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295
#295화
우리는 곧장 스가와라가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혹시 수상한 사람들이 위로 올라가지 않았습니까?”
“아, 네. 여기 없는 환자를 찾는 분이 있었는데, 막무가내로 올라가셔서…….”
“고맙습니다!”
타닷!
‘제발 늦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병실이 있는 복도에 도착해 코너를 돌자, 십수 명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순간 이미 늦은 건가 생각했지만, 아직 병실 앞에서 두 사람이 대치하고 있었다.
그에 나는 땅을 박차고 달려가다가 펄쩍 뛰어올랐다.
그리고 그때 봤던 야쿠자를 공격하려는 놈을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
퍼억!
팔을 들어 막은 상대가 충격에 뒤로 물러났다.
턱.
‘이놈은 뭐지?’
노숙자 같은 허름한 외투에 덥수룩한 머리.
하지만 옷 안쪽의 몸은 고도로 단련되어 있다는 게 느껴졌다.
거기다 저 뒤에 멀뚱히 서 있는 양동철도 있긴 한데, 아마 이놈이 혼자서 야쿠자들을 다 쓰러뜨린 걸로 보인다.
한마디로 상당한 실력자란 소리다.
“유토!”
내가 노숙자랑 대치하는 사이, 뒤에서 미우라가 달려와 야쿠자의 상처를 살폈다.
“형님…….”
“대체 어떻게 된 거냐!”
“죄송합니다. 당했습니다……. 그래도 오야붕은 무사하십니다.”
“잘했다. 이제 쉬어라.”
몸을 일으킨 미우라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우선 저놈부터 잡아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잠깐만요.”
나는 이쪽을 응시하는 남자를 보며 어딘가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
예전에 부장님과 마종석, 춘식이를 인천에 보냈을 때, 거지꼴인데 굉장히 재빨라서 놓쳤다는 삼합회 놈이 하나 있었다.
“저놈이 그때 놓쳤다던 그놈입니까?”
내 물음에 미우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맞습니다.”
“그럼 무조건 생포해야겠네요.”
흥미로운 눈으로 노숙자를 쳐다보던 고상미가 씩 웃으며 물었다.
“나도 껴도 되나?”
“밀린다 싶으면 도망갈 확률이 높으니 신경 써야 합니다. 상훈아. 넌 비상계단 쪽으로 우회해라.”
“오케이.”
분노에 찬 미우라가 먼저 노숙자에게 달려들었다.
부웅!
상대는 미우라의 주먹을 어렵지 않게 피했다.
그러면서도 어떻게 도망칠까 궁리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하지만 그런 여유도 고상미가 합류하자 사라졌다.
파박! 퍽!
남자의 손발이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그걸 느낀 나도 슬슬 빈틈을 찾아 끼어들려고 하던 그때.
“#@%!”
뭐라 지껄인 놈이 다리를 크게 휘두르며 순간 미우라와 고상미를 떨쳐 냈다.
그리고 뒤돌아 도망쳤다.
타다닷!
“저 새끼 잡아! 미우라는 병실 지키고!”
열심히 달음박질을 치는 놈을 뒤따라 나도 뛰었다.
‘개새끼, 진짜 빠르네!’
엘리베이터 쪽은 우리가 길목을 지키고 있어서 그런지, 복도 반대편에 있는 계단으로 갈 생각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걸 대비해서 조금 전에 하나를 보냈지.
“훅!”
발에 불이 나도록 달려간 노숙자가 비상계단으로 들어가는 문의 문고리를 잡던 순간.
쾅!
굉음과 함께 묵직한 철문이 벌컥 열렸다.
퍽-!
“크억!”
거기에 정통으로 부딪힌 노숙자가 뒤로 털썩 주저앉았다.
그에 내 앞에서 달려가던 고상미가 내려와 있는 놈의 머리를 향해 사커킥을 날렸다.
부웅-!
공기를 찢으며 날아간 발차기를, 놈은 바닥에 납작 엎드리며 피해 냈다.
이어 튕기듯 일어나면서 문을 열고 튀어나온 배상훈에게 죽일 기세로 달려들었다.
“@$$%^-!”
“뭐라는 거야, 이 씹새가!”
배상훈이 주먹을 내질렀지만, 노숙자는 빠르게 몸을 낮추며 태클을 날렸다.
쿵!
“큭!”
그대로 밀려난 배상훈이 비상계단 벽에 처박혔다.
노숙자는 발악을 하며 배상훈을 붙잡고 그대로 계단 아래를 향해 몸을 날렸다.
“크아아아!”
“어어, 이런 미친 새끼가- 으아악!”
퍽! 쿵! 쿠당탕!
계단을 뒹구는 소리에 황급히 달려가 상태를 확인했다.
“상훈아! 죽었냐?!”
“X바알……!”
“살아 있네!”
내가 계단 아래로 펄쩍 뛰어내리자, 휘청대던 노숙자가 다시 도망쳤다.
“지긋지긋하지도 않냐, 이 새끼야!”
나는 난간을 그대로 뛰어넘으며 놈의 등짝을 발로 찼다.
“흡!”
그러자 노숙자 놈은 비틀거리다 나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그걸 위빙으로 피하고 반격하려는데 이놈이 또 냅다 튀었다.
“이 미친놈이 진짜!”
내가 싸움 좀 하는 놈들을 많이 봤지만, 살다 살다 이렇게 도망치는 데 진심인 새끼는 또 처음이다.
나는 결국 허리춤에 차고 다니는 삼단봉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계단을 성큼성큼 뛰어내리는 놈의 뒤통수를 향해 휘둘렀다.
빗나간 삼단봉의 묵직한 머리 부분이 어깨를 때렸다.
뻑!
“크악!”
“좀 처맞자.”
일단 좀 매타작을 하려는데, 놈이 갑자기 품에서 팔뚝 길이의 칼을 뽑았다.
카각!
급소를 노리고 날아오는 칼날을 이를 악물며 쳐냈다.
여러 명과 싸운 뒤에 도망까지 쳤는데도 아직 팔팔해 보였다.
‘노림수였나?’
마치 지금까지 튀기만 한 건 방심을 유도하기 위해서였다는 듯, 노숙자 놈의 번개 같은 솜씨에 내 옷자락이 서걱서걱 잘려 나갔다.
“저, 저 개놈 새끼!”
배상훈이 뒤따라 내려왔지만, 계단이 좁아서 쉽사리 합류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때, 내 머리 위에서 고상미가 뛰어내렸다.
“엇!”
“비켜!”
그걸 본 노숙자 놈이 고상미의 발바닥을 향해 칼을 꽂았다.
칵!
그러나 칼날이 발등을 뚫고 나오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특수제작 신발이다, 새끼야!”
그 탓에 칼을 손에서 놓친 노숙자의 명치를 향해 옆차기를 꽂았다.
“끅.”
정통으로 얻어맞은 놈이 벽에 쿵 부딪혔다.
그런 놈의 얼굴로 고상미가 주먹을 날렸다.
“좀 뒈져라!”
노숙자가 양팔을 들어 막았지만, 고상미는 텅 빈 몸통에 니킥을 때려 박았다.
퍼억-!
“크헉!”
자연스레 앞으로 기울어지는 녀석의 머리.
나는 그곳을 향해 삼단봉을 내리쳤다.
빠악!
뭔가 쪼개지는 소리와 함께 놈의 몸이 허물어졌다.
쿵.
마침내 노숙자 놈은 무릎을 꿇은 채 땅에 머리를 처박았다.
“후…….”
“붙잡기 한번 존나게 빡세네.”
쓰러진 녀석을 발로 툭 찬 배상훈이 허리를 붙잡으며 신음했다.
“아오, X팔……. 허리 나가면 안 되는데.”
“진짜 겨우 잡았네. 질긴 새끼.”
고상미도 왜 가지고 다니는지 모를 로프로 노숙자를 묶으며 투덜댔다.
“대체 뭐 하는 놈이야?”
“알아봐야죠.”
삼합회가 이렇게까지 하면서 스가와라를 죽이려고 하는 이유를 알아내야 뭐라도 가닥이 잡힐 텐데 말이지.
‘머리가 아프구만.’
민지훈이 삼합회의 내부 사정을 그나마 알 만한 사람이고…….
우선 그놈에게 얘기를 꺼내기 전 우리 쪽에서 먼저 심문을 해 봐야겠다.
‘쉽게 쉽게 대답이 나왔으면 좋겠네.’
이렇게 힘들게 잡았는데 입을 꾹 다물어버리면 굉장히 화가 날 것 같거든.
나는 핸드폰을 꺼내 병실을 지키고 있을 미우라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쪽은 이상 없습니까?”
-후……. 예. 스가와라 님은 무사하지만, 양동철 사장은 도주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잘했습니다.”
이놈이 잡힌 이상, 어차피 양동철이 갈 곳은 이제 마땅치 않을 거다.
설령 거둬주는 곳이 있다 하더라도 추적해서 본거지를 치면 그만이다.
“우선, 스가와라 씨부터 안전한 곳으로 옮깁시다.”
결국 이 쥐새끼 같은 놈 하나를 붙잡긴 했는데, 계속 마음 한구석이 불안했다.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건에서 구린내가 아주 진동을 했다.
꾸욱.
어쩐지, 썩 유쾌하지 못한 사건이 터질 것만 같았다.
* * *
우리는 아직 반송장 상태인 스가와라를 야쿠자들의 아지트로 데려고 했다.
처치는 다 끝났고, 이제 상처만 터지지 않게 조치하면 돼서 가능했다.
하지만 병원에서 큰 사건이 일어난 만큼 바로 자리를 뜰 순 없었다.
“그래서.”
“예.”
“이주혁 씨 말은 웬 괴한이 지인의 병간호를 하던 사람에게 해코지를 하고 있었고, 업체 직원들이 격투기를 수련한 덕에 다치지 않고 제압했다?”
“그렇습니다. 한 친구가 타박상을 좀 입긴 했지만요.”
“그리고 환자의 상태를 살피는 사이 범인은 도주했다……. 맞습니까?”
조사를 담당한 경찰관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한 요약이십니다.”
“허. 이거, 참……. 인상착의는 기억하십니까?”
“예. 머리는 눈을 덮을 정도로 길었는데, 옷은 또 거지꼴이라 제가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 일행은 이번 일의 조사를 마치고 나왔다.
미우라는 불법체류자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야쿠자라 그런지 시간이 조금 걸렸다.
물론 우리 쪽에서 야쿠자들은 일방적인 증오범죄의 피해자라고 주장한 것도 컸다.
애초에 CCTV를 통해 노숙자 놈이 먼저 경비를 공격한 게 녹화되기도 했고 말이지.
경찰서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자니, 조사가 끝났는지 미우라가 걸어 나왔다.
그리고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덕분에 불필요한 일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됐습니다.”
“아닙니다.”
“또 스가와라 님이 무사한 것도 감사드립니다.”
미우라는 스가와라의 신변에 문제가 없다는 사실에 안심했는지 표정이 많이 풀려있었다.
“그쪽 대장 옮겨 놓을 곳은 있어요?”
“예. 다친 애들이 쓰는 침상이 있습니다. 많이 회복되셨으니 그리로 모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고, 양동철이 위치는 파악됐습니까?”
내 물음에 미우라가 송구한 얼굴로 말했다.
“애들이 돌아다니곤 있지만……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혹시라도 발견하면, 바로 붙잡지 말고 어디로 가는지 확인해서 보고하라고 전해 주세요.”
“예.”
이거, 어쩐지 미우라가 내 오른팔이 된 듯한 기분인데.
“그럼 미우라 씨는 오야붕을 케어하면서 양동철을 계속 찾아 주시죠. 자세한 사정은 제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미우라가 스가와라를 챙기러 황급히 떠났다.
그 뒷모습을 보던 고상미가 입꼬리를 슥 올렸다.
“야. 이제 쟤도 네 따까리냐?”
“따까리라뇨. 무슨 소립니까.”
“후. 어쨌든 오래간만에 뛰었는데 영 시원치가 않네. 차라리 내 동생 놈들이랑 치고받는 게 더 재밌겠어.”
도망가는 걸 뒤쫓기만 해서 그런가, 고상미가 불만스럽게 투덜댔다.
“싸움 고프면 부장님이랑 붙어요. 안 그래도 그 양반 할 일도 많이 없는데.”
“걔랑은 매일 붙고 있지. 흐흐.”
“……아, 그래요?”
나는 빠르게 화제를 돌렸다.
“일단 기준이를 여기로 부릅시다.”
“걔 족칠 때 나도 같이해도 되냐? 그놈은 좀 더 패고 싶어서.”
“그러세요.”
양동이파 사무실 뒷정리를 맡겨 놓은 백기준에게 연락했다.
“어. 한 놈 잡았다.”
-바로 간다. 주소 보내 놔.
뚝.
이 새끼, 고용주한테 자기 할 말만 하고 끊네.
어쨌든, 이제 즐거운 심문 시간이다.
과연 이놈들이 인천에서 무슨 개짓거리를 꾸미고 있는지 한번 알아보자고.
.
.
.
“읏차.”
지익.
야쿠자들의 아지트에 도착한 뒤, 우선 노숙자 놈을 의자에 단단히 묶었다.
“…….”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안다는 듯, 놈이 살기가 가득한 눈으로 나를 노려봤다.
손발이 봉인됐는데도 기세가 죽지 않은 걸 보니 보통 독한 놈이 아닌 것 같단 말이지.
나는 고상미와 배상훈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럼 시작할까요?”
그러자 배상훈이 의아한 듯 물었다.
“아직 백기준 안 왔잖아?”
“야. 걔 와도 중국어 할 줄 아는 사람이 없잖아. 그래서 어차피 사발 올 때까지 기다려야 돼.”
“아, 그렇긴 하네.”
“그러니까…….”
씨익.
“일단 좀 다져놓자고. 뒷사람 편하게.”
내 미소를 본 배상훈과 고상미가 이빨을 보이며 웃었다.
다들 이놈에게 쌓인 게 많은 눈치였다.
스윽.
눈을 돌리니, 뭔가 이상함을 느낀 건지 이쪽을 보는 노숙자 놈의 눈동자가 떨리고 있었다.
“따로 할까요? 같이 할까요?”
“같이 하자.”
“그럽시다.”
“크흐. 넌 뒤졌다.”
그 말과 동시에, 고상미가 스파르타처럼 의자에 앉은 놈을 발로 찼다.
“이 개새끼야-!”
뻐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