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341
#341화
몇 시간 전, 이로운과 김창식은 강남의 한 유흥가에 도착했다.
“형님들. 저 왔습니다.”
“어, 창식이 왔냐?”
껄렁대며 다가온 남자들이 김창식을 반겼다.
그에 김창식은 품에서 봉투를 꺼내 건넸다.
“이번 주 수금한 겁니다. 형님.”
“오. 수고했다.”
액수를 확인한 남자가 씩 웃었다.
그리고 거기서 50,000원 정도를 빼서 다시 건넸다.
“자. 용돈 해라.”
“감사합니다, 형님!”
이로운은 왜 자기가 직접 뺏은 돈을 주는지, 또 그걸 왜 돌려받고 감사하다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근데 뒤에는 누구야. 친구?”
“아, 예. 이번에 같이 일하고 싶다고 하길래 데려왔습니다.”
“쟤가?”
“잘 치는 놈입니다. 빠릿빠릿해서 시키면 곧잘 할 겁니다.”
“그래. 뭐, 네 추천이면 믿을 만하지.”
툭.
김창식의 어깨에 손을 얹은 남자가 이로운을 불렀다.
“친구. 표정이 긴장한 것 같은데, 별거 안 시키니까 걱정하지 마.”
“아, 예.”
“따라와.”
이로운은 남자들을 따라 어디론가 이동했다.
인적 드문 뒷골목으로 들어가자, 나서서 얘기하던 남자가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평범한 검은 비닐봉지였다.
다만 내용물이 보이지 않게 꽉 묶은 상태였다.
남자는 자그마한 수첩을 넘기며 말했다.
“포장마차로 갖다 줘.”
“예. 형님.”
“그리고 창식이 친구. 혹시 뭔 일 생기면 우린 모르는 사이인 거다. 알았어?”
“아…. 네.”
“가 봐.”
“옙. 가자.”
김창식은 이로운을 데리고 골목에서 나왔다.
“내가 말했지? 간단한 심부름 수준이라고.”
“이게 뭔데?”
그 물음에 김창식이 미간을 구겼다.
“야. 그런 거 괜히 궁금해하지 마라.”
“그럼 뭔지도 모르고 갖다 주는 거야?”
“알 필요 없다니까.”
이로운은 비닐봉지를 유심히 쳐다봤다.
“넌 그냥 따라오기만 하면 된다고. 이렇게 쉽고 편하게 돈 버는 거 쉽지 않다.”
“알았어.”
말은 이렇게 했지만, 사실 김창식은 이것의 정체가 뭔지 알고 있었다.
“혹시 어디 가서 말하지는 마라.”
“응.”
그렇게 두 사람은 포장마차로 향했다.
“저기, 저기 보이지?”
주변의 눈치를 살피던 김창식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포장마차를 가리켰다.
“저 아줌마한테 갖다 줘.”
이로운은 고개를 끄덕이고 걸음을 옮겼다.
“어, 학생 뭘로 줄까?”
“아, 이거 가져다주라고 하셔서….”
“아아. 그래? 고마워~.”
심부름을 완수한 뒤, 함박웃음을 짓는 가게 주인을 뒤로하고 다시 돌아왔다.
“끝이야?”
“그래. 쉽지?”
씨익 웃은 김창식이 손짓했다.
“이렇게만 하면 돈을 받는다고. 얼마나 좋냐?”
“그러게.”
이로운이 적당히 호응하자, 김창식이 고개를 까딱이며 물었다.
“어떻게, 시간 있으면 좀 놀다 갈래?”
“응?”
“아까 그 형들이 클럽 자주 다니거든. 가서 술이나 좀 빨자고. 가끔 있는 손놈들도 끌어내고 하면 용돈도 떨어져.”
“클럽은 성인만 갈 수 있는 거 아니야?”
그 물음에 김창식이 혀를 찼다.
“쯧쯧. 재미없는 새끼. 안 되겠다. 형이 오늘 너 남자로 만들어 준다.”
“지금도 남잔데.”
“X발. 따라와. 넌 얼굴도 반반해서 누님들이 좋아할 거다. 재수 없는 놈.”
김창식은 질투 가득한 표정으로 이로운을 끌고 갔다.
그에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이로운은 이주혁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우리가 족칠 놈의 본거지는 아마 클럽일 거야. 만약 그리로 들어갈 기회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행동해. 아, 혹시라도 마약 같은 건 절대로 손대지 말고.
꿀꺽.
마른침을 삼킨 이로운은 조용히 김창식의 뒤를 따랐다.
* * *
이 클럽의 사장이 거금을 쓰며 노는 나를 보고 싶다고 전해왔다.
아마 지켜보던 웨이터가 내가 물주라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푸하하!”
물 만난 물고기처럼 이 사람 저 사람 돌아다니는 배상훈을 구경하다 보니, 웨이터와 함께 한 남자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사장님!”
웨이터의 뒤에서 걸어온 남자가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우선, 다이아몬드 에디션을 구매하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사장님.”
“아, 예.”
“감사를 담아 사장님을 VVIP 리스트에 올리려는데, 혹시 성함을 알려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이혁주.”
“예. 사장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남자는 나를 보며 영업용 미소를 지었다.
나도 놈을 마주 봤다.
눈웃음을 짓고 있었지만, 어딘가 날카로운 선의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여기, 저희 클럽 스텔라의 VIP 카드입니다. 앞으로 들리실 때 보여주시면 바로 룸을 잡아드리겠습니다.”
“그러죠.”
클럽의 사장이라고는 하는데, 탄탄한 몸을 보면 단순히 바지사장은 아닌 것 같았다.
이놈과 대화를 나누면서 뭔가를 좀 알아내 보고 싶은데.
나는 입술에 침을 바르고 말했다.
“혹시 시간 괜찮으면 얘기를 좀 나누고 싶은데요. 비즈니스 관련해서.”
“아아, 저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조용한 장소가 있을까요?”
“프라이빗한 곳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미소를 지은 사장이 공손하게 손짓했다.
“뭐야.”
“잠깐 다녀올 테니까 기다리고 계세요.”
“야. 나 혼자 두고 간다고?”
당황하는 부장님을 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시지요.”
나는 사장을 따라 룸으로 이동했다.
살짝 붉은 기가 도는 조명 아래의 소파에 앉자, 웨이터가 와인 한 병을 들고 들어왔다.
“여기서 가장 좋은 와인입니다. 한잔하시겠습니까?”
“좋죠.”
뻥!
사장은 능숙하게 와인을 땄다.
그리고 웨이터가 놓아준 잔에 붉은 와인을 따랐다.
방금 개봉한 거라 수상한 무언가가 들어있진 않을 거다.
내가 잔에 입을 대자, 사장이 미소를 지은 채 물었다.
“저, 비즈니스 관련해서 할 이야기가 있으시다고 하셨잖습니까?”
“클럽은 어쩌다 관리하게 됐어요? 장사 잘 되는 걸 보면 꽤나 비쌌을 텐데.”
“아, 클럽 말입니까.”
내 물음에 사장은 사람 좋게 웃었다.
“운이 좋았습니다. 돈 많은 친척분이 저한테 운영을 일임하셔서, 아직 부족하지만 열심히 관리하고 있습니다.”
돈 많은 친척이라.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 주인은 주철수였는데 말이지.
하지만 여기서 대놓고 물어보긴 조금 그랬다.
스윽.
나는 잔을 내려놓고 말했다.
“손님이 많은 것 같네요. 물도 좋고.”
“예. 자리가 괜찮아서 나름 잘 되고 있지요.”
“그래서 여기 투자를 좀 하고 싶은데요.”
내 말에 사장이 입맛을 다셨다.
“투자요?”
“일단 한 10억 정도 생각 중입니다.”
잠시 고민하던 사장이 다급하게 말했다.
“그… 그건 제 선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닌 것 같네요.”
“그럼 혹시 그 친척분을 만나 뵐 수 있겠습니까?”
“한번 말씀은 드려보겠습니다. 사장님이 투자하신다면 당연히 좋아하시겠지만, 워낙 바쁜 분이라…….”
“예, 뭐.”
얼마나 바쁘신 몸인지 궁금하네.
사장이 입을 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나는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대단하네요. 젊은 나이에 이런 클럽을 운영할 수 있는 거 자체가요.”
“아이고, 과찬이십니다.”
“원래 따로 하던 일이 있었습니까?”
자칫하면 호구조사처럼 느껴질 수 있는 질문이었지만, 사장은 내가 VVIP인 탓인지 웃으며 말했다.
“대학교에서 공부하다가 승계받은 거라, 따로 해본 일은 없습니다. 할 시간도 없고요.”
“그래요?”
몇 가지 더 간단한 것들을 물어봤으나, 사장은 교묘하게 답변하며 빠져나갔다.
아무래도 쉽게 미끼를 물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당장 뭔가를 캐내기는 힘들 거라 생각하고 대화 주제를 적당히 바꿨다.
“사실, 저도 예전에 클럽을 하나 샀었습니다.”
“아, 그래요?”
“예. 목도 좋고 영업도 잘 돼서 비싸게 팔았죠.”
“대단하십니다. 사장님.”
그 클럽이 바로 여기란다.
그렇게 별 영양가 없는 대화를 잠시 나누면서 간을 보고 있는데, 핸드폰에 진동이 여러 번 울렸다.
[야 언제 와] [언제 오냐고 인마] [이럴 거면 나도 데려가던가!!!]부장님의 다급한 문자였다.
나는 속으로 피식 웃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행이 찾네요. 슬슬 들어가 봐야 할 것 같군요.”
“그러시지요. 아, 와인은 포장해 드릴까요?”
“괜찮습니다.”
꽤 맛있는 와인이었지만, 혹시 뭐가 들었을지 모르니 굳이 챙길 것까진 없었다.
“즐거웠습니다. 기회가 되면 다음에 또 뵙죠.”
“예.”
사장은 품에서 작은 종이 한 장을 꺼내 나에게 건넸다.
“여기, 제 명함입니다. 편하실 때 언제든지 연락주시면 됩니다.”
“그래요.”
“즐거운 시간 보내십쇼!”
90도로 허리를 숙인 사장을 뒤로하고 걸음을 옮겼다.
“…….”
난 명함에 적힌 사장의 이름을 보고 미간을 좁혔다.
[클럽 Stella 사장 주성재]주성재.
돈이 많은 친척에게 클럽의 운영권을 넘겨받았다.
그리고 내가 JS클럽을 팔아넘긴 건 주철수다.
뭔가 아귀가 묘하게 맞아떨어지고 있었다.
‘설마….’
나는 꺼림칙한 상상을 삼키며 테이블로 돌아갔다.
.
.
.
“야. 왜 이렇게 늦어?”
내가 돌아오자, 부장님이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린 채 다가왔다.
“밖에서 얘기해 드릴게요.”
“그래. 좀 나가자. 난 이런 데랑 안 맞아.”
부장님은 진절머리를 치며 안주를 집어 먹었다.
“오늘 볼 일은 다 본 것 같은데…….”
스윽.
고개를 돌리자, 여전히 여자들 틈에서 만면에 미소를 짓는 배상훈이 눈에 들어왔다.
“그냥 두고 갈까요? 알아서 복귀하게.”
“어휴. 그러자.”
저 새끼 아무래도 이참에 즐기는 것 같은데, 복귀하면 두고 보자고.
“나갑시다.”
저쪽 테이블에 쏠린 관심을 다시 받고 싶진 않았기에, 나와 부장님은 조용히 바깥을 향했다.
탁. 탁.
그렇게 1층으로 내려와 출구 쪽으로 움직이는데, 저쪽 복도로 지나가는 두 사람이 보였다.
그런데 옆모습이 상당히 익숙했다.
“어, 저거 로운이 아니냐?”
“그렇네요.”
내부에서 정보를 캐기 위해 학교까지 들어간 녀석이 클럽에 있었다.
예상한 것보다 빠르게 스며들었는지, 첫날부터 클럽까지 들어온 모습이었다.
“어디로 가나 보자. 혹시 저놈이 꼬드겨서 위험해질 수도 있잖아.”
“괜히 그랬다가 의심을 살 수도 있어요. 일단 두고,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접선하죠.”
“쓰읍. 그렇긴 하지. 알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부장님을 데리고 클럽 바깥으로 나왔다.
입구와 출구는 따로 있었기에, 입장하는 인파에 휩쓸릴 일은 없었다.
“후. 나오니까 좀 살겠네. 아직도 귀가 웅웅거린다, 야.”
“바람 좀 쐬고 계세요. 전화 한 통만 할게요.”
“어어. 그래.”
꾹. 꾹.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자, 신호음이 몇 번 울린 뒤 통화가 연결됐다.
-어어, 잠깐만? 여보세요.
“과장님. 바쁘십니까?”
내 물음에 송태석 과장이 속삭이듯 말했다.
-퇴근해서 딸이랑 놀고 있지. 무슨 일이야?
“가족분들이랑 있는데 죄송하지만, 한 가지 물어볼 게 있어서요.”
그러자 송태석이 불안한 듯 중얼거렸다.
-또 이상한 거 시키는 건 아니지?
“제가 언제 이상한 걸 시켰다고. 다른 게 아니라, 주철수 있잖습니까.”
-어.
“혹시 가족 관계가 어떻게 되죠?”
내 전생의 기억에 따르면, 주철수는 가족이 없었다.
이렇다 할 애인도 딱히 없었던 것 같단 말이지.
-가족?
“예. 친척들이 있으면 포함해서요.”
-글쎄다. 주철수는 고아잖냐. 아마 친척도 없는 걸로 아는데?
흠. 기우였나….
왠지 모를 불안감에 물어봤지만, 돌아온 대답은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과장님.”
-용건 끝났어? 끊는다.
“예. 쉬세요.”
뚝.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 주성재라는 놈이 클럽을 운영하게 된 경위가 미심쩍었다.
‘더 알아봐야겠어.’
주성재. 이놈에게 분명히 뭔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