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wait, you will level up RAW novel - Chapter 68
제67화
선우의 시야에 반짝이는 불빛과 현 위치가 맞닿았다.
눈앞에는 신전으로 향하는 동굴이 있었다.
선우가 먼저 동굴 안으로 들어서자 알림이 들려왔다.
[에스타르 신전에 입장 하였습니다.]알림을 들은 선우는 정확히 찾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제 가볼까? 베카.”
베카는 선우 뒤를 따라 들어왔다.
동굴 안으로 굽이굽이 들어가면서 신전이 있는 곳을 찾아냈다.
신전은 오랜 세월이 흘렀는지 곳곳이 망가져 있는 폐허였다.
“음, 이런 곳에 황제의 보검이 있을까?”
선우는 신전 안을 샅샅이 뒤적거렸다.
“야, 베카. 너도 빨리 찾아. 놀지 말고.”
베카는 신전 바닥에 어지럽혀진 돌무더기 잔해를 발로 툭툭 차면서 찾는 시늉을 했다.
“야, 네가 찾아. 오라버니가 찾으라잖아.”
베카는 흡혈박쥐에게 시켰다.
흡혈박쥐가 마지못해 날개를 퍼덕이며 솟아올랐다.
신전을 휭 하고 돌면서 초음파를 발산했다.
흡혈박쥐의 초음파가 지상의 망가진 신전을 모두 관통하고 있었다.
그러다 무언가 초음파에 걸렸다.
“키악!”
“오라버니. 찾았나봐.”
베카는 돌무더기에 걸터앉아 뒹굴거리며 외쳤다.
“뭐? 어디?”
저쪽에서 선우가 후다닥 뛰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베카는 그 사이에 졸기 시작했다.
선우는 흡혈박쥐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봤다.
“야, 그거냐?”
흡혈박쥐는 무언가를 발톱으로 벅벅 긁어댔다.
선우는 옆에서 흡혈박쥐가 파내는 걸 지켜봤다.
조금 있으니 빛바랜 상자가 나타났다.
“수고했다.”
선우가 흡혈박쥐를 한 번 쓰다듬어줬다.
상자를 꺼내 열어봤다.
“오오.”
상자 안에서 번쩍이는 광채가 나타났다.
빛이 가시더니 한 자루의 보검이 고운 비단에 감싸여 있는 게 보였다.
선우가 보검을 만지자 알림이 들려왔다.
[황제의 보검을 획득하였습니다.]“역시, 이게 맞았군.”
선우는 보검을 쥐고 칼을 빼봤다.
스릉.
번쩍이는 검신이 눈에 들어온다.
손잡이는 황금을 덧칠한 가죽이었고 검신에는 로젠하임 황가의 상징적인 문양이 촘촘히 새겨져 있었다.
실전에 쓰이는 검이라기보다는 장식용에 가까웠지만 황가의 보물로서 가치는 손색없을 정도.
“이제 2개만 더 찾으면 되겠군.”
로젠하임 황제가 찾아오라는 황가의 보물은 3가지.
그중 하나가 선우의 손에 들어온 것이었다.
선우가 황제의 보검을 칼집에 끼워 넣는 순간 새로운 알림이 들려왔다.
띠링!
[축하합니다. 당신은 로젠하임 황가의 3대 보물 중 1개인 황제의 보검을 찾으셨습니다.] [이제 남은 황가의 보물은 2개입니다.] [황제의 보검을 찾아낸 보상으로 황후의 반지가 숨겨진 곳의 정보를 받았습니다.]“오, 술술 풀리는군.”
선우는 눈앞에 반짝거리는 화면을 클릭했다.
* * *
선우가 황제의 보검을 찾는 순간 로젠하임 대륙 어딘가에서는 황가의 퀘스트를 하고 있는 여러 플레이어들이 있었다.
이들의 귀에 알림이 들려왔다.
[누군가 로젠하임 황제의 보검을 찾았습니다. 남은 황가의 보물은 2개입니다.]황가의 퀘스트를 이행 중인 플레이어들은 제각각 다른 유저들이었다.
로젠하임 대륙 곳곳을 누비며 황가의 보물찾기를 하는 중이었지만 알림만큼은 동시에 들었다.
“황제의 보검을 찾았다고? 누구지?”
“야, 누군지 알아봐.”
플레이어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로젠하임 황가의 보물찾기는 누군가 모두 찾아 황제에게 갖다 주면 끝난다.
퀘스트가 종료되면 다시 시작될 때까지 1달의 시간이 소요된다.
오죽하면 로젠하임 대륙의 유저들끼리는 이달의 퀘스트라고 불릴까?
게다가 1번 발견된 황가의 보물들은 퀘스트 완료시 새로 리젠되는데, 그때는 숨겨진 위치와 관련 정보, 퀘스트 모두 뒤바뀌어버린다.
로젠하임 대륙은 광활한 대지와 산맥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매번 바뀌기에 기존에 찾았던 플레이어들의 정보는 의미가 없었다.
“이번 달 초부터 퀘스트 받고 뺑이 치고 있는데 어떤 새끼가 이걸… 아니 그보다 어떻게 찾았지? 진짜로 찾은 거 맞아?”
“맞을 거야. 알림으로 누가 구라를 치냐?”
플레이어들은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로젠하임 대륙은 제각각 용병으로 미션을 받아 개인플레이를 하는 게 대세였지만, 위급한 순간에는 저마다 임시 동맹을 맺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플레이어들끼리 서로 로젠하임 대륙에서 황가의 보물을 찾으려고 수집한 정보들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야, 일단 아는 거 다 까봐. 나도 아는 거 다 깔 테니까.”
“네가 먼저 까봐.”
“어쭈? 너 나 못 믿냐?”
“뭐래, 병신이. 오늘 만난 놈을 어떻게 믿어?”
“뭐? 지금 뭐라고 했냐? 병신이라고 했냐?”
“야, 야, 다들 진정해. 이렇게 싸움이나 하려고 모인 줄 알아?”
플레이어들은 저마다 들쭉날쭉 자기주장만 하고 있었다.
“일단 침착하자고. 황가의 보물 중 이제 겨우 1개 발견됐을 뿐이야.”
“그 한 가지 발견도 크잖아.”
“멍청아, 사람 말을 끝까지 들어. 일단 1개 발견된 건 어쩔 수 없어. 누군지 발견한 다음에 뺏는 걸로 가자.”
“좋아, 그걸 뺏는 것까진 인정. 근데 뺏은 뒤엔 누구 소유로 할 건데?”
“그건….”
모여든 플레이어들이 다들 침묵했다.
그리고 서로 뻔하게 눈치만 봤다.
“먼저 뺏은 놈이 임자지.”
“맞아. 어차피 능력 되는 놈이 먼저 뺏을 거고 그러면 인정해주자.”
“좋아. 근데 먼저 뺏은 놈이 나온다 치자. 걔 건 아무도 뺏으면 안 돼?”
또 다른 플레이어의 말에 동의하던 유저들이 멈칫 했다.
“그건….”
“뺏을 수 있지. 왜 못 뺏어? 뭐 침 발라놨냐?”
“맞아. 그것도 뺏을 수 있어. 마지막까지 황가의 보물을 갖고 황제한테 가기만 하면 이기는 거야. 어차피 이 퀘스트 먼저 깼던 애들한테도 비슷하게 들었다고.”
“좋아. 그렇게 하지.”
플레이어들은 서로 동상이몽을 하며 손을 잡는 시늉만 열심히 했다.
한편 선우는.
“이야, 베카 오늘따라 흡혈박쥐 속도가 기가 막힌다. 기가 막혀.”
이제 남은 건 황후의 반지와 투명망토였다.
선우가 3가지 황가의 보물을 모두 모으면 퀘스트는 클리어다.
그러면 다음 대륙으로 넘어갈 때 이득이 될 만한 보상을 받게 된다.
“이제 황후의 반지가 있는 곳을 찾아볼까?”
선우는 황제의 보검을 찾을 때 받은 보상으로 황후의 반지의 정보까지 알고 있었다.
다른 플레이어들보다 훨씬 앞서가고 있는 선우.
“황후의 반지는 서쪽 엘프의 숲에 있다고 했었지?”
로젠하임 대륙의 서쪽은 북부 산맥과 달리 드넓은 초원과 울창한 숲으로 가득한 땅이었다.
이곳은 엘프들의 성지 중 한 곳이라 불리는 엘리아의 숲.
로젠하임 대륙에 들어오는 마법사 플레이어들은 한 번쯤은 거쳐 가는 곳이라고 유명한 곳이기도 했다.
이곳에 황가의 보물 중 하나인 황후의 반지가 숨겨져 있다는 정보.
선우는 흡혈박쥐에 매달려 엘리아의 숲으로 향했다.
“가만 있자… 내가 황가의 보물 하나를 먼저 찾았으니까 이걸로 영상 편집해서 올려볼까?”
선우는 엘리아의 숲에 도착하자마자 잠깐 로그아웃을 했다.
“여보세요? 권 실장님? 저 선운데요.”
아이로드 컴퍼니의 권정아 실장에게 선우는 자신이 촬영한 황제의 보검 영상 샘플을 보내줬다.
어차피 소속사와 계약관계였으니 외부 유출은 금지.
선우가 믿고 공개해도 되는 건 현재로서 아이로드 컴퍼니였다.
이제 소속 에이전시가 생겼으니 자신이 촬영한 영상을 보내주면 에이전시 팀에서 각자 분담하여 영상 편집과 기존 영상과의 스토리를 만들어갈 테니까.
권정아의 반응은 예상대로였다.
– 어머머, 선우 님. 이걸 어떻게 찾으신 거예요?
“어떻게 하다 보니까요. 아무튼 제가 영상 자료 보내드렸으니까 저번에 판권 계약한 하이 오우거 영상하고 같이 잘 만들어 보세요.”
선우는 이제 일일이 영상 편집을 할 필요가 없었다.
아이로드 컴퍼니에서 선우가 보내주는 영상들을 각자 영화의 소스로 쓸 수 있도록 편집하고 있으니까.
권정아는 선우가 로젠하임 황제의 보검을 찾아냈다는 사실에 가장 놀라워했다.
로젠하임 대륙에서 다음 대륙으로 진출할 때 가장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최고의 퀘스트였으니까.
– 정말 대단하시네요. 설마 했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제가 정말 계약을 잘한 거 같습니다.
“그러면 실장님. 제가 황제의 보검 찾은 거 짤막하게 제 스트리밍 채널에 올려보려고 하는데 될까요?”
– 예? 그걸 공개하시려고요?
“공개라기보다는 일종의 떡밥이죠. 저도 지금부터 조회수가 좀 필요해서요. 돈 벌기엔 어그로만 한 게 없거든요.”
– 그러면 공개를 어떤 식으로 하실 건데요?
“일단 황제의 보검인지 아닌지 확실하지 않은 걸로 떡밥을 좀 뿌려보려고요.”
– 그 다음엔요?
“진짜라는 걸 확인시켜줘야죠. 대신 설명 같은 건 생략하고. 인증샷처럼요.”
– 음, 진짜인 걸 알면 틀림없이 다른 플레이어들이 선우 님을 쫓을 거예요. 좀 위험하지 않을까요?
“그게 바로 제가 노리는 거죠.”
– 예?
“관심을 끌기만 하면 안 되죠. 콘텐츠를 만들어야 되잖아요. 그러려면 뭐가 필요하겠어요?”
– 으음, 아무래도 전투 같은 거?
“그렇죠. 눈과 귀를 자극하는 액션이 있어야죠. 전투가 풍부해지려면 명분이 있어야 되는데 제가 황가의 보물을 찾았다는 것만큼 강력한 명분이 또 있겠어요?”
– 아, 그렇네요.
권정아는 선우의 말에 설득되어버렸다.
“그러니 권 실장님께서는 제가 보내주는 영상 편집하고 다른 일에 신경 써주세요.”
선우는 자신 있었다.
로젠하임 대륙의 모든 관심을 끌어모을 자신.
“이제 떡밥을 슬슬 뿌려볼까?”
선우는 자신이 찾은 황제의 보검을 약간 흐릿한 구도로 스크린샷을 찍은 다음 인피니티 로드 커뮤니티에 올렸다.
제목은 다음과 같았다.
[님들 이게 무슨 검 같음?]게시판의 조회수가 서서히 올라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폭발하기 시작했다.
댓글도 덩달아 폭발했다.
“역시 반응 좀 나오는군.”
선우는 댓글을 대충 확인해봤다.
-이거 그거 아님? 황제의 보검.
-황제의 보검 같은데 ㄷㄷ
-놀고 있네 ㅋ 저게 무슨 황제의 보검이냐? 그냥 비슷한 거 포토샵으로 짜깁기한 건데.
-이 떡밥은 쉰 떡밥임. 어그로에 낚이지 마라.
-떡밥 먹는 것도 지친다. 누가 좀 먹어라.
-황제의 보검 맞는 거 같은데.
-맞기는 뭐가 맞아? 황제의 보검 뭔지 직접 보기는 했냐?
댓글은 싸움이 번지고 있었다.
선우는 일부러 댓글싸움을 유도해낸 것이다.
댓글에서 싸움이 일어나야 댓글이 가장 빠르게 늘어나니까.
그리고 댓글의 개수가 많을수록 사람들의 클릭 수가 더 많아졌다.
궁금해서 댓글을 보려고 들어오는 것이다.
조회수가 많아지면 당연히 실시간 베스트 게시물에 랭크가 된다.
그러면 더 많은 사람들이 보면서 댓글로 싸움을 하고 조회수는 계속 늘어나는 선순환이 발생한다.
“조회수야 올라라, 올라라.”
선우는 깔깔거리며 모니터 앞에서 댓글만 클릭하고 있었다.
댓글은 서서히 게시물을 올린 선우에게 향했다.
-야, 이거 올린 놈 뭐라고 해명 좀 해라. 떡밥 투척하고 튀었냐?
-합성이라니까. 그러니까 설명도 없고 사진만 올리고 튀지.
-백퍼 포토샵 합성. 아니면 내가 인피니티 로드 아이템 다 경매에 내놓는다.
-이거 황제의 보검이면 대박인데.
-작성자님 설명 좀 해주시죠. 이렇게 다짜고짜 사진만 투척하고 튀면 어쩌라고요?
댓글 싸움의 불만이 쌓여갈 무렵.
“이제 인증샷을 여기서 날려주면~”
선우가 황제의 보검 이미지 샷이 깨끗한 걸 골라 다시 올렸다.
제목은 이랬다.
[사진 화질 깨끗한 걸로 올릴게요. 이거 진짜 무슨 검인지 아시는 분?](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