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133
132화
“네?”
뜬금없는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짓자, 최철호가 손가락을 까딱이며 말했다.
“자네는 잘 모르겠지만, 이 정치라는 게 말이야. 생각보다 자금이 많이 들어가는 직종이란 말이지. 후원이 없으면 안 된다는 소리거든. 이번에 내가 원내대표로 출마할 생각이라.”
“지지층이 필요하신 겁니까?”
“뭐, 그런 거지. 그래서 교회에 헌금을 그만둘 수가 없는 거고.”
돈이 필요하다는 게 헌금 때문인가?
나는 조심스럽게 최철호에게 물었다.
“얼마 정도를 내시길래…….”
“음……. 회당 천만 원 정도? 어쩔 땐 그보다 더 낼 때도 있고.”
천만 원? 무슨 교회에 헌금을 천만 원씩 내?
“처음엔 그 정도가 아니었는데, 이것들이 갈수록 액수를 늘리더라고. 그게 신을 위하는 길이라나 뭐라나.”
불쾌한 듯한 표정을 짓던 최철호의 핸드폰에 전화가 왔다.
우웅-.
“음?”
최철호는 수신인을 확인하더니 이내 인상을 찌푸리며 핸드폰을 톡톡 두들겼다.
그리곤 잠시 생각하다가, 아저씨에게 양해를 구했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잠시 통화 좀 해도 괜찮겠습니까?”
최철호의 물음에 아저씨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일이 언제 업무시간에만 생기란 법이 있나. 편하게 받게.”
“배려 감사합니다.”
최철호는 그리 대답하고는 슬쩍 고개를 돌려 전화를 받았다.
“아이고. 정 목사님! 이거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죠?”
전화를 받은 최철호는 정 목사라는 사람과 이런저런 형식적이고 가식적인 안부 인사를 나눴다.
목사라는 걸 보니 아마 최철호가 나가는 교회 사람인가 본데…….
나는 티 나지 않게 통화를 엿듣던 중, 한 가지 단어를 듣고 흠칫했다.
“아……. 성자님을 직접 뵐 기회라고요. 좋지요. 모든 신자가 바라는 일 아니겠습니까? 신의 은총을 받는 자리니 말입니다.”
성자를 본다?
듣기만 해도 사이비 냄새가 풀풀 나는 말에 미간을 좁혔다.
“그럼 나머지는 이번 주일에 이야기 나누시죠. 예. 알겠습니다.”
탁.
그 말을 끝으로 최철호는 조금은 굳은 표정으로 전화를 끊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난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혹시 방금 전화가 아까 말씀하신 위로 가는 방법인 겁니까?”
“응?”
아무래도 최철호가 이야기한 그 교회가 굉장히 수상쩍었다.
성자라는 단어도 그렇고, 최철호를 끌어당겼다면, 정계에 꽤나 깊게 관여하고 있다는 걸 방증하기도 했으니까.
그래서 난 직접 확인해 보기로 했다.
“혹시 말입니다.”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호랑이를 잡기 위해선, 호랑이굴에 직접 들어가야 한다고.
“다음 예배에 저도 같이 데려가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 교회라는 곳. 아무래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 봐야 할 것 같네.
내 말을 들은 최철호가 미간을 찌푸렸다.
“데려가 달라고? 거긴 왜.”
사실 당연한 반응이다.
의아하겠지. 자기가 전도를 한 것도 아닌데 내가 교회에 가고 싶다고 하니까.
나는 곧이곧대로 이유를 말할 순 없었기에, 즉석에서 적당한 명분을 갖다 붙이며 설명했다.
“들으셨겠지만, 제가 돈을 많이 벌었잖습니까.”
“그렇지.”
“그러니까 욕심이 좀 나더라고요. 돈만 많은 것도 좋긴 한데, 뭔가 영향력이랄까. 이런 거 말입니다.”
“그렇지.”
최철호도 공감한다는 듯 피식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의원님이 그쪽을 통해 도움을 받는다면…… 저도 한 숟가락 얹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말씀드린 겁니다.”
“허허. 당돌한 친구네.”
“이 짜식아. 정치가 네 생각만큼 쉬운 게 아냐.”
상황을 살피던 아저씨도 눈치껏 맞장구를 쳤다.
내가 무슨 의도로 이런 말을 하는 건지 알아채고 도와주시는 거다.
하여튼 아저씨, 눈치 하난 빠르시다니까.
“젊을 때부터 정치 경험도 쌓고, 사람들도 많이 만나면서 인맥도 늘려 놓으면 좋잖아요. 안 그렇습니까, 의원님?”
내가 씩 미소를 지으며 쳐다보자, 최철호가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이 친구, 솔직해서 마음에 드네. 좋아. 이번 주 일요일에 시간 되나?”
최철호의 말에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공짜로 해 준다는 것도 아닌데.”
나는 고개를 들어 최철호의 얼굴을 살폈다.
계산적으로 날 대하긴 하지만, 이 자리를 통해 어느 정도는 마음을 연 모양이다.
내 말을 크게 의심이나 경계하지 않는 걸로 보면, 이주혁이라는 사람을 나름 좋은 이미지로 각인시키는 데 성공한 것 같네.
물론 최철호도 짬이 쌓인 정치인이니만큼 마음을 놓아 버릴 순 없겠지.
“당연히 공짜로 부탁드리는 건 아닙니다.”
“그럼?”
“제 정보를 공유하겠습니다. 언제,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지 말입니다.”
“에이. 그거야 얼마든지 꾸며 낼 수도 있는 말 아닌가? 고작 몇 마디로 퉁 치자는 건가?”
최철호가 피식 웃었다.
하긴, 틀린 말은 아니었다.
자세한 설명이 없다면 그저 뜬구름 잡는 소리일 뿐이니까.
나는 목소리를 살짝 낮추며 입꼬리를 올렸다.
“제가 주식으로 번 돈은 평범하게 투자만 해서 만들 수 있는 액수가 아닙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리 많은 돈을 벌었는지 아십니까?”
“……설마?”
“작전주입니다.”
“허.”
“제 밑에 이런 걸 전문으로 하는 녀석이 하나 있습니다. 조만간 또 한탕 할 예정이니, 의원님이 매주 교회에 내시는 천만 원 따위 껌값으로 만들 수 있는 돈을 챙길 수 있으실 겁니다.”
내 제안에 최철호가 팔짱을 끼며 등을 기댔다.
둘 중 뭐가 더 이득인지 저울질하고 있겠지.
“음…….”
하지만 뭘 선택할진 정해져 있었다.
“확실해?”
미끼를 물었네.
“당연히 확실합니다. MBA 출신 제 지인이 운전대를 잡았으니, 절대 10배 이하로 내려갈 일은 없습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아저씨가 발끈했다.
“야, 인마! 그런 게 있으면 나한테 먼저 알려 줘야지!”
“지금 알려 드리잖아요.”
내가 히죽 웃으며 대답하자, 아저씨가 할 말을 잃었는지 입맛을 다셨다.
최철호는 몸이 달았는지 기대가 가득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언제부터 시작하나?”
“내달 1일입니다. 여기에 대해선 제가 따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대신 이 정보는 그 누구도 알아서는 안 됩니다. 괜히 소문이 나면 피 보는 건 저희일 테니까요.”
솔직히 작전주라고 하지만 10배 이상의 수익을 내는 건, 천운이 따라도 불가능한 영역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이야기한 건, 최철호 의원을 나락으로 보내기 위한.
그래, 빌드업이었다.
“당연하지. 누구 좋으라고 그걸 말하고 다니나.”
쪼르륵.
어느새 위스키를 새로 개봉한 아저씨가 글라스에 술을 따랐다.
“이 자리에서 둘이 좋은 인연이 되니까 기분이 좋네. 자, 다들 한잔하자고!”
꿀꺽.
나는 위스키를 단숨에 쭉 마셨다.
돈도 털고, 정보도 털 생각에 자꾸 웃음이 나왔다.
좋은 인연이라……. 나한텐 좋은 인연이 맞지.
과연 최철호에게도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
“조심히 들어가.”
“조심히 들어가십쇼.”
“예. 한 의원님. 오늘 즐거웠습니다. 자네는 따로 연락하고.”
“예.”
아저씨와 나는 최철호가 대리를 불러 차를 타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리고 최철호를 태운 차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졌을 때, 아저씨가 한숨을 푹 내쉬며 이야기했다.
“주혁아. 고생했다.”
“아저씨도요.”
“근데 말이다, 아까 이야기한 그 교회 말인데. 거기가 의심되는 거냐?”
“네. 저번에 말씀하셨잖아요. 선생 놈의 한국 사업체 중 하나가 종교라고요.”
고개를 끄덕이던 아저씨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음. 그랬지. 하지만…….”
“호랑이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들어가야죠.”
“후, 하여튼 대범한 건, 누굴 닮은 건지.”
그렇게 이야기하더니 아저씨는 내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몸조심해라. 원래 그런 곳엔 함부로 가는 거 아니야. 네가 알아서 잘할 거라고 믿으니까 말리진 않겠지만…….”
아저씨의 마음 이해 못 하는 것도 아니었다.
제 발로 호랑이굴에 들어가는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최철호와 함께 가면 위험한 상황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원래가 등잔 밑이 가장 어두운 법이니까.
“조심할게요. 아저씨가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제 꿈이 만수무강이에요. 오래 살 겁니다.”
이런 나의 실없는 이야기에 아저씨는 그제야 마음이 놓이는지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래, 오래오래 살아라. 안 그럼 나중에 정호한테 내가 혼나니까.”
“예, 꼭 오래 살겠습니다.”
내가 살려면 어떻게든 선생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최철호가 이야기한 교회와 성자를 조사해 봐야겠지만.’
“아 참.”
그때, 아저씨가 뭔가 생각 난 듯 내게 물었다.
“근데 아까 말한 작전주, 그건 진짜 할 거냐?”
“일반인들한테는 피해 안 가게 할 거예요. 최철호만 털어 버리고 정리할 테니까 너무 걱정 마세요.”
뭐라 말하기도 전에 내가 다 설명해 버리자 아저씨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다행이네. 난 또 네가 지금까지 그런 식으로 돈을 벌었나 했다.”
“설마 절 그런 파렴치한 놈으로 보신 거예요?”
이런 나의 말에 아저씨는 헛기침을 크게 했다.
“크흠, 아니면 된 거지, 뭐.”
아무리 전생에 깡패의 신분으로 살았다고 해도 속은 경찰이었다.
그런 내가 민간인이 피해를 보게 할 리가 없지.
그리고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돈을 벌 방법은 많다.
작전주는 어디까지나 최철호를 속이기 위해 꾸며 낸 이야기일 뿐이다.
나는 얼굴이 시뻘게진 아저씨를 돌아보며 말했다.
“대리 불러서 들어가세요. 술 많이 드셨어요.”
“어. 그래야지. 대리는 부를 건데, 나 취하진 않았다.”
“얼굴 터질 것 같은데요?”
내 장난 섞인 이야기에 아저씨가 내 어깨를 툭 쳤다.
“오랜만에 마셔서 그래, 인마.”
또 아저씨 특유의 술버릇 나오네. 취했으면서 안 취했다고 말하는 거.
이럴 때는 그냥 맞장구치면서 보내 주면 된다.
“알았어요. 알겠으니까, 저 보는 앞에서 대리 불러요.”
“대리, 그래. 알았다.”
나는 대리가 아저씨를 태우고 가는 것까지 확인한 뒤, 한 오피스텔로 향하기 위해 택시를 잡았다.
“어디로 갈까요?”
“한신밸리로 가 주세요.”
“예.”
목적지는 우재성이 지낼 수 있게 내가 잡아 준 곳이다.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아마 아직 잠이 들진 않았을 거다.
뚜르르-.
몇 번의 신호음이 울리고, 우재성이 전화를 받았다.
-네. 대표님.
“우재성 씨. 바빠요?”
-아뇨. 뭔가 일이 생기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마침 생긴 모양입니다.
역시 척하면 척이네.
“정답입니다. SA흥신소가 망했거든요.”
내 말에 전화 너머로 우재성이 의문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인지 궁금하군요. 빨리 오시죠.
***
철컥-.
방금 씻고 나왔는지, 머리가 덜 마른 우재성이 오피스텔의 문을 열었다.
“들어오세요.”
“실례 좀 하겠습니다.”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가니, 입주할 때랑 크게 달라지지 않은 내부가 보였다.
게다가 청소를 얼마나 철저하게 하는지, 생활감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여기 사람 사는 집 맞아요?”
뒤를 향해 묻자, 우재성이 가운을 둘러 입으며 말했다.
“씻고 잠만 자는 곳이죠.”
“허, 좀 쉬면서 해요.”
“할 일이 남아 있으면 쉬어도 쉬는 게 아니라. 일단 앉으시죠.”
“워커홀릭이네.”
거실 중앙의 소파에 앉으니, 우재성이 나한테 뭔가를 건넸다.
“뭐에요?”
확인해 보니 숙취해소제였다.
“술 냄새가 나서요. 마시고 이야기합시다. 시간도 늦었고 해서 뭘 대접하기가 애매하네요.”
“이거 감동인데요.”
숙취해소제를 따서 마시자, 우재성이 내 옆에 앉아 어느새 가져온 커피를 홀짝이며 물었다.
“흥신소는 어쩌다 그렇게 된 겁니까?”
“아, 그거 말이죠.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우재성의 물음에 나는 현재 상황과 내가 추측한 내용을 말해줬다.
그리고 그간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우재성은 미지근해진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저였어도 SA흥신소부터 처리했을 겁니다. 오히려 너무 늦은 감이 있죠.”
탁.
커피를 내려놓은 우재성이 이제야 알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서 절 찾아오신 거군요. 선생이 모르는 정보 단체를 만들기 위해서. 맞습니까?”
역시, 똑똑한 놈하고 일하는 건 편하단 말이지.
우재성의 그 말에 난 씨익 웃으며 물었다.
“가능하겠습니까?”
이번 생은 빌런이다
지은이 : 글빌런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949-161-7
이 책의 모든 내용에 대한 편집권은 저자와의 계약에 의해 ㈜알에스미디어에 있으므로 무단 복제, 수정, 배포 행위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