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290
#290화
띵-.
경쾌한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일행과 함께 내리자, 경호대 쪽은 이미 진열을 갖추고 대기 중이었다.
우리가 도착한 걸 확인한 육진모가 매수된 직원을 향해 말했다.
“안내해.”
“이쪽입니다.”
J가 있는 최상층으로 향하기 위해선 다른 승강기를 통해 올라가야 했다.
사삭.
발소리를 죽이고 계속 이동했다.
“이건가?”
“예. 이 엘리베이터는 보안 코드를 입력해야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보안 코드로만 가동되는 승강기라.
위장용 회사라면서 이런 것까지 만들어 놓은 걸 보면 자기 안전은 철저히 신경 쓰는 놈인가 보네.
꾹. 꾹.
직원이 키패드를 누르자, 엘리베이터의 문이 소리 없이 스르르 열렸다.
“……다 타는 건 무리겠군.”
그 말대로, 엘리베이터는 기껏해야 네 사람 정도나 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좁았다.
아마 한두 명 이상으로 탈 일이 없어서 일부러 이렇게 만든 거겠지.
“인원을 나눠서 진입하겠다. 세 사람씩 세 조로 나눈다. 마지막 조는 이 직원을 데리고 올라온다.”
“예.”
“그럼 너희 셋부터 진입.”
경호대원 세 사람이 엘리베이터에 먼저 탑승했다.
그중 하나는 등에 메고 있던 방탄 방패를 꺼내 들고 있었다.
직원이 키패드를 다시 조작하니 문이 닫혔다.
우웅-.
부드러운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올라갔다.
경호대장 육진모는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직원에게 말했다.
“그럼 다음…….”
펑!
그때, 갑자기 총성이 들렸다.
뒤이어 비명 같은 소리와 함께, 다시 한번 굉음이 터져 나왔다.
콰앙-!
육진모가 다급한 표정으로 직원에게 소리쳤다.
“빨리 내려!”
“예, 예!”
지잉-.
다시 내려온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
그 내부는 처참했다.
“끄으…….”
“커헉.”
올라간 건 세 사람인데, 돌아온 건 둘밖에 없었다.
심지어 그 둘은 피를 엘리베이터 안에 흩뿌린 채 신음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X발. 뭐야!”
경호대원 하나가 직원의 멱살을 잡았다.
“이 새끼, 네가 배신한 거지?!”
“저, 저도 모르는 일입니다!”
“개소리. 분명 최상층까지는 아무 문제 없이 갈 수 있다고 했잖아!”
“일단 부상자부터 수습해!”
대원들은 조심스럽게 두 사람을 꺼내 눕혔다.
“끄윽…….”
“대, 대장님…….”
그들의 상처를 살피던 육진모가 고통스러워하는 대원들에게 물었다.
“……산탄이군. 무슨 일이 있던 거냐.”
“크……. 문이 열리자마자 총알이 날아왔습니다…….”
“대기하고 있었단 건가? 한 명은 어떻게 된 거지?”
“크레모아가 터졌습니다……. 그래서 방패를 들고 있던 녀석이…….”
그 말에 나는 어이가 없어서 중얼거렸다.
“엘리베이터 앞에 크레모아가 있었다고?”
어이가 없네.
대체 회사에 왜 그런 게 있는 거야?
50m까지 살상할 수 있는 지뢰가 터졌다니, 잘 믿기지 않았다.
뭐 어찌 됐든, 그게 터져서 방패를 들고 있던 녀석이 나가리 됐고.
이 두 사람은 그 후로 날아온 산탄에 당했다는 소리였다.
우선 패닉이 온 듯한 표정의 직원에게 질문했다.
“J에게는 문제없다고 보고하지 않았습니까?”
“아, 예……. 매일 주기적으로 보고하던 것과 똑같이 행동했는데…….”
“누가 정보를 흘린 거네.”
육진모와 경호대원들이 내 쪽을 쳐다봤다.
“설마 내가 그랬다고 생각하는 거냐?”
“……그럴 리는 없겠지.”
내가 인상을 구기자 육진모가 고개를 저었다.
민지훈에게 우리의 거래 내용을 들었을 테니 날 의심하진 않을 거다.
그리고 실제로 난 J에게 아무 정보도 흘리지 않았거든.
잠시 고민하던 육진모가 무전기를 꺼냈다.
“부상자가 세 명 발생했다. 14층으로 올라와라.”
-부상입니까. 알겠습니다.
육진모는 무전을 종료하고 우리에게 말했다.
“다행히 승강기에는 문제가 없는 것 같으니, 방패를 가지고 있는 인원이 먼저 올라가 방어선을 구축한다. 그리고 우리가 올라가면 방진을 짜서 천천히 진입한다.”
“좋아. 그러자고.”
방패를 꺼내 든 셋이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올려보내.”
“아, 예.”
방패병들이 먼저 올라가고, 그다음으로 육진모는 나를 불렀다.
“이번엔 그쪽 인원 둘과 내가 올라간다.”
“알았다. 부장님, 가시죠.”
“오케이.”
나와 부장님, 육진모가 엘리베이터에 탔다.
스르륵.
문이 닫히고, 우리는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끽.
신발과 바닥에 묻은 피가 마찰하며 기분 나쁜 감각을 선사했다.
타당! 타다당!
천장을 통해 날카로운 총성이 들려왔다.
부장님이 탄창을 점검하며 중얼거렸다.
“저항이 거세네.”
“…….”
옆을 슬쩍 돌아보니, 육진모는 자신의 대원이 중상을 입어서 그런지 심기가 상당히 불편한 것 같았다.
“그 둘은 괜찮을 거다. 주요 혈관이나 급소는 피해 갔더라고.”
“……운이 좋았지. 방심하지 않았더라면 당할 일도 없었을 테지만.”
“뭐, 그렇긴 해.”
육진모는 대원들이 다친 것보다 그런 함정에 빠진 데에서 화가 난 듯 보였다.
그때,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간다. 숙여.”
문이 스르륵 열리자, 총성이 다시 한번 귀를 강타했다.
탕! 타다당!
총알이 이쪽으로 날아왔지만, 우리 앞에는 다리를 보호하기 위해 한쪽 무릎을 꿇고 방패를 치켜든 대원들이 있었다.
아까와는 다르게 함정이 없어서 그런지, 상대가 총을 갈기는데도 잘 버티는 중이었다.
터덩! 텅!
방패에 탄환이 부딪치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머리가 나가지 않게 몸을 낮춘 채로 걸음을 조금씩 옮겼다.
그러자 저 멀리 쓰러져 있는 한 대원이 보였다.
녀석의 주변은 피로 흥건했다.
‘군용 크레모아는 아니네. 소형이었나?’
만약 일반적인 크레모아를 맞고 날아간 거라면 최소한 팔다리 한둘은 떨어져 나갔겠지.
덥석.
잠시 총격이 멈춘 사이 땅을 박차고 달려가 쓰러진 녀석의 옆에 떨어진 방패를 주워 들었다.
철컥.
묵직함을 느끼며 방탄유리로 된 창을 이용해 전방을 살폈다.
‘저놈이네.’
사진으로 얼굴을 확인한 J.
그 녀석이 기관단총을 들고 이쪽을 견제하고 있었다.
어쩐지 방패병들이 잘 버틴다 했는데, 다행히 소총은 아니었네.
방패병의 등을 받치고 있는 육진모를 향해 물었다.
“그나저나 이 밤에 총소리를 들은 사람들이 경찰에 신고하면 어떡하냐?”
“이 지역 경찰은 출동하지 않을 거다.”
이미 약을 쳐 놨다면 안심해도 되겠어.
“습.”
나는 숨을 크게 들이쉰 뒤 전방을 향해 외쳤다.
“제이콥 스태포드!”
J의 본명을 크게 부르자, 침착한 표정으로 빈틈을 찾던 녀석이 이를 갈았다.
“너는, 설마!”
“반갑다.”
“이주혁!”
목소리만 듣고 알아볼 줄은 몰랐는데.
J는 나를 향해 격양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 개자식! 경호대의 위치를 알려 준다더니 같이 쳐들어온 거냐?!”
그걸 들은 육진모가 미간을 좁히며 나를 돌아봤다.
그렇게 말하면 얘네가 오해하잖아.
“아니, 네가 궁금한 것 같길래 직접 데려와 줬구만. 왜 화를 내고 그래?”
“닥쳐!”
나는 J의 평정심이 흔들리는 걸 느끼고 육진모를 향해 수신호를 보냈다.
“전진한다!”
철컹.
방패병들이 한 발짝씩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에 J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견제사격을 하며 후퇴했다.
놈의 뒤에는 철로 된 문이 있었다.
저기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글 생각인 모양인데, 농성을 시작하면 골치 아파진다.
문을 부수는 데 C4라도 써야 견적이 나올 것 같단 말이지.
‘여기서 잡아야 돼.’
철컥.
나는 기관단총 대신 레이저 포인터가 달린 권총을 뽑아 들었다.
이어 방패 옆으로 총구를 내밀어 놈을 조준했다.
그러자 붉은색 점이 J의 몸통에 찍혔다.
퓩!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퍽!
“컥!”
그와 동시에 J가 숨이 막히는 소리를 내며 크게 휘청였다.
아무리 방탄복을 입고 있다 하더라도, 손가락 마디만 한 쇳덩어리가 음속이 넘는 속도로 날아와 부딪히는 거다.
9mm짜리 권총탄이라도 맞으면 더럽게 아프다는 뜻이다.
“크윽……!”
J는 핏발이 선 눈으로 내 쪽을 조준했다.
그 틈을 타 육진모와 부장님이 어느새 꺼낸 권총을 발사했다.
퍽! 퍼억!
“끄아악!”
몸통에 한 발, 어깨에 한 발을 더 맞은 J가 뒤로 쓰러졌다.
그래. 이건 의지로 버틸 수 있는 게 아니거든.
나는 방패를 내던지고 땅을 박찼다.
“이런 씨……!”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어떻게든 들어 올리려던 팔을 걷어찼다.
그리고 근거리에서 방탄복에 총알을 두 발 더 쐈다.
“커억.”
J는 거품을 물 기세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슥.
나이프를 꺼내 놈이 매고 있던 어깨끈을 자르고 총을 발로 밀었다.
철컥.
“J.”
몸통을 밟고 머리를 겨냥한 채로 씩 웃으며 말했다.
“만나서 반갑다.”
“끄으…….”
힘겹게 고개를 들어 자신에게 여섯 개의 총구가 겨눠진 걸 확인한 J는, 이내 쿨럭거리며 머리를 떨어뜨렸다.
쿵.
“젠장할…….”
작전 종료다.
.
.
.
상황이 마무리되고, 우리는 J를 철저하게 포박했다.
어차피 갈비뼈도 몇 대 나가고 멍도 잔뜩 들어서 도망치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확실한 게 좋으니까.
그리고 중상을 입은 대원들은 다른 녀석들이 데리고 나갔다.
아마 미리 섭외한 병원 같은 곳에서 치료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대원들에게 뭐라 지시하는 육진모를 향해 물었다.
“이제 이놈은 어떻게 할 거지?”
“선생님이 심문하실 거다.”
“여기로 오는 건가?”
“아니.”
육진모가 품에서 패드 크기의 디바이스를 꺼내며 말했다.
“화상으로 한다.”
“최첨단이네.”
“저 안에서 할 테니 바깥에서 잠시 대기해 주겠나.”
“음? 우리가 들으면 안 되는 내용이라도 있나?”
“선생님의 요청이시다. 부탁하지.”
부탁까지 한다면 어쩔 수 없네.
“그래. 그럼.”
내가 흔쾌히 수긍하자 육진모는 예상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왜. 말꼬리 잡으면서 트집이라도 잡을 줄 알았나 보지?
“알아서 하고 나와라.”
민지훈이 놈에게서 뭘 알아낼지 궁금하긴 한데, 나도 생각이 있거든.
질질.
그렇게 육진모는 시체처럼 늘어진 J를 끌고 철문 너머로 들어갔다.
다른 경호대원들도 대동하지 않는 걸 보니까 진짜로 비밀스러운 내용인 모양이다.
끼익.
잠시 10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육진모가 다시 놈을 데리고 나왔다.
J는 모든 걸 놓아 버린 얼굴이었다.
어떻게 해도 자신이 살아남지 못할 거란 사실을 깨달은 듯한 느낌이었다.
“이주혁. 잠시.”
“왜?”
“전할 말씀이 있다고 하셨다.”
그 말에 다가가 보니, 육진모가 든 화면 안에서 민지훈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뭐야?”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주혁 씨.
“그래. 나중에 계산은 제대로 하라고.”
이렇게 도와주기까지 했으니, 다음에는 더 야무지게 빨대를 꽂아야지.
“필요한 정보는 다 얻은 건가?”
-그렇습니다.
“비밀로 하는 이유는 뭐야?”
-하하. 원래 아무리 가까운 관계라도 서로 비밀은 있는 법 아니겠습니까.
“쯧.”
뭔가 가까운 관계라니까 기분이 더럽네.
나는 주제를 바꿔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저놈은 필요 없는 거냐?”
-글쎄요. 그건 아닙니다만, 왜죠?
“나도 심문을 좀 하고 싶어서.”
내 말을 들은 육진모가 인상을 찌푸렸다.
“아까 얘기하지 않았나. 도움을 주는 건 생포나 사살까지. 이후의 신병은 우리 측이 관리한다고.”
“너네도 따로 심문했잖아? 그럼 우리도 하게 해 줘야지.”
“뭐?”
“그 뒤엔 그쪽이 알아서 해. 난 신경 안 쓸 테니까.”
만약에라도 민지훈이 심문한 내용이 궁금해서 J에게 다시 물어볼까 봐 걱정하는 것 같은데.
쉽게 거절할 순 없을 거다.
우리는 부탁을 흔쾌히 들어줬는데, 이제 와서 내가 하는 요청을 까 버리면 안 되지.
육진모는 민지훈의 의견을 물으려는 듯 화면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렇게 하시죠.
“으음.”
놈의 대답은 내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주혁 씨에게도 정당한 권리가 있으니까요.
민지훈이 대충 무슨 생각을 했는지 예상이 간다.
거절하면 면이 살지도 않을뿐더러, 혹시 내가 또 본인을 엿 먹이는 걸 방지하려고 최대한 좋게 좋게 가려는 거겠지.
“오케이. 갑시다.”
동의 의사를 받은 즉시 내 일행을 불렀다.
그리고 J의 뒷덜미를 움켜쥐며 속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들어가자마자 저 새끼가 뭘 물어봤는지부터 알아내야지.’
들키면 조금 난감해지겠지만, 뭐 어쩌겠어.
원래 궁금한 건 참을 수 없는 법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