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375
#375화
[라세흠 부장님 – 복귀한다.] [다들 무사하죠?] [라세흠 부장님 – 어.]내 사무실 소파에 앉아있던 나는 부장님에게 온 문자를 보고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중국으로 간 멤버가 멤버이니만큼 크게 걱정할 건 아니어도, 어쨌든 위험한 일을 하러 간 건 사실이니까.
거기다 경호대랑 같이 무슨 호텔에 침입했다던데, 어떻게 잘 빠져나왔는지 전부 무사하단다.
“쯧.”
내가 경호대를 도와주라고 했던 건 그냥 삼합회 몇십 명 정도만 두들겨 패는 정도였다.
하지만 경호대 놈들이 생각보다 더 리스크 있는 일에 우리 직원들을 써먹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최소한의 명분은 챙겼어.’
민지훈은 본인 입으로 삼합회를 칠 거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내가 정말 손 놓고 있을 순 없었다.
삼합회 놈들에겐 개인적인 빚이 있기도 할뿐더러, 민지훈과 구두로 맺은 동맹 때문이었다.
‘서클’이라 불리는 집단을 무너뜨리겠다는 것.
놈과 나의 목표는 같았고, 임시로 불가침 조약을 맺었다.
그런 상황에서 민지훈은 글라자를 거의 혼자서 박살 냈다.
‘그러니 나도 뭔가 액션을 보여야지.’
이대로 삼합회도 놈이 혼자 상대하게 발 빼고 있으면, 이 임시 동맹의 무게추는 한쪽으로 기울어진다.
민지훈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우릴 공격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긴 하나, 보복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으니까.
부장님에게 그쪽 일을 하나 도와줬으면 하고 부탁한 것도 그 일환이었다.
후룩.
“후….”
갓 내린 커피로 피로를 달래려는데, 테이블 위에 놓아뒀던 핸드폰이 몸을 떨었다.
우웅-.
“올 게 왔구만.”
발신자를 본 나는 조용히 중얼거리며 손을 뻗었다.
탁.
“여보세요?”
-재밌는 일을 벌여줬더군?
“예. 말년에 적적하실까 해서 준비해 봤습니다.”
뻔뻔하게 대꾸하니, 조병철이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진심으로 즐겁다는 듯한 웃음소리에 어쩐지 기분이 불쾌해졌다.
“힘이 닿는 대로 도와준다고 한 건 조 실장님입니다.”
-그래서 내 이름을 가져다 쓴 건가?
“가져다 쓰다니요. 애초에 진범이시잖습니까.”
최근 연쇄적으로 터진 고위직들의 추문.
조병철이 ‘모임’의 인원을 정리하겠다고 한 뒤 곧바로 일어난 일이었다.
부인한다 한들 심증이 너무 명확했다.
그 정도 정보력에, 판·검사를 섭외할 만한 능력을 가진 사람은 이 인간 외엔 몇 없거든.
-허허. 범인이라니. 정의를 위해 진실을 고발한 것뿐일세.
참으로 뻔뻔한 대답.
잡설을 더 들어줄 생각은 없기에 바로 본론을 물었다.
“그래서, 전화하신 이유가 뭡니까?”
-다른 건 아니고, 자네. 혹시 최근 삼합회 상황이 어떤지 알고 있나?
“…삼합회 말입니까?”
나는 담담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건 왜 물어보십니까.”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서 말이야. 그쪽 우두머리가 얼마 전 죽었지 않나. 차기 보스를 정하기 위해서 다들 수도로 모였다더군.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그런가, 북경의 치안이 영 흉흉하다던데.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냐- 라고 물으려던 그때, 조병철이 생각지 못한 부분을 찔러왔다.
-자네, 혹시 삼합회를 건드려 볼 생각인가?
그 말에 내 미간이 꿈틀했다.
직접 언급한 적도 없는데, 그걸 어떻게 눈치챈 걸까.
이런 내 의문은 곧바로 해소됐다.
-종로에서 광목파가 습격당한 사건. 자네도 거기 있었지.
삼합회에서 넘어온 놈들이 서울광목파 조직원들을 공격한 일이 있었다.
그때 보스였던 고광목은 손목 하나가 날아갔고, 수하 몇 명도 죽거나 크게 다쳤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조직폭력배들의 수가 급격히 줄어든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또 풍원요정. 풍원한정식에도 조선족 킬러들이 침입한 적이 있다고 들었네.
“그 일 때문에 제가 삼합회를 건드릴 거라고 생각한 겁니까?”
-다른 이유도 있지만.
“뭐… 아니라고는 하지 않겠습니다.”
여기서 부정해봤자 의미가 없었다.
출국 기록만 뒤져봐도 부장님 일행의 중국행 기록이 바로 나올 테고, 또 굳이 숨길 것도 아니니까.
-그래. 나도 사실 삼합회 놈들이 마음에 들지 않거든. 중국 안에서만 놀 것이지, 자꾸 우리 대한민국 땅에 기어들어 온단 말이야.
“하고 싶은 말씀이 뭡니까?”
-내가 아는 삼합회 간부가 하나 있는데, 그 사람을 다음 보스로 좀 밀어줄 생각이네. 그나마 대화가 좀 통하는 사람인 것 같아서 말일세.
조병철이 삼합회 간부를 알고 있다라.
선생을 통해 알게 된 건가?
“누굽니까? 그게.”
내 물음에, 조병철의 입에서 한 사람의 이름이 나왔다.
-장쉬안이라고, 아나?
* * *
국정원의 현장 요원, 홍기동은 베이징北京에 도착했다.
상부의 명령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중국행이었지만, 그는 프로였다.
홍기동은 관광객처럼 자연스럽게 걸음을 옮기며 알고 있는 정보를 되새겼다.
‘삼합회는 현재 차기 보스 선출을 위해 정치 싸움 중.’
그리고 그는 거기에 관한 정보를 캐내기 위해 파견된 것이다.
저벅.
배낭을 멘 채 구경을 다니는 관광객들과 현지인들을 지나, 홍기동은 중심부가 아닌 외곽 쪽으로 움직였다.
이전에도 베이징은 간첩을 잡으러 몇 번 오간 적이 있기에, 대략의 지리는 기억 속에 남아있었다.
그렇게 홍기동은 바깥쪽으로 계속해서 이동했다.
베이징이 수도이긴 하지만, 서울의 27배 크기의 땅덩이가 전부 도시화되어 있을 순 없는 노릇.
한참을 도시 외곽을 향해 걸어간 그는 중심지보단 조금 낙후된 지역에 도착했다.
원래 사람이 많은 곳보단, 적당히 있는 곳이 정보를 얻기 편했다.
“저기요.”
홍기동은 한 노점상으로 다가가 서툰 중국어로 말을 걸었다.
“음?”
“이거, 얼마입니까?”
“50위안.”
닭꼬치 하나라기엔 상당히 바가지가 씌워진 가격이었지만,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돈을 건넸다.
그에 노점 주인은 씩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여행 왔어?”
“아…. 네. 여행.”
“한국인?”
“네. 저는 한국인입니다.”
노점 주인은 손님의 행색을 위아래로 훑었다.
헐렁한 셔츠에 배낭 하나. 그리고 서툰 중국어.
등쳐먹기 딱 좋은 호구들이었다.
“혹시 숙소 있어? 숙소.”
“숙소? 아. 없습니다.”
“내가 알려줄게, 숙소. 싼 곳.”
적당히 설명해도 손님은 곧장 알아들었다.
중국어를 조금 할 줄 안다는 게 걸리긴 했지만, 어차피 별 의미는 없을 터.
히죽.
미소를 지은 노점 주인이 그에게 손짓했다.
“따라와.”
.
.
.
홍기동은 노점 주인을 따라 어딘가로 향했다.
그가 안내한 곳은 한 여관이었다.
허름하거나 이런 건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썩 좋은 시설도 아니었다.
“여기, 싸다. 좋다. 오케이?”
“오케이. 감사합니다.”
꾸벅 고개를 숙인 홍기동은 주인을 적당히 돌려보내려고 했다.
“아니지. 기다려 봐.”
노점 주인은 여관 안으로 성큼 들어오더니, 카운터를 보고 있던 대머리 남자를 불렀다.
“이봐! 손님 받아라!”
“음?”
부스럭거리며 뭔가 하고 있던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손님이라고?”
“그래. 내가 데려온 ‘고객’이니까 잘 챙겨주라고.”
“아, 물론이지.”
그와 대화를 나눈 주인이 홍기동을 향해 말했다.
“내가 이야기해 뒀으니, 섭섭지 않게 해 줄 거야.”
홍기동은 대강 알아들은 척 적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들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아주 명확히 들은 후였다.
“즐거운 여행 되라고!”
손을 흔들며 나가는 노점 주인.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대머리 남자가 홍기동에게 다가왔다.
“따라오시오.”
“사장님.”
“음?”
“이 여관은 손님이 며칠을 묵고 갈 건지도 안 물어보는 겁니까?”
그 물음에 남자가 살짝 당황한 듯 말했다.
“아니, 소개를 받고 왔다길래 당연히 묵고 가는 줄…… 엇. 중국어가 유창한데?”
“그럼. 유창하지. 3년을 홍콩에서 굴렀는데.”
“뭐라고…?”
턱.
남자는 여관의 문을 닫는 손님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
그러던 그때.
슈팟!
“악!”
홍기동의 팔이 번개같이 움직이자, 남자가 양손으로 코를 부여잡았다.
“끅, 무슨…!”
남자는 눈물이 핑 도는 고통에 휘청였다.
뒤이어 묵직한 주먹이 그의 명치에도 틀어박혔다.
퍼억-!
“끄웁!”
쿵.
무릎을 꿇은 남자가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코는 부러진 채 피를 줄줄 쏟았고, 명치를 맞아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상황.
반쯤 패닉에 빠진 남자의 매끈한 머리통이 덥석 붙잡혔다.
“장사를 하려면….”
홍기동이 남자의 머리를 옆으로 확 젖혔다.
그러자 뒤통수에 있는 연꽃 모양의 문신이 드러났다.
“최소한 삼합회 티는 내지 말아야지. 안 그래?”
남자는 그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려 했지만, 머리가 붙잡힌 탓에 뜻을 이룰 수 없었다.
그 대신 황급히 입을 열어 대답했다.
“예. 예! 맞슙니다…!”
“지금까지 몇 명을 등쳐먹었나.”
“예?”
남자의 코에 주먹이 다시 한번 날아왔다.
퍽!
“끄악!! 모, 모룹니다! 정확한 수는 안 세봐서…!”
“내가 여기 묵었으면 어떻게 하려고 했지?”
눈물을 줄줄 흘리던 남자가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가, 가방이나 좀 털고… 항의하면 쫓아낼 생각이었습니다…….”
툭.
홍기동은 남자의 머리를 놓고 그가 있던 카운터 쪽으로 향했다.
고통과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남자가 흠칫했다.
“…!”
카운터 아래쪽을 뒤지던 홍기동이 그가 갈고 있던 네모난 식도食刀를 꺼내 들었다.
“이건 뭐지?”
“그… 게, 취미가 요리라….”
부웅-! 텅!
뭐라 말하려던 남자가 파르르 떨었다.
순식간에 허공을 가르고 날아온 중식도가 자신의 다리 사이 바닥에 꽂힌 탓이었다.
“….”
“칼은 적당히 씻어선 피와 기름이 닦이지 않는다.”
“도축할 때 쓰던….”
“그럼 설명해 봐. 도축 작업을 어떻게 진행하는지.”
꿀꺽.
침을 삼킨 남자가 떨리는 입을 열었다.
“우, 우선 기절시키고… 배를 갈라서 내장을….”
“틀렸다.”
홍기동은 눈을 굴리는 남자를 보며 말했다.
“피부터 빼야지.”
“이런 썅!”
드득!
남자는 바닥에 꽂혀있던 중식도를 뽑곤 홍기동에게 달려들었다.
“개 같은 새끼가!”
후웅-!
허공을 가르는 칼날.
그를 본 홍기동이 눈빛을 차갑게 가라앉혔다.
휘익!
홍기동은 몸을 돌려 내려치는 칼을 피한 뒤, 엄지와 검지의 사이로 남자의 울대를 가격했다.
퍽!
“껙!”
남자는 칼을 놓고 양손으로 목을 감쌌다.
텁.
떨어지는 칼을 잡은 홍기동은, 그대로 다리를 향해 휘둘렀다.
뻐억!
칼등으로 무릎 옆을 얻어맞은 남자가 찢어져라 비명을 질렀다.
“끄아악-!”
홍기동은 그런 그의 반들대는 머리를 붙잡고, 그대로 카운터에 갖다 던져버렸다.
쾅! 쿠당탕!
“끄륵.”
의식을 잃고 엎어진 남자가 사지를 한 차례 부르르 떨었다.
.
.
.
“끄….”
남자는 신음하며 힘겹게 눈을 떴다.
머리도 깨질 듯 아팠고, 코와 목, 무릎에서도 욱신거리는 고통이 몰려왔다.
초점이 잡히며 시야가 돌아왔다.
그가 있는 곳은 익숙한 그의 여관방이었다.
“무슨….”
덜컥.
몸을 일으키려는데, 팔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그는 이내 자신이 의자에 로프로 묶여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로프의 정체는, 그가 ‘고객’을 포장할 때 쓰는 것이었다.
“뭐, 뭐야! 무…!”
턱.
몸을 비틀던 남자의 뒤통수에 서늘한 무언가가 닿았다.
본능적으로 그게 칼날이라는 것을 깨달은 그는 순식간에 입을 다물었다.
“….”
“주인장.”
“예, 예.”
“묻는 말에만 대답해.”
“예.”
“손님을 팔았나?”
의중을 찌르는 한마디 질문.
남자는 발뺌하려 했지만, 본능적으로 그러면 안 된다는 게 느껴졌다.
“…예.”
“네가 직접 죽였나?”
“가끔, 심하게 반항할 땐… 그랬습니다.”
“네가 죽이는 게 아니면, 누가 와서 가져가는 건가?”
“그, 그렇습니다.”
남자의 건조한 질문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 사람은 언제 오지?”
“오늘, 입니다.”
“몇 시, 어디로.”
“10시에… 여관 뒤편에 창고로 트, 트럭이 옵니다.”
“그래. 알았다.”
뒤통수에서 섬뜩한 칼날이 떨어졌다.
남자는 거칠어진 숨을 내쉬었다.
“헉, 헉….”
그런 그를 가만히 뒤에서 내려다보던 홍기동은, 중식도를 들어 그의 머리를 내리쳤다.
퍼억-!
“꺼억.”
남자는 경련을 일으키더니, 이내 고개를 푹 떨궜다.
홍기동은 끼고 있던 장갑을 벗은 뒤, 남자에게 들은 정보를 되뇌며 여관방을 나섰다.
‘10시. 여관 뒤 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