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222
221화
회사 건물의 식당으로 사용하는 층. 그곳에 직원들 모두가 모였다.
“야. 마셔!”
“한 병 더 가져와!”
홀짝.
나는 챙겨 온 와인을 마시며 직원들이 섞여 술판을 벌이는 걸 지켜봤다.
처음엔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조금 걱정했는데, 비슷한 애들이라 그런지 금방 친해진 것 같았다.
춘식이 밑의 애들도 한국인들이라 소통에도 문제없고, 아주 좋아.
드륵.
적당히 분위기를 지켜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난쟁이, 사발과 모여 얘기를 나누던 우재성이 의아한 듯 물었다.
“벌써 일어나시는 겁니까?”
“예. 들어가서 좀 쉬렵니다. 고세운이랑 따로 할 얘기도 있고요.”
“그렇습니까.”
우재성은 고세운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무슨 얘기길래 두 분만?”
“제가 조사를 부탁해 놓은 게 더 있어서요.”
“음.”
내 말에 우재성이 살짝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하긴, 자기가 현재 흥신소를 맡고 있는데 다른 곳에 의뢰를 넣었다니 자존심이 상했을 수도 있겠다.
나는 머쓱한 표정으로 한마디를 덧붙였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알아낼 수 없는 내용이라서 그렇습니다.”
“아,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괜찮습니다.”
담담하게 말하는 우재성에게 고세운이 불을 질렀다.
“근데 이러면 이쪽이 맡고 있는 흥신소인가 거긴 나한테 넘기는 게 낫지 않나?”
“뭐요?”
“아니, 아니지. 그 인력들을 내가 컨트롤하긴 귀찮으니까 그냥 네가…….”
“따라와.”
그런 고세운의 뒷덜미를 잡고 구석으로 끌고 갔다.
“왜 이렇게 시비를 걸고 다녀?”
“시비가 아니라 그냥 사실을 말하는…….”
“자꾸 이런 식이면 곤란해. 너보다 먼저 날 돕던 사람들이야. 조금 더 예의를 지켜.”
입맛을 쩝 다신 고세운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그럼 일단 내 사무실로 가자고. 노트북 챙겨 와.”
나는 녀석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얼굴 맞대고 지내는 사람이 고상미밖에 없어서 그런 건지, 싸가지나 기본적인 게 조금 부족한 느낌이다.
남의 컴퓨터 마음대로 해킹할 때부터 알아봤지.
듣자 하니 군대도 안 갔다던데, 그래서 사람이 덜 된 모양이다.
하지만 괜찮다. 여기서 일하다 보면 알아서 고쳐질 테니까.
씨익.
너는 책임지고 내가 사람으로 만들어 주마.
* * *
그 시각, 임유나는 평소보다 가게를 일찍 마감하고 귀가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저녁 이후론 라세흠과 정태섭이 회사로 가야 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이주혁이 간곡하게 부탁하기도 했고, 최근 경찰도 변을 당할 정도로 밤길이 위험하다는 건 임유나 또한 잘 알았다.
그래서 집에 가는 길에 동생을 불러 함께 가곤 했다.
“끝났어?”
“어. 기다렸지?”
“아냐.”
임유나의 동생, 임지훈이 조수석 문을 열어 주며 말했다.
“요즘 세상이 얼마나 흉흉한데, 신체 건장한 내가 누나 경호해 줘야지.”
“고마워. 피곤할 텐데.”
“뭐 어때. 마침 주말이라 다행이지, 나 기숙사에 있는 평일이면 어쩔 뻔했어?”
“어쩌긴. 혼자 가야지.”
“위험하다니까. 저번에 붙은 그 스토커 새끼 기억 안 나? 그 형이 떼준 후로 사라지긴 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저번에는 조폭들도 찾아와서 행패 부리고 그랬다며?”
동생의 걱정 섞인 말에 임유나가 피식 웃었다.
“그래도 주혁 씨 직원분들이 오신 이후로는 가게 안에서 그런 적은 없었어.”
“누나는 주혁이 형 꼭 잡아야 돼.”
임유나가 얼굴을 살짝 붉히며 대꾸했다.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야.”
“오, 진짜?”
“눈치가 조금 없긴 해도…… 나한테 관심이 없는 것 같진 않거든.”
“누나한테 관심 없다고 하면 그것도 의심해 봐야 돼. 조금 다른 취향을 가진 게 분명하니까.”
“뭐래. 가기나 해.”
“큭.”
부릉-.
임지훈의 주접과 함께 가장 마지막으로 가게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차를 잠시 세운 뒤, 임지훈은 잠시 내려 대문에 달린 자물쇠를 걸어 잠갔다.
철컥.
“됐다.”
그렇게 다시 차에 오르려던 그때.
“드디어 나오시는구만?”
웬 낯선 목소리에 돌아보니, 거친 인상의 남자들 열댓 명이 이쪽을 향해 우르르 몰려오고 있었다.
임지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건 남자에게 물었다.
“저희한테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럼, 여기 너희들 말고 누가 있는데?”
남자의 대꾸에 임지훈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말투와 태도로 미루어 봤을 때,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의도로 찾아온 사람들은 아니었다.
조수석에서 기다리던 임유나와 눈을 마주친 임지훈이 남자들에게 말했다.
“그럼 이 시간까지 저희가 나오기를 기다렸단 말입니까?”
“그래.”
“왜죠?”
피식 웃은 남자가 차 안의 임유나를 향해 소리쳤다.
“어이! 거기 사장님! 우리 얼굴 기억 안 나?”
그 말에 임유나는 그들의 면면을 살폈다.
그리고 한 가지 사실을 알아챘다.
“설마.”
과거, 이주혁의 경호업체에 첫 의뢰를 했을 때.
임유나의 가게를 때려 부수려고 하며 행패를 부리던 깡패들이 있었다.
그때는 잘 처리했다고 해서 잊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눈에 익은 얼굴들이었다.
“어째, 대충 누군지 알았나 보네?”
남자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오늘은 그 백정 놈은 없는 모양이고…… 둘밖에 없는건가?”
“누나. 차에서 나오지 마.”
“아이고. 남매인가 보네? 우애가 보기 좋아.”
양쪽에서 접근하는 탓에 차를 타고 도망가는 것도 불가능했다.
아직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은 사람들을 그대로 밀고 가 버리게 되면 나중에 곤란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었다.
정 곤란하면 차로 밀고서라도 탈출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임지훈이 최대한 침착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렇게 사람을 위협하는 이유가 뭡니까?”
“위협이라니. 아직 암것도 안 했는데.”
“야밤에 몰려와서 그게 할 소립니까?”
“허허. 젊은 친구가 말씨가 참 곱지 못하네.”
여유롭게 웃던 남자가 엄지손가락으로 뒤를 가리켰다.
“그래도 패기가 마음에 들어. 특별히 오늘 너는 보내 줄게.”
“나 혼자 가라고?”
“말도 짧아졌구만. 네 누나한테는 우리가 볼일이 좀 있으니까, 혼자 먼저 가. 엄마 기다리신다.”
저 말대로 돌아가면 분명 임유나는 좋지 못한 일을 당할 것이다.
임지훈은 표정을 굳히며 경고했다.
“나 경찰대생이다.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경찰대생? 그런 말은 못 들었는데.”
그러자 남자 옆에 있던 부하가 대수롭지 않은 투로 말했다.
“어차피 저놈이 우리 이름을 아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그냥 하시죠.”
“그래도 경찰대생인데?”
“그럼 저 여자랑 같이 데려가도 되고요.”
“흠. 캐리어는 하나밖에 없는데…… 뭐, 트렁크에 넣으면 어떻게든 되겠지.”
둘의 대화를 듣던 임지훈은 임유나를 돌아봤다.
핸드폰을 들고 고개를 끄덕이는 게, 이미 경찰에 신고를 마친 듯 보였다.
남자도 그걸 눈치챘는지 더 이상 대화를 시도하지 않고 손짓했다.
“그냥 쳐라. 시간 없다.”
“예.”
타닷!
험악한 인상의 깡패들이 차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임지훈은 뒷좌석 문을 열어 미리 챙겨 뒀던 삼단봉을 챙겨 들었다.
“누나. 안에서 문 잠그고 있어! 내가 시간 벌 테니까!”
“뭐? 너도 빨리 타!”
“이대로 도망가면 또 찾아올 수도 있잖아!”
탁!
문을 닫은 임지훈이 삼단봉을 펼쳤다.
일대 다수긴 하지만, 그래도 임지훈은 경찰대에서 배운 게 있었다.
“후……!”
크게 심호흡을 한 임지훈이 선두로 달려오는 남자를 향해 삼단봉을 휘둘렀다.
빡!
“악!”
“이 새끼가!”
임지훈은 남자들의 공격을 피해 가며 삼단봉으로 그들을 두들겼다.
원래 체대 지망이었기도 할뿐더러 경찰대 내에서도 나름 실력자였기에, 깡패들은 임지훈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그걸 지켜보던 남자가 마음에 안 드는지 혀를 차며 핀잔을 줬다.
“이 병신 같은 놈들. 저런 애새끼 하나 잡는 데 뭐 이리 오래 걸려? 근재야.”
“예.”
근재라고 불린 남자가 앞으로 성큼 나왔다.
임지훈은 다가오는 그에게 삼단봉을 휘둘렀다.
하지만 근재는 뒤로 상체를 살짝 기울이며 피한 뒤, 큼직한 주먹을 내질렀다.
“흡!”
콰앙!
그 주먹을 팔로 막은 임지훈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뒤로 물러났다.
“큭.”
팔이 욱신거리며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남자를 뒤에서 여유로운 표정으로 물었다.
“아프지? 그 녀석 주먹, 꽤 맵거든.”
그 말과 함께 달려든 근재가 임지훈을 마구 공격하기 시작했다.
다급하게 피하던 임지훈이 뒤에서 달려든 깡패가 붙잡았다.
턱!
“윽!”
“뒤져!”
퍼억-!
“컥!”
임지훈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눈앞이 핑 돌며 다리가 풀릴 뻔했다.
“어때. 정신이 번쩍 들지?”
깡패들은 임지훈을 붙잡아 일으켜 세웠다.
퍽! 퍽!
“욱!”
남자는 린치를 시작하려는 깡패들을 보며 손짓했다.
“야. 여자부터 잡아. 패는 건 나중에 하고.”
“옙.”
그렇게 깡패들이 임유나가 타고 있을 차로 시선을 돌리던 그때.
탓!
“어?”
차 보닛을 밟고 넘어온 임유나가 깡패 하나의 머리를 발로 차 버렸다.
뻥!
“칵!”
“뭐야?! 억!”
콱!
그리고 그대로 점프해 다른 깡패의 가슴팍에 발차기를 날린 뒤 착지했다.
“후…….”
임유나는 놀란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동생과 깡패들을 둘러보며 긴장한 숨을 내쉬었다.
동생이 당하는 걸 보고도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순 없었다.
그래도 그동안 라세흠 부장님에게 배운 게 있으니, 그대로만 하면 자신도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그리 생각한 임유나가 임지훈을 붙잡고 있는 깡패들에게 달려들었다.
“이런 건방진…… 크엑!”
“뭐 해! 이 병…… 쿡!”
손을 번쩍 들던 깡패의 울대를 발끝으로 찍어 차고, 뒤에서 덮치려는 깡패의 명치에 뒤차기를 꽂았다.
털썩.
무릎을 꿇고 정신을 못 차리는 깡패들을 보며 근재가 목을 우둑 꺾었다.
“멍청한 새끼들. 고작 이런 여자 하나 못 잡아서…….”
파박!
땅을 박차고 달려드는 그를 보며 임유나가 옆으로 스텝을 밟아 벗어났다.
“어딜!”
근재는 예상했다는 듯 바로 상체를 틀어 임유나에게 손을 쭉 뻗었다.
하지만 임유나는 이미 그렇게 나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탓!
뒤로 뛰어오르며 체조선수처럼 발을 풍차처럼 한 바퀴 돌리고 착지했다.
쩍!
턱을 정통으로 얻어맞은 근재가 다리가 풀렸는지 무릎을 털썩 꿇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임지훈이 입을 쩍 벌렸다.
‘대체 몇 달 동안 뭘 한 거야?’
분명 헬스장에서 간단한 체력 관리 정도만 한다고 들었는데, 지금 보니 무슨 홍콩 무협 액션을 찍고 있었다.
“저런 병신들…….”
싸늘한 눈빛으로 부하들이 당하는 걸 노려보던 남자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야. 그냥 한꺼번에 몸으로 덮쳐.”
그 말에 임유나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잘 상대하고 있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가 일대일의 상황.
동시에 여러 곳에서 다수가 달려든다면, 50kg이 겨우 넘는 임유나로선 벗어날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아직 남은 게 열 명 가까이 되니, 임유나와 임지훈 둘이선 뚫고 나가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임유나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주혁 씨가 도우러 올 거야.’
조금 전 경찰에게 연락할 때 이주혁에게도 연락했다.
그가 올 때까지만 버티면 된다는 생각으로 다시 자세를 잡던 순간.
끼익-.
골목으로 오토바이 한 대가 들어와 섰다.
그걸 본 임유나의 표정이 밝아졌다.
“주혁 씨?”
오토바이에서 내린 남자가 헬멧을 벗었다.
임유나는 남자의 얼굴을 확인하고 멈칫했다. 여기까지 달려온 건 이주혁이 아니었다.
“……태섭 씨?”
“사장님. 괜찮으십니까?”
임유나는 살짝 당황했지만, 정태섭이 먼저 도착한 건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다른 분들은요? 혼자 먼저 오신 거예요?”
그 물음에 정태섭은 깡패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일단 먼저 온 거긴 한데…… 뭐.”
정태섭이 무표정하게 깡패들을 향해 걸어가며 말했다.
저벅.
“혼자서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이번 생은 빌런이다
지은이 : 글빌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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