
라툰의 눈동자가 꿈틀거렸다.
그리고 코를 벌름거리며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네놈의 냄새… 죽음의 눈동자 부족에게서만 맡을 수 있는 냄새가 느껴지는군.”
“응? 뭐라고?”
선우는 되려 머릴 긁적였다.
“야, 그 말 진짜냐? 내 몸에서 오크 냄새가 난다고? 킁킁.”
재빨리 팔을 들어 냄새를 맡아보는 선우.
아무리 냄새를 맡아도 오크 특유의 누린내는 나지 않았다.
“야, 딱충아, 나방아. 니들도 와서 맡아봐. 진짜 오크 냄새가 나냐?”
“내가 왜 맡아야 되냐?”
“킁킁, 안 나는데?”
“안 나지? 야, 안 난다는데.”
선우를 한심하게 바라보는 라툰이 대답했다.
“너희 인간 놈들의 후각과 우리 부족의 후각이 어떻게 같을 수가 있단 말이냐!!”
“아, 그렇지. 너네랑 다르지. 미안하다.”
“저런 놈을 뭘 믿고 둔그라드가 신뢰의 표식을 마시게 했다는 건지….”
라툰은 둔그라드에게서만 얻을 수 있는 신뢰의 표식의 냄새를 맡은 이상 선우를 무시할 수 없었다.
신뢰의 표식은 죽음의 눈동자 부족이 목숨을 걸고 도와줄 만큼 신뢰를 얻은 자에게만 주는 특별한 물이었으니까.
“칼데르스… 네가 설명해 봐라. 대체 저 자가 하는 이야기의 실체가 뭐지?”
“아, 그게… 그러니까… 하하하.”
선우가 또 끼어들었다.
“뭐긴 뭐겠냐? 그냥 저놈은 거짓말을 하도 하다 보니까 지금 헷갈리니까 대답 못하는 거야. 야, 맞지?”
“아니다!! 네놈은 제발 그 입을 좀 닥쳐!!”
선우가 입을 가만 놔둘 리가 없었다.
라툰이 나섰다.
“칼데르스… 내가 납득이 갈 만한 변명을 해야 할 거다. 저 자가 마신 신뢰의 표식은 아무에게나 맡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네놈조차도 그것에 대해 알진 못하고 있는 거 같은데?”
사실이었다.
마도사 칼데르스가 가장 오랫동안 염탐하고 관찰한 것은 천둥의 날개 부족이었으니까.
“그게… 그러니까….”
칼데르스가 갑자기 라툰의 뒤쪽을 바라보며 외쳤다.
“오!! 프로칸테스!! 마침 잘 왔구나. 자네가 날 위해 설명을 좀 해다오.”
“뭐라고?”
선우와 라툰이 동시에 칼데르스의 시선이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놀랍게도 거기엔 프로칸테스가 서 있었다.
“어라? 쟨 내가 죽였는데.”
선우가 의아해하는 사이 프로칸테스가 라툰을 향해 다가왔다.
“족장!”
“프…프로칸테스. 죽은 게 아니었나?”
라툰은 프로칸테스를 안으려고 양 팔을 벌렸다.
칼데르스의 눈이 빛났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