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168
167화
“후…….”
전 국회의원이자, 이주혁의 서포터인 한광철은 자신의 정보원을 먼지 하나 나지 않을 때까지 털고 있는 SA시큐리티 윤건한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턱. 턱.
“음.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아, 예…….”
한광철의 정보원, 일명 넙치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한광철의 사무실로 들어왔다.
아무리 그래도 십 년 가까이 같이 일한 녀석인데, 올 때마다 몸수색을 당하니 기분이 썩 좋진 않으리라.
척.
그렇게 검문을 마친 윤건한은 엄지손가락을 보이지 않게 들며 옆에 와서 섰다.
주혁이 녀석이 경호로 붙여 준 녀석인데, 너무 철저하게 경호해서 외려 난감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걸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었다. 상대는 그 선생이니까.
“수고했다. 앉아.”
넙치가 품에서 서류 봉투를 꺼내며 피식 웃었다.
“요새 교도관들은 물이더만요.”
“그래? 김규태는 별말 없었고?”
감방 안의 남상민의 정보를 얻기 위해 김규태를 이용한 건, 사실 한광철의 짓이었다.
이주혁이 그에 관한 정보가 필요하다길래, 남부교도소의 실세이자 남상민의 윗사람이었던 김규태를 사주한 것이다.
한광철이 수감되어 있던 시절 인연을 만들어 놨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형님. 대박입니다, 대박. 남상민이 아주 엄청난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 말에 한광철이 봉투를 건네받아 열었다.
“기대하셔도 됩니다.”
“뭔데 그래?”
접혀 있는 서류를 펼쳐서 내용을 확인하던 한광철의 손이 움찔했다.
스윽.
내려가는 종이 너머로 인상을 구긴 한광철의 얼굴이 보였다.
“민정수석이라……. 이거, 참.”
잠시 뭐라 말을 잇지 못하던 한광철이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건한아. 주혁이 지금 회사에 있냐?”
“예? 지금은 없습니다.”
외부 활동 중이긴 하지만, 윤건한도 작전팀의 움직임은 다 전달받고 있었다.
“언제 오는진 못 들었고?”
“예.”
“하필 지금…….”
이마를 탁 짚은 한광철이 탄식했다.
한시가 급한 문제가 생겼는데, 마침 이걸 꼭 들어야 할 이주혁이 자리를 비워 버린 것이다.
“그래도 문자로 보내 놓으면 보겠지?”
“그럴 겁니다.”
윤건한은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주혁이 바쁘게 움직이긴 하지만, 현황 보고 문자는 항상 바로바로 확인했다.
꾹. 꾹.
한 글자 한 글자 열심히 버튼을 눌러 이주혁에게 문자를 보낸 한광철은 의자 뒤에 걸려 있던 겉옷을 둘러 입으며 윤건한에게 손짓했다.
“건한아. 외출이다.”
“지금 말입니까?”
“그래. 주혁이가 바쁘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미리 해 놓는 게 낫겠지.”
“음……. 그래도 주혁이랑 상의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그 말에 한광철은 윤건한의 어깨를 툭 치며 미소를 지었다.
“네가 있는데 뭐가 걱정이냐?”
그러자 어리둥절하게 앉아 있던 넙치가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전 가 봐도 되는 거죠?”
“어, 그래. 수고했다.”
“예.”
넙치가 나가고, 한광철은 잠시 멈춰 섰다.
그리고 천장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주혁아……. 아무래도 힘든 싸움이 될 것 같다.”
***
부웅-.
강 권사와 만났던 사격장이 위치한 안산.
황성빈은 그곳으로 향하는 밴 안에서 불안함에 다리를 떨고 있었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하겠는데……?’
아까 전 이주혁과 함께 돌아올 때 다시 한번 물어봤었다. 오늘 밤에 습격한다는 게 몇 시인지.
그래서 강 권사에겐 자정에 돌입할 거라고 전달했는데, 지금 이동 속도로 보면 그 전에 도착할 것 같았다.
아무래도 느낌이 영 싸했다.
그 때문에 황성빈은 강 권사한테 좀 일찍 갈지도 모른다 말하고 싶었지만.
“…….”
“…….”
양옆의 덩치들 탓에 핸드폰을 꺼낼 수가 없었다.
설령 강 권사에게 이 사실을 전한다고 해도, 옆자리에 앉은 팀원들에게 문자 내용이 다 보일 것이다.
그리고 바로 오른쪽.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고 팔짱을 낀 채로 버티는 중인 라세흠 부장이 떡하니 있으니, 차마 뭘 하기가 힘들었다.
‘미친놈…….’
밴이 덜컹거릴 때마다 라세흠 부장의 허벅지 근육도 같이 부풀었다.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SA시큐리티에 정상인은 우재성밖에 없었다.
심지어 그도 자신과 같은 스파이니, 사실상 이 회사 내에 멀쩡한 인간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아, 강예원이라고 했나. 그 사람은 그래도…….’
잠시 생각하던 황성빈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어느새 밴이 사격장이 있는 산길로 들어서고 있었다.
빨리 강 권사에게 이 사실을 전해야 하는데, 상황이 도와주질 않았다.
덜컹.
그렇게 황성빈이 안절부절못하는 사이, 밴은 어느새 산 위를 향해 한참 이동했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황성빈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여긴 또 뭐야?’
황성빈은 산길 중간의 공터를 둘러보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그때 왔던 사격장의 입구는 기억 속에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이곳은 처음 보는 낯선 장소였다.
저 멀리 보이는 사격장 건물을 살피던 황성빈은 이내 한 가지 사실을 유추해 냈다.
‘아예 반대쪽으로 온 거구나!’
예상치 못한 일에 당황한 그의 눈에, 조수석에서 내리는 이주혁이 보였다.
“어우. 뒷길이라 그런지 엄청 덜컹거리네.”
황성빈은 밴에서 속속들이 내리는 팀원들의 눈치를 보다 이주혁에게 다가가 물었다.
“저, 대표님. 그땐 다른 길로 오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여긴 어떻게…….”
그의 물음에 이주혁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여기요? 그때 오고 나서 다른 사람한테 따로 부탁했습니다. 정문이 있으면 뒷문도 있을 것 같아서요.”
“아…….”
그 말을 듣는 순간, 황성빈은 한 가지를 느꼈다.
‘X 됐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차에서 내린 팀원들이 장비를 챙기는 걸 보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빨리 강 권사에게 상황을 전달해야 했다.
“신입. 왜 멍 때리고 있어?”
“예, 예?”
“새끼, 긴장했구만? 빨리 방탄이랑 입어. 군필이더만?”
“아…… 알겠습니다.”
결국 황성빈은 울며 겨자 먹기로 방탄복을 입고 탄띠를 허리에 찼다.
“야. 얘는 K2로 줘라.”
“예.”
척.
배상훈이 건네는 총을 받으며 황성빈은 울상을 짓고 싶었다.
자꾸 옆에 딱 붙어서 챙겨 주는 이 인간들 때문에 아무 행동도 하질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탄창에 고무탄을 넣으며 지나가던 이주혁이 한마디를 얹었다.
“상훈아. 황성빈 씨는 네가 좀 챙겨 줘라.”
“그래. 알았다.”
씩 웃으며 말하는 배상훈이 든든해야 정상이겠지만, 황성빈은 그 미소가 그렇게 후려치고 싶을 수가 없었다.
‘X발……. 신경 좀 꺼라…….’
하지만 황성빈의 바람이 이루어지는 일은 없었다.
“그럼, 각자 위치로 이동하겠습니다.”
이주혁의 지시에, 팀원들은 미리 언질받은 게 있는 건지 각자 빠르게 어디론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버, 벌써 들어간다고?’
아직 해가 완전히 넘어가지도 않은 시간이다.
황성빈이 보고한 자정과는 차이가 나도 너무 났다.
턱.
그러나 옆에 있던 배상훈은 이동하지 않고 황성빈의 어깨에 팔을 걸치며 말했다.
“신입. 이번 작전에서 우린 같이 움직인다. 오케이?”
“예…….”
히죽.
황성빈은 어쩐지 그의 미소가 불길하게만 느껴졌다.
***
그 시각, 작전팀이 돌입할 사격장의 내부.
척.
강유찬이 검은 옷을 입은 채 도열한 남자들을 둘러봤다.
모두 선생님을 위해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이들이 총으로 무장까지 했으니, 설령 이주혁 패거리가 쳐들어온다 해도 충분히 잡아 죽일 수 있을 거다.
그리 생각한 강유찬이 엄숙한 표정의 광신도들을 향해 말했다.
“여러분. 충실한 믿음을 가진 자들을 미혹하고 파멸시키기 위한 시험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
“사탄 마귀는 우리를 육체적인 고통에 휩싸이게 할 것입니다. 어쩌면 여러분의 영혼을 아버지께로 돌아가게 만들 수도 있겠죠. 그러나 악한 자들은 우리의 영혼까지 굴복시킬 수는 없습니다.”
선생의 광신도들이 결의를 다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우리는 저들에게 없는 것이 있습니다. 그게 뭡니까?”
철컥.
강유찬의 물음에 광신도들이 하나씩 들고 있는 소총을 꽉 쥐며 소리쳤다.
“믿음의 검!”
“그렇습니다. 더러운 사탄 마귀의 종자들은 그동안 닦아 온 우리의 믿음으로 물리칠 수 있습니다!”
힘 있는 목소리로 외친 강유찬이 신도들의 눈빛을 보며 말했다.
“시험의 때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럼, 다들 제가 일러 드린 위치로 이동해 마귀의 종자들을 기다립시다.”
“예!”
“오늘 악한 이들을 지옥으로 돌려보내는 겁니다.”
그렇게 신도들을 매복 위치로 보낸 강유찬이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이주혁. 여길 노린 건 일생의 실책이 될 거다.’
가진바 무력이 강하다 해도 총알 앞에선 다 평등한 법.
놈이 아무리 무장한다 해도 실탄이 장전된 소총을 뛰어넘을 순 없으리라.
그리 생각한 강유찬은 자신이 있어야 할 위치로 움직였다.
탁.
문을 열고 들어간 강유찬이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사격장을 가장한 ‘믿음단련장’에 올 때마다 숙소 겸 업무 장소로 사용하는 공간이었다.
사무실 안에는 CCTV를 통해 찍고 있는 믿음단련장 내부의 광경이 책상 위에 놓인 화면을 통해 나오고 있었다.
강유찬은 신도들이 다들 제 위치로 이동했는지 확인했다.
“흠.”
화면 내의 신도들은 소총을 든 채로 각자의 자리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강유찬의 설계대로 만약 이주혁이 정면으로 들어온다면, 순식간에 화망(火網)에 휩쓸려 죽을 것이다.
‘원래는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일을 처리할 생각은 없었지만…….’
강유찬이 부산의 정광제를 통해 거래하던 레드 마피아, ‘드라콘’ 소속 빅토르 페트로프.
분명 불곰이라 불리며 꽤 이름을 날리던 자였으나, 이주혁 패거리에 당해 현재 실종 상태였다.
물증은 없어도 분명 놈들에게 패배한 뒤 처리됐을 확률이 높았다.
일개 한국의 경호업체 직원들이 생사가 갈리는 총격전 속에서 살아온 마피아들을 제압했다?
‘만약 사실이라면 실력 하나는 인정해야겠지.’
쉽게 믿기 힘든 업적이었지만, 강유찬은 걱정하지도 방심하지도 않았다.
강유찬의 선에서 준비할 수 있는 건 다 준비했으니, 이번에야말로 선생님의 걸림돌이 되는 이주혁을 처리할 수 있으리라.
아니, 선생님껜 걸림돌조차 되지 않게 만들 것이다.
그러던 강유찬의 시야 한구석, 화면 안에 뭔가 시커먼 게 지나가는 게 보였다.
“음?”
뭔가 싶어 화면에 가까이 가 보니, 검은색의 형체는 순식간에 사라져 있었다.
‘잘못 봤나?’
새가 날아간 건가 해 다시 살펴도 보이는 건 없었다.
강유찬이 착각이라 생각하고 다른 화면으로 시선을 돌리려는데, 또 다른 카메라에 무언가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또 포착됐다.
‘설마…….’
강유찬의 마음속에 불안감이 생겨나는 순간, 그는 머리털이 쭈뼛 곤두설 정도의 싸함을 느꼈다.
그에 시야를 넓혀 화면 여러 개를 동시에 살피던 중.
털썩.
화면 안에 있던 신도 하나가 갑자기 고꾸라지는 게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옆의 화면으로 보이던 신도 두 명이 동시에 쓰러졌다.
그걸 본 강유찬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이주혁……!”
놈이, 이미 이곳에 들어와 있었다.
이번 생은 빌런이다
지은이 : 글빌런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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