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349
#349화
우르르-.
몰려온 남자들이 세 사람을 둘러쌌다.
팔짱을 끼고 있던 라세흠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이 새끼들, 안 되겠네.”
“그러게요.”
춘식이 선글라스를 셔츠에 꽂으며 씩 웃었다.
“여기 계신 분들이 누군지 잘 모르나 보네.”
배상훈은 지하실을 출구 쪽을 가로막고 서 있는 주성재를 불렀다.
“어이.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꿀 기회를 줄게.”
싸우면 이기긴 하겠지만, 거의 스무 명이 넘는 깡패들이 널찍한 지하실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라세흠은 그런 배상훈을 보며 피식거렸다.
“말해서 들을 놈들이면 이러지도 않았겠지.”
뚜둑.
손가락 관절을 꺾은 라세흠이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먼저 병신 되고 싶은 놈부터 와라. 밥 먹는 손을 바꿔 줄라니까.”
그 말에 김운택의 수하들이 연장을 꺼내 들었다.
둔기라곤 없이 전부 날붙이였다.
“썅. 장갑이라도 끼고 올걸.”
배상훈이 투덜거리자 라세흠이 흉터로 가득한 자신의 손을 보여주며 말했다.
“군인에게 흉터는 훈장이야, 인마.”
“전역한 지가 언젠데, 참….”
배상훈은 허리띠를 풀어 왼손에 감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주성재가 입을 열었다.
“대답할 혓바닥만 빼고 전부 쑤셔.”
“예!”
“X발. 살벌하네.”
혀를 쭉 빼문 배상훈이 인상을 구겼다.
그와 동시에 조폭들이 달려들었다.
“흡!”
배상훈은 허리띠를 감은 손으로 날아드는 칼날을 쳐냈다.
그리고 휘청이는 상대의 턱에 하이킥을 꽂았다.
쩌억-!
살벌한 소리와 함께, 조폭은 그대로 머리부터 쓰러졌다.
“죽어!”
휘익!
칼을 피한 춘식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겉으로는 뼈대 없고 능글맞게 보이지만, 그는 DS컴퍼니에서 일하던 전직 킬러였다.
‘도살자’라고 불릴 만큼 사람을 잡는 데는 이골이 난 인물이었다.
그런 그에게 조폭 수준의 칼질이 위협이 될 리가 없었다.
가볍게 움직인 춘식은 그대로 상대의 손목을 턱 붙잡았다.
“읏!”
이어 그대로 손을 잡아당기며 팔뚝으로 조폭의 팔꿈치를 꺾어버렸다.
콰직!
“끄아악!”
춘식은 떨어지는 그의 칼날을 붙잡고, 스냅을 이용해 옆을 지나가는 조폭의 허벅지에 그대로 꽂아버렸다.
푹!
그중 가장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건 라세흠이었다.
뻐엉-!
허공을 날아간 조폭이 벽에 처박혔다.
“…….”
주성재를 비롯한 이들의 눈빛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라세흠은 스텝을 밟으며 칼을 피한 뒤, 조폭의 다리를 걷어찼다.
“끄아악!”
180도 회전한 조폭이 바닥에 쓰러졌다.
그의 다리는 꺾여선 안 되는 위치로 돌아가 있었다.
그러자 다들 라세흠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어딜 보냐. 새끼들아.”
배상훈은 뒤통수 하나를 걷어차고, 깜짝 놀라 돌아보는 얼굴에 주먹을 내다 꽂았다.
뻐억!
주성재가 준비한 작전이 갈가리 찢기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X발.”
상상했던 것 이상의 괴물들이었다.
칼을 든 다수를 맨몸으로 박살 낼 정도의 실력자일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주성재는 바깥에서 대기하던 수하들이 진입하려는 걸 말렸다.
이대로 들어가 봤자 똑같이 처맞고 누울 뿐이었다.
뚝. 뚜둑.
목을 꺾으며 다가오는 남자.
라세흠을 본 주성재의 등줄기가 식은땀으로 젖어 들어갔다.
바싹 마른 입술에 침을 바른 그가 물었다.
“지금 생각을 바꾸긴 늦었나?”
“어. 존나게.”
“이런…. 유감이네.”
그때, 남아있던 수하들이 지하실로 들어섰다.
“저희가 시간을 끌겠습니다.”
“먼저 나가십쇼.”
“고맙습니다.”
주성재는 고개를 끄덕이고 땅을 박찼다.
.
.
.
타닷!
김운택이 저 사람들에 관해서 언급했던 말이 떠올랐다.
순식간에 열 명이 넘는 사람들을 쓰러뜨렸다니,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그래서 방심하지 않고 연장까지 준비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대비했음에도 정면으로 박살이 나버렸다.
‘X발. 총이라도 있었으면….’
탁탁!
황급히 지상으로 올라온 주성재는 이상함을 느끼고 멈칫했다.
분명히 손님들이 꽤 있었는데, 그 많던 사람들이 전부 사라진 상태였다.
테이블은 물론이고, 스테이지도 텅 비어있었다.
쿵! 쿵! 쿵!
넓은 클럽에 공허한 음악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주성재는 눈을 빠르게 굴리며 달음박질을 쳤다.
그러던 그는 복도에서 누군가를 마주치고 멈칫했다.
“너는…….”
“부리나케 뛰어가시는 걸 보니… 일이 잘 안 풀리셨나 봅니다?”
방문한 첫날부터 클럽에 투자하고 싶다고 설치던 그놈. 이혁주였다.
그가 왜 여기 있는진 모르겠지만, 앞으로 가로막은 걸 보면 이 일에 관련이 있는 건 분명했다.
“네가 꾸민 짓이냐?”
“뭐가요.”
“삼합회니 뭐니 지껄이면서 한 개 소리, 네가 친 약이냐고.”
“약은 이 클럽이 쳤지.”
“말장난하지 마라!”
주성재는 머리로 피가 확 쏠리는 느낌에 치를 떨며 소리쳤다.
“이 X발, 대체 무슨 억하심정이 있길래 이런 짓거리를 하는 거야!”
그 말에 피식 웃은 그가 말했다.
“억하심정 때문은 아니고. 마약법을 어겼으면 콩밥 먹는 게 당연하잖아?”
“…경찰이냐?”
“음. 그건 좀 애매한데.”
“이혁주도 가짜 이름이었군. 그래서 아무것도 안 나오던 거였어.”
주성재가 입술을 짓씹었다.
눈앞의 남자는 그런 그를 보며 피식 웃었다.
“이혁주는 무슨. 나 이주혁이다.”
“……이주혁?”
“그래.”
“이주혁이라고?”
주성재는 김운택이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대로 몇 년만 지났어도 강남파는 아무도 손대지 못했을 긴데, 웬 이주혁이라는 놈 때문에 계획에 차질이 생겨뿟지.
아버지, 주철수와 강남파의 몰락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사람.
그놈의 이름이 바로 이주혁이었다.
눈에 핏발이 선 주성재가 물었다.
“…주철수라는 사람, 아나?”
그 물음에 이주혁은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강남파 주철수? 잘 알지. 내가 그 체포 현장에 있었는데.”
주성재는 몸을 풀며 다가오는 이주혁을 보며 주먹을 부서져라 쥐었다.
그의 아버지가 비참한 죽음을 맞은 것도, 자신의 클럽이 이렇게 된 것도 전부 이주혁의 탓이었다.
분노에 휩싸여 달려들려던 주성재가 멈칫했다.
한번 주춤한 감정의 격류에 한 줄기 이성이 끼어들었다.
‘이 새끼… 너무 여유롭다.’
표정과 태도에서 긴장이라곤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확실한 믿는 구석이 있다는 뜻과 같았다.
그게 본인의 실력인지,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을 경찰인지는 알지 못했다.
그러니 절대로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
찰칵!
주성재는 휴대하고 다니는 발리송 나이프를 펼쳐 들었다.
이내 자세를 잡은 뒤 천천히 이주혁에게 접근했다.
그 모습을 보던 그가 한 마디를 던졌다.
“지금 바깥엔 경찰들이 쫙 깔려있다.”
“…….”
“지하실인가? 뭐, 이 안 어디에선 마약이 나올 테고. 그럼 너랑 김운택은 바로 콩밥이야.”
주성재는 그의 말을 듣고 비웃었다.
“개소리. 아까 그놈들이 경찰이라고? 요즘 경찰들은 체포할 때 팔다리를 다 부러뜨리나? 허풍은 적당히 떨지그래.”
“아. 그 사람들은 경찰 아니야.”
“뭐?”
“그리고 체포 과정에서 일어난 불상사를 어떻게 할 순 없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주성재는 당혹감을 숨기지 못했다.
‘대체 이게 무슨 개소리지…?’
앞에 있는 남자가 경찰청장과도 연이 닿아있는 사람이라는 걸 모르는 그로선 당연히 이해하지 못할 소리였다.
결국 주성재는 일단 이주혁을 쓰러뜨리기로 했다.
“흡!”
휙! 쇄액!
날카로운 날붙이가 공기를 매섭게 갈랐다.
이주혁은 뒤로 물러나며 입을 열었다.
“혹시 칼질은 누구한테 배웠냐?”
주성재가 대꾸하지 않자, 이주혁은 상체를 뒤로 빼며 옆차기를 날렸다.
“형편없네.”
퍽-!
발차기를 막은 팔이 욱신거렸다.
몇 발짝 뒷걸음질 친 주성재는 인상을 구기며 상대를 분석했다.
상대는 거리를 벌리며 싸우는 스타일이다.
그런 적에게 날이 짧은 발리송을 들이대 봤자 큰 의미는 없다.
‘단숨에 파고든다.’
개싸움은 나름 자신 있었다.
급소를 피하며 어떻게든 상대를 물어뜯는다.
근성으로 버티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끌고 가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었다.
이주혁의 말대로 이 바깥에 경찰들이 깔려있을지도 모르지만, 중요한 건 지금이다.
주성재는 날랜 발놀림으로 거리를 조절하는 이주혁을 주시했다.
스윽.
자신이 마구 달려들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주혁도 여유로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주성재는 순간 드러난 빈틈을 노려 달려들었다.
칼로 찌르는 척, 팔을 벌리며 붙잡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계획은 오래가지 않았다.
휘익!
주성재의 손이 허공을 갈랐다.
그리고 이내 오른쪽 옆구리에 격통이 피어올랐다.
“크아악!”
절로 몸이 오그라들 정도의 고통.
이를 악문 주성재는 칼을 휘두르며 거리를 벌렸다.
“후…. 후우….”
겨우 정신을 차렸을까.
주성재는 번개같이 날아드는 주먹을 보고 상체를 틀었다.
그러나 주먹과 동시에 안쪽 허벅지에 로우킥이 들이닥쳤다.
뻑!
“…!”
충격에 절로 다리가 벌어지며 중심이 무너진다.
정신력으로 고통을 참은 주성재가 이주혁의 옷깃을 붙잡았다.
그리고 남자의 급소를 향해 칼을 치켜들었다.
“이런, 씨!”
뒤적.
주성재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잡히는 것들을 이주혁에게 던졌다.
그렇게 번 시간을 이용해, 스테이지와 연결된 난간을 타 넘었다.
‘정면승부는 답이 없다…!’
탓!
“헉, 헉!”
테이블에 이리저리 부딪히며 도망치는데, 뒤에서 이주혁이 쫓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텁.
주성재는 위스키병을 잡고 이주혁을 향해 내던졌다.
고개를 숙인 그의 머리 위로 위스키병이 지나갔다.
그와 동시에 주성재가 바스켓 안에 있던 쇠꼬챙이를 꺼내 내질렀다.
“흡!”
이주혁은 다급하게 상체를 비틀었다.
쇠꼬챙이가 가슴팍의 단추 하나를 뜯으며 스쳐 지나갔다.
“이 새끼!”
팔로 꼬챙이를 휘감은 이주혁이 힘을 줘 당겼다.
주성재는 손을 놓고 다시 도망가려 했다.
그걸 본 이주혁은 쇠꼬챙이를 회초리처럼 휘둘렀다.
짜악-!
“끄악! X발…!”
그걸 허벅지에 정통으로 맞은 주성재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쿠당탕!
이주혁은 쓰러진 주성재의 멱살을 붙잡았다.
“개새끼가……!”
주성재가 이를 갈며 팔뚝을 붙잡았다.
“곱게 가자.”
후웅!
멱살을 잡은 이주혁이 주성재를 바에 던졌다.
쨍그랑-!
술병들이 깨지며 옷과 살을 찢었다.
“X바알…….”
주성재는 술을 뒤집어쓴 채로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였다.
까드득.
주성재가 깨진 유리 조각을 손에 쥔 채로 짓씹듯 내뱉었다.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냐!!”
이주혁은 울분에 찬 그를 보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범죄자 잡는 데 이유가 어디 있어? 잘못을 했으니까 잡는 거지. 새끼야.”
“으아아!”
화악-!
그 반응에 주성재는 손에서 피가 흐르는 것도 잊은 채 덤벼들었다.
이주혁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한쪽 발을 뒤로 뺐다.
그리고 정확한 타이밍에 뒤축을 틀며 돌려차기를 날렸다.
쩌억-!
주성재가 이빨을 흩날리면서 옆으로 날아갔다.
쿵!
그는 바닥에 얼굴을 처박은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던 이주혁이 혀를 찼다.
이미 모든 것을 알고 통제가 가능한 위치에 있었기에 망정이지, 주성재를 그대로 뒀다면 서울의 세력도가 바뀌었을지도 몰랐다.
‘아직 새싹이라 금방 밟을 수 있던 거지.’
애앵-.
이주혁은 바깥에서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를 들으며 주성재를 향해 말했다.
피식.
“그냥 운이 나빴다고 생각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