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17
016화
“와따. 행님. 통도 크네예. 한두 푼도 아이고 2,000억이라니예?”
“그 정도는 받아야지. 우리가 여기 들인 공이 얼만데.”
나이트클럽 인수해서 클럽으로 바꾸고, 내부 인테리어 뜯어고치고, 행사에다가 VIP시스템 그리고 연예인까지 매일 출근시켰다.
그 고생을 했는데, 얻는 게 있어야지.
처음 인수한 대금의 10배니까, 좀 많긴 하네.
난쟁이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런데, 행님. 점마들이 2,000억이나 줄까예?”
“훗. 안 주지. 미쳤다고 주겠어?”
“그라몬……?”
“그냥 던진 거지. 원래 거래라는 게 그런 거야. 세게 던져놓고 조금씩 조율해 가는 거지.”
“음……. 그라다가 점마들 삔또 상해 뿌믄예? 강남파 애들 쫙 모아다가 클럽에 쳐들어오면 어떻게 하려고예?”
“걱정하지 마. 그럴 일은 없을 테니까.”
“예?”
내가 그 정도도 예상하지 못하겠냐?
주철수가 어떤 인간인데? 절대 2,000억이나 주고 클럽을 인수해 갈 인간이 아니다.
난쟁이의 우려대로 강남파 애들 쫙 모아서 쳐들어올 수도 있다.
아무리 내가 일당백이라지만, 그거까지 감당할 수는 없다.
안 그래도 강북과의 전쟁을 위해서 인원을 충당한 강남파다.
기관총이나 크레모아로 쓸어 버리지 않는 이상, 혼자서 상대할 수는 없지.
그래서 미리 약을 쳐 뒀다.
벌레들이 접근할 수 없는 약으로.
“오늘부터 클럽 주변이 시끄러울 거야.”
“왜예?”
“경찰차들이 수시로 돌아다닐 거거든.”
“경찰들이예?”
“응.”
아무리 막강한 강남파라지만, 공권력 앞에서 할 수 있는 건 없다.
그래서 난 이 점을 이용했다.
“강북서 경찰들이 수시로 순찰할 테니까 그렇게 알아.”
“예? 여기가 강남인데, 강북서 갱찰들이 온다꼬예?”
“강남경찰서는 주철수와 한통속이야. 그놈들은 눈앞에서 패싸움해도 주철수하고 관련되어 있다고 하면 그냥 지나갈걸.”
“저……. 근데, 행님. 강북서 경찰들이 자기 구역 넘어서 오는 게 말이 되는 깁니까? 제가 잘은 모르지만, 관할이 정해져 있어서 그라몬 안 된다고 알고 있는데예.”
“원래는 안 되지. 근데, 안 되면 되게 만들면 돼.”
“……?”
이 말도 안 되는 일은 모종의 거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난 남상민 실장과 조무래기들을 혼내준 다음에 바로 강북으로 향했다.
대비는 빠를수록 좋으니까.
강북에 마루 엔터테인먼트로 향한 후, 한상준 대표를 끌고 강북서를 찾아갔다.
거기서 형사과장인 문대규 과장을 만났다.
‘한상준 대표님한테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용돈도 때마다 받으시고, 젊은 연습생이랑 밤마다 힘쓰러도 가시고. 범인 잡기도 바쁠 텐데, 힘드시겠습니다.’
‘너……. 뭐 하자는 거야?’
‘뭐 하려는 건 아니고요. 앞으로 제 신변이 위험할 거 같아서요. 선량한 시민이 조직폭력배의 타깃이 돼 버렸지 뭡니까? 이거 무서워서 살 수가 없네요. 저 좀 보호해 주셨으면 합니다.’
‘……?!’
뒤가 구린 놈은 약점 잡기가 쉽다.
용돈이라는 구실로 받아 간 돈만 10억이 넘고, 매번 성 상납을 받는 추한 인간이다.
그런 추한 면을 가리기 위해서는 뭐든 할 인간이고.
그래서 강북서 경찰들이 강남 청담동 일대를 순찰하는 게 가능한 거다.
수시로 한강 다리 하나 넘어서 순찰하는 비상식적인 일을 뒤가 구린 놈이 처리해 주니까.
행여 강남서하고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만, 그건 문대규 형사과장이 알아서 컨트롤할 수 있다.
그놈이 비리 경찰에 다가 온갖 구린 일을 봐주는 악질이지만, 그래도 경찰대 출신이라 인맥은 빵빵하거든.
“강남파도 눈치라는 게 있거든. 자기 담당 구역도 아닌 경찰들이 돌아다니면, 뭔가 잘못됐다는 게 느껴질 거야. 미치지 않고서야 막무가내로 쳐들어오는 일은 없을 거다.”
주철수는 지극히 냉철하고 계산적인 인간이다.
계산기를 두드려서 마이너스가 난다고 판단하면, 절대로 실행하지 않는 인물이기도 하다.
쉽게 말해서 경찰이 돌아다니는데, 연장 들고 깽판 칠 일은 없을 거라는 말이다.
“조만간 남 실장이 다시 찾아올 거야. 그때는 진짜 정중하게 맞이해라. 협상하러 오는 거니까.”
“예! 행님.”
얼마나 네고를 치려고 할까?
이왕이면 2,000억 다 받고 싶은데, 욕심이겠지?
그래. 욕심부리다가 한 방에 간다.
그런 놈들 많이 보기도 했고.
‘적당히…….’
강북과의 전쟁을 늦출 정도만 뜯어먹어 주마.
내가 계획했던 대로.
***
계획은 순조로워야 한다.
뭐든 어긋나는 법이 없어야 악의 축을 흔들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또 해야 하는 법.
난 그 준비를 위해 수원으로 향했다.
“여기 맛집인데……. 그 형이 이 집 아들이었네.”
수원 왕갈비라고 큼직하게 적혀 있는 간판.
수많은 수원 왕갈비 중에서도 제일 맛집이라고 자부할 만한 곳이다.
적어도 내 입맛에는 딱 맞았거든.
“어서 오세요. 혼자 오셨……. 어?”
서빙을 하던 남자가 나를 쳐다보고는 흠칫 놀랐다.
쟁반을 떨어트릴 뻔할 정도로.
“네가 여긴 어떻게……?”
“얘기 좀 하시죠. 교관님.”
“……그래.”
라세흠. 일명 호랑이 교관.
HID 시절, 죽을 만큼 나를 몰아붙이고 대인 격투술을 가르쳐 준 인물이다.
그런 사람이 지금은 부모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다.
“커피 맛있다. 마셔라.”
“네.”
가게 건너편에 대충 자리를 잡고 자판기 커피를 마셨다.
이건 이것대로 맛이 있다.
스타벅스와는 또 다른 맛이랄까?
“네가 제일 먼저 찾아올 줄은 몰랐네.”
“무슨 말입니까?”
“내가 너희 가르칠 때, 얼마나 독하게 했냐? 나한테 복수하고 싶은 놈이 한둘은 아니겠지. 제대하고 몇 놈은 올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넌 의외야.”
그러면서 커피가 든 종이컵을 내려놓았다.
“지금 할래? 아니면, 따로 시간 잡아서 할래?”
이 양반.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는.
“앉으세요. 싸우러 온 거 아닙니다.”
“그럼, 왜 왔어?”
“뒤꿈치 한 발 뺀 거 보입니다. 그러지 마시고, 앉아서 얘기해요.”
라세흠 교관의 주특기가 발차기다.
540도 발차기를 눈앞에서 보여 준 사람이라 위력을 잘 알고 있다.
저 인간 발차기에 걸리면, 아무리 나라도 바닥하고 입 맞춰야 한다.
“진짜 싸우러 온 건 아닌가 보네.”
“아니라니까요. 제가 왜 교관님하고 싸웁니까? 덕분에 대인 격투술 하나는 제대로 익혔는데.”
“그러냐? 너처럼 좋게 생각하는 놈도 있구나.”
좋지는 않아. 훈련받을 때는 진짜 죽이고 싶었거든.
뭐……. 어쨌든.
“왜 제대하셨습니까? 말뚝 박고 별까지 달 줄 알았는데.”
“흐음…….”
라 교관은 철저히 군인 정신으로 무장한 인물이었다.
국가와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주적을 처단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인물이 제대한 건 의외였다.
새로운 사업을 위해 HID출신의 동료를 찾던 중, 호랑이 교관인 라세흠의 제대 소식을 듣게 되었고 수소문 끝에 찾아온 것이다.
“김 일병 사건 알지?”
“당연히 알죠. 그거 모르는 사람이 어딨다고요?”
530 GP에서 김 일병이 총기를 난사해 부대원들을 학살한 사건.
이 일로 군부대는 난리가 났고 몇 명이 옷을 벗었으며, 최종적으로 김 일병은 사형을 확정받으며 국군교도소에 수감된다.
근데, 그건 왜……?
“그 사건 일어나고 군대란 조직에 진절머리가 나더라. 구타, 갈굼, 가혹행위, 기수열외, 내무 부조리. 무엇 하나 바뀌지 않았어. 지금이 쌍팔년도 군대도 아니고 21세기 신식 군대에서 말이야.”
“…….”
“안 그래도 논산 인분 사건 때문에 내가 진짜 이 조직에 충성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고 있는데 그런 사건이 일어난 거야. 실망하고 있는 사람한테 절망을 안겨 줬지. 근데, 더 놀라운 건 뭔지 아냐?”
“뭡니까?”
“간부들이 그걸 무조건 감추려고만 했다는 거야. 기자한테 청탁도 하고 북한군이 내려와서 저지른 짓이라고 개나발이나 부르고. 하……. X바. 나도 거기 있다가는 똑같은 놈이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계급 올라가고 중앙사령부로 복귀하면 그놈들하고 같은 놈이 될 거 같았어.”
“그래서 나온 겁니까?”
“어. 난 군인이 되고 싶은 거지, 쓰레기가 되고 싶은 게 아니니까. 군복에 오물 묻기 전에 벗고 나온 거지.”
자신의 본분에 확실한 사람이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사람이기도 하고.
“교관님. 여기서 계속 아르바이트하실 생각입니까?”
“미쳤냐? 나도 취업해야지. 요즘 장교 출신들 취업이 잘 되거든. 그래서 몇 군데 이력서 넣어놓고 기다리고 있다. 금방 연락 올 거야.”
“나이 때문에 튕기는 거 아닙니까?”
“야. 서른셋이 무슨 많은 나이라고. 딱 적당한 나이지.”
“신입으로는 너무 많은 거 같은데요.”
흘깃 노려보는 싸늘한 시선이 느껴진다.
거참. 살기 한 번 제대로네. 뼈가 시리다.
“약 올리려고 온 거 아닙니다.”
“그러면?”
난 자세를 틀고 라세흠 교관을 바라봤다.
“저하고 일 하나 같이 하시죠?”
“응? 무슨 일?”
“경호업체요.”
“응? 경호업체?”
라세흠 교관이 갸웃하며 나를 바라봤다.
뜬금없이 찾아와서 한다는 말이 경호업체를 차린다는 거다.
그곳에서 같이 일해 달라는 말이고.
“왜?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그거 만들어서 사설 경호라도 하려고?”
“정확하게 보셨네요. 사람이 배운 대로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HID 동기들하고 교관님 밑에 있던 애들 중에 쓸 만한 친구들 모아서 업체 좀 차려 보려고요.”
“하!”
라세흠 교관이 탄성을 뱉고는 말을 이었다.
“너 그거 만만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우리가 배운 기술로 경호업체를 만들면 확실하겠지. 근데, 너희 선배들이 왜 안 하는 줄 아냐? 경호하고 경영은 완전히 달라서 그래. 기업을 운영하려면 돈이 있어야 하고 끊이지 않게 융통돼야 한다. 그런데, 경호업체는 그게 어렵거든. 일이 있을 때는 있는데, 없을 때는 완전 죽 쒀. 매달 월급은 나가야 하는데, 들어오는 돈은 없는 거지.”
그가 내 어깨를 툭툭 쳤다.
“의욕이 있는 건 좋은데, 무리수는 두지 마라. 네 선배들 중에 몇 놈 경호업체 만들었다가 신용불량자 됐다. 연예인들 행사 뛸 때, 경호해 주고 하는 걸로는 수지타산이 안 맞거든. 그렇게 신불자 되는 애들 많이 봤어. 그러니까 주혁아. 하지 마라.”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건 고마운데, 나하고 크게 관련 있는 얘기는 아니네요.
내가 운영할 경호업체는 수익이 안 나도 상관없는 곳이니까.
음……. 일종의 기동타격대랄까?
“경호업체를 시작으로 경비업체도 만들 겁니다. 두 달 안에 시작할 생각이고요.”
“하……. 주혁아. 너 그렇게 꽉 막힌 녀석 아니잖아? 말귀를 못 알아듣는 거야?”
“잘 알아들었습니다. 그래도 전 만들 겁니다.”
“후…….”
라세흠 교관이 답답한 듯 한숨을 뱉었다.
조금만 더 들어 봐요. 아주 솔깃할 테니까.
“강북 용산에 사무실로 쓸 곳을 찾아 놨습니다. ‘SA시큐리티’라는 이름으로 개업할 거고, 대표이사는 전문 경영인으로 둘 겁니다. 총무나 인재 지원도 부서도 따로 만들 거고요. 교관님은 제가 만들 회사에 경호사업부 부장을 맡아 주십시오.”
“부장? 내가?”
“네. 말단 사원보다는 나을 거 같은데요? 안 그렇습니까?”
“하! 야……. 너 진짜 일 크게 벌이려는 거 같다. 그러지 말라니까. 그러다 쪽박 차.”
염려하는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난 안주머니에서 종이 뭉치 하나를 꺼냈다.
10장. 이 10장이 우리 호랑이 교관님 마음을 돌려놓을 거다.
“이게 뭐……. 어? 어!”
1,000만 원짜리 수표 10장.
1억이다.
“교관님 같은 분을 공짜로 데리고 올 순 없죠. 수표 사이에 제 명함도 있습니다. 생각해 보시고 연락 주십시오.”
그렇게 멋있게 말하고 일어나려고 할 때였다.
라세흠 교관이 내 손을 덥석 잡고는 진지한 눈을 치켜떴다.
“이주혁…….”
“네.”
“너 솔직하게 말해라.”
“뭘 말입니까?”
“지난주에 로또 1등 2명 나온 거……. 너지? 68억의 천운을 받은 사람이 너였지?!”
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
이때는 로또 당첨자가 많이 없어서 거금을 수령하는 사람이 많았으니까.
“큭. 아직 수령은 안 했어요.”
최소 열 배짜리 로또를 수령할 예정입니다.
주철수라는 은행이 저한테 지급할 게 있어서요.
이번 생은 빌런이다
지은이 : 글빌런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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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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