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r Husband is Cute, it’s Hard to Resist RAW novel - Chapter (142)
남편이 귀여우면 답도 없다 145화(144/145)
클레이츠 왕국 출발 당일.
집합 장소에 도착하니 예상치 못한 사람이 와 있었다.
‘저놈이 왜 여기 있지?’
나는 사절단 사이에 당당하게 끼어 있는 델로스의 모습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놈의 옆에는 제스도 함께였다.
“짐 좀 조심히 나르란 말이야! 하나라도 망가지면 네놈들에게 전부 책임을 물을 것이다.”
델로스는 자신의 짐을 나르는 하인들을 향해 한결같이 쓰레기 같은 면모를 보여 주고 있었다.
바로 그때 주변을 살피던 델로스와 눈이 마주쳤다.
“오, 달리아.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 아, 맞다. 너도 이번 사절단에 같이 간다고 했었지?”
나를 발견한 델로스는 마치 내가 올 것을 몰랐다는 양 한껏 놀란 척을 하며 내 쪽으로 빠르게 다가왔다.
스윽.
델로스가 점점 가까워져 오자 에반이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내 앞을 막아 주었다.
“안녕하십니까. 이황자 전하.”
“……뭐, 안녕은 하지.”
델로스는 자신의 앞을 막아선 에반을 보곤 껄끄러운 기색을 숨기지 않고 인사를 받아 주었다.
이어서 다 들리도록 혀를 차는 행태를 지켜보던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델로스를 향해 말을 걸었다.
“황자님이 왜 여기 계시는 거죠?”
“왜 여기 있기는. 나도 이번 사절단에 합류하기로 했어. 오랜 전쟁이 끝나고 열리는 화합의 장에 내가 빠질 수는 없잖아?”
당당히 가슴을 앞으로 쭉 내민 채 대꾸하는 모습에 절로 어이가 없어졌다.
‘네가 전쟁을 끝내는 데 뭐 보태 준 게 있다고.’
전쟁이 이어지는 동안 수도에서 몸 편히 지낸 이가 하기엔 적절치 않은 말이었다.
‘게다가 며칠 동안 야영해야 할지도 모르는 여정에 동행한다고?’
내가 알기론 델로스는 마차를 타고 멀리 나가는 외부 일정을 극도로 싫어한다.
오래도록 마차를 타거나 숲속에서 하는 야영 등 전부 유별난 그의 성정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갑자기 왕국으로 출발하기 직전에 합류하는 건 매우 수상쩍어 보이기 충분했다.
“그 눈빛은 뭐야? 내가 어디 가면 안 될 곳을 가는 것도 아니고.”
그런 내 눈빛을 읽었는지 델로스가 발끈하며 시비조로 말을 걸어왔다.
“이 이상 가까이 오지 마십시오.”
내게 다가오려는 델로스를 본 에반이 차갑게 표정을 굳히며 낮게 읊조렸다.
순식간에 험악해진 공기 속에 무어라 말을 꺼내려던 순간.
“아, 다들 여기 있었군.”
무거운 공기를 뚫고 울리는 부드러운 목소리에 주변 공기가 환기되었다.
“음? 델로스. 공작 내외와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것이냐?”
“……아뇨. 없습니다.”
“그래. 그럼 이제 출발할 시간이 거의 다 되었으니 네 마차로 가는 게 좋겠구나.”
비에른이 등장하자 기가 한풀 꺾인 델로스는 분한 듯 주먹을 말아쥐다가 이내 제 마차로 돌아갔다.
“자, 우리도 이만 마차로 가지.”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가려는 비에른에게 에반이 굳은 얼굴로 말을 걸었다.
“이번 사절단 일정에 이황자는 포함되지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나도 여기 도착해서야 합류 사실을 알았어.”
에반의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비에른은 우리가 도착하기 전에 있던 상황을 알려 주었다.
왕국으로 출발할 준비를 거의 마친 때.
난데없이 델로스가 나타나 자신도 이번 사절단 일정에 합류하게 되었다며 황제의 인이 찍힌 공문을 내보였다고 한다.
“아마 승계 시험의 공정함을 들먹이면서 떼를 쓴 것 같더라고. 그것과 별개로 굳이 왜 왕국으로 따라가려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경비를 더 강화해야겠습니다.”
비에른의 설명을 듣던 에반은 틀림없이 무슨 꿍꿍이가 있을 거라며 주변을 더욱 경계하기 시작했다.
‘곤란하네. 안 그래도 왕국으로 가는 거 때문에 이미 한껏 예민해져 있는데.’
나는 굳은 얼굴로 델로스 쪽을 주시하고 있는 에반을 흘끔 바라보다 작게 침음했다.
왕국으로 출발할 날이 점점 가까워지는 것과 동시에 에반의 상태도 나날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제대로 힘을 쓸 수 없는 타국으로 가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신경 쓸 게 많은데 거기에 더해 평생 볼 일이 없다고 여겼던 생물학적 핏줄을 보러 가는 거니까 말이다.
“너무 무리하지 마. 어차피 함께 가는 동안 무슨 짓을 벌이고 싶어도 못 할 테니까.”
에반처럼 델로스가 있는 쪽을 살피던 비에른은 긴장을 풀라는 듯 에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괜히 가는 동안 힘 빼지 말라는 소리였다.
“갈 길이 머니 이제 정말 출발하지.”
말을 마친 비에른이 마차에 오르는 걸 시작으로 주변에 있던 이들도 각자 자리로 향했다.
이제 정말 클레이츠 왕국으로 출발할 때였다.
***
빠르게 달리는 마차 안.
나와 함께 마차에 탄 조이는 아까부터 창밖에서 시선을 떼지 있지 못했다.
“오빠. 아까부터 뭘 그렇게 뚫어지게 보고 있는 거야?”
“어엉? 아니…….”
나는 곧장 조이의 옆에 붙어 창밖을 내다봤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으로 고개를 돌리니 델로스가 탄 마차가 보였다.
마차는 커튼이 쳐져 있어 안이 보이지 않았지만 내부에 누가 있는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혹시 제스 때문에 그래?”
델로스와 함께 마차에 타고 있는 마법사.
이번 사절단 여정에 델로스를 보필하기 위해 따라왔는지 제스는 한시도 델로스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제스를 이번에 처음으로 마주하게 된 조이는 출발할 때부터 제스가 탄 마차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이제는 좀 물어보자. 제스랑 어떻게 알고 있는 사이야?”
조이가 제스와 아는 사이라는 것은 이미 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전에는 그가 과거를 밝히고 싶어 하지 않아 물어보지 못했지만 이제는 아니지 않은가.
“혹시 친구였어?”
“아, 친구는 무슨! 그런 낯간지러운 사이였을까 봐?”
친구 같은 게 아니라며 극구 부인하는 조이의 모습에 나는 희한하다는 듯한 눈빛 보내며 되물었다.
“그런 거치고는 엄청 신경 쓰고 있는 것 같은데.”
“그냥, 진짜 살아 있는 걸 보는 게 신기해서…….”
작게 웅얼거리는 조이를 빤히 쳐다보고 있노라니 마침내 그가 두 손을 들며 입을 열었다.
“실험실에 갇혀 있었을 때 내 옆 철장에 있던 녀석이었어.”
이어서 나온 말에 깜짝 놀란 나는 두 눈을 홉뜬 채 질문을 던졌다.
“제스가 오빠처럼 실험실에 갇혀 있던 실험체였다고?”
흑마법 집단의 최측근이라고 할 만한 마법사가 과거 흑마법 실험의 실험체였다니?
전혀 예상치도 못한 과거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자 조이가 이어서 말을 덧붙였다.
“응. 다른 실험체들이 한 달도 못 버티고 죽는 곳에서 저 녀석은 나랑 같이 4년이나 넘게 버텼었어. 그런데 그때 분명 죽었다고 들었는데…….”
차가운 철창 너머 4년을 함께 했던 사이.
서로 이름 대신 실험 번호로 부르며 간간이 실없는 대화를 나눈 게 전부라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실험을 받으러 간 제스가 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아 의아하던 때 그가 죽어서 바깥에 버려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차피 죽어 나가는 사람들이 한둘인 곳도 아닌데 이상하게 걔가 죽었다는 소식은 믿기 힘들더라고. 그런데 그것도 뭐, 다시 실험이 시작되고 나니까 잊혀지더라.”
누군가의 죽음을 애도할 새도 없이 죽을 만큼 고통스러운 실험을 연달아 받았을 오빠를 떠올리니 절로 마음이 착잡해졌다.
“그런데 그랬던 놈이 버젓이 살아서 지금 널 죽이고 싶어서 안달 난 이황자 옆에 붙어 있는데 내가 안 놀라고 배겨?”
“다른 사람으로 착각했을 가능성은 없는 거지?”
“응. 틀림없이 그 녀석이야.”
말을 마친 조이는 다시 창문에 달라붙어 델로스의 마차를 뚫어질 듯 노려보았다.
조이를 따라 마차에 시선을 준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목을 울렸다.
상식적으로 자신을 죽을 만큼 괴롭힌 집단에 자발적으로 들어가는 이가 어디 있겠는가.
‘내가 미래를 알고 있지 않았다면 무슨 사정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겠지만…….’
나는 제스만큼은 절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내가 죽기 직전까지 델로스를 보필한 유일한 이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