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150
149화
송태석 과장과 만난 나는 사건 현장 근처의 카페로 향했다.
“커피 안 드십니까?”
“괜찮습니다. 곧 저녁을 먹을 거라.”
“그래요?”
내가 마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한 뒤 자리에 앉았다.
“어떻게,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선한 미소를 지으며 묻자, 송 과장이 미간을 찌푸렸다.
“잘 지내진 못했습니다. 형사과장 되고 나서 잠을 제대로 잔 적이 언젠지…….”
“상급자의 애환이죠. 아, 이번에 서장은 누가 들어온답니까?”
내 물음에 송 과장이 피곤한 얼굴로 어깨를 으쓱했다.
“글쎄요. 누가 오든 전임자보단 나을 것 같습니다.”
“한자리하실 생각은 없고요?”
서장 해 볼 생각 없냐는 내 물음에 송 과장이 치를 떨었다.
“절대 안 할 겁니다. 안 그래도 개판인 서울인데, 그 중심에 있는 강남서를 맡을 리가 없잖습니까.”
“그래도 서장은 현장 뛸 일은 없잖아요?”
“대신 책임질 게 늘어나겠죠.”
한번 떠봤는데, 역시 서장까지 할 생각은 없는 건가.
근데 왜 전생에선 그렇게 실적에 목을 맸을까?
지금으로선 알 수 없는 일이다. 내가 자세한 사정을 아는 것도 아니고, 전생에 있었던 일을 지금 묻는 건 말이 안 되니 말이다.
나는 이내 생각을 접고 씩 웃으며 말을 꺼냈다.
“하긴, 요새 서울이 좀 흉흉해야 말이죠.”
“그러게 말입니다.”
고개를 끄덕이던 송 과장이 내 눈을 쳐다보며 물었다.
“어째, 이주혁 씨가 그 사건들에 다 엮여 계신 건 기분 탓입니까?”
“엮일 수밖에 없죠.”
“음?”
송 과장은 내가 당연히 부정할 거라고 생각했는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제가 쫓는 놈이 그 사건들의 주모자거든요.”
“주모자?”
“주철수 살해, 종로구 칼부림, 그리고 이번 박민구 서장의 죽음까지. 모두 한 사람이 사주한 일이라는 걸 아십니까?”
“예?”
내 말에 송 과장이 당황했다.
사실 이런 반응이 당연하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흑막에서 이런 짓을 꾸미는 인물이 존재한다니, 나라도 믿기 힘들었을 거다.
하지만 그런 인물은 실재하고 있으며, 선생이라는 이름으로 이 나라를 뒤에서 움직이려 하는 놈이다.
내가 이런 내용을 대강 설명해주자, 송 과장은 충격적인 사실을 들었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선생이라……. 솔직히, 그런 사람이 있다는 걸 쉽게 믿긴 힘들군요.”
“이해합니다. 세력과 인맥이 어마어마한 놈이니까요.”
“만약 이주혁 씨가 말한 대로 온갖 고위 공직자들과 연이 닿아있다면, 체포하기 위한 영장조차 나오지 않을 겁니다.”
“그렇겠죠.”
여기서 굳이 말할 것까진 아니지만, 어쨌든 국정원도 자신의 목적을 위해 움직일 수 있을 정도니까.
앓는 소리를 내던 송 과장이 고개를 들며 물었다.
“설마, 이번에 절 보자고 하신 이유도 그거랑 관련된 일입니까?”
“정확합니다.”
“대체 선생 그 양반은 뭐 하는 인간이길래 그렇게 사건을 일으킨답니까?”
“일으킨 게 아니죠. 장난질하고 있던 사실이 이제야 밝혀진 겁니다.”
이거, 같은 말을 몇 번을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네.
그래도 확실하게 내 의도대로 움직여줄 수 있는 경찰이 송 과장이니, 현재 상황을 대강이나마 전달할 필요는 있겠지.
나는 내가 알아낸 새사람 교회의 실체와 사람들을 현혹해 금전적인 이득을 취하던 성자의 존재를 설명했다.
“악질들이군요. 그럼 그 성자라는 사람의 소재는 파악됐습니까?”
“예. 지금 제가 잡아놓고 있습니다.”
“……설마 이미 감금 중이시란 겁니까?”
“감금이라고 하면 어감이 좀 그렇고, 그냥 이 사회로부터 불순분자를 격리해놓은 거죠.”
내 말에 송 과장이 이마를 탁 짚었다.
“이주혁 씨의 일 처리 방식은 대충 알곤 있었지만…… 그런 방식은 제가 덮어주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걱정하진 마십시오. 어디 가서 입은 못 열 테니까.”
물론 내가 감방에 처넣어버리면 그 원한 때문에 나한테 불리한 증언을 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머리는 돌아가는 놈들이니 그러진 않을 거다.
놈들로선 내가 선생 놈을 최대한 빨리 처리하는 걸 원할 테니 말이야. 나한테 피해가 오는 상황은 피하려 하겠지.
“설마 고문이나 폭행이 있었습니까?”
인상을 찌푸린 송 과장의 질문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저었다.
“그럴 리가요. 합리적인 소통 방식으로만 대화했습니다.”
백기준한테는 경찰에 넘길 거라 미리 말해놨으니, 스페셜리스트인 녀석은 흔적이 남지 않게 놈들을 고문했을 거다.
송 과장은 마뜩잖은 표정이었지만, 이내 상황을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알겠습니다. 그럼 그 성자와 정 목사라는 사람은 제가 책임지고 보호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아, 서해결 검사님이라고 제가 미리 이걸 말씀드려놓은 분이 계십니다. 사건 인계할 때 무조건 그 검사님한테 해주셔야 합니다.”
“예. 알겠…… 잠깐, 서해결 검사요?”
송 과장이 눈을 크게 뜨며 놀랐다.
이게 저런 반응이 나올 일인가?
“그런 스타 검사랑 아는 사이였단 말입니까?”
스타 검사라니. 서 검사님이 들으면 민망하겠는데?
“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아니, 그분은 사건 로비 같은 건 받지 않는 강직한 성품으로 유명한 사람인데…….”
“로비라뇨. 이건 사회의 질서를 위해 사건을 제보하는 거죠. 그리고 검사님이 저한테 마음의 빚이 있어서 그런지, 편의를 좀 봐주시더라고요.”
“마음의 빚……. 아! 설마 검사님을 구출했다던 그 경호업체가…….”
끄덕.
“네. 저희가 직접 구출했습니다. 그때 그 범인들은 본국으로 송환됐죠?”
“그런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쉽네요.”
그놈들도 싹 다 벗겨서 천칭자리가 있나 없나 확인해 봤어야 하는데.
“이야기가 조금 샜네요. 어쨌든 전 송 과장님이 알아서 잘 해결해주실 거라고 믿겠습니다.”
“뭐,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다만 한 가지 걱정되는 건 있습니다.”
“뭡니까?”
“지도자를 잃은 신도들.”
성자 놈이 감방에 들어가게 되면 뉴스에도 대문짝만하게 보도될 거다.
그럼 성자를 신의 대리자라면서 믿고 따르던 신자들은 당연히 혼란에 빠지겠지.
자기네를 구원해야 하는데 갑자기 재판을 받는다?
세뇌당한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을 상황이다.
물론 남은 목사나 이런 사람들이 어떻게든 수습하긴 해도, 결국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나오게 되어 있다.
내 말에 송 과장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렇겠군요. 가해자보다 피해자들의 사후 처리가 더 골치겠습니다.”
“맞습니다. 그러니까 송 과장님이 잘 처리해주셔야 한다는 겁니다.”
송 과장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눈을 질끈 감았다.
근데 뭐 어쩌겠어. 길 잃은 사람들은 민중의 지팡이가 잘 이끌어줘야지.
“아. 그리고 검사님이 말씀하시겠지만, 성자한테 돈을 받아 처먹은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그놈들 리스트도 만들어주세요.”
“하…. 개새끼들이 참 많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과장님은 이제 돈 안 받으시죠?”
“…….”
반박하지 못한 송 과장이 날 못마땅한 표정으로 노려봤다.
“그건 잠시 눈이 멀어서 저지른 실숩니다.”
“그렇죠?”
내가 계속해서 실실 웃자, 송 과장이 이를 악물고 물었다.
“그래서, 용건은 끝난 겁니까?”
“네. 늘 그랬듯이 주동자들은 경찰이 잡은 걸로 해주시면 됩니다.”
고개를 끄덕인 송 과장이 핸드폰을 확인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겠습니다. 이 건을 가져가면 임시로 온 서장님이 기겁하시겠는데요.”
“임시 서장이요?”
“예. 새로 부임할 사람이 정해지기 전까지 직무 대행하라고 위에서 한 명이 내려왔습니다.”
하긴, 박민구 서장이 갑작스럽게 죽었으니까 적절한 인선 추리는 데도 시간이 좀 걸리겠네.
“그럼 고생하십쇼. 과장님.”
“예.”
송 과장은 고개를 까딱이고 카페를 떠났다.
그럼 나도 슬슬 가볼까.
어느새 바깥은 노을이 지고 있었다.
“시간이 뭐 이렇게 빠르냐.”
교도소에서 칼 맞았다는 남상민 실장도 면회 가봐야 하는데…… 오늘은 시간이 너무 늦은 것 같네.
일단 회사로 돌아가야겠다.
핸드폰을 꺼내 백기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
-뭐냐?
“대표가 전화했는데 뭐냐는 뭐냐, 이 새끼야. 아직 고문실이야?”
-아니. 잠깐 올라와 있는데, 왜?
“게네 잘 있지? 뭐 하나 알아낼 게 있어서 전화했다. 성자 놈 밑의 간부 리스트 좀 정리해줄 수 있냐?”
-당연히 가능하지. 언제 복귀하는데?
“음. 한 시간 뒤?”
내 말에 백기준이 음흉한 웃음소리를 흘렸다.
-이런 저녁 시간대에 한 시간이라……. 그렇다면 저녁을 어딘가에서 먹고 온다는 것일 텐데…….
“뭐. 왜.”
-그럼 어디서 먹고 오는 걸까……?
뚝.
새끼가 또 까부네.
전화를 끊은 나는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
일단 간만에 한정식이나 한 끼 먹어야겠다.
부웅-.
뭐, 겸사겸사 유나 씨도 좀 보고.
***
서울남부교도소의 병실.
남상민 실장은 곽환성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뭐지? 이 양반이 날 왜 찾아온 거지?’
곽환성은 주철수에 의해 담가진 전대의 거물.
주철수의 전 수하였던 남상민을 곱게 볼 리가 없었다.
그리 생각한 남상민이 경계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면회자가 혹시…….”
“그래. 날세.”
그 말에 한인석 변호사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신라홀딩스 곽환성 대표님 아니십니까?”
“날 아나? 외부 활동은 거의 하지 않았네만.”
“아, 예. 주철수가 생전에 인수를 시도했던 곳이라, 거기에 대해 조사를 좀 했었습니다.”
갑자기 서로 안면을 트는 것처럼 되어버린 분위기에, 남상민이 한인석에게 눈치를 주며 말했다.
“그래서, 저희를 무슨 일로 찾아오신 겁니까?”
“말했잖나.”
곽환성은 중년의 남자가 밀어주는 휠체어를 타고 병실로 들어오며 쓴웃음을 지었다.
“적의 적은 아군이라는 말이 있지.”
계속 이해할 수 없는 소리만 하는 곽환성에게 남상민이 답답한 듯 물었다.
“대체 아까부터 무슨 말씀이십니까? 적은 또 뭐고요?”
“자네, 이번에 칼 맞은 이유가 정말 과거의 원한뿐이라고 생각하나?”
“그렇지 않습니까?”
과거에 남상민이 범인들의 조직을 헤집어놨으니, 당연히 그게 동기 아닌가?
그리 대답하자, 곽환성은 그게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물론 그 이유가 없는 건 아니지. 하지만 그자들이 무기를 어디서 구했을까.”
“그냥, 바깥에서 가져온 거 아닙니까?”
“아니지. 자네도 이번에 교도소 내 단속이 심해진 걸 알고 있을 텐데?”
생각해 보니 그랬다.
몇 달 전, 대규모로 강남파 조직원과 마약쟁이들이 잡혀들어왔을 때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보안과 감시를 강화했었다.
머리를 굴리던 남상민이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그럼, 그 날붙이들을 반입해준 사람이 따로 있단 겁니까?”
“그렇다고 볼 수 있지.”
“누굽니까? 그 새끼. 누군지 알고 계셔서 이야기를 꺼내신 것 같은데요.”
남상민은 끓어오르는 분노에 인상을 구기며 물었다.
“강남파의 원한이 있는 놈입니까?”
그 질문에 곽환성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닐세. 그놈들은 애초에 강남파와 같은 편이었거든.”
“원한이 아니라고요? 그럼 왜 저랑 변호사님을 노린 겁니까?”
잠시 침묵하던 곽환성이 한인석에게 시선을 돌렸다.
“정확히는, 한 변호사 자네를 노린 거지.”
“예? 저, 저를 말입니까? 대체 왜……?”
당황하는 한인석을 보며 곽환성이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자네가 아무도 알아서는 안 되는 놈의 약점을 알고 있기 때문일세.”
그 말을 들은 한인석 변호사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었다.
“제, 제가…….”
“그러니 솔직하게 말해보게.”
“…….”
침묵하는 한인석에게 노인의 날카로운 눈빛이 닿았다.
“자네…… 대체 뭘 알고 있는 건가?”
이번 생은 빌런이다
지은이 : 글빌런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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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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