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416
#416화
[개새끼 – 장쉬안이 자리에 올랐습니다.]나는 민지훈에게서 온 메시지를 묘한 표정으로 확인했다.
“드디어 삼합회를 먹으셨구만.”
이로써 장쉬안과 동맹 관계인 민지훈은 삼합회에 개입할 여지를 얻게 되겠지.
“흐음….”
아무래도 고민이 됐다.
성남지부의 유선화를 이용해 장쉬안에게 스크래치를 내보려고 했지만, 예상대로 딱히 큰 효과는 없었다.
장쉬안의 사이즈가 워낙 크기도 하고, 그들에게 내세울 수 있는 명확한 증거가 없기도 했다.
사실 없진 않은데, 삼합회 놈들을 전부 유선화 앞으로 불러내서 두 눈으로 보여 주질 못하니, 원.
“후.”
어쨌든, 드디어 계획의 첫 번째 커다란 톱니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했다.
딸깍. 딸깍.
나는 중국의 기사 여러 개를 찾아봤다.
먼저 장쉬안. 이놈은 중국에서도 나름대로 이름이 있었다.
겉으로는 합법적인 사업체인 명운제약을 운영하고 있긴 하지만, 원래는 삼합회의 간부 중 하나라는 소문이 있는 상황이었다.
자세히 조사만 해보면 금방 놈이 삼합회라는 걸 눈치챌 수 있긴 하나,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제약회사의 사장을 궁금해하지 않는다.
‘정면으로 여론전을 하면 확실히 불리하긴 하지.’
앞서 말했던 유선화의 폭로.
그런 것들론 장쉬안에게 큰 타격을 입힐 수 없었다.
오늘 자로 중국 뒷세계 최대의 조직인 삼합회의 보스가 됐으며, 놈의 신망을 잃게 만들 방법도 지금으로선 마땅치 않았으니까.
오히려 지금껏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에게 해온 기름칠로 무사히 빠져나갈 가능성이 컸다.
‘물론 내부의 공격이라면 말이 달라지지만.’
나무는 온갖 비바람에도 견딘다.
그러나 내부에서 살을 파먹는 벌레 탓에 쉽사리 무너지고 만다.
씨익.
장쉬안도 속부터 썩어가는 나무가 될 거다.
민지훈이 또 무슨 일을 꾸미고 있다는데, 조만간 큰 게 올 거란다.
뉘앙스로는 내부자 중 하나를 어떻게 잘 꼬셔낸 모양인데, 그거라면 지금껏 꿈쩍 않던 장쉬안도 한 번쯤 휘청할 수도 있었다.
그 틈을 타 할 수 있는 건 싹 다 해버리고, 장쉬안이 정신을 차렸을 때 쓱싹.
적을 혼란스럽게 만든 뒤 손쉽게 처리하는 클래식한 방식이었다.
우웅-.
그때, ‘스가와라’라는 이름으로 전화가 걸려 왔다.
스가와라 켄타. 일본의 야쿠자 조직, 스미요시카이의 부두목 격 인물로, 현재는 내부 처신 문제로 인천으로 넘어와 활동 중인 녀석이었다.
민지훈과 친분이 있었으며, 놈이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었다.
탁.
나는 전화를 받고 곧장 물었다.
“어, 무슨 일?”
-바쁜가?
“잠시 통화는 가능한데.”
-잘 됐군. 혹시 그 소식 들었나? 삼합회가 새로 보스를 뽑았다더군.
“장쉬안 말인가?”
-역시 소식이 빠르군.
감탄한 스가와라가 말을 이었다.
-그때 말한 게 이건가? 삼합회에 큰일이 생겨 약해졌을 때, 우리 스미요시카이가 그 자리를 차지할 거라고 하지 않았나.
나는 민지훈을 없애버릴 거다.
그리고 스미요시카이의 회장, 사이토도 전대 회장을 제거한 민지훈을 죽이려고 한다.
목적은 같았지만, 난 세력이 부족했고, 회장은 민지훈의 행방을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
그 때문에 우리는 손을 잡기로 했었다.
러시아의 킬러 조직, 글라자가 사라졌다. 또 삼합회는 제 살 깎아 먹기로 알아서 약해져 준다.
그렇게 ‘서클’에 빈자리가 생기면, 그동안 자발적으로 소외되어 있던 야쿠자들을 거기 넣는다. 이게 우리 계획이었다.
“지금은 아니다.”
-아니라고? 수장의 교체로 혼란스러울 때 공격하는 게 낫지 않나?
“혹시 모를 피해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안전하게 가야지. 안전하게.
돌다리도 두들겨 보라는 말이 있잖아?
나한테 딸린 식구들이 한둘도 아니고, 초반처럼 막 나가며 전쟁을 벌이기엔 조금 부담스러웠다.
우리 전력은 민지훈, 그놈을 위해 보존해 둘 거다.
“그리고,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았어.”
스윽.
나는 책상 위에 있던 핸드폰을 열었다.
내 건 아니고, 지하실에 있는 삼합회 녀석의 폰이었다.
“오늘 장쉬안이 한국에 들어온다더라고.”
-…설마, 오늘 저지를 셈이냐?
“글쎄.”
[사장님 – 오늘 한국으로 들어간다.]히죽.
홍콩지부에서 보낸 놈의 사장님이라면, 100% 장쉬안의 문자였다.
“그건 고민해 봐야지.”
꾹. 꾹.
나는 입꼬리를 쭉 끌어올리며 장쉬안에게 답장을 보냈다.
[공항으로 마중 나가겠습니다. 몇 시에 도착하십니까?]* * *
명운제약의 사장이자 삼합회의 새로운 보스.
장쉬안이 인천공항에 발을 디뎠다.
저벅.
“한국에 오는 건 처음이군.”
올 이유도 없었고, 그럴 상황도 아니었기에 이번이 첫 방문이었다.
장쉬안은 공항으로 마중을 나온다던 수하, 차오를 찾았다.
“이 녀석은 어디… 음?”
그러던 그의 눈에, 어딘가 기묘한 인상의 남자가 들어왔다.
“으음…?”
목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에 선글라스를 낀 남자는 장쉬안을 돌아보더니, 이내 밝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그러자 옆에 있던 수하가 남자를 제지했지만, 장쉬안은 손을 저어 그를 물렸다.
“무슨 일이오.”
장쉬안의 물음에, 청년은 웃음기 띈 얼굴로 말했다.
“장쉬안 씨 맞으시죠?”
“….”
질문을 들은 장쉬안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한국에 오자마자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라. 별로 좋은 시작은 아니었다.
“누구신지?”
“아, 뭐 자기소개할 만큼 용건이 있는 건 아니고. 이거 전해드리러 왔습니다.”
스윽.
남자는 그에게 검은색의 핸드폰을 내밀었다.
옆에서 경계하고 있던 수하가 핸드폰을 받아들고 이상이 없는지를 확인했다.
“아무것도 없습니다.”
“거참, 의심 많으시네….”
수하는 실없는 소리를 뱉는 남자를 노려보고선, 장쉬안에게 그가 준 핸드폰을 건넸다.
“이게 뭐요?”
“문자 내역, 확인해보세요.”
그 말에 장쉬안은 핸드폰을 열었다.
“…!”
장쉬안은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
[공항으로 마중 나가겠습니다. 몇 시에 도착하십니까?] [사장님 – 2시.] [예. 알겠습니다.]한국에 있던 그의 수하, 차오와 나눈 메시지였다.
한 마디로, 눈앞의 이 남자가 차오를 어떻게 했다는 소리다.
천천히 고개를 든 장쉬안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너, 정체가 뭐야?”
“자세히 알 건 없고.”
수상한 남자, 춘식은 선글라스를 내리며 씩 웃었다.
“성남지부는 가만히 두십쇼.”
“네놈이군. 유선화, 그 여자를 부추긴 게.”
“글쎄요. 어쨌든.”
척.
춘식이 그가 든 핸드폰을 가리키며 입꼬리를 내렸다.
“이건 경고입니다.”
“차오는 어디 있지?”
“지금 다시 비행기 타고 돌아가시면 따라 보내드리겠습니다.”
장쉬안이 정색했다. 그걸 본 춘식이 손을 내저었다.
“이건 농담이고, 조용히 있다가 돌아가십쇼. 그럼 그 친구는 무사할 겁니다.”
“조용히 있는 건 네놈 기준 아닌가? 얼마든지 말을 바꿀 수 있다고 보는데.”
“관광 외에 다른 건 안 하는 좋다는 소립니다. 장 사장님.”
춘식은 장쉬안과 눈을 똑바로 마주치며 경고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수하가 발끈하며 나서려 했지만, 장쉬안은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
“…충고 받아들이지.”
“예.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그럼.”
춘식이 몸을 돌려 멀어졌다.
그 뒷모습을 노려보던 수하가 물었다.
“사장님. 괜찮으십니까?”
“건방진 놈.”
장쉬안은 불쾌한 얼굴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저놈 혼자 이러는 건 아닐 걸세. 믿을 구석이 있으니 이렇게 배짱을 부리는 거겠지.”
“조병철, 그자 짓일지도 모릅니다.”
“글쎄.”
조병철이 보낸 사람이라면 초장부터 기싸움을 시작할 필요는 없을 터.
스윽.
날카로운 눈빛으로 좌우를 살핀 장쉬안은 표정을 굳혔다.
이제, 그를 직접 마주할 시간이었다.
* * *
강남의 한 고급스러운 식당.
그곳의 프라이빗한 룸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두 노인이 마주 앉아 있었다.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교수 같은 인상의 노인, 조병철이 먼저 손을 건네며 악수를 청했다.
그에 거친 삶을 살아온 듯한 차가운 노인이 그 손을 맞잡았다.
“장쉬안입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기 어려웠기에, 각자의 옆에는 입 무거운 통역사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장 사장님.”
둘 중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조병철이었다.
“한창 바쁘실 텐데, 이렇게 직접 몸을 이끌고 와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얼굴을 마주하지 않으면 진정한 이야기를 나눌 수 없는 법이잖습니까.”
“허허. 그렇지요.”
조병철은 사람 좋게 웃으며 기다란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술병을 집어 들었다.
“우리나라의 전통주입니다. 한번 드셔보시지요.”
“그럼 사양 않고.”
쪼르륵-.
장쉬안의 잔에 술이 가득 따라졌다.
“은은한 향이 일품이군요.”
“맛도 깔끔하니 좋습니다. 반주에도 어울립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잠시 가벼운 대화를 나눴다.
“그래서, 제 손자 놈이 이런 소리를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할아버지, 그럼 할아버지는 군인이었어?”
“하하하.”
농담과 인사치레. 간을 보는 듯한 주제가 흘러 지나가고, 슬슬 두 노인의 목소리가 낮아질 무렵.
“…조 실장님.”
장쉬안이 먼저 본론을 꺼냈다.
“이제 제대로 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그 물음에, 술잔을 홀짝이고 있던 조병철이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시지요.”
“하나 여쭐 게 있습니다.”
“뭐 말씀입니까?”
“그 ‘각성제’, 어디서 구하신 겁니까?”
장쉬안은 질문을 들은 조병철의 반응을 살폈다.
“흠.”
고개를 갸웃한 조병철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답했다.
“그건 왜 궁금하신 겁니까?”
“그때 찾아왔던 당신의 수하가 소개한 각성제는, 제 지인이 준 것과 이름, 효과, 및 모든 게 똑같았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다고 의심하는 게 당연한 상황이지요.”
조병철의 수하 김정우가 찾아와 협업을 제안한 각성제. 그리고 선생에게서 샘플 여러 개를 받은 성수.
두 약물은 서로 같은 물건이었다.
실상은 조병철이 몰래 경찰의 증거 자료에서 빼 온 것이었지만, 그걸 모르는 장쉬안은 선생과 조병철 사이에 무언가 커넥션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예상은 반 정도 정답이었다.
“아아, 누군지 알겠습니다. 그 새파랗게 젊은 친구 말입니까?”
“예.”
“한때 같은 뜻을 가지고 있던 동료였습니다. 지금은 서로 가는 길의 방향이 달라 갈라서게 됐지만요.”
그 이야기를 들은 장쉬안은 속으로 미심쩍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당연히 그걸 바깥으로 드러내진 않았다.
“그렇군요. 조 실장님도 많이 당황하셨을 것 같습니다만.”
“허허허. 깜짝 놀랐지요. 협상 카드를 가지고 들어갔는데, 상대도 나랑 같은 걸 들고 있었으니.”
껄껄 웃던 조병철이 입꼬리를 내렸다.
“장 사장님. 전 당신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싶습니다.”
“우호적인 관계라면, 그때 그거 말입니까?”
“예.”
조병철의 원래 계획은, 장쉬안에게 ‘성수’를 제공하고 그를 통해 이득을 얻는 것이었다.
그러나 장쉬안에게는 성수가 이미 있었으니, 그로선 낭패가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차선책이 이것이었다.
“한국에 길을 만들어 준다고 하셨지요.”
장쉬안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 제안, 받아들이겠습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럼….”
장쉬안이 눈을 슬쩍 빛내며 말했다.
경찰에게 물린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선, 확실한 성과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자세한 건, 지금부터 정해봅시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