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41
040화
목재가 많이 쌓여 있는 창고형 청과물점이다.
불에 탈 소재가 사방에 쌓여 있다.
그 말인즉슨, 화재에 취약하다는 말이다.
‘굳이 싸울 필요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고.’
저 위험한 현장에서 우리 정예 요원들이 부상이라도 입는다면, 추후에 내가 걸어야 길에 발목이 잡힌다.
주철수를 잡기 위해선 돈으로 견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절대적인 무력 역시 필요하니까.
아보카도라는 열대 과일을 이용해 마약을 밀수하는 주철수와 서울광목파.
그들의 계략은 좋았다.
내가 아니었다면, 절대 들키지 않을 완벽한 계획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시야에 들어온 이상, 전국에 마약이 밀매되는 꼴은 못 본다.
누구 인생 망치려고 그 꼴을 봐?
-행님. 한 대 더 나오네예. 제가 쫓아가긋습니다.
“그래. 들키지 않게 행선지만 파악해.”
-예. 행님.
앞서 덩치가 먼저 나간 화물차를 따라갔고, 뒤이어 나온 트럭을 돼지가 택시를 이용해서 쫓았다.
슬슬 마음이 조급해지고 있다.
한 대 더 나가면, 그걸 쫓아갈 인력이 없는 상황이다.
마약이 유통되는 경로를 알 수 없고, 이대로 암시장에 마약이 흘러 들어가는 걸 보고만 있어야 한다는 거다.
그때였다.
빵!
내 차에 뒤로 다가온 커다란 트럭 두 대와 봉고차 한 대.
라세흠 부장을 필두로 정예 요원들이 내렸다.
“안 늦었지?”
“간당간당했습니다.”
“좋아.”
곧이어, 라세흠 부장이 직원들을 향해 외쳤다.
작전의 시작을 알리는 거다.
“다들 마스크로 얼굴 가리고, 화염병 챙겨서 청과물 창고 주위를 둘러싸라.”
“예!”
“내가 신호하면, 동시에 던지는 거다. 한 병도 남김없이 전부 쏟아부어. 개구멍으로 나오는 놈들은 각개격파로 처리하고. 알겠냐?”
“악-!”
오랜만에 작전이라, 군대에서 하는 것처럼, ‘악!’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하나둘 휘발유가 든 소주병을 박스를 들고 뛰기 시작했다.
둘씩 짝을 지어 일정한 간격으로 흩어지는 그들.
그걸 보고 있자니, 마음이 든든하다.
훈련받은 동기와 선후배가 한 몸이 되어 움직이는 게, 예전 생각도 나게 만들고.
“2분 안에 세팅 완료한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 입구와 출구를 막죠.”
“그건, 너랑 내가 하는 거냐?”
“예.”
화재가 나면, 가장 먼저 나올 곳이 입구와 출구다.
컨테이너에 실은 마약이 출구로 빠져나와 버리면, 이번 작전은 무의하게 끝나 버린다.
그래서 준비한 게 커다란 트럭 두 대였다.
‘현금으로 받은 게 이럴 때, 도움이 되네.’
저 트럭들은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수차례 현금으로 목돈을 받았었고, 그때 받은 운송 수단이 저 트럭이었다.
그 덕분에 우리 SA시큐리티 차고지에는 트럭이 차고 넘친다.
그중에 두 대만 들고 와 앞과 뒤를 막을 계획이다.
“나 먼저 간다.”
“잠깐만요.”
“응? 왜?”
“마종석 이사라고 있습니다. 키가 크고 카리스마 넘치는 놈인데, 혹시 그놈하고 마주쳐도 그냥 보내 주십시오.”
“왜? 좀 치는 놈이냐?”
“용병 출신입니다. 돈 되는 전장은 다 다닌 놈이라서,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훗. 그래? 그렇단 말이지?”
왜 입꼬리가 올라가는 겁니까?
아……. 이거 괜히 말했나?
라세흠 교관의 호승심을 건드린 거 같은 불길한 느낌이 드는데…….
“알겠다. 보내 줄게.”
“……네.”
의외로 순순히 알겠다고 한다.
이번 작전은 내 명령에 따르기로 한 건가?
어쨌든, 더 늦기 전에 작전부터 수행하자.
“가시죠.”
“가자!”
.
.
화르르륵!
“부, 불이야!”
“뭐 하고 있어? 새끼들아. 어서 불 꺼.”
“물 가져와. 물. 소화기는 어디에 있냐?”
“소화기가 어딨어? 그딴 거 안 키워.”
“혀, 형님. 119에 전화합니까?”
“야, 이 또라이 새끼야. 여기 있는 게 뭔지 모르냐? 119가 오면, 불부터 끄고 안에 있는 거 확인할 텐데, 우리 마약 밀수하고 있소, 하면서 광고라도 하려고?”
라세흠 부장의 신호에 맞춰 던져진 수백 병의 화염병.
목재가 가득한 청과물점 창고는 화염병의 불길에 전염되기 시작했고, 어느새 청과물점 안에서 검은 연기와 함께 불길이 쏟아 올랐다.
동시에 터져 나온 고함 소리들이 내 작전이 먹히고 있음을 알렸다.
“아보카도 다시 컨테이너에 실어! 이거라도 빼내야 해.”
“예!”
안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온다.
마약이 들어있는 아보카도 상자를 컨테이너에 급히 집어넣고 트럭 기사가 시동을 걸었다.
그러곤 출구를 향해 액셀을 밟았는데, 그곳에 예상치 못한 게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트, 트럭?”
가로로 세워둔 트럭이 앞길을 막고 있다.
컨테이너 기사가 놀라는 것도 잠시, 자기 등 뒤에 있는 컨테이너에는 수천억 원치의 마약이 쌓여 있다.
뚫어야 한다. 뚫어서 이 불길을 피하지 못하면, 자기는 죽은 목숨이다.
쿵!
컨테이너 트럭이 화물차를 받았다.
동시에 넘어진 트럭을 컨테이너 트럭의 힘으로 밀어내려 했다.
‘이제 나도 움직여야겠네.’
난 트럭에 있지 않고 담벼락 뒤에 숨어 있었다.
끼이익! 하는 불쾌한 소리를 내며, 억지로 트럭을 밀어내려는 컨테이너 트럭.
사람 걷는 속도보다 느리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으니, 내게 기회지.
휙.
잽싸게 컨테이너 트럭의 운전석 쪽으로 향하곤 주먹으로 유리창을 쳤다.
쩌적.
한 방으론 안 부서지네.
팍! 팍! 팍! 파앙!
주먹의 힘을 버티지 못하고 부서져 버린 운전석 유리창.
그것이 깨지자, 안에 있던 운전기사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뭘 봐. 이 새끼야.”
손가락 두 개로 눈을 찔러 버렸다.
“아악!”
실명돼도 상관없다. 이딴 일에 종사하는 인간이라면, 차라리 평생 앞을 못 보는 게 더 낫다.
너흰 수만 명의 인생을 마약 중독이란, 돌이킬 수 없는 길로 인도하려고 했으니까.
퍼퍽. 퍽. 퍽.
사정없이 운전기사를 패 버리고, 바닥으로 던져 버렸다.
그러고는 내가 운전대를 잡아, 앞서 이놈이 했던 것과 같이 트럭을 밀었다.
‘이건 내가 들고 간다.’
중요한 증거이자, 세상에 나와서는 안 되는 물건이다.
바다에 버리든, 경찰에 중요 증거로 제출하든.
어쨌든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되는 물건이란 거다.
끼이이익!
풀 액셀을 밟으며, 트럭을 밀어내고 핸들을 틀었다.
아보카도는 내가 접수한다.
***
이주혁이 마약이 든 아보카도 컨테이너를 탈취해 도망가는 사이.
마종석 이사와 조직원들. 그리고 외눈의 한인석 변호사는 인상을 구기며 정문을 향하고 있었다.
“……?!”
그곳에 출구와 마찬가지로 트럭이 막고 있었고, 마종석 이사의 미간에 주름이 생겼다.
“치워라.”
“예! 이사님!”
답변과 동시에 달려드는 조직원들.
서른 명이 넘는 조직원들이 트럭을 에워쌌고 무식하지만, 확실한 방법을 선택했다.
트럭을 들어 사람이 나갈 수 있게 공간을 만든 것이다.
“헉! 헉! 여기로 나오시면……. 컥!”
한 놈이 마종석 이사에게 보고하다가 순식간에 저 멀리로 날아갔다.
그 사이, 입구와 트럭 사이로 고개를 빼꼼 내미는 남자가 있었으니.
“네가 마종석이야?”
“넌……. 누구냐?”
“누구긴, 너희 계획에 고춧가루 뿌리는 놈이지.”
라세흠 교관이 검은 마스크 안으로 입꼬리를 올리며, 씨익 웃어 보였다.
이주혁의 걱정은 맞아떨어졌다.
전장을 누빈 용병 출신의 마종석 이사.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둘 라세흠이 아니었다.
“뭐 해? 잡아!”
마종석 이사의 명령에 조직원들이 모두 달려들었다.
그런데, 그들이 간과하고 있는 게 있다.
입구와 트럭 사이엔 사람 하나 지나갈 정도의 공간만 있다.
그 말은 곧, 라세흠과 1대1로 대결해야 한다는 말이다.
퍽! 팍! 파팍!
달려드는 놈들마다 한 방에 나가떨어진다.
정확하게 급소만 노린 주먹질.
프로의 냄새가 물린 나는 그런 주먹이었다.
“그만. 다들 뒤로 나와라.”
“…….”
“너희들이 건드릴 놈이 아니다. 나와.”
“예.”
마종석 이사가 상대의 기량을 알아봤다.
조폭질을 하면서 칼밥이나 먹는 그런 놈이 아니다.
전문적으로 배운 놈. 거기다 특공무술까지 완벽하게 익힌 인간이다.
재킷을 벗으며, 마종석 이사가 문 너머로 나갔다.
1대1의 상황.
라세흠과 마종석이 서로를 바라봤다.
“용병 출신이라고?”
“나를 아나?”
“모르지. 이제 알아 가야지.”
자세를 잡으며, 라세흠이 말했고 그걸 보며 마종석이 웃었다.
“크라브 마가……. 특수부대 출신이구나.”
“뭐, 그렇다고 해 두지.”
크라브 마가. 특수부대에서 배우는 살상을 위한 군용 무술로 상대의 급소와 죽음에 이르는 곳만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무술이다.
마종석이 팔을 걷어붙이더니, 한쪽 다리를 조금 올리고 양손을 귀 옆으로 댔다.
“무에타이네.”
“가장 효율적인 대인 전투술이지.”
“제대로 하는 놈이면, 무섭긴 하지. 난 네가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가슴 좀 설레게 말이야.”
라세흠은 군인이자, 무인이다.
심장이 뛰는 그 순간을 즐기는 싸움꾼.
이때까지 몸풀이 상대도 되지 않는 것들만 만나다가, 마종석 이사를 만나자 가슴이 콩닥거린다.
아드레날린이 샘솟고 있다.
파파팍! 퍽! 퍽!
마종석이 연달아 주먹을 날리고 회수되는 주먹보다 빠르게 로우킥이 두 차례 꽂혔다.
그걸 모두 받아 낸, 라세흠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너, 진짜구나. 제대로 하는 놈이야.”
“언제까지 웃을 수 있나 보자.”
눈으로 좇기 힘들 정도로 빠른 연타가 이어지자, 라세흠이 흘리듯이 비켜 쳐냈다.
마종석의 공격이 빠르긴 하지만, 감당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막고 비껴치고를 반복하면서, 틈을 보고 있는 라세흠.
무에타이에는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무릎치기란 장점이 있지만, 이 기술이 실패로 돌아갔을 시 상당한 빈틈을 만들어 낸다.
무릎치기는 공중으로 뛰어서 하는 공격.
지면에 떨어지는 찰나에 순간을 노리고 있는 거다.
휘익. 팍!
연타가 이어지다가 가드가 풀리자, 순식간에 튀어 오른 무릎이 라세흠의 얼굴로 향했다.
파악! 하는 소리와 함께, 이마로 막아 낸 그.
이때를 노려, 전광석화 같은 발차기로 사타구니를 노렸다.
여긴 한 대 맞으면, 다리에 감각이 사라질 정도로 엄청난 고통을 동반하는 급소다.
맞는 순간, 재기 불능이란 건데…….
“……!!”
짧은 순간에 다리를 들어 올리며, 종아리로 라세흠의 발차기를 막아 내는 마종석이었다.
“이걸 막아?”
“너……. 제법 하는구나.”
둘 다, 상대를 인정하고 있다.
이주혁의 최강 무력인 라세흠.
주철수 산하에 절대적인 공격력을 담당하는 마종석.
짧은 순간, 주고받은 공방에서 둘은 서로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위이잉! 위이이잉!
한창 열기가 달아오르던 그때.
멀리서 소방차와 구급차가 달려오는 소리가 귓가를 괴롭혔다.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불길이 커지자 주변에 있는 누군가가 신고한 모양이다.
“에이. 한창 재밌었는데……. 다음에 또 보자.”
라세흠이 자리를 떠나려 할 때였다.
마종석 이사가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다시 보는 날. 그때 넌, 내 손에 죽는다.”
“훗. 할 수 있으면, 해 봐.”
가소롭다는 듯이 웃어 보이고는 라세흠이 떠났다.
그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마종석은 종아리를 움켜쥐었다.
‘괴물 같은 자식. 막았는데도 이 정도란 말이야?’
마종석의 종아리에는 피멍이 들어 있었고, 근육이 끊어진 건지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있었다.
‘저 새끼는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
정체 모를 저 인간은 상상 이상의 강자다.
수많은 전장을 누볐지만, 대인전투에서 저만한 인간은 없었다.
‘목숨을 걸어야 해.’
다음에 다시 만났을 땐, 둘 중 하나는 죽는다.
봐주면서 상대할 수 있는 인간이 아니다.
둘의 목숨을 건, 싸움이 예정되었다.
이번 생은 빌런이다
지은이 : 글빌런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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