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330
#330화
레이븐, 유현은 잠에서 깨자마자 카지노 관리자의 전화를 받았다.
-레이. 잠자리에 불편한 곳은 없었습니까?
“예.”
-당신이 해 줘야 할 일이 생겨서 연락했습니다.
“말씀하시죠.”
뚜둑.
뻐근한 몸을 푼 유현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최근, 이 도시로 들어온 수상한 자가 있습니다.
“……수상한 자 말입니까.”
-예. 알아본 바론 보스에 관한 정보를 캐고 있다더군요. 그를 제거해 주셔야겠습니다.
리신페이에 대해 알아보고 다니는 수상한 사람이라.
자신의 정체를 알아채고 에둘러 표현하는 건지, 아니면 정말로 그런 자가 있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유현이 해야 할 대답은 하나였다.
“알겠습니다.”
-목표의 정보를 문자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예.”
-아, 휴식이 필요하다면 꼭 오늘 일을 끝낼 필요는 없습니다.
“충분히 쉬었습니다. 오늘 안에 끝내 놓겠습니다.”
-하하. 무리하진 마십시오.
통화를 종료하자 사진과 함께 타깃의 정보가 전송되었다.
‘음?’
목표는 예상과 달리 서구적인 인상의 남자였다.
선글라스를 낀 그를 멀리서 찍은 모양인데, 얼굴이 어째 낯설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는 건 아니었기에 누군지는 알아낼 수 없었다.
현재 목표가 숙박 중인 모텔의 호수까지 머릿속에 담은 뒤. 탁 소리가 나게 핸드폰을 접었다.
일단은 시킨 일을 완수하는 게 우선이었다.
척.
유현은 팔뚝 크기의 칼을 허리춤에 매고, 베개 밑에 있는 권총 쪽을 쳐다봤다.
‘굳이 들고 갈 필요는 없겠지.’
잠시 고민하던 그는 결국 총을 그대로 둔 채 걸음을 옮겼다.
.
.
.
유현은 외진 곳에 있는 한 모텔에 도착했다.
일을 시작하기 전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안으로 들어가 카운터로 향했다.
“대실이요.”
비용을 지불한 뒤 열쇠를 받았다.
‘502호……. 운이 좋군.’
타깃은 같은 층인 505호에 머물고 있었다.
유현은 5층으로 올라가며 복도에 카메라가 있는지 확인했다.
허름한 편에 속하는 곳이라 그런지, 다행히도 CCTV는 없는 듯 보였다.
스윽.
502호로 걸어가면서 505호에 귀를 슬쩍 대 보니 안에서 미세한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기 전 5층의 창문이 모두 닫혀있는 걸 확인했고, 그럼 바람으로 인해 나는 소리도 아닐 터.
부스럭거리는 것뿐이라 정확히 뭘 하는 건진 모르겠지만, 일단 누군가 있는 건 분명했다.
“후.”
작게 한숨을 내쉰 유현은 손을 들어 505호의 문을 두드렸다.
똑똑.
그러고 잠시 기다리자 문이 열렸다.
끼이-
“누구시죠?”
체인이 걸린 것을 확인한 유현은 영어로 된 질문에 답이 될 만한 말을 뱉었다.
“미하일.”
“……?”
“그가 보냈나.”
쿵.
유현의 얼굴을 확인한 남자가 표정을 굳히더니 문을 닫았다.
다시 열렸을 땐 체인이 풀린 상태였다.
얼굴을 내밀어 복도를 살핀 남자는, 이내 괜찮다고 생각했는지 그에게 손짓했다.
“들어와요.”
끼익. 철컥.
유현은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는 생각에 미간을 좁혔다.
그가 여기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리신페이에게 날파리가 하나 붙었다.
그래서 혹시 하는 생각에 던져 본 미끼였지만, 제대로
안으로 들어서자, 남자는 문을 꼼꼼히 잠그고 다가왔다.
“레이븐. 여긴 어떻게 알고 찾아온 겁니까?”
“나를 아나.”
끄덕.
“그럼요. 미하일이 현지에서 당신의 일 처리를 도우라고 절 보낸 겁니다.”
“……그런 얘기는 따로 들은 적 없다만.”
“하하. 저도 그래서 놀랐습니다. 준비가 되면 접선을 시도하려고 했거든요.”
“…….”
“아, 차라도 한잔 드시겠습니까……?”
잠시 침묵하던 유현이 무표정하게 말했다.
“분명히 미하일에게는 먼저 연락하기 전까진 아무도 보내지 말라고 했을 텐데. 이상하군.”
“…….”
그 말에 한순간에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그렇습니까? 전 그저 시키는 대로…….”
“정확히, 누가 시킨 대로지?”
“미하일 님입니다.”
“그런가.”
유현이 피식 웃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칼을 꺼내 남자의 배에 찔러 넣었다.
푸욱!
“커억……!”
“다시 묻지. 누가 보냈나.”
“끅, 이게 무슨 짓……!”
“니콜라이? 알렉산더? 아니면 마리아, 그 여자인가?”
꽈악.
유현이 칼을 쥔 손에 힘을 주니 남자의 비명도 덩달아 커졌다.
“끄아- 읍?!”
그런 그의 입을 막은 유현이 살벌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부터 내가 말하는 사람이 맞으면 눈을 세 번 깜빡여. 니콜라이.”
동시에 꽂혀 있던 칼이 시계방향으로 살짝 돌아갔다.
그에 격통을 느낀 남자가 핏발이 선 눈으로 몸부림을 쳤다.
“으으읍! 끄읍!”
“알렉산더.”
칼날이 한 시간 더 지나쳤다.
남자의 몸이 푸들푸들 떨렸지만, 유현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재차 물었다.
“마리아.”
꾸드득.
칼날이 45도 가까이 돌아가자, 남자는 거품을 물며 눈을 까뒤집었다.
“그것도 아니면…… 미하일?”
추욱.
마지막 질문이 던져졌으나, 남자의 숨은 이미 끊어져 있었다.
유현은 뜨거운 숨을 뱉으며 몸을 일으켰다.
“후우…….”
머리가 복잡해졌다.
대체 누가 지시를 내린 거고, 무슨 의도로 이 남자를 보낸 건지.
‘……일단 복귀해야겠어.’
지금 중요한 건, 리신페이가 내린 지시를 완수했다는 사실이었다.
끼익-
유현은 피를 간단히 닦은 뒤 모텔 방을 나섰다.
* * *
저벅.
우리는 계단을 타고 상가 건물의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러자 전단지 같은 것들이 덕지덕지 붙은 문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도 나름 잘 나가는 놈들이라고 하지 않았냐? 근데 왜 이런 허름한 데 있대?”
“어쨌건 근거지는 다른 지역에 있으니까요. 자기네 나와바리가 아니라 그렇겠죠.”
철컥.
문고리를 잡고 돌려 보니 문은 잠긴 채였다.
“잠겼어?”
“예.”
“요건 제가 따겠습니다.”
춘식이가 주머니를 뒤지더니, 멀티툴 같은 걸 들고 나섰다.
척. 끼릭.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잠겨 있던 문이 열렸다.
쾅!
그걸 확인한 부장님은 곧바로 문짝을 발로 차며 진입했다.
“……아무도 없네?”
“그러게요.”
불이 켜져 있긴 한데, 안에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여기 맞아?”
“예. 맞을…….”
“아이, 와 이래 문을 씨게 엽니까.”
낯선 목소리에 고개를 홱 돌렸다.
그러자 안쪽 방에서 어벙하게 생긴 놈 하나가 깜짝 놀란 눈으로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어? 누구……?”
“경찰입니다. 왕근철 씨 여기 있습니까?”
내 뻔뻔한 거짓말을 들은 놈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개, 갱찰이라고예? 아니, 내가 분명히 문을 잠가 놨는데?”
“왕근철, 모르는 건 아닌가 보네?”
“이 씨, 니 갱찰 맞나? 영장 가 와 봐라!”
스윽.
부장님이 나를 향해 어떻게 할 거냐는 시선을 보냈다.
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탓!
순식간에 튀어나간 부장님이 깡패 놈을 걷어찼다.
퍼억!
“끄아악!”
가슴팍을 얻어맞은 놈이 쿠당탕 소리를 내며 나뒹굴었다.
그 탓에 책상 위에 있던 집기들이 이리저리 흩뿌려졌다.
“어억.”
“곱게 가자. 왕근철이 어딨냐고. 새끼야.”
“X발! 니들 뭐야?!”
차칵.
놈이 주머니칼을 꺼내 들길래, 가볍게 손을 발로 차서 날려 버렸다.
땡그랑.
“엇.”
이어 얼이 빠진 놈의 뒤통수를 잡고, 그대로 테이블을 향해 내리쳤다.
콰앙!
“이 X빨람들이…… 엑!”
쾅! 쾅! 쾅!
그렇게 몇 번을 더 책상과 입맞춤시켜 주니 결국 얌전해졌다.
“그, 그마…… 그만…….”
축 늘어진 놈을 소파로 던졌다.
“자, 다시 묻는다. 왕근철 어디 있어?”
“푸후……. 흡. 내 이빠…….”
“대답.”
“자겁장!”
“작업장?”
강냉이가 털려 버린 놈이 울상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작업장. 약?”
“아, 아이다.”
“약이 아니라고? 그럼 무슨 작업장인데.”
내 말에 놈이 터진 입술을 달싹거리며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그게…….”
“맞네. 위치 불러.”
“이, 이, 개가튼 쉐끼가! 니가 이란다고 내가 다 말할 거 같나!”
“이미 많이 분 것 같은데.”
뭐, 여기가 왕근철의 사무실이라는 건 알았다.
나머지는 본인한테 물어보면 되겠지.
나는 창틀에 있던 청테이프를 집었다.
찌익! 찌이익!
청테이프를 길게 찢은 뒤 말아서 놈의 입안에 쑤셔 넣고, 그 위로 테이브를 한 번 더 붙였다.
그리고 커튼을 쭉 찢어서 손발을 단단히 묶었다.
이렇게 해 놓으면 누가 풀어 주기 전까진 꼼짝없이 여기서 벗어나지 못할 거다.
“우우우!”
입안에 든 테이프 때문에 꽉 막힌 소리를 내는 놈의 주머니를 뒤져 핸드폰을 찾았다.
꾹. 꾹.
전화번호부에서 [큰형님]을 찾은 나는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 뚜르르-
한 10초 정도 수신음을 들었을까, ‘큰형님’이 전화를 받았다.
-와. 급한 일 아이면 난제 해라.
“급한 일인데요.”
-……뭐고. 니 민철이 맞나?
“예. 저 민철입니다.”
히죽.
“거기 주소 좀 불러 볼래요?”
* * *
포항의 보스, 왕근철은 현황을 확인하기 위해 작업장에 들른 참이었다.
“물량은?”
“이번 것만 마무리하면은 담에 보낼 양은 다 채워집니다.”
“그래?”
부하의 보고에 왕근철이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야쿠자들과의 거래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왕근철은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 큰 야쿠자 조직과 거래를 틀 생각이었다.
그런 우량 고객이 생기면 물량만 제때 공급해도 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물론 지금은 야쿠자 보스들이 마약은 손대지 말자는 행동강령을 내렸다곤 하지만, 이런 돈 되는 사업을 쉽게 포기할 리가 없었다.
‘다들 몰래몰래 하는 거지.’
왕근철이 고개를 끄덕이는데, 부하가 살짝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 행님. 야쿠자 금마들 말입니다.”
“어.”
“아직도 연락이 안 된다 카는데예.”
“쓰읍. 진짜로 뭔 일이 생깄나…….”
저도 모르게 입술을 잘근잘근 씹은 왕근철이 혀를 찼다.
“됐다. 뽕 넘길 게 금마들만 있는 것도 아이고. 일단은 계속 만들면 된다.”
“예. 알겠습니다.”
부하에게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하긴 했으나, 왕근철은 내심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때 걸려온 전화 때문이었다.
-뽕 만들어서 갖다 파는 놈.
누군지는 몰라도, 왕근철이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아는 놈이었다.
우연찮게 맞아떨어졌을 가능성은 적었다.
바로 경찰이 들이닥치 않을 걸로 봐선 경찰 쪽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니 최근에는 어지간하면 사무실엔 잘 들어가지 않고 있었다.
“흠…….”
그렇게 왕근철이 심란해하던 그때, 사무실에 있을 녀석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꾹.
“와. 급한 일 아이면 난제 해라.”
안 그래도 마음이 복잡했기에, 전화를 받자마자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그의 예상과 달랐다.
-급한 일인데요.
전화 너머의 목소리도 어딘가 익숙하긴 했지만, 그가 아는 것과는 전혀 달랐다.
혹시 잘못 봤나 해서 수신인의 이름을 확인해 봤다.
[김민철]“……뭐고. 니 민철이 맞나?”
-예. 저 민철입니다. 거기 주소 좀 불러 볼래요?
“이 쉐끼가 뭐라…….”
움찔.
왕근철은 이 목소리를 언제 들었는지 떠올렸다.
-뽕 만들어서 갖다 파는 놈.
그가 기억하는 목소리와 똑같았다.
“니, 니! 니제!”
-뭐가요?
“그때 전화한 새끼! 니 누군데!”
-누굴 것 같은데?
“개소리하지 말고. 내한테 이러는 이유가 뭐냐고.”
-네가 아무리 뽕 팔아 봤자 정광제처럼 될 수 있을 것 같냐?
꿈틀.
“X발럼. 니 국제파 새끼였나?”
-쯧쯧. 멍청한 놈. 넌 그만한 깜냥이 안 돼.
뚝.
갑자기 전화가 끊겼다.
왕근철은 마지막으로 그가 남긴 한마디에 인상을 와락 구겼다.
“이런 개새끼가……!”
* * *
한편, 나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고 입꼬리를 올렸다.
왕근철과 전화하기 전, 고세운에게 이 번호와 통화하는 기기의 위치를 따라고 전해 뒀었다.
“기장군, 일광읍 동백리……. 오케이.”
“위치 떴어?”
“네. 갑시다.”
씨익.
그러게, 보이스피싱 같으면 빨리 끊었어야지. 새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