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138
137화
우재성의 말에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목적이라니, 무슨 뜻입니까?”
-전화로 할 얘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만나서 이야기하시죠.
“알겠습니다. 식사는 했어요?”
-아뇨. 아직입니다.
“풍원한정식으로 와요. 저녁이나 같이 먹읍시다.”
-예. 6시까지 가겠습니다.
탁.
핸드폰을 집어넣고 응접실을 나왔다.
그리고 우재성이 한 말을 곱씹으며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띵-.
목적. 목적이라.
그러고 보니 마음에 걸리는 게 몇 가지 있긴 하지만…… 덮어 놓고 혼자 의심하는 건 의미가 없지.
일단 우재성과 만나서 대화를 좀 나눠 봐야겠어.
로비로 내려오니, 아까 만났던 그 자리에 아직도 앉아 있는 사발이 보였다.
“할 일이 없나. 이사라는 사람이 이렇게 놀고 있어도 되는 건가?”
“아이고, 대표님.”
로비의 TV를 열중해서 보던 사발이 화들짝 놀라 파닥거렸다.
“놀다니요. 하하……. 지금 중요한 소식이라서 그렇죠.”
“뭐길래 그래?”
봤는데 별거 아니기만 해 봐.
사발의 말대로 TV에서 흘러나오는 소식을 확인해 봤다.
[속보입니다. 서울강남경찰서의 박민구 서장이 석촌호수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습니다.]“뭐……?”
“큰일 아닙니까? 현직 경찰서장이 죽었답니다.”
박민구가 죽었다고? 대체 왜지?
[박민구 서장은 운동하다 총성을 들을 시민에 의해 발견되었습니다. 박민구 서장의 손에는 경찰용 리볼버가 들려 있었으며, 이로 인해 경찰 측에선 자살로 추정…….]“허…….”
갑작스러운 소식에 한숨이 튀어나왔다.
서장이 될 생각이 없다는 송태석 과장을 이용해 편의를 좀 보고 있었는데, 이렇게 죽어 버릴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특히나 자살이라니. 말도 안 되지.
그 욕심 많은 놈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건 라세흠 부장이 상대한테 쫄아서 도망가는 것과 거의 동등한 사건이었다.
“대표님이 써먹던 인간 아닙니까. 자살했다니 아쉬우시겠네요.”
사발이 이쪽을 돌아보며 피식 웃었다.
역시 사기꾼 새끼라 그런가, 사람이 죽었는데도 별 감흥이 없어 보이네.
나는 커피를 홀짝이며 TV를 보는 사발에게 나지막하게 말했다.
“아니야.”
“예?”
“자살이 아니라고.”
“…?!”
이 모든 상황은 하나로 귀결된다.
내가 정보를 얻던 삼합회 성남지부장 유선규. 확실하진 않지만, 정황상 왕후성한테 살해당했을 거다.
SA시큐리티는 또 어떠한가?
내가 소환당한 사이, 압수수색영장까지 챙겨 와서 없애 버리려고 했다.
이 두 사건은 선생 놈과 연관이 있을 게 분명했다.
그리고 박민구 서장까지.
“살해당한 거야.”
“살해요?”
깜짝 놀란 사발을 뒤로하고 우재성을 만나기 위해 바깥으로 나왔다.
그리고 핸드폰을 꺼내 강남서 송태석 과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경찰 사정은 송 과장 직통이 제일 빠르지.
뚜르르-.
큰 사건으로 한창 바쁜지 송태석은 전화를 바로 받지 않았다.
뚜르르-.
-여보세요?
“과장님.”
한참 수신음이 울리고서야 전화를 받은 송태석이 피곤한 목소리로 물었다.
-뭡니까? 바쁘니 용건만 말씀해 주십쇼.
첫인사부터 틱틱거리기는.
“다른 건 아니고, 박민구 사건, 담당이 누굽니까?”
그 물음에 송태석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건 왜 궁금한 겁니까?
“박민구는 자살한 게 아니니까요.”
-예?
“아시겠지만, 그놈이 자살할 인간입니까?”
-……그렇게 말씀하셔도, 윗선에선 자살로 처리할 겁니다.
“그건 어쩔 수 없겠죠. 그냥 알고 계시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내 말에 송태석이 의문 가득한 목소리로 날카롭게 말했다.
-어째, 범인을 알고 있다는 말로 들립니다.
“몸조심하시라는 뜻입니다.”
-하, 몸조심이라…….
뜬금없는 소리로 들렸는지 송태석이 피식 웃었다.
-우리가 서로 몸 걱정해줄 만큼 친밀한 사이는 아니었을 텐데요. 제 기억으로는 일방적으로 협박하는 관계였던 것 같은데.
“그런 사소한 건 넘기시고, 진심으로 하는 소립니다. 박민구 서장이 괜히 죽은 게 아니에요.”
-음…….
내 당부에 뭔가를 느꼈는지 송태석이 입을 다물었다.
아, 아직 물을 게 하나 남았지?
“저, 과장님. 하나만 더 물어봅시다.”
-예. 뭡니까. 이 대표님 말씀이시면 성심성의껏 답해 드려야죠.
송태석이 비꼬듯이 대답했다.
계속 부려먹어서 그런가, 말에 가시가 돋쳤네.
“왕후성을 살해했던 양호라는 남자, 기억하십니까?”
-예. 최근 일이니.
“혹시 그 남자 몸에 특이한 점 같은 거 없었습니까? 목덜미나, 아니면 다른 곳이라도요.”
-그건 왜 묻습니까?
“서장을 살해한 배후를 찾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한 사안입니다.”
송태석은 전화 너머로 한숨을 내쉬더니, 이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씁쓸한 목소리로 답했다.
-있었습니다. 반쯤 끊긴 목에 있더군요. 부검이 끝난 사체에서 발견했는데, 문신 같기도 한 게 인상적이어서 기억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바쁘실 테니 나중에 또 연락 드리겠습니다.”
-굳이 안 해도 됩니다…….
뚝.
송태석은 그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돈 받아먹은 게 찍힌 사진으로 협박만 하니, 나에 대한 감정이 좀 상한 모양이다.
“흠…….”
일단, 내 예상대로 양호는 천칭자리 표식이 있었다.
이로써 그 표식은 선생 놈의 하수인을 뜻하는 게 맞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덜컥.
나는 차에 타서 생각에 잠겼다.
‘놈은 내 팔다리를 자르고 있는 거야.’
지금까지 놈에게 노려진 사람들은 대부분 나와 한 번쯤은 엮인 사람들이다.
아무래도 날 직접 노리는 건 무리라고 생각했는지, 대신 나와 관계가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는 거다.
솔직히 박민구는 내 사람이 아니기도 했고, 잘못됐다는 소식을 들어도 큰 감흥은 없었다.
하지만 내 친구, 지인과 조력자들까지 위험에 빠지게 둘 순 없었다.
일단 모두한테 조심하라고 연락은 하겠지만…….
“후.”
언젠가 선생 놈이 내 사람들을 건드릴 거라 생각하니 짜증이 난다.
그놈을 완전히 보내 버리는 게 아닌 이상, 나는 계속 이 불안감을 느끼며 살겠지.
총기도회에 온다는 성자가 선생 놈이 맞다면, 반드시 이번 기회에 제거해야 한다.
부릉-.
나는 우선 우재성과 만나기 위해 풍원한정식을 향해 차를 몰았다.
***
드르륵.
풍원한정식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소주병을 들고 가던 강예원과 마주쳤다.
“어, 주혁이 또 왔네? 요새 자주 보는 거 같다?”
“그러게 말이다. 유나 씨한테는 내가 연락할게.”
“알았어.”
실실 웃는 강예원의 손에 들린 소주를 슬쩍 보니, 내가 대주주로 있는 부해양조에서 출시한 원소주였다.
“원소주는 좀 잘 나가냐?”
“엄청 팔리지. 오는 손님마다 전부 한 병씩은 드시고 가셔.”
“좋네. 홍보 많이 해 줘.”
지나가듯 하는 말을 강예원이 히죽 웃으며 낚아챘다.
“사장님한테 보너스 좀 달라고 네가 부탁해 주면, 내가 홍보 확실하게 해 줄게.”
“하이고.”
“진심인데? 여기 나 보려고 온다는 분들도 계셔.”
“알았다. 고민해 볼게.”
“약속한 거다?”
진심이 가득 담긴 눈빛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요새 좀 힘든가. 나는 강예원의 어깨를 툭툭 쳐 주고 우재성이 기다리고 있을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스윽.
문을 열고 들어가자, 우재성이 전을 먹다 날 쳐다봤다.
“아, 오셨습니까.”
“먼저 먹고 계셨네요?”
“식기 전에 먹어야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대표님도 드시죠.”
“예. 먹으면서 얘기합시다.”
우재성의 거의 유일한 취미가 미식이라는 걸 잊고 있었다.
삭.
교양 있게 전도 젓가락으로 잘라 먹던 우재성이 입을 열었다.
“여기 음식이 맛있네요. 대표님이 괜히 자주 가는 게 아니었군요.”
“한식 맛집이긴 하죠. 한식은 자주 드십니까?”
“자주 먹는 편은 아니지만, 어릴 때 가끔 어머니가 해 주셨습니다.”
“좋네요. 어머니 정성이 들어간 집밥이 제일 맛있지 않겠습니까.”
웃으면서 하는 소리에 우재성이 피식거리며 말했다.
“여기가 제일 맛있습니다. 어머니가 요리를 못하셔서요.”
“아…….”
음. 뭐라 할 말이 없네.
그렇게 밥을 먹으며 잡다한 얘기를 잠시 나누고, 나는 국물로 입가심을 한 뒤 물었다.
“그런데 아까 한 말, 자세히 좀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아.”
내 말에 우재성이 입을 슥 닦고 설명을 시작했다.
“제가 했던 질문의 요지는 이겁니다. 대표님과 곽환성의 목적이 같냐.”
“선생 놈의 파멸을 위해 달려가고 있죠.”
“그건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두 분은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만…….”
우재성의 얇은 눈 사이로 날카로운 눈빛이 스쳐 지나갔다.
“둘의 목적은 또 다를 수도 있단 말입니다.”
“음. 선생 놈을 무너뜨리려는 건 같아도, 그걸 통해 이루려는 게 다를 수 있단 소리군요.”
“맞습니다.”
“그럼 그렇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뭡니까? 곽환성이랑 만나서 뭘 알아내신 것 같은데.”
“알아냈다기보단, 현재 상황에서 추론해 본 겁니다.”
“말해 봐요.”
탁.
손가락으로 책상을 짚은 우재성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곽환성은 대표님을 총알받이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총알받이. 틀린 말은 아니네요.”
노쇠한 곽환성 대신, 내가 선생 놈과의 세력 다툼의 선봉에 서 있으니까.
결국은 곽환성은 드러나지 않은 채, 선생의 공격은 내가 다 받아 낸다는 거지.
“물론 곽환성이 SA시큐리티만큼의 전력을 가지고 있진 않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제가 지적하고 싶은 부분도 다른 부분입니다.”
“어떤 거 말입니까?”
“저번에 대표님이 말하셨죠? 곽환성도 독자적으로 정보를 얻는 루트가 있다고요.”
“그랬었죠.”
삼합회에서 넘어온 왕후성. 곽환성이 그놈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넘겨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제가 찾아갔을 땐 단순히 인력만 지원해 줬습니다.”
“음…….”
“자신이 지금까지 얻은 정보 모두. 아니, 정보 조직 자체를 이용할 수 있게 해 줘도 될 텐데 말입니다.”
“같은 목표를 가진 저를 물심양면으로 도와도 모자랄 판에, 뭔가 감추는 게 있었다 그거군요.”
“그렇습니다. 대표님이 무너지면 자신도 끝이라는 걸 곽환성도 알 텐데. 애초에 대표님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의심이 간다는 뜻입니다.”
사실 그 점은 줄곧 나도 생각하고 있던 부분이긴 하다.
애초에 곽환성은 날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자신이 아끼던 주철수가 살해당하는 계기를 제공한 게 나기 때문이겠지.
그래도 단순히 그 이유라기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흠…….”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대표님과 같이 가긴 할 테지만…….”
“끝까지 같은 편은 아닐 수도 있다?”
나는 피식 웃으며 우재성을 쳐다봤다.
“역시 우재성 씨네요.”
내 반응에 우재성이 고개를 들었다.
“처음부터 생각하고 계셨던 겁니까?”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는 말이 있잖습니까. 검사, 경찰까지 매수당하는 판에 누굴 믿겠어요?”
“하긴, 대표님이 누굴 쉽게 믿을 리가 없긴 하네요.”
겉으로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늙은이처럼 보이긴 해도, 곽환성은 과거에 맨손으로 서울을 통일했던 걸출한 깡패다.
그 시절에는 낭만 가득한 주먹이었겠지만, 몇십 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은 어떤 인간이 되어 있을지 모르는 일.
“일단 돌아가서 팀원들이랑 회의를 좀 합시다. 현 상황도 전달해야 하고, 대책도 세워야겠네요.”
“알겠습니다. 식사는 다 하신 겁니까?”
접시를 내려다보니 남은 음식이 없었다.
이야기를 듣다가 나도 모르게 계속 먹었나 보네.
“예. 그럼 복귀하죠.”
“사장님은 안 뵙고 가십니까?”
우재성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
하, 이거 소문이 어디까지 난 거야?
“그럼 잠깐만 기다려 주실 수 있습니까? 얘기 금방 끝내고 같이 돌아가시죠.”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나던 우재성이 능글맞은 미소를 지었다.
“능력 있으신 분이던데, 꼭 사모님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아, 빨리 갑시다.”
그 얘기는 시기상조다. 굳이 말 꺼내 봤자 민망하기만 하지.
나는 장난기가 섞인 우재성의 표정을 보고 머쓱하게 문을 열었다.
드르륵-.
“후…….”
머리가 복잡해진 탓인지 한숨이 절로 나왔다.
원래는 팀원들을 다 모아서 총기도회를 준비할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바뀌어 버렸다.
‘인원을 좀 나눠야겠어.’
선생 놈이 내 주변 사람들을 노리는 걸 아는 이상, 함부로 경호 중인 팀원들을 차출할 순 없었다.
찝찝한 마음으로 유나 씨를 찾아가려던 그때, 아저씨의 번호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어, 주혁아. 뭐 하나만 물어보자.
“뭔데요?”
아저씨가 헛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네가 전역한 부대……. 대체 뭐 하는 데냐?
이번 생은 빌런이다
지은이 : 글빌런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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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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