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wait, you will level up RAW novel - Chapter 43
제42화
결투가 시작됐다는 알림이 들려오자 투명한 반구체가 선우와 페이트를 감쌌다.
페이트가 발도술 자세를 잡는 순간.
쉬이익!
콰쾅!
선우가 선제공격을 날렸다.
붉은 화염이 번졌고 검은 먼지가 안개처럼 흩어졌다.
페이트는 갑작스런 선공에 뒤로 물러났다.
선우의 발자국 소리가 짧게 들렸다가 사라졌다.
페이트가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다.
검붉은 화염의 먼지들이 눈을 따갑게 했다.
파밧!
선우가 화염 속에서 튀어나왔다.
차캉!
짧게 칼을 주고받았다.
플레임 블레이드가 페이트의 검과 충돌했다.
투확!
다시 화염이 번졌다.
“크흑!”
선우의 플레임 블레이드를 막을 때마다 검붉은 화염이 번졌다.
페이트는 뒤로 물러나며 화염먼지를 걷어냈다.
선우는 다시 페이트에게 검기를 날렸다.
쉬이익!
파팡!
콰쾅!
이번엔 페이트가 서 있던 바닥이 폭발하듯 불타올랐다.
페이트는 독 안에 든 쥐처럼 움직임이 극도로 줄어들었다.
“콜록! 콜록!”
위치가 들킬까봐 기침을 참으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폐 속으로 들어오는 칼칼한 먼지들. 반면 선우는 꽤나 여유롭게 이 광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역시 디텍팅 스킬이야.’
검붉은 화염이 페이트를 둘러싸고 있었지만 디텍팅 스킬로 페이트의 위치를 감지했다.
선우는 페이트를 정확하게 치고 빠졌다.
스트리밍 방송으로 구경하던 시청자들이 열광했다.
-방장님 무브먼트 예술이십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블러드 스컬 공대장 희롱하는 스킬 보솤ㅋㅋ
-페이트 쟤 레온베르거 투기장에서 좀 잘나간 애 아님? 랭커급으로 알고 있었는데 개허접이네.
-랭커 맞음. 투기장에서 상위는 아니고 중상위 정도?
-근데 이 방송 주인장은 저 불구덩이 속에서 어떻게 계속 정확하게 딜을 먹이지? 스킬 머 쓰는지 궁금하네.
페이트는 선우의 치고 빠지는 전술에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했다.
물약을 허겁지겁 마셨지만 그때마다 선우가 화염 먼지 속에서 나타나 찌르고 다시 숨어버렸다.
화염먼지가 걷힐 만하면 다시 바닥에 검기를 마구 날려 검붉은 불바다로 만들어버렸다.
“이런 젠장!”
페이트는 전형적인 전사 클래스였다.
선우가 일으키는 화염먼지를 걷어낼 만한 마법 스킬은 전무한 상태.
쑤걱!
“컥!”
갑자기 등 뒤로 칼이 들어왔다.
페이트의 심장에 박힌 칼이 쑥 하고 빠져나갔다.
띠링!
[1:1 결투에서 플레이어 ‘페이트’ 님이 패배 하셨습니다.] [결투의 조건으로 ‘캐릭터 삭제’ 및 ‘아이템 독식’을 진행합니다.] [페이트 님의 인벤토리 내의 아이템이 김선우 님의 인벤토리로 모두 이동합니다.]선우는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공짜템을 수북하게 먹었네.’
투명한 반구체가 사라졌다.
화염 먼지가 걷혀지고 남은 블러드 스컬 길드원들이 보였다.
“야, 니들도 한 판 뜰래?”
“이 새끼 너 두고 보자. 후회할 거다.”
“곧 죽어도 입은 살아있네. 가서 니네 길드장한테 일러바쳐라.”
블러드 스컬 길드원들이 주문서를 꺼내더니 펼쳤다.
츠와악!
슈악!
길드원들마다 서 있던 땅에서 하얀 빛기둥이 수직으로 뻗치더니 사라져버렸다.
“워프 주문서인가?”
선우는 플레임 블레이드를 허리에 차고 스트리밍을 지켜보던 시청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아이고, 이거 별 볼 일 없는 전투라서 민망하네요. 헉! 달풍선을 이렇게나 많이 주실 줄이야… 정말 너무 감격스럽습니다. 시청자님들의 사랑으로 제가 밥을 먹을 수 있어요.”
선우의 인사말이 끝나자 달풍선이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소공녀 님께서 달풍선 77개를 선물하셨습니다.] [엔트리 님께서 달풍선 777개를 선물하셨습니다.] [고렙왕 님께서 달풍선 30,000개를 선물하셨습니다.] [1빠딜러 님께서 달풍선….]달풍선을 받았다는 메시지가 끝없이 들려왔다.
선우는 더욱 감격했다.
‘아… 너무 좋다. 이 메시지. 모닝콜로 저장하고 싶을 정돈데.’
블러드 스컬 길드의 공격대장 페이트는 레온베르거 제국의 투기장에서 꽤 알아주는 랭커였다.
승률이 압도적이진 않지만 무시 받을 수준은 아닌 상당한 실력자.
그런 페이트를 선우는 가지고 놀다 죽인 것이었다.
수만 명의 시청자가 라이브로 지켜보는 가운데에서 직접.
선우는 여기서 시청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멘트를 날렸다.
“여러분들. 이제 걱정하지 마십시오. 페이트 공대장은 저와의 결투에서 패배했으니 약속한 조건대로 캐삭빵에 이어 아이템을 저한테 모두 내줬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하나 더! 진짜 여러분들이 기뻐할 만한 것이 또 있습니다. 그것이 뭐냐?”
-뭔데요?
-헉! 또 뭐가 있는 건가?
스트리밍 채팅방의 사람들이 모두 선우의 입을 주목했다.
“그것은 바로… 헬름 던전의 통행료는 더는 내지 않아도 된단 것입니다!”
물론 뻥이었다.
선우는 그런 걸 조건으로 내건 적이 없었다.
하지만 모두가 보는 앞에서 블러드 스컬 길드 공대장을 죽였다.
페이트는 캐릭터 삭제가 되었으니 재기불능.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선우는 승자로서 헬름 던전을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돌려주겠다고 선포해버렸다.
-대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방장님. 진짜로 그거 딜 하신 거임? 확실함?
-페이트가 캐삭 하면서 블러드 스컬에 빅똥을 끼얹었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페이트 고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헬름 던전 통행료 진짜 무료임? 님 말 믿고 저 지금 거기로 사냥 감.
-애들한테 알려줘야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우가 먼저 공개적으로 헬름 던전 통행료 삭제를 꺼내버리자 시청자들은 커뮤니티 게시판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같은 시각, 블러드 스컬 길드장 황철영은 헬름 협곡 북쪽에 새로 발견된 던전 발굴을 준비하고 있었다.
길드원들을 모집하고 각자 역할을 분담한 뒤 아이템을 정비하고 있는 중 귓속말들이 몰려왔다.
-행님! 큰일 났습니다!
-X 됐습니다. 길드장님!
-철영이 형, 혹시 헬름 던전 통행료 안 받는 거 페이트랑 상의했어요?
-길드장님. 갑자기 헬름 던전 통행료 안 받겠다고 하시면 어쩌시려고 합니까? 페이트를 믿어도 너무 믿은 거 아닙니까?
난데없는 귓속말들이었다.
황철영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귓속말을 대답해줬다.
그리고 다시 나타난 귓속말들을 하나씩 읽더니 벌떡 일어났다.
“뭐!!! 이런 X이발! 무슨 그딴 개 짖는 소릴 하고 자빠졌어!! 누가 멋대로 그걸 허락해줬다는 건데!! 페이트 이 새끼 어디 갔어!”
황철영의 호통에 근처에서 아이템 정비하고 물약을 공급해주고 있던 플레이어들이 모두 쳐다봤다.
“길드장님. 무슨 일이예요?”
“후아… 이거 돌아버리겠네.”
“왜 그러는데요? 뭔데요?”
황철영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정리가 필요했다.
“행님. 무슨 일인데요? 왜 말….”
“아! 가만 있어봐! 생각 좀 정리하게!”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황철영은 갑자기 속이 타는지 인벤토리를 열고 럼주 한 병을 꺼내 벌컥 들이켰다.
“후와… 이거 미친 새끼인가….”
“왜요? 뭐냐니까요.”
“야… 방금 헬름 던전 관리하는 애들한테서 귓말이 왔는데. 페이트가 김선우 랑 캐삭빵을 했단다.”
“예? 페이트가요? 왜요? 혹시 김선우 이 새끼 우리 던전 와서 깽판쳤데요?”
“잘 됐네. 김선우 그러면 안 봐도 되겠다. 페이트 형 정도면 순삭이지.”
“그게 아니야. 페이트가 졌어.”
황철영의 말에 모여있던 플레이어들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예? 뭐라고요?”
“페이트가 캐삭빵에서 졌다고….”
“어떻게… 아니 그거 확실해요? 김선우 이 새끼가 혼자서 방송으로 구라치는 거 커뮤니티에 퍼진 거 아닐까요? 페이트 형한테 제가 지금 귓말 해볼게요.”
“사실이다. 근데 지금 페이트가 문제가 아니야.”
“그럼 또 뭐가 있습니까?”
“김선우가 페이트 캐삭빵으로 보냈다고 헬름 던전 통행료 없이 공짜로 이용해도 된다고 떠들고 있댄다.”
황철영의 말에 플레이어들은 모두 기가 막혀했다.
“이런 또라이 새끼가… 아니 어디서 이런 순도 높은 또라이가 튀어나왔지? 왜 남의 던전을 누구 마음대로 공짜로 이용한대?!! 미친 거 아냐?”
길드 간부가 어금니를 으득 깨물었다.
“철영이 형. 지금 당장 김선우 척살령 내려서 보내버리죠. 이 새끼 놔뒀다간 안 되겠습니다. 저번에 우리가 영지전 기습 준비하던 것도 이 새끼가 주둥이 나불대지만 않았으면 성공했다고요. 그것만 성공했어도 지금쯤이면 레온베르거 성을 공략할 준비를 하고 있었을 겁니다.”
“맞아요. 이 새끼 그냥 놔두면 위험해집니다. 아주 또라이가 주둥이에 시한폭탄을 들고 다니는 급이예요.”
“척살령이 문제가 아니라니까 이것들아. 헬름 던전 통행료 안 받고 공짜가 됐다는 글들이 커뮤니티에 아주 도배를 하고 있다고!”
“….예?”
황철영의 말에 흥분하던 플레이어들이 차게 식어버렸다.
“커뮤니티에까지 번졌다고요? 벌써요? 아니 그럴 리가… 페이트랑 언제 캐삭빵했다던데요?”
“조금 전에… 근데 김선우가 실시간 스트리밍을 하면서 생중계를 해버렸데. 페이트 결투하는 걸 라이브로 보여줬다고. 근데 결투가 끝나고 나서 헬름 던전 자기가 무료화 시켰다고 떠든 거야. 몇 만 명이 보는 앞에서.”
“며, 몇만? 아니 뭐하는 새끼들인데 네임드 랭커도 아니고 그딴 또라이가 하는 방송을 그렇게 본데요? 이해가 안 가네.”
“지금 커뮤니티가 난리가 났다. 이거 수습해야 한다. 오늘 던전 탐사는 뒤로 미뤄.”
“길드장님. 이거 우리들이 처음 발견한 던전이라서 지금 들어가서 미리 선점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다른 길드가 와서 먹을 거라고요.”
“맞아요. 여기 보스 몹 찾아서 레이드 하고 우리가 먹어야 되요. 그래야 길드 수입이 느는데 김선우 때문에 이걸 포기하고 가자는 건 아닌 거 같습니다.”
“후아… 어쩔 수 없지. 그러면 일단 지금 로그아웃 한 애들한테 연락해서 길드 입장 공식적으로 발표하라고 해. 소속사하고 연락하고 커뮤니티 글 빨리 조치하라고 말해놔.”
“알겠습니다.”
간부 플레이어 한 명이 로그아웃 하면서 사라졌다.
황철영은 갑자기 속에서 화가 치밀어올랐다.
“와… 진짜 이 게임 하면서 별의별 새끼들을 다 겪어봤는데 이건 신종이다. 신종.”
* * *
선우는 로그아웃을 한 뒤에 인피니티 로드 커뮤니티를 감상하고 있었다.
“으음, 역시 예상대로군. 쫙쫙 퍼져라.”
커뮤니티 게시판 실시간 베스트 1위부터 5위까지 모두 선우가 발설한 내용들이었다.
[님들 속보임!! 헬름 던전 통행료 이제 안 받음] [헬름 던전 무료화 조건 걸고 페이트가 캐삭빵 떴다가 누구한테 발렸음] [이제 헬름 던전 무료화 한다고 모두가 공짜로 쓸 수 있게 해줄 거래요.] [헬름 던전 무료화 됐데! 사냥 가자!!]관련글들은 커뮤니티 게시판 1페이지를 거의 도배해버렸다.
선우는 만족스럽게 웃음을 지었다.
“이제 올라올 때가 됐는데….”
게시판에서 선우가 기다리는 글은 베스트에 없었다.
“오, 여기 올라왔군.”
[블러드 스컬 길드 소속 플레이어입니다.먼저 자세한 내용은 길드 차원에서 별도로 발표하겠지만 게시판에 떠도는 헬름 던전 무료화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앞으로도 계속 블러드 스컬 길드의 통제 하에 운영될 것입니다.
불만이 있는 플레이어는 블러드 스컬 길드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블러드 스컬 길드원의 해명글에 엄청난 수의 댓글이 달렸다.
– 뭐임? 뭐가 진짜임?
– 무료화 낚시임?
– ㅅㅂ 해명이 아니고 협박이네. 막줄 지림 ㄷㄷ
– 님, 김선우 라고 하는 플레이어가 페이트랑 헬름 던전 무료화 조건 걸고 캐삭빵 뜬 거라고 했음. 자세히 알아보고 해명글 올리셈.
선우는 기다렸단 듯이 답글을 달았다.
– 제가 페이트와 캐삭빵을 했던 플레이어입니다. 아직 블러드 스컬 길드원들은 페이트로부터 정보를 직접 전달받지 못했나 본데요.
└ 페이트는 저하고 헬름 던전의 무료화를 비밀 조건으로 두고 캐삭빵을 한 겁니다. 물론 페이트한테 사실 확인 해보셔도 그는 부정할 겁니다. 저를 무조건 이길 수 있다고 아주 자신만만했다가 제대로 깨졌거든요.
└ 본인의 실수를 인정할 리가 없으니 당연히 무료화 조건에 동의 안 했다고 하겠죠. 하지만 제가 이긴 만큼 저는 헬름 던전을 모든 초보 플레이어들을 위해 무료로 돌려놓겠습니다. 많은 플레이어들이 여기에 동의해주실 거라 믿습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