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wait, you will level up RAW novel - Chapter 87
제86화
선우는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과 아이템을 하나씩 분류하고 있었다.
“야, 다 꺼내봐. 뭐뭐 있나 보자.”
2연승을 거둔 선우네 팀은 콜로세움에서 조금씩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었다.
“대박. 야, 이거 쩔어. 반지 옵션 끝내준다.”
“역시 아누비스 길드다. 이런 템들을 혼자서 독식하고 있으니 콜로세움 승률이 그렇게 높지.”
“이거 팔면 얼마 받을까? 현금 시세 천만 원은 무조건 넘을 거 같은데.”
“이건 최소 3천만 원 각이다.”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은 저마다 감탄을 하면서 아누비스 길드의 아이템을 구경했다.
독버섯 길드원들이 갖고 있던 아이템들은 일부는 자신들이 돈을 투자해서 마련한 고가의 아이템이었다.
나머지는 아누비스 길드로부터 신뢰관계를 쌓고 빌려온 아이템들.
이번 결투에서 선우가 얻은 수확은 바로 아누비스 길드의 아이템들이었다.
“야, 어차피 퀘스트 포인트는 넉넉하게 또 모을 수 있어. 굳이 다른 아이템 살 필요도 없고. 이건 지금 당장 경매장에 올려서 현금으로 팔아버리자.”
“그, 그래도 될까?”
체로키와 라비트가 선우에게 물었다.
“왜? 문제 있냐?”
“아니, 그렇다기보다는 이거 아누비스 길드 애들이 아끼던 아이템들이잖아. 현금으로 팔아버리면 아마 더 날뛸 거 같은데.”
라비트의 말에 선우가 히죽거리며 웃었다.
“그러라고 파는 거지. 야, 저번에 들어보니까 아누비스 길드랑 아주 원수지간인 길드가 레비아탄 이라며?”
“응. 레비아탄하고는 어디서든 보기만 하면 서로 처 죽이려고 하지.”
“잘 됐네. 야, 너희들 레비아탄 애들하고 연락 할 수 있는 애들 없냐?”
“레, 레비아탄은 또 왜?”
“걔들한테 이 아이템 다 팔려고.”
“뭐어어?”
체로키와 라비트 그리고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은 아연실색했다.
“야, 선우야. 레비아탄 애들한테 아누비스 길드 아이템을 팔겠다는 거야? 제정신이야?”
“너, 진심으로 하는 소린 아니지? 그냥 해본 소리지?”
“진짠데. 아누비스 길드가 레비아탄이랑 라이벌이고 원수지간이라며? 그러면 레비아탄 길드가 어떻게든 이 아이템을 더 비싸게 사줄 거 아니겠어?”
선우의 말에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은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렇기야 하지. 근데 뒷감당이 너무 커질 거 같은데.”
“야, 웃기는 소리 하고 있어. 커지긴 뭘 커져? 어차피 우리가 이긴 아이템 정당하게 돈 받고 팔았고 아누비스 애들이 템 되찾고 싶으면 레비아탄 애들하고 한판 뜨면 되는 거 아냐?”
선우는 이미 아누비스 길드와 레비아탄 길드를 어떻게 가지고 놀면 되는지 구상을 끝낸 뒤였다.
“너 설마 레비아탄 하고 아누비스를 이간질 시켜서 전쟁 벌이려는 거야?”
“누가 이간질 시켜? 난 그냥 아이템만 팔 건데. 야, 레비아탄하고 연락 닿는 애들 없냐?”
“내가 알고는 있어.”
체로키가 말문을 열었다.
“오케이. 그러면 체로키 네가 레비아탄 길드원들한테 이야기 좀 해봐. 아누비스 쪽 물건 살 생각 없냐고.”
“지금 귓말 보내볼게.”
독버섯 길드 마스터 시절 체로키는 레비아탄 길드원들과 몇 번 맞닥뜨린 적이 있었다.
아누비스 길드와 혈맹관계를 맺기 전에는 레비아탄 길드와 꽤 돈독하게 지냈었으니까.
레비아탄 길드와 서먹해진 것은 아누비스 길드와 혈맹을 맺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였다.
“어떤 아이템을 팔 거냐고 물어보는데?”
“일단 아누비스 꺼 목록 쫙 다 알려줘. 그 다음 한꺼번에 사들이면 10% 할인 해준다고 꼬셔.”
선우의 말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체로키였다.
“이쪽으로 온대.”
“야, 고객님 오시니까 아이템 나한테 다 몰아넣어.”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은 아이템들을 다 선우에게 넘겼다.
* * *
“어이, 체로키. 오랜만이다.”
“아, 코딱충. 반갑다.”
체로키가 코딱충이라고 부르는 플레이어는 잘 다져진 근육질 몸에 양손에 건틀렛을 끼고 있었다.
이마에는 넘실거리는 바다를 휘젓는 용의 대가리가 문신으로 새겨져 있었는데, 이게 레비아탄 길드의 상징이었다.
“야, 쟤는 코딱충이 닉네임이냐? 뭐 저딴 걸로 짓냐?”
선우는 아무리 봐도 코딱충의 닉네임이 웃겼다.
라비트가 들리지 않게 귓속말로 설명해줬다.
“쟤도 록희처럼 무투가 클래스야. 손가락으로 코를 딱 하고 튕기면 맞은 상대가 벌레처럼 바닥에 뒹군다고 해서 코딱충이라고 불러.”
“풉.”
선우의 웃음소리를 들은 코딱충이 다가왔다.
“야! 들리잖아! 조용히 해.”
“큭큭큭.”
“체로키에게 대충 말 들었다. 네가 김선우냐? 아누비스 길드 애들 물건을 다 먹었다며?”
“어, 그래 내가 그걸 다 갖고 있지.”
“물건 좀 보여줄래?”
“물론이지.”
선우는 아이템창 화면을 열었다.
코딱충 역시 선우와 마주서고 아이템창 화면을 바라봤다.
그 다음 아이템 거래 화면이 생성되자 선우는 아이템들을 하나씩 올려놨다.
한꺼번에 많은 아이템들을 진열시켜놓고 감상할 수 있는 화면 시스템이었다.
“어떠냐? 이게 다 아누비스 길드 소유 아이템들이다.”
“흐음~ 꽤 값진 물건들이 많은데. 이 중에는 나도 갖고 싶었던 것도 있고 처음 보는 물건도 있고… 이거 설마 너희가 아누비스 애들 깨고 먹은 거냐?”
“아니. 독버섯 길드라고 여기 있는 체로키가 한때나마 이끌다가 버린 길드 있어. 그 길드 애들하고 한판 붙었거든. 걔들이 아누비스 애들한테 빌려온 것들이야.”
코딱충이 체로키를 보며 물었다.
“야, 체로키. 너 길드 깼냐? 이제 안 하고 얘 밑으로 들어간 거야?”
“어, 뭐 어쩌다 보니까.”
“그러게 내가 뭐라고 그랬냐? 진즉에 내 말 듣고 레비아탄으로 넘어 오라니까. 그러면 아누비스 애들한테 그런 수모 안 겪고 살 거 아니야?”
“다 지나간 얘기다. 그만하자.”
코딱충은 갑자기 딱한 눈빛을 체로키에게 뿌렸다.
“좋아, 뭐 그래도 옛정도 있고 하니까 여기 있는 물건들은 길드 차원에서 다 사들일게.”
“고맙다. 딱충아.”
“김선우. 이거 얼마에 팔 거냐? 단품으로 넘길 거야? 아니면 세트로 넘길 거야?”
“당연히 세트지. 풀 패키지 세트로 한 번에 다 사버리면 10퍼센트 할인 해줄게.”
“이거 아이템 개수가 대충 보니까 50개가 넘는데 한 번에 사면 꽤 큰돈이 들어. 내가 레비아탄 길드의 총무 역할을 맡고 있지만 이 정도면 그래도 좀 더 할인해줄 수 있지 않아?”
“할인을 논하기 전에 얼마까지 쏠 수 있는지 알아야겠다. 얼마 베팅할래?”
선우의 말에 코딱충이 잠깐 고민했다.
이 타이밍을 놓칠 리 없는 선우가 말문을 열었다.
“이건 아누비스 길드의 아이템들이 많아. 독버섯 애들도 보니까 전 재산 털어서 비싼 걸로 치장하고 다녔고. 너희들이 이걸 쓰던지 아니면 대여해서 돈을 받던지 이것저것 쓸 모가 많을 거다. 이왕 지를 거 아주 세게 지르는 게 앞으로의 길드 살림에도….”
“알았어, 알았어. 일단 조용히 좀 해줄래? 나도 생각 좀 하자고. 아무리 길드에 돈이 넉넉해도 무턱대고 나 혼자 막 질러버릴 위치는 아니라고. 알았냐?”
선우는 손가락을 입술 끝에 대고 지퍼 닫는 시늉을 했다.
“흐음, 이 칼은 아누비스 길드의 공대장 한 놈이 아끼던 콜렉션 아니야?”
“맞아. 뭐라더라? 팔면 5천만 원이랬나?”
옆에서 선우가 띄운 거래 화면을 지켜보던 체로키가 거들었다.
“아마 그 공격대장이 제 2공대장 어쩌고 하던 걸 보니 불나방이 모으는 아이템 같아.”
“푸하하하! 불나방 꺼였군! 그래 맞아! 그 자식 이런 거 엄청 모았지. 푸핫!”
코딱충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불나방의 콜렉션이라면 반드시 구입할 가치가 있지. 이걸로 놈 신경을 아주 팍팍 긁어서 후벼 파버릴 수 있으니까.”
코딱충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아마도 불나방이라는 아누비스 플레이어와 맺힌 게 많은 모양이었다.
선우는 다시 아이템 판매를 이어갔다.
“불나방인지 날벌레인지 걔 꺼 말고 다른 것도 있어. 쭉 봐라.”
선우의 말빨은 계속 코딱충의 귀를 유혹했다.
생각 없이 듣다보니 정말 그럴 듯 했고 코딱충은 어느 순간 선우의 설명을 들으며 고개만 끄덕끄덕거렸다.
“이렇게 다 합친 금액 얼마까지 지를 수 있냐?”
선우가 마무리 멘트를 쳤다.
마지막까지 자신이 얼마에 팔겠다는 말은 안 하는 선우였다.
“흐음~ 넌 이걸 얼마에 다 팔 생각인데?”
코딱충이 넌지시 선우의 의중을 떠 봤다.
하지만 넘어가지 않는 선우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네가 살 거잖아. 잘 생각해 봐. 아누비스 길드가 어떤 길드냐? 아르콘 대륙 현재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길드잖아. 그럼 너네 레비아탄은 뭐하는 길드지? 그 아누비스를 턱 밑에서 바짝 쫓고 있는 길드 아니야? 야, 체로키. 맞지?”
체로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길드가 아누비스 길드의 아이템들을 쫙 사들인다면 사람들은 뭐라고 할까? 우와~ 대체 저걸 어떻게 구했을까~ 역시 레비아탄 멋져~ 어디서 아누비스 애들하고 한판 떠서 먹었나보다~ 우와~ 하지 않을까?”
추임새와 온갖 시늉을 하면서 구연동화를 펼치는 선우였다.
코딱충은 점점 진중한 표정으로 선우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건 그래.”
고개를 끄덕이는 코딱충에게 선우가 쐐기를 박아 넣었다.
“야, 코딱충. 아누비스 애들한테 엿 먹이고 싶은 생각 없냐?”
이젠 감성을 자극하기로 했다.
“엿? 엿만 먹이는 게 아니라 칼도 먹이고 싶지.”
“바로 그거야! 그 자세. 그 마음가짐으로 이 칼을 사라고. 그 다음 이 칼의 주인이었던 불나방의 가슴팍을 팍 꽂아버리면 그 쾌감은 크으… 어떠냐?”
코딱충은 선우의 설명을 들으면서 거의 홀리고 있었다.
“그렇네. 아, 니 말 듣고 보니 진짜네. 이거야. 이거 불나방이 아끼던 칼이었었지. 이걸로 그놈을 잡아버리면 완전 멘붕 터지겠네.”
“그렇지! 내 말이 그 말이라니까.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게 아니라 믿는 칼에 목이 뎅겅! 이걸 보여주면 아누비스 길드 이미지 좀 더러워지는 데 도움 되지 않겠냐?”
“좋아. 다 산다!”
“얼마냐? 질러!”
선우가 코딱충의 결정에 맞장구를 쳐줬다.
“4억! 현찰로 4억 줄게.”
“오케이. 그러면 10퍼센트 할인해서 3억 6천만 원이다.”
“야, 아이템 개수 보니까 60개 가까이 되는데 10퍼센트는 너무 짜다. 20퍼센트 할인해줘.”
“좋아, 그러면 서로 5퍼센트씩 양보하자. 15퍼센트. 더 이상은 할인 못해줘.”
선우의 말에 코딱충이 동의했다.
“15퍼센트. 콜!”
“그럼 3억 4천만 원 내면 이 아이템들 싸그리 넘겨줄게.”
독버섯 길드가 아누비스 길드에서 빌려온 아이템들은 하나하나 모두 천만 원대의 고가였다.
이걸 제외하고도 나머지 독버섯 길드의 아이템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들이 많았다.
60개 가까운 물량이니 한 번에 사들이는 조건으로 3억 4천에 거래를 성사시키는 선우.
이를 바라보던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은 혀를 내둘렀다.
“와, 쩐다. 레비아탄 길드를 상대로 저렇게 겁 없이 거래하는 놈 처음 봐.”
“진짜 말빨은 장난 아니구나.”
코딱충은 먼저 선우에게 가상 계좌로 길드의 자금 중 3억 4천만 원을 송금했다.
돈을 확인한 선우는 코딱충에게 아이템을 모조리 넘겼다.
“김선우, 네 이야기는 꽤 들었는데 거래해보니 썩 나쁘지는 않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하하하.”
“야, 체로키. 난 갈 테니까 아누비스 애들한테 안부나 전해줘. 너희들 아이템 잘 쓰고 있다고.”
코딱충이 사라졌다.
“야, 이제 모여봐. 방금 번 돈을 정산해줄 테니까.”
선우의 말에 플레이어들이 사료 냄새 맡은 고양이 떼처럼 몰려들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