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wait, you will level up RAW novel - Chapter 29
제28화
선우는 집으로 오자마자 인피니티 로드를 시작했다.
아직 진행하지 않은 히든 퀘스트.
엘프의 숲 들어가기 전에 로그아웃을 했었으니 곧장 시작할 수 있었다.
“엘프들도 혹시 숨겨진 스토리들이 있으려나?”
선우는 지금까지 오크, 드워프들의 이야기를 짧게나마 엿본 셈이었다.
각자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스토리가 있다는 것은 다른 종족들 역시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높았다.
히든 스토리를 찾는 건 인피니티 로드 내의 어떤 콘텐츠보다 가치가 높기 때문이었다.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도 가장 비싸게 팔렸고 매출이 가장 높았으며 해당 스토리의 저작권료를 받으며 다른 곳에 2차 리메이크 판권을 팔 수 있었다.
가장 활용도가 높은 콘텐츠인 만큼 희귀했고 플레이어들은 퀘스트를 깨면서 히든 스토리가 있을 것 같으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이제 엘프의 숲이구만.”
오염의 숲을 통과하고 엘프의 숲에 들어왔다.
공기의 질이 확 달라졌다. 오염의 숲에서 풍겨오는 악취와 피비린내가 아닌 향긋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엘프들이 사는 숲은 언제나 세상에 맡아본 적 없는 다양한 향기가 난다고 해서 많은 플레이어들에게 인기 있는 곳이기도 했다.
오죽하면 현실의 향수를 제작하는 화장품 기업들이 엘프 숲을 찾아와 향기를 맡으면서 새로운 향수를 개발하는 데 영감을 받고 있을까?
선우는 엘프의 숲을 한참 거닐었다.
“뀌르륵.”
어디선가 개구리 우는 소리가 들렸다.
선우가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우앗!”
기척도 없이 나타난 엘프 여럿이 선우를 향해 활을 겨누고 있었다.
“인간이 이곳엔 무슨 볼일이냐?”
“이곳은 오염되지 않은 숲이다. 인간이 이곳에 머물 수는 없으니 곱게 나가거라.”
비록 게임이지만 엘프들의 눈빛과 활시위에 느껴지는 살기는 긴장감을 느끼게 했다.
선우는 일단 엘프들을 진정시키기로 했다.
“아, 저기. 저는 여기에 발론 영감님의 부탁을 받고 온 겁니다.”
이럴 땐 퀘스트와 관련된 이름을 꺼내는 것이 좋다.
“발론?”
“혹시 드워프 대장장이를 말하는 것이냐?”
청초한 눈매에 곱게 땋아 내린 금발의 머릿결이 돋보이는 엘프가 물었다.
여전히 활시위는 당겨진 상태.
“예, 드워프 대장장이요. 황금방패 가문의 후계자 발론 영감님입니다.”
발론을 거론하자 엘프들의 분위기가 한결 가라앉았다.
결국 활시위가 거두어졌다.
“발론 영감님께서는 무슨 부탁을 하러 널 보낸 거지?”
엘프들 중 하나가 앞으로 나왔다.
늘씬하게 잘 빠진 몸에 반짝이는 실크로 몸을 칭칭 두른 여자 엘프였다.
눈빛은 날카로웠고 기세가 살아있었으며 허리에 찬 엘프들의 단검과 활만 봐도 전투력이 상당해 보였다.
“제가 발론 님께서 끓여주신 차를 먹고 감동해서요. 그 찻잎을 어디서 구했는지 여쭤보니까 친하게 지낸 엘프에게 선물 받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선우는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엘프들이 서로 눈짓을 주고받았다.
“따라와라.”
선우는 엉겁결에 엘프들을 따라 숲 안으로 들어갔다.
* * *
엘프들의 숲 안에는 화려한 성이 자리하고 있었다.
산기슭을 따라 설치된 돌계단 사이에는 반딧불 같은 곤충들이 전등처럼 길을 밝혔다.
낙하하는 폭포수를 구경하며 올라간 엘프 성에는 고요한 침묵이 감돌고 있었다.
“그대가 만나러 온 자는 임무를 받아 벨론 대륙을 떠난 지 제법 되었다. 하지만 발론 영감이 좋아하는 찻잎에 대해서는 내가 대신 알려줄 수 있지.”
여자 엘프가 어깨에 메고 있던 활을 내려놓았다.
“그 찻잎은 로젠하임 대륙 북부산맥에서만 구할 수 있네. 하지만 거기까지 가려면 꽤 많은 고생을 해야 할 거야.”
역시 고생길이 훤하다는 느낌밖에 안 들었다.
‘젠장, 지금 당장 마을 상품으로 팔기엔 시간이 좀 걸리겠는데. 일단 포기해야겠군.’
선우는 포기도 빠른 편이었다.
당장 눈앞의 이득만 쫓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뭐가 더 필요한 것인지 순서를 따졌다.
순서가 정해지면 후순위로 밀려난 것은 두 번 생각할 필요 없었다.
하지만 다음 들려오는 엘프의 말에 생각이 바뀌었다.
“다만 그 찻잎을 재배하는 법은 내가 알고 있지.”
“예? 뭔데요? 알려주세요.”
“그냥 알려줄 수는 없어.”
엘프의 말에 선우는 재빨리 눈치를 챘다.
‘역시 뭐가 있군.’
“뭘 해 드리면 알려주실 거죠?”
엘프가 슬며시 웃음을 흘렸다.
“내가 원하는 걸 들어준다면 그 찻잎을 재배하는 법을 알려주마.”
동시에 알림이 들려왔다.
띠링!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세계수의 룬을 되찾아라.]엘프의 숲의 생명을 이어주는 세계수 기둥에 박혀있던 룬이 사라졌습니다.
추적 결과 엘프의 숲 어딘가에 은둔해 있는 다크 엘프의 소행으로 밝혀졌습니다.
세계수의 룬을 되찾아 엘프 족에게 돌려주면 보상이 따를 것입니다.
등급: 노멀
제한: 없음
조건: 세계수의 룬을 찾아올 것
보상: 발론이 좋아하는 찻잎 재배법
선우는 퀘스트를 승낙했다.
퀘스트창이 사라지자 엘프가 말문을 열었다.
“놈이 은둔해 있는 곳은 이곳에 숨겨진 던전이다. 정말 할 수 있겠나?”
던전?
선우는 엘프의 숲에 던전이 있다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데. 던전이 있다고? 엘프의 숲에?’
어쩌면 숨겨진 던전일 가능성도 있었다.
선우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 있습니다. 던전이 어디 있는지 알려주십쇼.”
“꽤 패기 넘치는 인간이로군. 따라와라.”
엘프는 고고한 눈빛을 흘리며 던전으로 선우를 데려갔다.
선우는 엘프를 따라가면서 은밀하게 영상 촬영을 시작했다.
‘이거 잘만 하면 대박 콘텐츠 하나 또 건지겠는데?’
* * *
겉으로 보기엔 그저 멀쩡한 바위벽으로 가득한 곳.
“저기… 던전이 있다던 곳이 어디…인지?”
“이곳이다. 엘프의 숲에 던전이 있는 건 여러 모로 안 좋아 봉인을 해뒀지. 놈이 이곳에 숨어든 것은 확실하기에 일단 막아둔 상태다.”
엘프는 바위벽에 다가가서 손바닥을 밀착시켰다.
갑자기 엘프의 손 주변으로 괴상한 문자들이 뱀처럼 꿈틀거리며 나타났다.
문자들은 원을 그리듯 빙 둘러 싸며 하얀 빛을 뿜어냈다.
갑자기 바위들이 꿈틀거리며 좌우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드드드드-
부스러기들이 바닥에 쌓이자 흙먼지가 일었다.
“콜록, 콜록.”
바위벽이 사라지고 휑한 동굴이 나타났다.
“이곳은 엘프 숲의 던전으로 오랫동안 종족의 룰을 위반한 자들을 가두어 징벌을 내리는 곳으로 쓰였었다.”
엘프는 숨겨진 던전에 대해 짤막하게 이야기를 해줬다.
물론 모든 이야기는 선우가 미리 설정해놓은 대로 자동 촬영되고 있었다.
‘이번에도 베스트 1위는 나다.’
선우는 직감할 수 있었다.
엘프의 숲 비밀 던전.
아직까지 알려진 적 없는 던전으로 히든 퀘스트를 통해서 알게 된 것.
히든 던전의 소재는 그 자체만으로 플레이어들의 관심을 대폭 끌 수 있는 콘텐츠였다.
“이곳에 놈이 있는 건가요?”
“그렇다. 던전은 동굴 안으로 들어갈수록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그러니 지하 동굴 내부를 찾아보면 놈이 있을 거야.”
“저기…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요.”
“뭐냐?”
“이렇게 간단한 거면 왜 부족에서 직접 가져오지 않고….”
선우를 보며 엘프들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뭐가 더 있나?
“그리 간단한 거였으면 우리가 왜 가져오지 않았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봐라.”
선우는 더는 물어보지 않았다.
‘엘프 족이 감당 못할 뭔가가 있는 건가?’
선우는 동굴 내부를 슬쩍 바라봤다.
고오오-
엘프의 숲보다 훨씬 적막감이 감돌고 있었다.
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 시커먼 동굴 안은 마치 몬스터의 아가리를 보는 것 같았다.
어딘가 오싹한 기분마저 들었다.
‘으음… 그깟 찻잎 재배법 하나 얻자고 괜한 고생을 하는 거 아닌가?’
선우는 잠깐 망설였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찻잎 재배법을 알아내면 오크 성 내부에서 찻잎을 키워낸 뒤에 마을에 내다 팔 수 있어. 그러면 오크 성에서 거둬들일 세금이 엄청나게 오를 거야. 그러면 오크 성의 부동산 값어치도 급상승 하겠지.’
인피니티 로드에 존재하는 성들은 각자 사이버 부동산의 값어치를 지니고 있었다.
현실의 건물이 특정 상권의 발달로 가격이 뛰기 시작하는 것과 같았다.
게임이었지만 성을 차지하면 해당 영토 내에 존재하는 마을들로부터 세금을 거둘 수 있었고 이것은 고정적인 수입원이 되었다.
따라서 성을 차지한 플레이어가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성의 가치는 확확 달라졌다.
선우는 오크 성의 세금을 잔뜩 가져와줄 아이템을 오크 마을에 독점으로 판매하는 것을 원했다.
단순히 오크 성 공성전만 대비하는 게 아니었으니까.
“근데 궁금한 게 있는데요.”
“뭐지?”
“이곳에 숨겨진 던전이 있었다면 엘프 족들이 직접 들어가서 룬을 되찾아 오면 더 빠르지 않나요? 왜 아직까지 찾아오지 않았던 건지….”
“다크 엘프들은 언제나 호시탐탐 부족의 영토를 노린다. 특히 세계수의 룬이 사라지면 엘프의 숲은 빠르게 시들어가지. 세계수가 죽어간다는 건 엘프들의 땅이 죽는 것과 같다. 놈들은 그저 기다리면 되는 싸움이지. 하지만 이곳 던전의 내부는 아직 알려진 게 많지가 않아. 우리들은 여전히 외부의 적들을 경계해야 하고 다크 엘프들의 속내를 알 수 없는 지금 함부로 병력을 던전에 진입시킬 수는 없다.”
엘프의 이야기는 한 줄로 줄이자면 이랬다.
희생양이 필요하다는 것.
꽤 냉정하게 들릴 수는 있지만 이곳 엘프 족들은 인간에게 그리 호감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선우는 대충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세계수의 룬을 되찾아 오겠습니다.”
“조심하는 게 좋다. 던전 안에는 위험한 것들이 꽤 많으니까. 만약 그대가 무사히 세계수의 룬을 되찾아 온다면 찻잎 재배법 외에도 보상이 따를 것이다.”
엘프의 마지막 말은 의미심장했다.
세계수의 룬을 가져오면 찻잎 재배법 이외의 추가 보상이 있을 거라는 뜻.
‘으음… 역시 그만큼 위험한 퀘스트라는 거군.’
선우가 결심을 하고 동굴 안으로 발을 들였다.
동굴 안으로 이어진 내리막길을 따라 계속 내려갔다.
블레스팅 소드를 꺼내드는 순간 알림이 들려왔다.
띠링!
[24시간이 완료 됐습니다. 레벨업 하였습니다.] [모든 스텟이 1씩 올랐습니다.] [보상으로 사용권 1장을 지급받았습니다.] [상태창]이름: 김선우
레벨: 9
직업: 인피니티 마스터(only one)
칭호: 없음
근력: 9
민첩: 9
체력: 9
마력: 9
스킬: 연속 강타
스킬 사용권: 2장
상태창을 확인하던 선우에게 이전처럼 추가 알림이 들려왔다.
[축하합니다! 인피니티 스킬을 쓸 수 있는 제한레벨까지 1 남았습니다!] [더 분발하여 인피니티 마스터로 성장하세요.]듣던 중 반가운 알림이었다.
“인피니티 스킬을 10레벨부터 쓸 수 있단 말이지?”
좀 더 기다려야 했다.
“일단 퀘스트나 깨자.”
선우는 어두컴컴한 동굴 속에서 엘프에게 받은 크리스탈 수정구를 꺼냈다.
크리스탈 수정구가 선우의 손에 들리자 갑자기 환한 빛을 발산했다.
“오… 이제 좀 살 것 같네.”
수정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동굴의 어둠을 걷어냈다.
“이제 실시간 방송 시작해볼까?”
선우는 기다렸다는 듯이 스트리밍을 시작했다.
지금이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시청자들은 선우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해 할 것이고 뭘 하려는 것인지 보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상은 어떤 것을 얻는지 기대하게 될 것을 선우는 자신했다.
“시청자님들. 다시 인사드리게 되어 반갑습니다. 제가 지금 있는 곳이 어디일까요~?”
히든 던전을 숨긴 채 선우의 실시간 스트리밍이 시작되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