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143
142화
서울남부교도소.
피를 흘리며 비틀대던 강남파의 전 칼잡이, 남상민이 죄수 하나의 턱을 돌렸다.
퍼억-! 쿵.
“허억……. 후…….”
하지만 그의 목숨을 노리는 죄수들은 아직 많이 있었다.
“으윽…….”
남상민은 피가 꿀럭대며 흘러나오는 배를 붙잡고 있는 한인석 변호사를 쳐다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갑자기 날붙이를 든 죄수들이 습격해 왔고, 미처 대비하지 못한 한인석은 배에 칼침을 맞고 말았다.
빠르게 반응한 남상민은 다행히 치명상을 입진 않았지만, 이대로 가면 당하는 건 금방이었다.
‘저 새끼들이 갑자기 왜 이러는 거지?’
둘을 습격한 놈들은 과거 주철수에 의해 흡수된 남서방파의 조직원들.
강남파 소속이었던 둘에게 원한이 있을 법도 하지만, 지금까지 가만히 있다가 왜 이러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남상민은 숨을 고르며 남은 상대의 수를 확인했다.
‘일단 눕힌 건 세 명, 남은 건 넷이긴 한데……. 연장이 없어서 그런지 금방 일어날 기세다.’
만약 남상민이 칼을 잡고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겠으나, 여긴 잡을 수 있는 칼이라곤 주방의 식칼밖에 없는 감방이었다.
그 칼도 남상민이 얌전히 지내서 겨우겨우 만지게 된 것이다.
놈들이 들고 있는 저런 날붙이는 분명히 외부에서 조달해 온 거다.
‘X발. 누가 밖에서 오더를 한 거야. 우리 담그라고.’
확실한 건 남서방파 새끼들은 아니다.
저항이 거셌던 탓에 주철수가 개박살을 낸 뒤 먹었었다.
감방에서 이런 짓을 저지를 배짱도, 능력도 없는 것들이다.
“후.”
놈들은 남상민이 떨어진 날붙이를 줍지 못하도록 가로막은 채 점점 다가왔다.
선두에 서 있던 남자가 긴장을 떨치려는 듯 외쳤다.
“저 새끼도 칼 맞았어! 쫄지 말고 덮쳐!”
덮치라고 말한 남자도 손에 땀을 쥔 채 머뭇대고 있었다.
그 이유는 따로 있었다.
“남서방파, 이 개새끼들……. 그때 싹 다 찢어 죽였어야 했는데.”
“닥쳐! 이날만을 기다렸다!”
과거 남서방파와의 전쟁 당시 선봉에 섰던 게 남상민이었기 때문이다.
툭.
한인석이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떨구는 걸 확인한 남상민의 턱에 힘이 들어갔다.
“X발! 좀만 버텨요!”
“뒈져라, 남상민!”
눈치를 살피던 남자가 남상민을 향해 발악하듯 달려들었다.
“뒈지겠냐……!”
손을 뻗어 휘둘러지는 날붙이를 붙잡은 남상민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신음을 뱉었다.
“큽.”
“썅!”
남상민은 그대로 당황하는 남자의 중심부를 올려 찼다.
뻐억-!
“끄에에엑…….”
남상민은 상대의 고간이 박살 난 걸 느끼고, 다리가 풀려 주저앉는 남자의 손에 들려 있던 날붙이를 빼앗았다.
이어 그대로 주먹을 쥐고 거품을 문 남자를 내리쳤다.
쾅!
‘셋 남았다…….’
찌익!
옷을 찢어 손에 감은 남상민이 죄수들을 노려보며 천천히 다가갔다.
“야 이 새끼들아. 니들이 누굴 건드렸는지…….”
“으아아!”
“죽어!”
날붙이를 들고 움찔대던 죄수들이 남상민을 한꺼번에 덮쳤다.
“이런 개…….”
콱!
남상민은 죄수 하나의 어깨에 날붙이를 박아 넣으며 버티려 했지만, 머릿수에 점점 뒤로 밀렸다.
푹!
“크윽!”
옆구리에서 뜨거운 통증을 느낀 남상민이 잡고 있던 죄수의 뒷목을 팔꿈치로 내리쳤다.
그리고 옆구리를 찌른 죄수를 향해 몸을 날려 들이받았다.
쿵-!
“커헉!”
남상민은 고통을 참으며 뒤로 쓰러진 죄수 위에 올라탄 뒤, 그대로 두 손을 모아 얼굴로 내리쳤다.
“개X끼야!”
콰직! 푸욱!
“욱…….”
등에 칼을 맞은 남상민이 앞으로 쓰러져 얼굴을 바닥에 부딪혔다.
‘이런, X발…….’
대체 누가 사주한 걸까. 왜 이런 짓을 한 거지?
남상민의 머릿속에 여러 가지 의문이 소용돌이쳤지만, 지금 그에게 대답해 줄 사람은 누구도 없었다.
점점 흐려지는 시야를 간신히 붙잡으며 남상민이 이를 악물었다.
‘슬슬…… 요리에도 재미 붙이고 있었는데……. 개 X발…….’
의식이 사라지려는 남상민의 귀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남상민! 정신 차려, 정신 차리라고 이 새끼야!
누구지?
피를 많이 흘린 탓인지, 남상민은 목소리의 주인을 알아챌 새도 없이.
툭.
그렇게 정신을 잃고 말았다.
***
재앙이 일어난다는 걸 어떻게 알았냐는 내 질문에, 진용현이 고개를 갸웃하며 정 목사에게 물었다.
“형제님은 모르시는 겁니까?”
“아, 그러고 보니 말씀을 안 드렸군요.”
정 목사가 손뼉을 탁 치더니 나한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형제님. 성자님은 우리의 구원을 위해 내려오신 성부의 아들이자 예언자십니다.”
“예언자요?”
의아한 듯 물으니, 정 목사가 다가와 내 팔을 툭툭 쳤다.
“다들 처음엔 믿기 어려워하십니다. 특히 이주혁 형제님처럼 사업이나 정치를 하시는 분들은요. 하지만 성자님의 예언은 진실로 예언입니다.”
“음……. 그럼 아까 말씀하신 북쪽의 재앙과 2년 후의 위기가 모두 실제로 일어난다는 겁니까?”
“성자님이 예언하셨으니, 당연히 그리되겠지요.”
그래. 그런 콘셉트인 거냐?
나는 성자를 돌아보며 궁금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게 정말이라면 큰일인데, 혹시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알려 주실 수 있습니까?”
“이건 아버지께서 우리를 시험하기 위해 내리신 재앙.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회개해야죠. 그러면 재앙은 자연히 형제님을 피해 갈 겁니다.”
“아……. 그렇군요.”
자세히는 안 알려 준다 이건가.
“그럼 어떻게 회개해야 하는 겁니까?”
내 물음에 성자가 고개를 살짝 들며 말했다.
“기도해야죠. 죄인은 심판을 피해 갈 수 없으니까요.”
“기도 말고 다른 방법은 없는 겁니까?”
“재물은 이 땅에서의 삶이나 죽은 이후의 삶에 영향을 끼칠 수 없습니다. 부유한 자도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오직 내 아버지만이 우리를 죽음과 지옥의 두려움에서 건져 낼 수 있는 능력이 있으십니다.”
성자 진용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속죄제를 드려야 합니다. 사실, 기도만 하는 것은 절반의 회개입니다.”
“속죄제요?”
“예. 죄를 속하기 위해 동물을 희생해 드리던 제사이지요. 내 아버지 여호와를 섬기던 제사장들이 금령을 어겼을 때 드리던 것입니다.”
놈은 손가락을 하나 펼치고 설명을 이어갔다.
“과거엔 정결한 숫염소, 수송아지 등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한 지금은 그 방법이 달라졌죠.”
“……어떻게 말입니까?”
“바로 헌금입니다.”
스윽.
고개를 위로 든 성자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내 아버지께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가 구하는 대로 될 것이다.”
구하는 대로 된다라.
이 교단의 실체를 알고 보니, 그냥 돈이나 갖다 바치라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우리의 대화를 지켜보던 정 목사가 은근슬쩍 거들었다.
“과부의 비유로 말씀드렸듯, 아버지께선 그 마음을 보십니다. 실제로 형제자매님들 중 가진 것의 대부분을 헌금하신 분들이 있죠. 그분들은 이번 재앙에 심판받지 않으실 겁니다.”
하나하나 곱씹어 보면 개소리였지만, 정 목사는 여기까지 따라온 이상 이미 낚았다고 생각한 건지 계속해서 입을 털었다.
“물론 형제님은 큰 액수를 헌금하셨으니, 아버지께서 그 마음도 알아주실 테지요.”
교묘하게 내가 돈을 더 바치길 유도하는 말투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생각에 잠긴 척 머리를 굴렸다.
이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대략 두 가지다.
첫 번째론, 계속 돈을 내면서 교단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성자가 어떻게 미래의 일을 알고 있는 건지 조사한다.
그리고 두 번째. 그냥 여기서 이 두 놈을 잡아 족친다.
“음…….”
사실 더 끌리는 건 두 번째 방법이긴 하다. 마침 옆에 부장님도 계시고.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이 성자라는 존재를 통해 자금을 긁어모으는 선생 놈에게 닿을 수가 없게 된다.
마침 내 정보가 전달되지 않은 건지, 성자와 정 목사는 내가 선생 놈과 적대하고 있다는 걸 모르는 상황.
이걸 이용해 최대한 놈의 정보를 캐내는 게 현재로선 가장 좋은 선택인 것 같네.
“이거, 아무래도 다음 주 예배부터는 헌금을 더 해야겠습니다.”
내 말에 정 목사의 표정이 환해졌다.
“하하. 이 땅에서도 풍족하신데, 천국 가셔서는 더 부자 되시겠습니다?”
너스레를 떠는 놈에게서 시선을 돌린 뒤, 가만히 날 지켜보고 있는 성자를 향해 물었다.
“근데 성자님. 예언하신 두 사건 말고 다른 큰일은 없나요? 말씀 들으니까 갑자기 불안해져서요.”
“음.”
“미래를 볼 수 있으신 거면, 혹시…….”
내가 넌지시 말을 꺼내자, 성자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라고 다 알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큰 재앙이나 시련들만 어렴풋이 보이는 거죠.”
“어떤 식으로 보이시는 겁니까?”
“…….”
최대한 정보를 캐내기 위해 집요하게 질문해서 그런가, 성자가 말문이 막혔는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아, 제가 너무 캐물었군요.”
“하하. 아닙니다. 그렇게 물어보시는 분들도 꽤 있었습니다. 충분히 궁금할 만하죠.”
성자, 진용현은 자애롭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저도 그분의 모든 뜻을 알진 못합니다. 단지 제 역할은, 내 아버지를 믿는 형제자매들이 시험에 들지 않도록 닥쳐올 환란을 미리 고지해 주는 것이죠.”
“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이던 성자가 나한테 손을 내밀었다.
“오늘 대화 즐거웠습니다. 형제님.”
“아, 가시는 겁니까?”
“네. 저도 다음 일정이 있는지라…… 다음에 또 이렇게 자리를 가졌으면 좋겠네요.”
“저도 영광이었습니다. 성자님.”
나는 놈의 손을 맞잡으며 일부러 슬쩍 팔뚝을 노출했다.
그러자 내 팔뚝에 있는 천칭자리 표식이 살짝 드러났다.
성자의 반응을 살피기 위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성자는 표식에 시선이 닿았음에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모르는 건가?’
일단 나는 그대로 성자를 포옹했다.
툭툭.
성자의 등을 두드린 나는 떨어진 뒤 머쓱하게 웃었다.
“실례했습니다.”
“하하하……. 괜찮습니다. 더한 걸 하시는 분들도 있거든요.”
갑작스러운 행동에도 성자는 당황하지 않고 웃어넘겼다.
확실히 이런 경험이 많은 놈이네.
아무래도 선생 놈과 일하기 전에도 이런 짓을 하면서 먹고 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정 목사가 나를 불렀다.
“형제님? 배웅해 드리겠습니다.”
“아,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생각할 것도 있고…… 오늘은 저 혼자 돌아가겠습니다.”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나는 성자와 정 목사를 뒤로하고 방을 나섰다.
그리고 성자와 나눈 대화를 떠올리고 헛웃음을 지었다.
돌이켜보니, 놈이 제대로 해 준 말은 죄를 씻기 위해 헌금을 내라는 것밖에 없었다.
“어이없는 새끼들이네, 이거.”
첫날부터 돈을 갖다 바쳐서 그런가, 그놈들은 날 돈 많은 호구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이게 좋은 포지션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단 말이지.
일단 나는 재킷 주머니에서 인이어 하나를 꺼내 귀에 꽂았다.
조금 전 성자와 포옹할 때 옷에 달아놓은 도청장치 겸 위치추적기.
정태섭이 애지중지하던 그 장치랑 연결되어있는 거였다.
안 준다는 걸 새 걸로 사 준다고 하고 겨우 받아 온 거다.
치직.
성자와 정 목사의 대화를 듣기 위해 사람들이 지나다니지 않을 만한 조용한 곳으로 이동했다.
그러자 정 목사와 성자가 뭐라 대화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겠어.
-……야.
나는 미간을 찌푸리고 신경을 집중했다.
-정 목사. 혹시 이주혁 팔에 있던 표식, 봤나?
좋지 못한 음질 속, 성자의 싸늘한 한 마디가 내 귀에 들어왔다.
-이주혁 그 새끼, 선생이 보낸 놈이야.
이번 생은 빌런이다
지은이 : 글빌런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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