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r Husband is Cute, it’s Hard to Resist RAW novel - Chapter (143)
남편이 귀여우면 답도 없다 146화(145/145)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나는 제스에 대한 연민을 털어 버리려고 했다.
“흠…….”
그러나 몇 가지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조이의 존재를 진작에 알고 있었으면서도 아무런 반응이 없던 건 역시 이상하긴 해.’
수도에서 제스를 처음 대면했을 때 그는 이미 내가 조이의 도움으로 목숨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만약 제스가 곧장 집단에 그 사실을 알렸다면 내가 지금까지 무사히 살아남긴 힘들었을 테다.
그렇다는 건 지금 제스는 조이의 존재를 일부러 묵인해 주고 있다는 소리였다.
‘무슨 속내인지 도통 알 수가 없네.’
단순히 오빠와의 옛정을 생각해서 그런 건 절대 아닐 텐데…….
그렇게 제스의 속내에 대해 고민하는 사이 마차가 서서히 멈추는 게 느껴졌다.
달칵.
열린 마차 문 사이로 에반이 들어와 말을 꺼냈다.
“해가 지니 오늘은 이만 이곳에서 야영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원래라면 에반도 함께 마차를 타고 가야 했으나 델로스가 합류한 걸 알고선 이렇게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고 있었다.
마차 밖으로 나서니 이미 손 빠른 기사들에 의해 그럴 듯한 야영지가 갖춰지고 있었다.
“이쪽에서 쉬고 계십시오. 저는 주변을 좀 둘러보고 오겠습니다.”
“앗, 에반……!”
뭐가 그리 마음이 급한 건지.
이름을 부르기도 전에 그는 이미 저 멀리 훌쩍 멀어지고 있었다.
***
“안 피곤한가…….”
나는 야영지 구석에 앉아 기사들 틈에서 바삐 돌아다니고 있는 에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야영지 주변 탐색을 마친 후에도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기사들에게 지시를 내리기 바빠 보였다.
“말 걸 틈도 없이 바빠 보이네요.”
걱정스러운 눈으로 에반을 바라보고 있던 그때 누군가 내 옆에 앉아 말을 걸어왔다.
비에른이었다.
“어지간히도 걱정이 되나 봅니다.”
나처럼 에반이 있는 곳을 잠시 응시하던 비에른은 나만 들으라는 듯이 목소리를 낮추며 말을 이었다.
“출발하기 전에도 그렇게 이번 일정에서 부인을 빼려고 하더니만…… 저 상태라면 왕국에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지쳐 쓰러지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처음 듣는 얘기에 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에반이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출발 전 걱정하지 말라며 다독여 주던 에반의 모습이 떠올랐다.
사고 이후 다시 왕국에 방문하는 게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는지 며칠 잠을 설쳤던 내게 에반이 해 준 말이었다.
‘나한테는 다 괜찮을 거라고 했으면서.’
내 앞에서는 의연한 척했지만 지금 그 누구보다 날 걱정하고 있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이미 왕국의 초대를 받은 이상 일정에서 빠지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에반 역시 알고 있었을 텐데 말이다.
“저는 에반이 더 걱정인데요.”
비에른의 말을 들은 나는 착잡한 표정으로 작게 중얼거렸다.
내 걱정만으로도 저렇게 몸과 마음이 바쁜데 왕국으로 가면 자신을 버린 가족까지 마주하게 되는 게 아닌가.
나로서는 지금 에반의 속이 어떨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음, 에반의 가족에 대해 알게 되셨나 보군요?”
그런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비에른이 툭 한마디를 던졌다.
순간 내가 속으로 한 말을 입 밖으로 내뱉었나 싶어 비에른을 쳐다봤다.
“아쉽지만 독심술은 하지 못해요.”
하여간 눈치는 기가 막히게 빨라서는.
내가 무슨 말을 할 건지도 눈치챘는지 묻기도 전에 답변이 돌아왔다.
이렇게 된 거 나는 전부터 그에게 궁금했던 걸 물어보기로 했다.
“그래서 에반을 그렇게 아끼셨던 건가요?”
단순히 친우를 아끼는 마음과 별개로 그가 에반을 아끼는 데 다른 부수적인 이유가 더 있는 것같이 보였기 때문이다.
비에른은 내 질문에 고민하듯 턱을 괴고 있던 손가락을 몇 번 까딱거리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참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뭐가요?”
“제가 후에 황위를 잇고 에반 역시 클레이츠의 왕이 된다면 역사에 길이 남을 평화의 시대가 도래할 것 같았거든요. 전 그 역사의 한 페이지에 이름을 장식하고 싶었고요.”
이왕 타고난 핏줄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사용하면 좋지 않냐며 비에른이 말을 덧붙였다.
여태 실패라는 게 뭔지 모르고 자란 이의 포부라고 해야 할지.
오만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정말 추진할 것만 같은 태도에 나는 단호한 목소리로 반박했다.
“그렇지만 에반은 왕국 사람이 아닌걸요. 왕국을 떠나 제국을 위해 검을 잡았을 때부터 그는 이미 제국 사람이 된 거죠.”
지금도 제국을 위해 열심인 에반을 왕국 사람으로 여기는 건 그가 결정한 인생을 부정하는 것과 같은 일이 아닌가.
내 말에 비에른은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커다란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이런. 한 대 맞은 것 같네요.”
이게 눈물까지 흘릴 정도로 웃긴 말인가 싶었지만 조용히 그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렸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된 비에른은 아직 웃음기가 남은 목소리로 나지막이 말했다.
“똑같은 말을 들은 게 벌써 두 번째네요. 사실 당사자도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길래 진즉 포기한 일이기는 합니다.”
“둘이서 무슨 얘기를 그렇게 즐겁게 합니까?”
바로 그때 에반이 나타나 말을 걸어왔다.
일을 다 마치고 온 것인지 그의 손엔 갓 만든 듯한 음식이 들려 있었다.
내 옆에 붙어 즐겁다는 듯이 웃고 있는 비에른에게 에반의 차가운 시선이 닿았다.
“그냥, 두 사람이 천생연분이라는 얘기를 하고 있었지. 그건 그렇고 손에 들린 건 내 건가?”
“아닙니다.”
비에른의 기대를 무참히 박살 낸 에반은 담당 시종에게 가 보라며 단호하게 일괄했다.
“이거 서러워서 살 수가 없군.”
비에른은 에반의 냉대에 익숙하다는 듯 전혀 서럽지 않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공작부인. 대화는 즐거웠습니다.”
비에른이 자리를 떠난 후 에반이 내 옆이 털썩 앉으며 말을 걸었다.
“언제 그렇게 일황자와 친해지셨습니까?”
오랜만에 듣는 것 같은 퉁명스러운 말투에 작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친해진 적 없어요. 정말 잠깐 얘기만 나눈 게 다인걸요.”
“계속 친하게 지내지 마십시오. 당신이 몰라서 그렇지 보이는 것과 달리 속내는 이상한 변태 같은 남자입니다.”
“헉,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그래요?”
자신의 친우이자 상관을 신랄하게 까 내리는 말에 나는 우선 주변부터 살폈다.
에반의 말에 십분 동의하는 바이지만 혹여 그에게 피해가 갈까 염려가 된 탓이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무도 없습니다. 그나저나 형, 보좌관은 어디 갔습니까?”
나를 안심시킨 에반은 내게 음식을 건네주며 조이의 행방을 물었다.
조이는 자신이 내 오빠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 유독 에반한테만은 ‘형님’이라는 호칭을 강요해 왔는데 어찌나 진득하게 굴었는지 이젠 에반이 먼저 형님이라고 부르다 중간에 흠칫할 정도였다.
빠르게 호칭을 정정하는 에반을 보며 속으로 웃던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아까 마차를 너무 오래 타서 산책 좀 하고 온다고 했어요. 이제 슬슬 돌아올 때가 됐는데…….”
***
같은 시각.
조이는 야영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301호. 네가 어떻게 살아 있는 거야?”
조이는 다시 볼 일이 없을 거라 여겼던 이를 마주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오랜만이야. 120호. 아니, 이제는 조이라고 불러야 하나? 너랑 잘 어울리네.”
제스는 자신을 경계하며 노려보고 있는 조이를 향해 산뜻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빌어먹을 안부 인사는 됐어. 대체 네가 어떻게 그 개자식들이랑 한패가 된 거야? 이황자 놈 옆에 붙어서 달리아는 왜 죽이려고 하는 건데.”
“달리아? 고용주 이름을 막 부를 정도로 친해졌나 보네.”
제스의 말에 조이는 아차하는 얼굴로 말을 아꼈다.
자신이 펠드로랑의 실종된 장남이었다는 사실은 아직 밝힐 때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묻는 말에나 대답해.”
“오랜만에 만났는데 섭섭한걸. 하긴, 우리가 추억할 과거가 없기는 하지.”
제스는 사나운 기세로 자신을 몰아붙이는 조이의 태도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바로 그때.
여태 계속 여유로운 미소를 달고 있던 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고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시간이 없으니 본론만 말할게. 나는 지금이라도 네가 달리아 펠드로랑을 버리고 떠났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