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102
101화
쾅쾅쾅!
내가 미친놈처럼 문을 계속 두드리자, 대문이 살짝 열렸다.
틈 사이로 짜증이 잔뜩 나 보이는 험악한 면상이 나타났다.
“이런 X발. 너 뭐야?”
“좋은 말씀 나누러…….”
쾅!
농담인데 거참 팍팍하네.
쿵쿵.
“농담이고. 유선규 좀 불러 주쇼.”
끼익.
내 입에서 나온 이름에 다시 문이 살짝 열렸다.
“그 이름을 어디서 듣고 왔는지 몰라도, 뒈지기 싫으면 꺼져라. 두 번은 없다.”
살벌해진 면상의 소유자가 문틈 사이로 번쩍이는 칼날을 보여주며 날 위협했다.
하지만 그런 걸 신경 쓸 내가 아니다.
“나도 두 번 오기 싫으니까 열어.”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고작 문지기 주제에 말이 더럽게 많네.”
쯧쯧.
나는 배에 힘을 주고 크게 소리쳤다.
“유선규-! 얘기 좀 하자-!”
“이런 개쉐끼가 미쳤……!”
잠금을 풀고 황급히 튀어나오는 놈의 다리를 걸어 패대기쳤다.
떨어진 칼을 발로 차 버리고 대문 안으로 들어섰다.
“실례합니다-.”
유선규.
삼합회 성남지부의 대가리로, 전생에서 주철수랑 커넥션이 있던 놈이다.
과거엔 나도 몇 번 마주치긴 했었고.
그나마 미친놈들 집단 간부치곤 말이 좀 통하는 놈이라 이렇게 막 나가고 있는 거다.
최소한 사람 얘기 들어보지도 않고 쑤셔 버리는 성격은 아니거든.
“이 미친놈!”
“죽여!”
그런데 부하들은 아닌 모양이네.
주택의 문이 열리더니, 연장을 든 두 놈이 튀어나왔다.
“얘기만 하고 간다니까.”
나는 찔러오는 칼을 몸을 틀어 피한 뒤, 얼굴을 붙잡고 다리를 걸어 공중에 띄웠다.
퍽-!
“컥!”
공중 콤보로 한 놈을 날려 버리고 다가오는 쇠파이프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카앗!”
왜 깡패 새끼들은 이렇게 몸의 대화를 좋아할까.
손으로 쇠파이프를 붙잡고는 다시 원래 주인의 머리에 돌려줬다.
깡!
“억.”
쓰러진 두 놈이 나온 문 안으로 들어갔다.
대화 한번 하기 참 힘드네.
거실로 가니까 평범한 아저씨 하나가 상을 차려 놓고 라면을 흡입하는 게 보였다.
“앉어라.”
“어.”
수염이 듬성듬성 난 남자가 맞은편을 가리켰다.
후루룩.
“어떻게 알고 왔어?”
“그건 알 거 없고. 손해배상 좀 해 줘야겠는데.”
“재밌네.”
그릇을 내려놓은 남자, 유선규가 들고 있던 젓가락을 나한테 겨눴다.
왜, 자기에 비해 새파랗게 어린놈이 반말로 나오니 기분 나빠?
“돈 귀신이랑 아귀. 삼합회 소속 맞지?”
“내가 그걸 말해 줄 필요가 있나?”
탕!
손바닥으로 책상을 내리치자 국물이 튀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유선규를 노려봤다.
“그럼 네 후임자한테 듣지 뭐.”
“…….”
내 얼굴과 상에 흐른 라면 국물을 번갈아 보던 유선규가 피식 웃었다.
“어디 소속이야?”
“말했잖아, 알 거 없다고. 내 질문에만 대답해. 지금 전화 한 통으로 경찰이 여길 덮치게 할 수도 있으니까.”
내 일방적인 협박에 유선규는 졌다는 듯 양손을 들었다.
안 그래도 대대적인 범죄 수사 탓에 사리고 있는 마당.
나를 믿든 안 믿든 리스크를 지고 싶진 않겠지.
“대화를 통해 신사적으로 해결하자고. 젊은 친구.”
“부하들한테도 진작 말하지 그랬어.”
“주의하지. 최근 우리 쪽 애들이 일으킨 문제라곤 검사 건밖에 없을 텐데, 그와 관련된 거겠지?”
“잘 알고 있네.”
손을 내린 유선규가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쪽 지시는 없었다. 전귀의 단독 행동이야.”
“지랄. 아귄지 뭔지 하는 놈이 위에서 오더 받았다고 말하는 걸 들었는데.”
“그게 우리라고 확신할 수 있는 근거가 있나? 어차피 돈에 움직이는 놈들이다. 다른 조직에 다리를 걸쳤겠지.”
다른 곳이라.
확실히 가능성이 없는 소린 아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대신 경찰 쪽이 너희 짓이라고 확신하게 만들 순 있지. 체포된 놈 하나가 불었거든.”
“우리 삼합회는 배신자를 용납하지 않는다. 그놈은 다른 조직에 더 발을 들인 놈일 거다.”
“뭐, 그건 알겠고. 하나만 대답하면 일단 넘어가 줄게.”
눈썹을 찌푸린 유선규에게 본론을 꺼냈다.
“주철수, 어디 있어?”
***
경기도 외곽, 외진 곳에 있는 건물 뒤편.
담배 연기를 뭉게뭉게 내뿜던 남자가 쌍욕을 내뱉었다.
“에이, X발.”
더 이상은 못 해 먹겠다.
배상훈은 반쯤 피운 담배를 땅에 던졌다.
강남파 잠입하면서 이것도 질릴 만큼 피웠다.
이주혁 이 새끼는 작전 종료 시점을 알려 줘야지, 언제까지 주철수 옆에 붙여 놓을 생각인지 모르겠다.
‘편하게 연락할 수도 없고…….’
현재 주철수는 시선이 닿지 않는 사무실을 전전하며 활로를 찾고 있다.
조직원들 관리는 경호실장에게 맡겨두고 최소한의 인원만 움직이는 상황.
배상훈은 이 인원을 통솔하는 경호팀장이었기에 중간에 도망치기도 힘들었다.
안 그래도 최근 들어 따라붙는 시선이 많아진 게 느껴지는데, 지시사항도 없이 대기하고 있으니까 답답한 마음이었다.
‘위험할까 봐 연락을 안 하는 건지……. 썅. 비둘기라도 날리든가 그럼.’
안 그래도 뭔가 거창하게 스파이로 들어왔는데, 뭔가 활약이 없어서 불만이었다.
요새 이주혁의 관심에서 좀 멀어진 것 같기도 하고.
뻐근한 몸을 풀고 다시 들어가려던 배상훈을 누군가 불렀다.
“팀장님.”
“음?”
“사장님이 찾으십니다.”
팀원의 말에 배상훈이 침을 탁 뱉었다.
“알았어.”
“고생하십쇼. 사장님 표정이 영 안 좋으십니다.”
“이 상황에 좋은 게 이상하지.”
배상훈은 절반쯤 남은 담뱃갑을 건네주고 주철수에게 향했다.
또 무슨 소리를 하면서 떠볼지 스트레스다.
칠 거면 대놓고 치든가.
버리기엔 아깝고 써먹기엔 불안하니까 저러는 것이리라.
똑똑.
“배상훈입니다.”
-들어와.
달칵.
문을 열고 들어가자, 초췌해진 주철수가 앉아 있는 게 보였다.
‘웬일로 술이지?’
주철수는 얼음이 든 글라스에 위스키를 담아 마시고 있었다.
그동안 술 마시는 걸 본 적이 없는데 말이다.
“배 팀장. 한잔해.”
“전 괜찮습니다.”
“…….”
탁.
글라스를 내려놓은 주철수가 입을 열었다.
“상훈이, 자네는 왜 강남파에 남아 있는 건가?”
“예?”
“예전부터 함께하던 사이도 아니고, 그저 스카우트로 여기 들어온 것뿐이지 않나?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된 내 옆에 왜 아직도 남아 있나……. 하는 거지.”
배상훈은 짜게 식은 눈으로 위스키를 더 따르는 주철수를 바라봤다.
‘이 새끼, 왜 감정 잡지?’
보통 사람이 술을 마신 것처럼 눈도 조금 풀려있고, 말투도 늘어지는 게 영락없이 취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여기에 속아서 괜히 거짓말을 하거나 이상한 소리 하면 안 된다.
이 능구렁이 같은 인간이 의심하고 있는 사람 앞에서 취할 리가 없다.
“그동안 사장님 일하는 걸 옆에서 다 봐 왔는데, 어떻게 다른 데로 가겠습니까.”
“무슨 뜻이지?”
“사장님이 다시 성공하실 거란 뜻입니다.”
그 말에 주철수가 피식거리며 위스키를 쭉 들이켰다.
지금까지 척진 사람 다 묻으면서 와놓고 뭘 물어보냐는 뜻이었지만, 주철수는 그래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석한 듯했다.
“너무 많이 드시지 마십쇼. 내일도 미팅 있지 않으십니까?”
“계획 변경이다. 보름 뒤에 잔치가 있거든.”
“잔치요? 누구 생일입니까?”
“그래.”
그냥 물어본 건데 진짜 생일이라니.
뭔 깡패가 생일을 챙기나 했는데, 이어지는 주철수의 말은 꽤 흥미로웠다.
“내가 강남을 먹기 전, 서울의 최대 조직이 있었다.”
“예.”
“이름은 환성파. 그 조직의 곽환성 큰형님이 날 거두고 키워 주신 분이지.”
배상훈은 뭔가 기분이 묘했다.
‘주철수 이놈도 누군가한테 키워지던 시절이 있겠구나.’
선배들한테 처맞으면서 일을 배우는 주철수. 뭔가 상상이 가지 않았다.
“내가 조직의 간부까지 올라왔을 때, 큰형님은 적대 조직에 의해 수술 당하셨다.”
수술이라면 아마 흔히 말하는 ‘작업’이라고도 불리는 린치를 말하는 것이다.
폭력 조직의 수장이었으니 그동안 만들어 온 적도 있었을 터.
“목숨은 건지셨지만, 그 부상 때문에 조직을 이인자에게 물려주고 은퇴하셨다.”
“그럼 그 잔치라는 게…….”
“그래. 곽환성 형님의 칠순 잔치다. 은퇴하긴 하셨어도 인망이 있으셨다. 전국의 내로라하는 조직을 이끄는 자들은 모두 참석하겠지.”
“음. 그렇겠네요.”
“거기 나도 참석할 생각이야. 오랜만에 얼굴도 뵐 겸.”
배상훈은 의아한 마음에 물었다.
“보통 그런 행사에는 경찰들이 오지 않습니까?”
“오겠지.”
담담하게 답한 주철수가 글라스를 내려놓으며 배상훈을 쳐다봤다.
“그래서 우리는 소수로 간다. 조용히 갔다가 돌아올 수 있도록.”
“……애들 준비시킵니까?”
“그래. 혹시 문제가 생겨도 빠져나올 수 있게, 장소를 알려 줄 테니 한번 살펴보고 와.”
“알겠습니다.”
배상훈은 또 귀찮은 일이 생긴 나머지 한숨을 내쉴 뻔했다.
‘하다 하다 이젠 조폭 반상회까지 하냐?’
팀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뒤돌아 나가려던 배상훈이 멈칫했다.
“저, 사장님.”
“음?”
“그럼 지금 강남파의 전신이 환성파인 겁니까?”
“그렇다고 잘라 말하기엔 애매하지. 환성파에는 내 편이 얼마 없어서 거의 다 잘라 냈거든.”
배상훈은 어이가 없었다.
자신을 거둬 준 사람의 조직을 그대로 해체해 버렸다고?
그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은인에 대한 예우도 없단 말인가.
“은혜도 모르는 놈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 하지만 환성파에서 내 목표를 이루긴 불가능했어.”
“왜죠?”
“다 물러터진 인간들이었거든. 과거의 낭만과 추억에 젖어 하루하루를 한심하게 흘려보내던.”
“음…….”
주철수가 책상 위에 있던 담뱃갑에서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연기를 내뿜은 주철수가 정말 취했는지, 자꾸 물어보지도 않은 이야기를 줄줄 풀어놨다.
“그러면서 어떻게든 돈을 벌 수단을 마련하던 나를 배척했지. 벌어오는 돈이라고는 한 푼도 없던 것들이 말이야.”
그 말에 배상훈은 한마디를 하려다 말았다.
‘그럴 노력으로 양지에서 건실하게 돈이나 벌지.’
주르륵.
위스키를 한잔 더 따른 주철수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배 팀장.”
“예.”
“술이 들어가니 쓸데없는 얘기를 하게 되네. 이제 가 봐도 돼.”
“알겠습니다.”
그냥 나가려던 배상훈은 다시 한번 멈칫했다.
‘술도 취한 김에 물어나 볼까.’
배상훈이 고개만 돌려 주철수를 향해 물었다.
“그런데 사장님. 저 의심하고 계신 거 아닙니까?”
“음?”
“저한테 이런 이야기를 해 주시는 이유가 뭡니까.”
주철수는 잠시 담배만 피우다, 이내 피식거리며 말했다.
“아니. 의심은 안 해. 애초에 믿은 적이 없으니까.”
후.
그리고 짙은 연기를 내뱉은 주철수가 어두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었던 것뿐이지.”
휘적.
배상훈은 그의 손짓에 이번엔 정말 사장실을 나섰다.
탁.
‘깡패 새끼가 뭘 자꾸 우수에 찬 눈빛으로 중얼거리는 거야?’
모범 시민 배상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시 건물을 나섰다.
생일잔치라. 꽤 중요한 정보 같으니 이주혁도 알 수 있게 흘려 줄 필요가 있었다.
직접 연락은 위험하다. 뒷골목에 풀어놓으면 알아서 정보를 가져갈 거다.
예전부터 정보전을 가장 중요시했으니까, 정보 조직 정도는 만들었겠지.
‘그게 아니어도 뭐, 누구 하나 협박해서 알아낼 놈이긴 하지.’
이번 일에는 좀 자신의 분량이 있길 바라며, 배상훈은 걸음을 옮겼다.
‘무조건 보너스 받아 낸다. 이주혁 개X끼.’
***
유선규와의 일대일 면담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왔다.
안으로 들어가자, 막 대련을 마치고 나왔는지 근육이 바짝 오른 라세흠 부장이 다가왔다.
아무리 여직원이 없다 해도 옷은 좀 입고 다니시지.
“어디 갔다 왔냐?”
“깡패 하나 만나고 왔어요.”
“누구?”
“성남에 있는 삼합회 지부장.”
내 설명에 라세흠 부장이 험악한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 좋은 데를 혼자 하고 왔다고?”
“안 싸웠어요. 얘기만 했지.”
“진짜냐? 킁킁. 피 냄새가 안 나는 것 같긴 한데.”
“진짜라니까요. 대신, 좋은 소식 하나 물고 왔습니다.”
“오, 뭔데?”
기대 가득한 표정을 짓는 라세흠 부장에게 미소를 지어줬다.
“조만간, 전국의 이름난 조폭들을 다 마주하게 될 겁니다.”
“뭐? 왜?”
“원로 조폭의 생일잔치가 있을 예정이거든요.”
전국구 조폭들이면 부장님도 재미 좀 볼 수 있겠지.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따로 있다.
“한꺼번에 다 치려고? 가능하긴 해도 좀 걸릴 텐데.”
“아뇨. 딱 한 명만 족칠 겁니다.”
잔칫집은 초상집이 될 거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주철수.”
네가 될 거다.
이번 생은 빌런이다
지은이 : 글빌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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