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wait, you will level up RAW novel - Chapter 183
제182화
선우는 플레이어를 따라 더 안으로 깊숙하게 들어갔다.
안쪽에는 미로처럼 복잡한 길들이 나 있었다.
처음 오는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길을 잃고 헤멜 정도로 복잡했다.
곳곳에 문고리가 없고 위장되어 있는 비밀 문이 많았다.
플레이어는 이 중 한 곳의 문을 열고 선우를 데려갔다.
“여기가 무기 거래를 하는 방이지.”
“오~”
선우가 방 안의 무기들을 쭉 살펴봤다.
온갖 무기들이 박물관 유물들처럼 전시되어 있었다.
“네가 가진 무기 거래권이 뭔지 좀 보자.”
선우가 무기 거래권을 보여줬다.
플레이어가 확인해보더니 말했다.
“이건 D급 무기 거래권이군. 이걸로는 D급에 해당되는 무기밖에 못 산다.”
“D급이면 얼마나 안 좋은 거냐?”
“펑크리아 대륙에 거래되는 무기에는 총 다섯 개의 등급이 있다. 가장 낮은 등급은 네가 퀘스트 보상으로 받은 D급, 그 다음으로 높은 등급은 C급, B급, A급 순으로 올라가지. 그리고 가장 높은 등급은 S급으로 부르는 게 값인 무기들밖에 없지.”
선우는 무기 거래권이라고 다 같은 무기 거래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 무기 거래권에서 D급이라는 건 어떻게 알아내는 건데?”
“여기 뒷면 하단에 적혀 있잖아. 등급 표시에 D 라고. 그러면 D급이지.”
무기 거래권에 대해 알게 된 선우는 등급 확인하는 법도 배웠다.
“이렇게 확인하는 거였군.”
“D급 무기는 여기에 있는 것들이 다야. 마음에 드는 것 있으면 골라라. 무기 거래권 1장이지? 그러면 무기도 1개만 고를 수 있어.”
선우는 벽면에 내걸린 무기들을 관찰했다.
모두 단순한 기본 무기들이 많았다.
주로 총부터 칼, 도끼 등등.
총기류를 보던 선우가 플레이어에게 물었다.
“이 총은 뭐냐?”
“그건 수류탄 샷건이다. 최대 5발의 수류탄이 장전되고 적에게 발사되면 닿는 순간 폭발하지. 위력은 수류탄하고 비슷해.”
D급 무기 거래권 으로는 딱히 살 만한 무기가 별로 없었다.
“뭘 봐도 무난한 무기들밖에 없군.”
“말했잖아. D급이라고. 가장 낮은 등급의 무기야. 그러니 무난한 것들 뿐이지. 여기 있는 무기들은 사실 공식적으로 허가받은 무기 상점에서도 구입 가능한 것들이 많아.”
“그러면 내가 무기 거래권을 여기서 써야 할 이유가 없잖아? 혹시 무기 상점에서 구입할 수 없는데 여기서 구입 가능한 D급 무기는 없냐?”
“뭐, 많지는 않지만 있기야 있지.”
“보여줘.”
플레이어는 벽장을 열었다.
“여기 있는 것들은 D급 무기들이지만 가볍게 쓸 만한 독특한 무기들이지.”
“오~”
선우의 눈앞에 신기하게 생긴 무기들이 등장했다.
“이건 어디에 쓰는 거냐?”
장난감 새총처럼 생긴 무기를 든 선우.
“그건 소음무기야. 노이즈 샷건(Noise Shotgun) 이라고 불리는 총이지. 새총처럼 생겼지만 네가 아는 장난감 새총과는 달라. 여기 보이는 콩알만 한 거 보이지? 이게 적이든 어디든 쏴서 맞는 순간 엄청나게 시끄러운 소음이 발생해. 지속 효과는 10초다.”
“오~ 그럼 이건?”
선우는 또 다른 무기를 집어 들었다.
“껌 폭탄이다. 하나를 꺼내 씹은 뒤에 붙이면 여기 있는 타이머로 폭발 시간을 조절할 수 있지.”
껌 폭탄은 신기했지만 당장 써먹기에는 군더더기가 느껴졌다.
선우는 상대가 강자라고 해도 허를 찌를 수 있는 무기가 필요했다.
그러려면 꺼냈을 때 상대가 무기라고 생각이 안 들 정도로 평범해야 한다.
“이건 뭐냐?”
선우 손에 들려 있는 건 나팔이었다.
“스모킹 건 이라고 부르는 연막 총이다. 나팔을 부는 것 같아서 꺼내들어도 상대 입장에서는 안심하거나 비웃게 되지. 그때 써먹고 튀는 거야. 경찰 길드 애들 상대로 잘 써먹히는 무기 중 하나지. 아마 D급 무기 중에서 써본 사람이 가장 많을 걸?”
선우는 마침내 마음에 드는 무기를 발견하게 되었다.
“스모킹 건. 이걸로 하지.”
선우가 무기 거래권을 플레이어에게 내밀었다.
“아, 그리고 너 혹시 레인보우 팝콘을 거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냐?”
“뭐? 레인보우 팝콘까지 손에 넣었냐? 펑크리아 온 지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엄청나게 빠른데.”
선우가 레인보우 팝콘 이야기를 꺼내자 플레이어가 의외라는 눈빛을 보냈다.
“레인보우 팝콘은 거래하려면 먼저 구매자들에게 신뢰를 얻어야 한다. 다짜고짜 처음 보는 플레이어가 판다고 하면 의심하고 아무도 사려고 하질 않아.”
“신뢰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 가르쳐줘.”
“야, 난 여기서 범죄 수업을 하는 놈이 아니라고. 지금도 비둘기 고기 팔아야 돼서 정신없어.”
“어차피 일하는 애들 있더만. 레인보우 팝콘만 알려주고 가라.”
선우의 당당한 태도에 플레이어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나 참… 스트리밍 방송으로만 볼 때는 별 황당한 또라이가 다 있구나 했는데…. 좋아, 간단하게만 알려주고 난 장사하러 간다. 레인보우 팝콘의 구매자를 얻고 싶다면 먼저 네가 갖고 있는 팝콘의 품질을 검증해야 돼. 그러려면 간단한 건 블랙 웹에 올리는 게 최고지.”
“블랙 웹? 그건 뭐냐?”
“펑크리아 대륙에서만 존재하는 시스템 중 하나인데 웹사이트야. PC방 들어가서 블랙 웹 가능한 곳을 물어보면 알려줄 거야. 펑크리아 대륙의 모든 불법 거래는 거기서 이뤄지고 있거든. 신뢰를 얻는 건 네 능력에 달렸지. 그럼 난 장사하러 가본다. 저기가 뒷문이니까 저 쪽으로 나가.”
“고맙다.”
선우가 뒷문으로 빠져나갔다.
* * *
할리킹은 가프치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
“야, 할리킹. 너 내가 뭐라고 했냐?”
“죄송합니다. 보스.”
“아니지… 이건 죄송하다고 해야 될 문제가 아니지. 넌 지금 두 가지 실수를 저질렀어.”
“…….”
가프치노가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면서 말문을 열었다.
“먼저 내 명령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
“그건 제가 곧 처리….”
“일단 내 말을 끝까지 들어!”
“예. 말씀하십시오. 보스.”
“그리고 레인보우 팝콘을 도둑맞았다는 것. 그것도 10박스를…. 그것도… 훔친 물건 중 가장 고가의 상품들만!”
쨍그랑-!
가프치노가 와인잔을 벽에 집어던졌다.
할리킹이 고개를 숙였다.
“내가 명분을 만들어서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김선우 그 자식을 해치우라고 했다. 하지만 너는 주저하면서 해치우질 못했어. 그 까짓 경찰 길드 놈들의 감시가 겁났던 거냐?”
“아닙니다. 보스.”
“그러면 왜 해치우질 못했지?”
“그게… 사실 김선우 그 자식이 제가 던진 떡밥을 절대 안 물더라고요.”
“떡밥을 안 물었다?”
“하청 업무를 몇 개 맡긴다고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그리고 김선우랑 꼬봉 두 놈을 부려먹었는데 일당을 안 줬거든요. 그러면 사실 제가 스트리밍 방송에서 본 김선우라면 틀림없이 가만 안 있었을 건데 유독 차분하게 순순히 알겠다고 하더니 가버리더라고요.”
할리킹의 말에 가프치노가 코웃음을 쳤다.
“큭큭큭큭. 이거 이제 봤더니 정말 완전 멍청한 놈이네. 야, 인마. 그렇게 순순히 알겠다고 하고 가버린 놈이 내 레인보우 팝콘을 10박스나 훔쳐가냐!! 앙?! 일당을 안 줘? 야 이 멍청아! 네가 그걸 안 줬으니 그 자식이 자기 일당을 챙겨갔지!! 대체 얼마를 일당으로 준 거야!!”
와장창-!
가프치노가 테이블을 뒤집어버렸다.
선우에게 일당을 안 줘서 열 받게 한 뒤에 없애려고 했던 할리킹.
결국 레인보우 팝콘 최상품 10박스를 일당으로 선우가 가져버리는 계기가 되었다.
“죄송합니다! 보스. 반드시 김선우 그 자식을 처리하겠습니다.”
“처리 갖고는 안 된다. 레인보우 팝콘 10박스 모두 가져와.”
“예!”
“이번에도 실패하면 넌 모든 책임을 지게 될 거다.”
“예! 보스!”
가프치노는 할리킹이 나가고 난 뒤 홀로 앉아 시가에 불을 붙였다.
“이런 빌어먹을… 김선우 그 자식이 내 물건에 손을 대? 건방진 놈. 반드시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러야 될 거다.”
* * *
선우는 펑크리아 호텔 지하의 PC방에 있었다.
블랙 웹에 접속한 선우는 열심히 레인보우 팝콘 판매 글을 올리는 중이었다.
선우의 판매 글 제목은 이러했다.
[필라델피아가 직수입해온 레인보우 팝콘 팝니다. 진품 보장!! 할인 사양!]얼마 안 가 선우의 판매 글에 댓글들이 주르륵 달렸다.
– 님, 왜 할인 안 해요?
└ 싸구려 제품은 할인을 하지만 프리미엄 진품은 할인 따위 안 합니다. 잘 팔리거든요.
– 사진 좀 보여줘요.
└올려드렸습니다. 확인해 보세요.
– 이거 레인보우 팝콘 퀄 높다는 거 어떻게 증명할 거임?
└ 드셔보시면 만족하실 겁니다. 백퍼 보장!
선우는 일일이 댓글에 답을 달아주면서 계속 홍보를 했다.
그러다가 누군가 비밀 댓글을 단 것을 발견하였다.
– 님, 레인보우 팝콘 이런 식으로 파는 거 아닙니다.
“뭐지? 얘는.”
선우가 비밀 댓글에 댓글로 물어봤다.
-그럼 어떻게 파는지 좀 알려주세요.
-님 펑크리아 대륙에 온 지 얼마 안 되셨죠? 일단 닉네임 알려주세요. 귓속말로 알려드리겠음.
선우는 자신의 닉네임을 알려줬다.
그러자 얼마 안 가 귓속말이 왔다.
– 레인보우 팝콘을 제대로 파시려면 블랙 웹에서 개인 구매자를 찾는 게 아니라 소매자를 찾으셔야죠.
익명의 플레이어의 설명에 따르면 레인보우 팝콘은 펑크리아 대륙의 경찰 NPC와 경찰 길드에서 감시하는 불법 아이템이었기 때문에 거래는 반드시 직접 이뤄지는 게 원칙이라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갖고 있는 물건의 일부를 구입한 뒤 소매 단위로 판매하는 플레이어들이 있었고 이 플레이어들이 직접 레인보우 팝콘을 먹으려고 오는 유저들과 1 대 1로 만나서 판매하는 거였다.
– 그러면 소매자들은 어떻게 구하는데요?
-이미 구하셨습니다. ㅋㅋㅋㅋ 제가 소매자 거든요.
선우에게 연락 온 것은 레인보우 팝콘을 소매 단위로 판매하는 플레이어였다.
– 오! 그러십니까? 그러면 제 팝콘 좀 팔아주시죠.
– 일단, 사진 올리신 걸 보니까 품질이 장난 아니라서 탐나기는 하는데…. 이거 필라델피아 길드 애들이 수입해온 거 맞아요? 그러면 거기 애들한테 구입하신 거예요?
– 네, 맞습니다.
– 님. 이 장사를 하실 때는 정직하셔야 합니다. 우리야 뭐 범죄 플레이로 먹고 사는 놈들이니 정직해야 한다는 말이 좀 민망하기는 한데요. 같은 동업자끼리는 정직해야 되요. 안 그러면 이 바닥 롱런하기 어렵거든요.
– 진짜 맞다니까요?
–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를 못하시는 거 같아서 저부터 정직하게 말씀드리죠. 제가 왜 이런 말씀을 드리냐면요. 필라델피아 길드가 얼마 전에 항구에서 자기들 팝콘 죄다 털려서 지금 난리가 났거든요. 그러니 이 물건이 시장에 나온다면 100 퍼센트 걔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뜻이죠. 님처럼 대놓고 필라델피아 길드의 팝콘이라고 홍보하는 건 미친 짓이라고요.
– 아,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제가 턴 거 맞습니다.
– ㅋㅋㅋㅋㅋ 역시 그럴 줄 알았습니다. 그러면 물건의 품질은 100 퍼센트 보장이 맞네요. 필라델피아 길드의 물건이면 믿을 만하니까. 갖고 계신 물량이 총 얼마나 되죠?
– 10박스 있습니다. 1박스에 20봉지.
– 그러면 먼저 직접 만나서 팝콘 맛을 제가 한 번 봐야겠습니다. 레인보우 팝콘이라고 다 같은 품질은 아니거든요. 확실한 건 직접 먹어보면 되니까요.
– 어디서 만날까요?
선우는 익명의 플레이어와 약속 장소를 잡고 PC방을 나왔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