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wait, you will level up RAW novel - Chapter 42
제41화
선우는 길드원이 뭐라 하건 신경 쓰지 않았다.
“아~ 이거 진짜 양아치의 정도를 넘어서도 한참 넘어선 길드네요. 이건 다른 플레이어들도 한 번 들고 일어나야 되는 거 아닌가 싶네염~”
선우가 길드원을 조롱하듯이 비아냥거렸다.
“이 새끼가!! 뒈지고 싶냐!! 당장 안 꺼지면 죽여버리겠어!”
결국 길드원이 폭발해버렸다.
선우가 의도한 대로였다.
처음부터 통행료 따위 낼 생각도 없었고 내지도 않았다.
단지 영상 촬영은 선우가 길드원에게 제지를 받고 난 뒤에 몇 번의 실랑이가 벌어진 다음 시작했었다.
갑작스런 스트리밍 방송에 길드원은 당황했고 선우는 그걸 역이용했다.
결국 칼을 겨눈 길드원이 선우에게 돌격했다.
“죽어 이 새끼야!!”
길드원의 칼질을 선우가 슬쩍 회피했다.
“우와! 지금 나 칼 맞을 뻔! 시청자님들 모두 보셨죠? 블러드 스컬 길드원이 다짜고짜 가만히 있는 사람을 공격 했습니다.”
“아, 아니야! 아니야! 이 새끼가 먼저, 아니지… 그게….”
“시청자님들, 한번 생각해보죠. 헬름 던전은 블러드 스컬 길드를 위해 만들어진 곳도 아니죠. 그러라고 발견된 던전도 아닌데 어느 날 갑자기 켄트 성을 블러드 스컬이 쳐먹고 나서는 헬름 던전에 통행료를 받기 시작합니다. 이거 문제가 심각한 거 아닌가요?”
“닥쳐! 닥치라고!”
길드원이 칼을 다시 휘둘렀다.
지금 선우의 입을 막을 건 칼 밖에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누가 닥치라고 협박한들 선우가 따를 리는 없었다.
“만약 인피니티 로드가 다른 게임들처럼 사람들이 운영자라면 항의를 할 수 있는데 안타깝게도 운영자가 인공지능이네요. 인공지능이 인피니티 로드를 업데이트 하고 계속 콘텐츠를 개발한다고 쳐도 그건 어디까지나 모든 플레이어가 공평하게 게임을 하라고 던전도 만들고 한 건데 이걸 누가 악용하고 있는….”
“죽어!! 이 새끼야!!”
스걱!
결국 길드원의 칼날이 선우의 가슴을 스쳤다.
이 또한 선우의 계획.
“야, 지금 비무장인 플레이어를 죽이겠다고 쳤냐? 시청자님들 보셨죠? 갑자기 저를 쳤습니다. 저는 그냥 부조리한 길드의 악행을 고발하고 시청자님들의 관심을 좀 받아보려고 한 거거든요.”
“아냐! 그게 아냐!! 이 새끼가 날… 아니 먼저….”
길드원은 말문이 턱 하고 막혔다.
선우가 혼자 방송에 떠드는 걸 막을 만한 문장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머릿속이 텅 하니 비어가는 느낌.
“가, 간부들은 언제 도착하냐? 빨리 오라고 해! 헬름 던전에 문제가 생겼다! 심각하다고!”
길드원이 떠드는 걸 선우는 고스란히 스트리밍 방송으로 내보내버렸다.
선우의 방송으로 헬름 던전 길드원을 지켜본 시청자들이 격분했다.
-양아치 새끼들 저거 봐. 헬름 던전 사냥도 못하게 막는 것도 모자라 죽이려고 하네.
-와, 블러드 스컬 진짜 양아치 끝판왕. 벨론 대륙의 발암 물질. 누가 저것들 좀 치웠으면.
-라이온 팽에서 왜 블러드 스컬을 봐줬는지 노 이해.
-방장님, 저 새끼 걍 보내버리시죠. 플레임 블레이드 ㄱㄱ
선우가 스트리밍 방송으로 계속 시청자들과 노닥거리는 사이.
“무슨 일인데?”
블러드 스컬 간부가 도착했다.
“아, 페이트 님. 잘 오셨습니다. 이 새끼가 갑자기 나타나서 다짜고짜 시비를 걸잖아요.”
“오, 시청자님들. 지금 블러드 스컬 악의 축이 등장한 거 같습니다. 이거 무서워서 도망치고 싶네요.”
“저거 뭔데? 응? 쟤 김선우 아냐?”
블러드 스컬의 공격대장을 맡고 있는 페이트였다.
헬름 던전은 블러드 스컬 길드의 핵심 수입원 중 한 곳인 만큼 가장 믿을 만한 실력자에게 관리를 맡겼었다.
페이트는 선우를 보자마자 칼자루에 손을 가져갔다.
“여기엔 무슨 볼일이냐?”
“페이트라고 하는 공대장이 저를 보자마자 칼을 잡았습니다. 이 길드는 저한테 왜 그러는 걸까요?”
선우는 페이트가 나타나도 신경 쓰지 않고 스트리밍에 열중했다.
“우와, 시청자님들 진짜 많이 몰려오셨군요. 동접자 분들께서 무려 1만 명을 돌파 하셨습니다. 방송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빨리 오신 건 처음이네요.”
선우가 일부러 들으란 듯이 큰 소리로 1만 명을 강조했다.
페이트가 다급히 나섰다.
“이봐, 일단 방송은 꺼.”
“난 스트리밍으로 돈 버는 중이야. 당신이 뭔데 참견이야? 신경 끄시지.”
선우는 페이트를 보면서 계속 시청자들과 노닥거렸다.
‘이 새끼가 왜 여기에 갑자기 나타났지? 무슨 수작이야?’
페이트는 선우가 헬름 던전에 나타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여겼다.
“이봐, 원하는 게 뭐지?”
“오, 시청자님들. 드디어 블러드 스컬의 공격대장님이 저한테 원하는 걸 물어봅니다. 뭐라고 할까요? 의견 받습니다! 선착순 세 분!”
-블러드 스컬 반란 일으키라고 해요.
-길드장 아이템 무료분양
-켄트성에서 꺼지라 해요. 헬름 던전 통행료 받지 말라고 하고.
-블러드 스컬 길드원 자동 캐삭
선우는 웃음을 참으면서 페이트에게 물었다.
“진짜로 원하는 걸 말해도 되냐?”
페이트는 속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뭔데? 일단 말해봐. 들어나 보지.”
“여기 지금 나랑 같이 스트리밍 방송으로 니들을 지켜보시는 시청자님들께서 원하는 게 있으시단다. 지금부터 말해줄 테니 잘 들어봐.”
페이트는 칼자루를 움켜쥐었다.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발언이 튀어나오면 제거할 생각.
“먼저 블러드 스컬 길드에 페이트 공대장이 반란을 일으켜라, 그 다음 길드장 황철영의 아이템 풀 세트 무료 나눔, 그리고 헬름 던전 통행료 받지 말고 켄트 성에서 나가라, 여기까지 딱 세 분인데 이건 보너스로 알려줄게. 블러드 스컬 길드원 자동 캐삭… 풉….”
“더는 못 들어주겠군.”
파앗!
페이트가 번개 같은 속도로 발도술을 펼쳤다.
선우가 재빨리 플레임 블레이드로 막아냈다.
투화악!
검붉은 화염이 페이트의 시야를 덮쳤다.
“큭!”
파밧!
선우와 페이트가 서로 빠르게 흩어졌다.
“와… 이거 지금 네가 원하는 거 말하라고 해서 내가 말하고 있는데 기습 한 거냐?”
“고, 공대장님의 발도술을 막았어?”
소란을 듣고 던전에서 달려 나온 길드원들이 놀란 눈으로 선우를 바라봤다.
페이트의 발도술은 블러드 스컬 내부에서 독보적인 스킬이었다.
가장 놀란 건 페이트.
‘내 발도술을 저 자세에서 막아냈다고? 이 새끼 듣던 거랑 달리 꽤 하는데.’
오크 성 빈집털이 사건부터 페이트 역시 선우에 대해 들은 것이 있었다.
‘블랙 스콜피온의 이강철을 보내버린 건 과장된 게 아니었군.’
페이트가 다시 발도술 자세를 잡고 선우를 노려봤다.
선우는 플레임 블레이드를 가로로 들어 올린 뒤 씨익 웃어보였다.
“나하고 한판 뜨고 싶으면 결투 신청을 해야지. 명색이 공격대장인데 안 그러냐?”
“뭐?”
선우는 스트리밍의 시청자들에게 물었다.
“여러분들, 지금 페이트라는 공격대장이 저한테 먼저 기습을 했거든요. 이 정도면 솔직히 떳떳하게 1:1 결투 신청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명색이 블러드 스컬 1위 검사 라고 하는 놈이 치사하게 기습질이나 하고 혹시 기습으로 1등 먹은 거 아닐까 싶네요.”
페이트가 발도술 자세를 풀었다.
“이봐, 나하고 정말 결투를 하고 싶은 거냐?”
“응? 난 지금 이 방송을 봐주고 계신 2만 명 가까운 시청자님들께 여쭤본 거라고.”
선우는 자연스럽게 지금 몇 명이 지켜보는 건지 흘렸다.
페이트는 속으로 온갖 생각이 뒤섞였다.
‘젠장, 2만 명 가까이? 아냐, 저건 허풍이다. 아니지. 저놈 영상 채널 조회수를 따지면 불가능한 숫자는 아니야. 지금 여기서 시간을 더 끌면 훨씬 많아질 수도 있고.’
페이트는 본의 아니게 선우에게 끌려다니는 느낌이 들었다.
“야, 블러드 스컬 공격대장이 나한테 쫀 거냐? 기습은 먼저 했는데 내가 한 번 막았다고 쫄기나 하고 블러드 스컬 길드 별 볼일 없군.”
“닥쳐!! 결투를 원한다고? 기꺼이 받아주마. 신청할 테니 받아라.”
“워, 워. 일단 진정하고 결투 조건을 따져봐야지. 난 캐삭빵을 원한다. 받을래? 말래?”
선우의 제안에 페이트가 움찔 거렸다.
지켜보던 길드원들은 혼란스러웠다.
“캐삭빵? 저 미친놈이 갑자기 뭐라는 거야?”
“공대장님! 캐삭빵 받지 마십쇼! 저 새끼 무슨 수작 부리는 건지 아직 알 수 없어요. 다른 간부들하고 먼저….”
길드원들을 보면서 선우가 외쳤다.
“지금 천하의 블러드 스컬 길드의 공격대장께서 캐삭빵은 무서워서 못 하겠다 이건가? 시청자님들 보셨죠? 페이트가 저한테 쫀 게 확실합니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쫄았다! 페이트가 쪼랐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센 척은 오질라게 하고 다니더니 겁쟁이 새낔ㅋㅋㅋㅋ
-야, 블러드 스컬 1등 검사가 쫄고 있냐? 기습은 자신 있고 캐삭빵은 자신 없는 공대장은 또 첨 보네.
-캐삭빵 해라!! 캐삭빵! 캐삭빵!
페이트는 난감했다.
선우가 갑자기 캐릭터 삭제를 건 결투를 제안할 거라곤 생각조차 못했으니까.
그렇다고 빠져나가기엔 이미 늦어버렸다.
선우가 자신의 기습을 빌미로 결투 신청 떡밥을 던졌고 그걸 물어버린 건 페이트였으니까.
‘젠장. 어쩔 수 없군.’
페이트는 더는 물러날 수 없었다.
이미 선우가 쳐놓은 덫에 보기 좋게 걸려버렸다.
남은 건 한 가지.
“좋아. 캐삭빵 받아주마.”
“공대장!”
“페이트 형!”
길드원들이 기겁했다.
“대신 나도 조건을 걸지.”
“응, 뭔데?”
“캐삭빵 받고 아이템 독식과 네놈이 갖고 있는 오크 성을 걸어라.”
페이트의 제안에 길드원들과 선우의 시청자들이 수군거렸다.
-미친, 페이트 놈 스케일 보솤ㅋㅋ
-캐삭빵 받고 아이템 독식까진 흔한데 오크 성? ㄷㄷ
-블러드 스컬의 양아치 근성이 여기서 드러나는군. 오크 성 방장님이 빈집털이 하고 지금 키워놓으니 쓱싹 하겠다는 거 ㅇㅇ
‘이 정도면 캐삭빵을 하는 것 자체가 부담일 거다.’
선우가 갖고 있는 오크 성은 여느 성처럼 소유권이 있었다.
성의 소유권은 현실의 건물처럼 당사자간의 거래가 가능했다.
선우는 길드가 없었고 혼자 오크 성을 먹고 있었으니 페이트는 이걸 노린 것이었다.
“오크 성을 달라고?”
“네놈이 캐삭빵을 걸었으니 아이템 독식은 기본일 거고 그 정돈 나도 이해하고 있어. 하지만 여기는 블러드 스컬 길드의 영역이다. 남의 영역에 와서 이딴 식으로 행패를 부렸으면 그만한 대가는 치러야지.”
페이트는 선우가 당황할 거라고 여겼다.
헬름 던전에 갑자기 나타난 선우가 의심스러웠다.
무엇보다 갑자기 결투로 자신을 끌고 간단 것 자체가 수상쩍었다.
페이트는 선우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척 자연스럽게 빠져나오려고 수를 쓴 것이었다.
캐릭터 삭제와 아이템 독식은 선우의 제안 범위였지만 오크 성은 범위 밖이었다.
페이트는 오크 성을 조건으로 걸면 선우가 한 발 물러날 거라고 여겼다.
그러면 전세는 역전된다.
지금 방송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선우에게 실망할 것이고 페이트는 자신의 체면을 되찾을 수 있었다.
‘큭큭, 애써 키운 오크 성을 걸라고 할 진 꿈에도 몰랐….’
“좋다. 오크 성 건다. 빨리 결투 신청해. 아니지 내가 신청할게.”
“뭐?”
선우는 대뜸 조건을 받고 결투를 신청했다.
페이트는 당황스러웠다.
‘뭐, 뭐냐? 이거. 이렇게 받아버리면 안 되는데.’
예상과 달리 선우는 덤덤하게 조건을 받아버렸다.
‘김선우, 대체 무슨 꿍꿍이인거냐?’
페이트는 빠져나갈 구멍이 막혀버렸다.
“결투 받으라고. 지금 쫄았냐?”
“닥쳐! 쫄긴 누가 쫄았다는 거냐!”
페이트가 선우의 결투 신청을 받아들였다.
결투를 위한 알림이 들려왔다.
선우는 씨익 웃으면서 손을 가볍게 풀었다.
‘이걸로 블러드 스컬 사냥을 시작한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