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401
#401화
경비들을 쓰러뜨린 우리는 조병철의 저택 내부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어, 뭐야! X발…!”
콰직!
중간에 마주치는 놈들도 전부 눕혀서 제압해뒀다.
‘어디 있으려나.’
내부는 별다를 거 없이 깔끔한 느낌이었다.
다만 불이 꺼져 있어 숨겨놓은 것들을 잘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끼익.
나는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며 부장님에게 물었다.
“근데 어떻게 들어오신 겁니까? 창문에 방범 장치 달려있었는데요.”
“잡고 당기니까 뜯기던데?”
그게 힘으로 뜯을 수 있는 거였어?
새삼 부장님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저벅.
2층에 도착한 우리는 각자 흩어졌다.
공간이 넓어서 혼자 다니는 게 더 효율적이었다.
‘그나저나, 대체 여긴 뭐 하는 곳일까.’
사람이 사는 것처럼 청소는 되어 있는데, 정작 돌아다니는 사람이라곤 경비밖에 없었다.
“음?”
그러다 눈에 띄는 문 하나를 발견했다.
생긴 건 평범한데, 잠금장치 여러 개가 달려있었다.
척 봐도 수상한 느낌이었다.
철컥철컥.
경비 주머니를 다 뒤져봤는데, 이런 커다란 자물쇠에 맞는 열쇠는 없었다.
치직.
나는 작은 무전기를 꺼내 팀원들을 불렀다.
“여기 수상한 곳 발견했습니다. 2층 왼쪽 복도 끝이요.”
-확인.
잠시 기다리자 부장님과 팀원들이 찾아왔다.
“여기야?”
“확실하진 않은데, 이렇게 잠가놓은 걸 보면 뭐가 있긴 있겠죠.”
“오케이. 나와 봐.”
뚜둑.
목을 꺾은 부장님이 발목을 빙글 돌렸다.
그리고 한 발짝 물러났다.
“튈 수도 있으니까 조심해라.”
부장님이 다리를 치켜들었다.
후웅!
바람을 가르고 내리쳐진 뒤꿈치가 정확히 자물쇠를 강타했다.
콰작!
자물쇠가 비명을 지르며 처참하게 박살 났다.
“후.”
옆으로 다가온 배상훈이 조용히 말했다.
“저게 사람이냐?”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자물쇠의 잔해를 치웠다.
“일단 들어갑시다.”
끼익-.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우리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건….”
넓은 공간에 빽빽하게 놓인 책장.
그 책장엔 파일로 보이는 것들이 나란히 꽂혀있었다.
강박적일 정도로 완벽하게 정리된 파일들을 멍하니 보다 정신을 차렸다.
“꺼내서 확인해봅시다. 부장님은 혹시 모르니까 복도를 봐주세요.”
“알았다.”
나지막이 지시한 뒤, 책장에서 파일들을 조심스럽게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뒀다.
“이게 뭘까?”
“글쎄다.”
“가져갈 거냐?”
고민이 됐지만, 어차피 경비와 마주친 이상 침입 사실이 들키는 건 시간문제다.
굳이 이 자료들을 다시 고이 모셔둘 이유는 없지.
“중요해 보이는 것들로만 추려서 들고 가자.”
“오케이.”
척.
나는 파일을 펼쳤다.
‘과연 뭘 이렇게 정리해놓은 건지 한번 볼까.’
파일 안의 첫 장엔 웬 한 사람의 이름이 대문짝만하게 적혀있었다.
민기형. 민지훈의 아버지로, 전前 민정수석이었다.
팔랑.
페이지를 넘겨 보니, 민기형의 과거 이력이 빼곡히 기록된 게 눈에 들어왔다.
이 정도는 인터넷에 검색해도 알 수 있는 정보인데, 왜 굳이 이런 파일에 넣어놨을까 싶어 한 장을 더 넘겨봤다.
“하.”
그 뒤 내용을 본 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신상명세의 다음 페이지엔, 민기형의 약점들이 있었다.
뇌물수수와 강남파와의 관계 등, 언론에 공개되면 정치 생명이 끝장날 만한 것들 말이다.
‘그래서 지난번에도 몇 명 모가지를 그렇게 쉽게 날려버린 거구만.’
모임에서 거론됐던 정치인 몇몇의 비리 사건도, 이미 이런 것들을 여기 모아뒀으니 금방 터뜨릴 수 있었겠지.
“와. 이거 봐라. 이 새끼는 한 달에 두 번 성 접대를 받는다네.”
“누가.”
“우리 구 의원이라는데?”
“개판이구만.”
나는 파일을 한 움큼 집었다.
그리고 이름을 확인하며 쓸 만한 정보들을 골라냈다.
국정원장 차영규를 비롯해 모임의 구성원들도 빠짐없이 다 있었다.
화룡점정은 민지훈이었다.
조병철은 민지훈의 정체를 이미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놈이 대표로 있던 IT회사의 정보를 포함해, 어떤 성향이며 무슨 의견을 냈는지까지 상세하게 체크해뒀다.
“챙길 만한 건 다 챙겼네. 안에는 뭐 없었어?”
책장 말고 다른 곳을 뒤진 백기준이 고개를 저으며 나왔다.
“아니. 금고가 있긴 한데, 가지고 갈 순 없어. 딸 수 있는 형태도 아니고.”
“그럼 여기까지 하고 돌아가자.”
이 정도면 좋은 성과였다.
전부 확인해본 건 아니었기에, 가져가서 세세히 뜯어보면 뭐라도 건지지 않을까.
꽈악.
겉옷을 벗어 공간을 만든 뒤, 안에 담은 파일들이 흐르지 않게 잘 싸맸다.
그렇게 보따리처럼 만든 겉옷을 어깨에 메고 바깥으로 나섰다.
“갑시다.”
이대로 조용히 빠져나가기만 하면….
-침입자다!
-찾아!
“쯧.”
바깥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뭐, 너도 끝까지 안 들킬 거라곤 생각 안 했잖아?”
“웬만하면 조용히 나가고 싶었는데 말이죠.”
“일단 튀자.”
타닷!
우리는 복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내가 딴 창문으로 나가자고.”
부장님의 뒤를 따라 한 방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러자 잠금장치가 박살이 난 창문이 우리를 반겼다.
펄쩍!
창문으로 넘어간 우리는 난간과 배관을 디디며 내려갔다.
정원 바닥에 착지하는 것과 동시에, 건물 모퉁이에서 손전등 불빛이 보였다.
“뛰어!”
곧바로 땅을 박차고 담장을 향해 점프했다.
“저기다!”
턱!
담장을 잡고 훌쩍 넘어간 우리는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바로 돌아가면 꼬리가 잡힐 것 같은데, 어떡할래?”
옆에서 달리는 부장님의 물음에, 나는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다들 차 어디 있는진 알죠? 흩어졌다가 거기서 봅시다.”
“오케이.”
“알았다. 그건 네가 챙길 거냐?”
“네.”
조병철의 서재에서 훔쳐온 파일들.
오늘 여기 온 목적이기도 하니만큼, 절대로 잃어버려선 안 됐다.
“저 새끼들 잡아!”
뒤에서 성난 경비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서 봅시다.”
나는 그 말을 남기고 팀원들과 흩어졌다.
* * *
이주혁과 팀원들이 다른 곳으로 달려가고.
라세흠은 왼쪽으로 빠졌다.
가장 탁 트여있어 위험한 길이었다.
하지만 라세흠은 아랑곳하지 않고 근육을 부풀렸다.
꾸욱!
그리고 터질 듯한 다리 근육으로 바닥을 발로 차며 달리기 시작했다.
타다다닷!
그가 마치 육상 선수를 방불케 하는 자세로 달려나가자, 뒤에서 쫓아오던 남자들이 당황한 얼굴로 소리쳤다.
“저 새끼 뭐야?!”
“잡아! 무조건 잡아!”
“흩어졌습니다!”
“그럼 우리도 흩어진다! 도로로 가는 저놈은 차 타고 쫓아가!”
라세흠은 그들의 다급한 목소리를 들으며 피식 웃었다.
‘흩어져서 쫓아가면 안 될 텐데.’
각개격파당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말이다.
부웅-!
뒤편에서 차에 시동을 거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그리고 열심히 따라오는 경비들의 발소리도 함께였다.
라세흠은 뒤를 힐끗 돌아봤다.
‘넷? 생각보다 많네.’
하지만 그들의 생각보단 적은 수가 될 것이다.
“X발! 멈춰!”
“서 이 새끼야!”
라세흠이 서서히 속도를 줄였다.
그에 남자들은 거의 다 잡았다 생각하며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잡힌 건 그들이었다.
슬슬 브레이크를 잡던 라세흠이 뒤로 돌며 주먹을 날렸다.
후웅!
“!”
헉헉대며 쫓아오던 남자의 얼굴에 돌 같은 주먹이 꽂혔다.
쩌억-!
그대로 뒤로 벌렁 넘어가는 동료를 본 경비들이 소리를 질렀다.
“진웅아!”
“이 X발 놈이!”
그렇게 한 명을 쓰러뜨린 라세흠은 다시 뒤돌아 도망쳤다.
경비들은 이내 그를 쫓기 시작했지만, 동료가 당하는 걸 본 이상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타다닷!
“이 병신들! 비켜!”
허리춤에서 무언가를 꺼내 든 남자가 외쳤다.
그의 손에는 테이저건이 들려있었다.
방아쇠를 당기자 발사된 전극이 라세흠을 향해 날아갔다.
꺼림칙함을 느낀 라세흠이 고개를 돌렸다.
라세흠은 무언가 날아오는 걸 확인한 즉시 본능적으로 팔을 들어 올려 막았다.
쿡! 따다다닥!
팔뚝에 꽂힌 전극을 통해 1000V에 달하는 전압의 충격이 가해졌다.
“끄으윽…!”
라세흠의 근육이 잔뜩 수축했다.
남자들은 그의 몸이 일시적으로 굳은 걸 보고 달려들었다.
“덮쳐!”
팍!
라세흠은 손으로 팔뚝에 꽂혀있던 전극을 뽑아냈다.
그리고 달려드는 남자의 주먹을 잡고 힘을 줬다.
꽈드득!
“끄아아악!”
테이저를 맞고도 서 있는 모습에 다가오던 남자들이 움찔했다.
“이런 미친….”
“왜 안 쓰러져? 한 발 더…!”
타앗!
순식간에 달려든 라세흠이 발차기로 한 명을 날려버렸다.
퍼억!
‘설마 저런 것까지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네.’
얼얼한 손을 쥐락펴락하는 라세흠에게 남자가 주먹을 휘둘렀다.
“이 색…!”
스윽.
라세흠은 옆으로 스텝을 밟아 피한 뒤, 상체를 회전하며 주먹으로 턱을 돌려버렸다.
쩍!
그때, 저 멀리서 라이트와 함께 차가 달려왔다.
부웅-!
그에 차가 다니지 못하는 길로 피하려 했지만, 전기 충격을 당한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테이저건은 근육이 많을수록 더 고통이 커지기에, 라세흠에게 특히 더 강한 효과를 발휘한 것이었다.
부우웅-!
라세흠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자신을 받아버릴 기세로 달려오는 차를 똑바로 바라봤다.
“크아압!”
아직도 저릿한 근육에 힘을 잔뜩 준 라세흠은, 차에 부딪히기 직전에 땅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텅! 터덩!
라세흠은 보닛, 창문, 뚜껑에 차례대로 충돌했다.
몸을 회전해서 충격을 줄인 그가 바닥에 착지하며 한 바퀴 굴렀다.
“큭.”
라세흠이 비틀대며 몸을 바로 했다.
끼익-.
그를 친 자동차가 멈췄다.
달칵.
그리고 운전석의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내렸다.
“….”
“한 번에 보내버릴 작정이었는데, 이거 생각보다 잽싼 놈이었구만.”
머리를 포마드로 넘긴 남자가 목을 좌우로 돌리며 걸어왔다.
“누구냐? 너.”
“….”
라세흠은 말없이 숨을 골랐다.
예상치 못한 일격을 두 번씩이나 얻어맞은 탓에 몸 상태가 온전치 않았다.
힐끔.
도망갈 수 있나 좌우를 살폈다.
그 모습을 본 남자가 실소를 흘리며 품에서 날붙이를 꺼냈다.
날의 길이만 팔뚝 정도 되는, 상당히 긴 회칼이었다.
“후.”
라세흠은 마스크를 내렸다.
심호흡을 통해 조금이라도 페이스를 찾기 위함이었다.
“호오. 꽁꽁 싸매고 와놓고, 그렇게 얼굴 보여줘도 되나?”
“어. 돼.”
꽈악.
라세흠이 입꼬리를 올리며 주먹을 쥐었다.
“목격자가 없으면 상관없잖냐.”
* * *
“실장님.”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본인 집의 집무실에서 일을 보고 있던 조병철이 고개를 들지도 않고 물었다.
“무슨 일인가.”
“저택에 침입자가 들어왔습니다.”
수행원, 김정우의 말에 조병철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침입자?”
“…예. 면목 없습니다.”
“경비는.”
“뚫린 모양입니다.”
“실력 있는 놈들이 들어왔나 보군.”
조병철이 담담한 투로 물었다.
“잡았나?”
“아직 잡았다는 소식은 없습니다만, 근처에 있던 박 실장이 갔습니다.”
“그래?”
경호를 담당하는 박 실장이 갔다면 어지간한 자들은 알아서 처리할 것이다.
그러나 왜인지 느낌이 별로 좋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거기 몰래 들어갈 이유가 없을 텐데.’
사람이 드나드는 것도 아니고, 그나마 있는 거라곤 서재뿐이었다.
‘설마….’
미간을 좁힌 조병철이 한 조직을 떠올렸다.
‘국정원. 그놈들이 붙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