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394
#394화
“사, 삼합회라고예?”
“예?”
내 목적지를 들은 덩치와 황성빈이 깜짝 놀랐다.
“거기 저희끼리 간다는 겁니까?”
“어. 싸우러 가는 건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진 말고.”
“아. 그렇습니까.”
황성빈이 조금 안도한 표정을 지었다.
뭐, 돌발 상황이 생기지 않는 한 그놈들이랑 부딪힐 일은 없을 거다.
단순히 물어볼 게 있어서 찾아가는 것뿐이니까.
“행님. 항상 행님이 별일 없을 거라 카믄 항상 별일이 생기던데예.”
“기분 탓이야.”
“후.”
뚜둑.
과장되게 목을 좌우로 꺾은 덩치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래도 걱정마이소. 제가 요새 그 그래플링? 잡기 기술도 배우고 있다 아입니까.”
“호오.”
“예전처럼 주먹뿐만이 아니라 이제 마, 밭다리! 초크! 저 실력 마이 늘었십니더.”
“든든하다, 야.”
정보 조직과 책상머리 일에 힘쓰는 나머지 녀석들관 달리, 덩치는 오로지 싸움 실력만을 키우고 있었다.
머리가 좋거나 눈치가 빠른 건 아니지만, 셋 중에 주먹 하나는 제일이었으니까.
괜히 학창 시절 통영을 먹은 게 아니란 말이지.
‘실제로 실력도 꽤 늘었고.’
떡잎이 안 보였으면 훈련을 위해 팀원들을 붙여주지도 않았다.
“행님. 근데 삼합회 금마들은 접때 다 족쳤다 아입니까?”
선생을 붙잡으로 부두로 쳐들어갔을 때 삼합회 놈들이 우리 앞을 막아서긴 했다.
“이번엔 다른 쪽이다.”
하지만 그놈들은 본토에서 넘어온 조직원들이었고, 지금 향하는 곳은 우리나라에 있는 삼합회 지부였다.
클럽 스텔라의 주성재를 잡을 때 배상훈이 사칭한 조직이기도 하다.
“혹시 성남으로 가는 겁니까?”
아는 게 있는지 황성빈이 물었다.
“정답.”
삼합회 성남지부.
예전에 한번 부장님과 찾아간 적이 있었다.
마찰이 생길뻔했지만, 그땐 왕후성을 비롯해 홍콩에서 넘어온 놈들이 우선이라 딱히 부딪히진 않았었다.
그리고 얼마 후 그놈들에게 성남지부의 지부장이 살해당했다.
그 뒤로 어떻게 됐는지는 최근에 알게 됐다.
‘새로운 놈이 부임했지.’
성남에 있던 조직원들이 모조리 당한 건 아니라, 살아남은 사람 중 가장 높은 놈이 지부장의 자리를 차지했더라고.
“갑자기 삼합회는 왜예?”
내가 놈들을 찾아가는 이유는, 현재 삼합회가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다른 나라에 있긴 해도 어쨌든 지부 중 하나일 테니까.
‘민지훈에게 언제까지고 정보를 받아먹을 순 없지.’
나한테 빚이 있는 놈은 내가 물어보는 정보를 알려준다.
하지만 놈의 머릿속에선 자신의 정보와 빚은 저울질하고 있을 거다.
그러다 전부 갚았다 싶으면 더 이상 나한테 협조하지 않을 게 분명하다.
그러니까 발로 뛰어서 할 수 있는 건 어지간하면 하는 게 좋다.
사소한 것까지 전부 그놈에게 부탁할 순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나중에 써먹을 패가 될 수도 있어.’
적절한 회유와 협박이 가미된 대화를 통해 설득할 수 있을 거다.
‘…아마도 말이지.’
나는 품에 넣어둔 삼단봉을 매만지며 창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 * *
국정원장, 차영규는 김정우에 관해 조사한 자료를 살폈다.
‘북파공작원 출신이라….’
HID에 복무했으며, 뛰어난 실력으로 공작원에 차출되어 활동한 경력이 있었다.
군 측에서 파기한 정보였지만, 국정원의 정보력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라세흠, 그자와 같이 활동했었군. 그것도 여러 번.’
이주혁의 오른팔 격 인물인 라세흠.
그와 같은 부대를 나온 김정우.
전우였던 그들이 지금은 적이라는 게 참으로 공교로웠다.
하지만 차영규는 그런 걸 보고 안타까움 따위의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아니었다.
김정우의 이력을 살펴보던 그는 눈매를 좁혔다.
‘민기형 전 민정수석의 개인비서로 일했군.’
특수부대 출신을 사무직 같은 자리에 앉혀두진 않았을 터.
아마 경호 격으로 데리고 다녔을 것이다.
차영규도 모임에 참석한 민기 형 뒤에 있던 그를 몇 번 마주친 기억이 있었다.
‘그러다 민기 형의 사망 후 잠적했지.’
드러난 민기 형의 범죄 행위.
‘선생’이라는 이름 하에 저지른 것들은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 충분했고, 결국 민기 형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러나 차영규는 그가 단순히 죄책감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민기 형과 그 아들, 민지훈. 둘 사이엔 확실한 갑을관계가 있어 보였다.
민기 형은 본인 의지로 자살한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어쨌든, 그러다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
김정우는 갑자기 선생, 민지훈의 수행원이 되어 나타났다.
사실상 그는 민지훈이 민기 형에게 붙인 사람으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민지훈이 사라지고 난 뒤 이번엔 조병철의 수행비서로 얼굴을 비췄지.’
솔직한 마음으로, 대체 뭐 하는 놈인지 궁금했다.
박쥐처럼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하는데, 그게 다 거물이었으니까.
지금도 선생의 지시를 받고 조병철의 곁에 붙어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과연 그 노회한 조병철이 그걸 눈치채지 못했을까.
‘일단 미행을 붙여봐야겠군.’
이주혁에게도 사람을 보내뒀다.
그가 어디로 가고 무엇을 하는지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당분간 협력하기로 하긴 했지만, 완전히 믿을 순 없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사각사각.
차영규는 김정우의 파일에도 메모를 한 뒤 책상 위에 던져뒀다.
그 옆에는 이주혁과 조병철의 서류도 있었다.
그때, 누군가 집무실의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
덜컥.
문이 열리고 비서가 들어왔다.
“원장님. 이주혁이 사라졌습니다.”
“뭐? 분명히 그놈 위치는 계속 파악하라고 했지 않나?”
“분명히 타고 이동한 차를 추적했는데, 거기선 직원들만 내렸습니다. 아마 도보로 빠져나갔거나 차를 바꿔 탄 게 아닌지….”
차영규는 비서의 난감한 표정을 보며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들겼다.
“그래서, 실패했다는 보고만 하려고 찾아왔나?”
“아닙니다. 풍원한정식 내부를 비추는 카메라는 없어 주변의 카메라로 드나든 모든 차의 번호를 조회 중입니다.”
풍원한정식에 카메라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건 이주혁이 임유나의 안전을 위해 설치한 것이었다.
아무리 국정원이라도 몰래 설치한 카메라의 존재를 알아낼 순 없었다.
“결과는 나왔고?”
“그중 두 대가 대포차였고, 하나는 풍원한정식. 다른 하나는 남부순환로로 들어간 걸 확인했습니다.”
“목적지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차영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놈이 괜히 움직일 리가 없다. 정확히 어디로 갔는지 확인해서 다시 보고해.”
“예. 알겠습니다.”
비서가 물러나고, 차영규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후우….”
팅-. 치익.
그리고 베이징으로 파견한 블랙 요원, 홍기동에게서 온 답신을 살폈다.
[돌아오기 전에 모든 자료 회수. 전원 제거.] [H – 확인.]현재 베이징에 홍기동과 함께 있는 국정원의 해외1팀.
그들은 삼합회의 장쉬안과 북한에서 넘어온 보위부 국장, 림영호의 거래를 조사하기 위해 일하는 중이었다.
거래 내용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여차하면 판을 엎어버릴 수도 있었다.
물론 그 결정권자는 차영규였다.
“….”
차영규는 자신이 보낸 해외1팀을 제거하라는 메시지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부하 직원들을 제거하려는 이유는 간단했다.
살인멸구. 한 마디로 입막음이었다.
장쉬안와 림영호. 차영규는 이 두 사람의 거래를 막을 생각이 없었다.
‘장쉬안, 그자는 분명히 조병철의 제안도 받아들일 테니까.’
조병철이 빼돌린 각성제로 장쉬안과 거래하려고 한다.
이주혁에게 들은 사실이었다.
장쉬안의 입장에선 재정적 문제에 시달리는 북한보다 조병철이 더 먹음직스러운 딜일 것이다.
‘결국 놈은 조병철과 접촉하게 되어있다는 소리지.’
그리고 그건 조병철을 끌어내릴 열쇠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해외1팀이 림영호와의 거래에 개입해 깽판을 쳐버리면 장쉬안의 경계심이 높아진다.
조병철과 접촉하지 않고 다른 거래처를 찾을지도 모르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걸림돌이 될지도 모르는 해외1팀을 제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물론 작전의 최종 결재를 맡고 있는 차영규가 조사만 하고 복귀를 명령해도 되는 일이다.
‘1팀장, 김태한이 경제수석과 따로 만나는 사이만 아니었다면 말이지.’
경제수석은 조병철과 상당히 가까운 사이다.
그를 그 자리에 앉혀준 게 바로 조병철이었으니까.
그리고 김태한이 그런 경제수석과 무언가를 주고받는 정황을 확인했다.
‘조병철이 국정원에 사람을 심어놓지 않았을 리가 없지.’
한마디로, 이번 일은 정보를 팔아넘기던 내부자를 제거할 좋은 기회였다.
그의 팀원들도 김태한의 개인적인 지시를 받고 여러 사람의 뒤를 캤다는 걸 파악했다.
이런 좋은 명분이 있는데도 없애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그들이 없어지면 내부적으로 말이 있겠지만, 그 정도는 덮을 수 있었다.
‘적당히 사고로 처리하면 되겠군.’
공론화되지 않는 이상 문제가 생기진 않을 것이다.
“음.”
차영규는 담배가 어느새 다 타들어 간 걸 확인하고, 냉정한 눈빛으로 꽁초를 재떨이에 비볐다.
치직.
* * *
한편, 미국.
댈러스의 공항에 도착한 마종석은 피곤함에 눈가를 꾹 눌렀다.
“젠장할. 망할 새끼. 잘난 제 팀원들이나 시킬 것이지….”
그가 여기까지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목적은, 이주혁의 암살을 시도한 DS컴퍼니의 헨리에게 경고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마종석은 곧장 DS컴퍼니의 본사로 이동했다.
이전에 한 번 들렀던 곳이었기에 찾아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턱.
마종석은 가로수길에 있는 벤치에 앉아 눈앞의 높다란 건물을 올려다봤다.
DS컴퍼니의 본사였다.
“쯧.”
인상을 찡그린 마종석이 혀를 찼다.
이 안에 들어가서 헨리를 만나게 해달라고 말해야 했다.
프론트에 있는 직원이 헨리를 불러주면 좋겠으나, 어쩌면 문전박대를 당할 수도 있었다.
‘가보면 알겠지.’
무기를 챙겨오지 못한 게 불안요소긴 했지만, 다짜고짜 공격해 오진 않을 것이다.
저벅.
그렇게 마종석이 DS컴퍼니의 본사를 향해 걸음을 옮기려 했다.
“마종석 씨.”
하지만 그를 부르는 목소리에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이름을 정확히 알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았다.
마종석은 허전한 허리춤을 느끼며 천천히 몸을 돌렸다.
무표정한 인상의 남자가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누구지?”
“잠깐 따라와 주실 수 있으십니까.”
“누구냐고 물었다.”
“그분이 부르십니다.”
“…….”
그가 말한 ‘그분’이 누군지 알아채는 건 금방이었다.
“…안내해라.”
마종석은 잠자코 남자를 따라 어디론가 이동했다.
그가 도착한 장소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한 카페였다.
“데려왔습니다.”
마종석은 자신을 부른 이에게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는 남자를 슬쩍 돌아보고선, 그 맞은편에 털썩 앉았다.
“오랜만입니다.”
선생, 민지훈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절 따라온 겁니까.”
“아뇨.”
마종석의 물음에 민지훈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대꾸했다.
“나도 여기 마침 볼일이 있던 참이라서요. 겸사겸사 대화도 나눌까 해서 실례를 무릅쓰고 모셨습니다. 잠깐 괜찮으시죠?”
“예. 용건이 뭡니까?”
마종석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용병과 고용주 관계의 의무는 다했지만, 어쨌든 그의 반대편으로 돌아선 입장이었으니 보복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예상과 달랐다.
“마종석 씨.”
“…예.”
“나랑 다시 함께합시다.”
“…!”
그 제안에 마종석의 눈빛이 흔들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