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28
027화
“야이. 새끼야. 어떤 미친놈이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다고 진짜 기다리고 있겠……. 어? 있네.”
“왔어?”
시커먼 놈들이 많이도 찾아왔네.
어디 보자. 스무 명은 될 거 같은데…….
“이 미친놈. 진짜 기다리고 있잖아?”
“기다리라며?”
너희가 기다리라고 했잖아?
내가 ‘풍원요정’ 로비 가운데에 앉아있어서 놀란 표정이네.
그런 표정 짓지 마라. 약속 지킨 나만 바보 된 거 같잖아.
맨 앞에 있던 놈이 도끼를 꺼내서 어깨에 들쳐 메고 온다.
그러고는 내 옆에 있는 테이블에 도끼를 내리찍었다.
“너 어디서 놀던 놈인가 보다.”
“휴……. 십수 년을 일만 했다. 놀긴 뭘 놀아?”
네가 잠입 근무의 긴장감을 알겠냐?
조폭 기업 밑에서 온갖 잡일은 다하고, 조직에 걸릴까 봐 조마조마한 하루를 보냈던 그 날을.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내 정체가 들켜서 칼을 맞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너는 모른다.
이제까지 논 적이 없어서, 이번엔 좀 놀아야겠다.
“강북도끼파라고 했지?”
“임유나 사장이 가르쳐 줬냐? 우리가 누군지?”
난 내 옆에 있는 도끼를 흘깃 쳐다봤다.
너희 시그니처를 꽂아 뒀는데, 모르는 게 이상한 거 아냐?
“내가 오늘 신나게 놀 예정이야. 워낙 운동에 미친 인간들이 많아서 내가 움직일 기회가 없었거든.”
“뭐라는 거야? 이 새끼가.”
“들어 봐. 나중엔 듣고 싶어도 못 들을 테니까.”
“……뭐?”
“아무튼, 요즘 내가 운동 부족이야. 괴물 같은 것들이 치고받는 일에 재미 들여서 내 차례가 없었어. 그래서 지금 신나게 놀아 볼 생각이니까.”
난 자리에서 일어나며, 강북도끼파 놈들을 쓱 훑어봤다.
“제발 허무하게 당하지 마라. 땀은 흘릴 수 있게 해 줘.”
“이런 또라이 쉑……. 컥!”
우선, 한 놈의 울대를 잡았다.
협박하려는 건 좋은데, 무기는 손에 잡고 있어야지.
도끼날도 잘 갈아 뒀구만, 왜 엄한 데 꽂아 놔?
“나 질질 끄는 거 싫어한다. 한꺼번에 덤벼.”
“컥! 이 개…….”
퍽!
명치에 주먹을 내리꽂았다.
개 뭐라고 했으니, 좋은 말은 아니겠지.
맞고 시작하자.
빠각!
명치를 맞고 제대로 숨도 못 쉬고 있는 놈의 종아리를 구두 굽으로 찍어 버렸다.
뼈 부서지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린다.
“……!!”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뒤에 서 있던 놈들의 동공이 커지며 놀란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에헤이. 깡패들이 이렇게 겁이 많아서야.
동료가 당했으면, 연장부터 들고 달려들어야지.
토끼 눈을 뜨고 있으면 어떡하냐?
“들어올 생각이 없는 거 같으니. 내가 먼저 갈게.”
난 가죽 주머니에 넣어둔 쿠크리를 역으로 잡았다.
휘어진 칼이 손에 들리자, 오랜만에 안정감이 찾아든다.
그래. 이 기분이야.
전장에서 날아다니던 그때의 기분.
자. 준비는 마쳤으니 이제부터 공정하게 싸워야 하지 않겠어?
“10초 안에 연장 꺼내라.”
“……?”
“무기도 없는 놈들을 학살하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라서 말이야.”
내가 친절을 베풀자, 서로 눈치를 보고 있다.
주섬주섬 허리춤에 있는 도끼를 꺼낼지 말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걸 보고 있자니 기가 찬다.
아무리 내가 한 놈을 순식간에 골로 보냈다고 해도, 이렇게 쫄아서야 깡패라고 할 수 있겠어?
너희 머릿수를 봐. 1대 다수의 싸움인데 겁부터 집어먹고.
쯧. 강북도끼파 애들은 안 되겠다.
이놈들은 최소한의 깡도 없는 동네 건달이나 다름없는 놈들이다.
휙.
앞에 있는 놈에게 달려들며, 어깨를 가르려 했다.
순간, 놈이 놀라며 상체를 뒤로 젖힌다.
‘단순한 트릭에도 속네.’
깡패도 면접 좀 보고 골라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런 트릭에 속으면…….
푸욱!
“끄아악!”
허벅지가 완전히 비잖아.
내 손에 들린 쿠크리가 놈의 허벅지를 관통해 버렸다.
뼈까지 뚫어 버리는 이 느낌.
짜릿하다. 늘 새롭다.
“쳐……. 쳐!”
맨 뒤에 있던 깡패놈이 외쳤다.
이제야 상황 파악이 되나 본데 늦었어.
난 도끼를 꺼내는 놈들에게 쿠크리의 맛을 알려 주며 나아갔다.
방향 없이 휘젓는 도끼는 가볍게 피하며 쿠크리를 박아 넣었고, 다가오지 말라는 식으로 엑스자를 그리며 도끼를 휘두르는 녀석의 팔목의 심줄을 끊었다.
“쯧쯧. 멍청한 것들아. 너흰 이 칼을 본 순간 항복하든, 도망가든 선택해야 했어.”
느릿한 도끼질을 여유롭게 피하며 말을 이었다.
여유 넘치는 싸움이라 입이라도 나불대야겠다.
“너희 구르카 용병이라고 아냐?”
“끄윽-.”
“네팔 지역에 사는 용병들인데, 이놈들이 보통 인간들이 아니야. 이 단검 하나로 무장한 군인들의 멱을 딸 정도로 강한 놈들이지.”
“아악!”
“나도 들은 얘긴데, 이거 실화라더라. 한 번은 기차에 무장 강도 40명이 탔다더라. 총과 무기로 무장한 40명이.”
“악! 내 다리!”
“40명의 무장 강도가 돈을 뺏고 기차를 난장판으로 만들다가, 놈들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지. 10대 소녀를 성폭행하려고 한 거야.”
“아악! 아악!”
“그때, 한 명이 나섰지. 쿠크리를 들고 40명의 무장 강도와 맞섰어.”
“끄아악!”
“결과가 어떻게 됐을 거 같아? 놀라지 마라. 무장 강도 3명을 죽이고 8명을 반죽음으로 만들었어. 나머지 놈들은 무서워서 도망갔고.”
“커억! 커억!”
“그 사람이 구르카 용병이야. 쿠크리 하나로 40명의 강도를 해치운 영웅.”
“쿨럭!”
“내가 그 용병들한테서 쿠크리 검술을 배웠거든. 이게 실전 최강 무술 중의 하나지.”
이라크 파병 때, 구르카 용병에게서 배운 단검술이다.
우리 특수부대원들도 괴물이라 칭하기 아깝지 않은 수준이지만, 그놈들은 더했다.
네팔인으로 구성된 영국 외인부대는 전투종족이라는 말이 실감 날 정도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모습이었다.
미칠 듯이 빠른 몸놀림과 기교를 쿠크리라는 단검에 담아, 총 든 상대를 무력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놈들은 걸어다니는 사신이지.’
군인에게 구르카 용병은 대단한 존재임과 동시에 맞서 보고 싶은 상대다.
혈기 넘치는 군인들은 구르카 용병에게 도전하기에 이르렀고 나도 그중 하나였다.
겨우겨우 무승부를 기록할 수 있었지만, 그 대결이 단순한 겨루기가 아니라 실전이었다면 나도 장담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걔 이름이 샤키야라고 했던가?’
으레 남자들이 그렇듯, 싸우고 나서 그놈과 친해졌다.
덕분에 이 쿠크리 검술도 배울 수 있었고.
“그러니까 앞으로 쿠크리를 든 놈을 보면 도망……. 어?”
뭐야? 왜 한 놈밖에 안 남았어?
“하, 항복. 항복이다.”
놈이 도끼를 바닥에 던지고 양손을 들었다.
맨 뒤에 있던 너는 행동대장 아니냐?
대장이란 놈이 항복하면 어떡하냐? 흥 떨어지게.
뒤를 돌아보니 널브러진 놈들이 새어 나오는 피를 지혈하고 있다.
아픔에 몸부림치는 녀석도 있고, 셔츠를 찢어 허벅지를 묶고 있는 녀석도 있다.
아프냐? 난 안 아프다.
“어이.”
“어? 어…….”
“네가 행동대장이냐?”
“……그렇다.”
“너 완전 양아치구나.”
짝!
뺨을 사정없이 올려 쳤다.
턱이 돌아갈 정도로 강하게.
“네 부하들은 피떡이 됐는데, 넌 뒤에서 상황 파악이나 하다가 항복을 외치면 그만이야?”
“커억…….”
“강북도끼파 수준이 원래 이거밖에 안 됐어? 이때까지 이 험한 건달 판에서 어떻게 살아남은 거야?”
이거 진심으로 궁금하네.
이런 실력이면 벌써 다른 조직에 강제로 흡수·합병당했을 거 같은데.
“…….”
그래. 너희가 친절하게 설명해 줄 필요는 없지.
꼬라지를 보니까 대충 알 거 같다.
“모기처럼 일반인들 고혈 빨아먹으면서 숨죽이고 살았겠지. 여기처럼 요정이나, 룸살롱 같은 거 강제로 매입해서 돈 벌었을 테고. 조직 중에서도 제일 낮은 조직들이나 하는 그런 짓으로 여기까지 온 거겠지.”
사이즈가 있는 조직은 기업이란 형태로 커 간다.
강남파의 주철수가 그랬고, 서울광목파의 고광목도 그렇게 크고 있다.
근데, 이놈들은 다르다.
일반인이 하는 매장에 위협을 가하고, 팔라고 협박한다.
안 팔겠다고 버티면, 여기 풍원요정에 했던 것처럼 행패를 부리며 영업을 방해하고.
이러면, 장사하는 사람은 버틸 재간이 없다.
험상궂은 인간들이 가게 문 앞을 지키고 있는데, 누가 찾아오겠는가?
결국은 손실이 쌓이다가 헐값에 가게를 팔아넘긴다.
‘그럼, 이 새끼들은 그 이름 그대로 재오픈하고.’
가게가 가지고 있던 명성을 이용해서 다시 오픈한다.
주인은 눈물을 훔치고 있을 때, 이놈들의 등은 따듯해지는 거다.
“야. 너희들 생각할수록 개X끼네.”
한 대 더 패? 아예 불구로 만들어 버려?
아니다. 이놈들 정리한다고 끝날 일이 아니지.
썩어 빠진 뿌리를 뽑아야지.
난 카운터로 가서 종이와 펜을 하나 가져왔다.
그러고는 행동대장이란 놈에게 건넸다.
“지금부터 조직도를 작성하는 거야. 너희 대빵부터 맨 아래에 심부름하는 놈까지 전부 한 명도 빠짐없이 적어라.”
“……!!”
“뭘 놀라고 그러냐? 내가 너희들만 손봐주고 끝낼 거라고 생각했어?”
썩은 나무는 흉물이야. 내가 뿌리째 뽑아 줄게.
“뭐해? 적어.”
“크, 큰형님까지 건드릴 생각이냐?”
“응. 강북도끼파라는 양아치 조직을 없애 버릴 생각이야. 왜?”
“…….”
“빨리하는 게 좋을 거다. 내가 인내심이 많은 편이 아니라서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쿠크리를 꺼내 묻은 피를 닦았다.
“기다리다가 사람 하나 병신 만들 수도 있어. 그 병신이 네가 될 확률이 높겠지?”
그제야 펜을 들고 종이 위로 손을 올린다.
역시, 이놈들은 말로 해서는 안 돼.
너희가 했던 방식 그대로, 협박과 공갈로 위협해야 말을 듣지.
난 곧장 뒤를 돌아봤다.
“다리 다친 놈들은 병원으로 직행하고 팔 다친 놈들은 대충 지혈해서 가게 정리해라. 싸웠다는 흔적도 찾을 수 없게 깨끗하게. 알겠냐?”
“…….”
“알겠냐고?!”
“……예.”
존댓말을 다하고 고맙네.
어쨌든 풍원요정은 정리했으니, 강북도끼파란 썩은 나무를 뽑으러 갈까?
아. 물론, 나무를 제거하는 데 필요한 경비는 톡톡히 받아 낼 생각이다.
원래 부정 축재로 벌어들인 불법적인 자금은 환수하는 게 기본이니까.
받아 가는 대상이 국가가 아니라, 나라는 점이 좀 다르지만.
***
“아오. 미친 인간들…….”
강북도끼파의 조직도와 사업장 그리고 주둔지가 적힌 종이를 건네주자마자, 우리 직원들은 부리나케 달려 나갔다.
마치 피라냐를 보는 느낌이랄까?
맛있는 먹이가 강북에서 헤엄치고 있으니, 당장 가서 뜯어먹으려는 모습이었다.
“제대로 뜯어먹고 와라.”
오늘 ‘강북도끼파’란 이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우리 직원들이 적당히란 단어를 잊어먹은 애들이라, 강북도끼파는 흔적도 없이 공중분해 될 거다.
이렇게 일을 벌이면 나중에 후처리를 걱정할 수도 있는데, 상대가 깡패라서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적당히 패고 내분으로 와해됐다고 진술하게 만들면 되거든.
이러면 경찰도 꼬투리 잡고 조사하려 들지 않는다.
자기들이 예의주시해야 하는 조직이 사라지는 거니까 오히려 좋아하지.
‘강북의 중소조직 하나는 없앨 거고.’
이제 계산할 게 남았지.
난 오전에 받은 명함을 꺼내 주섬주섬 핸드폰을 꺼냈다.
“행님. 그건 뭡니꺼?”
화장실을 다녀온 덩치가 물었다.
“수금 받을 사람 명함.”
일 처리를 해줬으니, 대금을 치러야지.
풍원요정의 임유나 사장한테 정산받을 게 남았다.
“행님. 그런 건 제가 할께예. 이리 주이소.”
덩치가 명함을 가져가려 한다.
난 잽싸게 명함을 안주머니에 숨겼다.
“내가 할게.”
“예? 만다꼬예? 이런 자잘한 거는 제가…….”
“내가 해.”
임유나의 눈부신 미모가 아른거린다.
한 번 더 봐야 할 거 같다.
이번 생은 빌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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