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419
#419화
다음 날.
장쉬안과 그 수하는 한 장소를 찾아갔다.
“죄, 죄송합니다!”
그곳은, SA시큐리티 팀원들이 털고 갔던 신촌파의 비닐하우스였다.
그들에게 두들겨 맞은 후로 어떻게 상황을 뒷수습할지 고민하던 그들은, 일을 맡겼던 삼합회가 직접 찾아올 거라곤 꿈에도 상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누가 찾아왔다고?”
“웨, 웬 젊은 놈들이 다짜고짜 찾아와선….”
스윽-.
“똑바로 설명 못 하나?”
장쉬안의 옆에 있던 수하가 앞으로 성큼 나서자, 신촌파의 행동대장이 황급히 설명했다.
“놈들이 갑자기 공격했습니다! 몇 명 되지도 않았는데 저희를 다 때려눕히고선… 이것저것 물어봤습니다.”
“뭘 물어봤지?”
“그, 그게….”
행동대장이 흠칫했다.
그가 협박에 못 이겨 말해버린 것은 삼합회의 기밀이라고 할 수 있는 내용들.
그걸 자신의 입으로 털어놔 버렸다.
“네놈. 설마.”
행동대장이 우물쭈물하는 것을 본 장쉬안의 수하가 인상을 구겼다.
“요, 용서해주십시오! 협박에 못 이겨 그만…!”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건가?”
수하는 무릎을 꿇고 있던 그의 손등을 힘을 주어 밟았다.
꽈악.
“크윽….”
“정확히 놈들이 뭘 물어봤는지, 네놈들이 뭐라고 대답했는지. 하나도 남김없이 말해라.”
행동대장은 고통스러운 얼굴로 기억을 더듬었다.
“사, 삼합회가 어떤 지시를 내렸고… 연락은 어떻게 하는지… 그런 것들을 물어봤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했지?”
“그건….”
퍼억-!
“컥!”
얼굴을 걷어차인 행동대장이 뒤로 벌렁 넘어졌다.
“아윽….”
“이 버러지 같은 놈들이, 감히 뒤통수를 쳐?”
“오, 오해십니다. 저희는 어떻게든….”
황급히 변명하려던 행동대장은 그의 표정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저 싸늘한 눈빛을 보니, 여기서 무슨 말을 해도 자신들을 무사히 보내주지 않을 것 같았다.
‘X발. X바알…!’
꾸욱.
그는 주먹에 힘을 주며 뒤쪽에 무릎 꿇은 부하들을 슬쩍 돌아봤다.
이대로 가만히 있어봤자 버려질 뿐이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힐끔.
부하들과 시선을 교환한 그는 눈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차라리 여기서 둘밖에 없는 저들을 담가버리고 도망가는 게 나아 보였다.
행동대장은 무릎을 펴며 앞으로 달려들었다.
“X발! 쳐!”
“으아아!”
눈치껏 신호를 알아들은 부하들도 함께였다.
그를 본 장쉬안의 수하가 자신의 보스를 돌아보며 말했다.
“먼저 차에 가 계십시오.”
“그래. 고생하게.”
긴박한 상황이었지만, 장쉬안은 미련 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그 모습에 행동대장은 이빨을 보이며 웃었다.
“병신! 너 혼자 남겠다고!?”
이쪽의 수는 거의 열 명 가까이 된다.
안 그래도 중국 놈한테 명령받는 게 고까웠는데, 대체 뭘 믿고 한 명만 남은 건지.
부웅-!
행동대장은 입에 바람을 불어넣으며 주먹을 크게 휘둘렀다.
뻐억!
“어?”
그런 그의 주먹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자신의 손을 확인한 행동대장은, 꺾이고 부러진 손가락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
“끄아악!”
반면, 장쉬안의 수하는 멀쩡한 주먹을 거뒀다.
그의 손은 어떤 단련을 한 건지 우둘투둘하고 거친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그 광경을 지켜본 조직원들은 순간 움찔했다.
행동대장은 이 동네에서 주먹으로는 일등이다. 그 덕에 신촌파에도 스카우트 된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그가 단 일격에 패배해버렸다.
“끄윽…. X발! 뭐 해, 이 새끼들아!”
행동대장은 부러진 손을 붙잡은 채로 부하들을 향해 소리쳤다.
“죽여버려!”
그 말에 그들이 주변에 떨어져 있던 연장을 집었다.
상대가 회칼과 스패너, 각목 등 위협적인 연장들을 챙겼지만, 장쉬안의 수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리고 바닥에 있던 나이프 하나를 주워들었다.
“으아아!”
“죽어!”
조직원들은 단 한 명뿐인 그에게 달려갔다.
식은땀을 흘리던 행동대장은 그 모습을 보고 씨익 웃었다.
‘죽어라, 이 X발럼아.’
.
.
.
그러나 잠시 후.
“너, 너….”
조직원들은 모두 피를 흘리며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툭. 툭.
장쉬안의 수하는 무감정한 얼굴로 머리카락에 붙은 각목 가루를 털어냈다.
“이런 괴물 새끼…!”
행동대장은 이를 갈며 떨어져 있던 칼을 손에 쥐었다.
설마 이 인원이 고작 한 놈에게 당할 줄은 몰랐다.
덜덜덜.
긴장과 후회에 손이 떨려왔다.
‘이렇게 될 걸 알았다면… X발…!’
행동대장은 소리를 지르며 앞으로 달려갔다.
어떻게든 되라는 식의 마구잡이식 돌격이었다.
하지만 그런 공격에 당할 거였다면 진작에 쓰러뜨렸을 터였다.
부웅!
그는 어색한 왼손으로 칼을 휘둘렀으나.
텁. 촤악-!
“크아악!”
팔의 힘줄이 난도질당한 행동대장이 비명을 질렀다.
이어 그의 갈비뼈 사이로 칼날이 파고들었다.
푸욱!
“컥!”
쿵!
그의 묵직한 몸이 바닥과 맞닿았다.
그를 싸늘한 눈빛으로 내려다보던 장쉬안의 수하는 쥐고 있던 칼을 내던졌다.
땡그랑.
그리고 몸을 돌렸다.
어차피 외진 곳에 있는 비닐하우스. 여기까지 찾아오는 사람은 도박하러 오는 손님들밖에 없었다.
하우스 안에 널린 몸뚱어리들을 보고 깜짝 놀라겠지만, 그때쯤이면 이미 여기에 없을 것이다.
수하는 타고 온 차로 다시 돌아갔다.
덜컥.
운전석의 문을 열고 오르자, 뒷좌석에서 여유롭게 기다리던 장쉬안이 물었다.
“어떻게 됐나?”
“전부 처리했습니다.”
“수고했네. 다른 말은 없던가?”
부릉-.
“예. 자신들을 습격한 자들에 관해선 전혀 짐작하지 못하는 눈치였습니다.”
“쯧. 자꾸 일에 파리들이 꼬이는군.”
장쉬안이 미간을 찌푸리며 담배 한 개비를 꺼냈다.
선생의 의견을 따라 한국으로 간 왕후성을 비롯해 첩보 활동을 하던 양아들 장룡.
거기다 이번에 당한 차오까지.
어떤 세력인지 몰라도, 한국에서 자꾸 방해가 들어오고 있었다.
“일단 돌아가지.”
“알겠습니다.”
“추적은 확실히 없었나?”
“예. 꼼꼼하게 확인했습니다.”
이 현장에 장쉬안이 있다는 게 알려져서 좋을 건 없었다.
부웅-.
그렇게, 입막음을 끝낸 그들은 다시 왔던 곳으로 돌아갔다.
“허어.”
그리고 멀어지는 차를 숨어서 지켜보던 한 남자가 슬쩍 몸을 일으켰다.
“여기 올 거라더니, 진짜로 오네.”
그의 정체는, 장쉬안이 입국했을 때부터 그를 쫓아다니던 춘식이었다.
꾹. 꾹.
“제대로 찍혔나~.”
춘식은 목에 걸고 있던 카메라를 들고 녹화한 영상을 확인했다.
거기엔 장쉬안과 수하가 차에서 내린 뒤 하우스로 들어가는 것, 그리고 떠나는 모습까지 고스란히 찍혀있었다.
끼익-.
하우스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바닥에 널브러진 남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춘식은 그 장면 또한 카메라로 찍으며 내부를 둘러봤다.
“끄으으….”
“살려….”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은 이들이 신음을 내며 꿈틀댔지만, 춘식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하우스를 나섰다.
“이 정도면 증거자료는 됐고….”
어차피 여기서 쓸 만한 것들은 지난번에 왔던 팀원들이 싹 다 챙겨갔다고 했으니, 이제 여기 볼일은 없었다.
미련 없이 발걸음을 돌린 춘식은, 고용주에게 문자를 보내고 보이지 않는 구석에 주차해둔 바이크에 올라탔다.
웅-.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고용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예. 대표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별일 없었죠?
“뭐, 시체랑 시체 후보밖에 없는데 무슨 일 있겠어요?”
-다행이군요.
“그런데, 이 영상은 왜 남기라고 하신 겁니까? 한국에서 체포하시려고요?”
-아니요. 그건 아닙니다.
춘식의 의문에 이주혁이 설명했다.
-그냥, 나중을 위해 준비해놓는 보험 같은 겁니다.
“아하.”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해드리겠습니다. 이제 돌아오셔도 됩니다.
“예. 그럼 복귀하겠습니다.”
춘식은 전화를 끊고 바이크에 시동을 걸었다.
부르릉-.
핸들에 걸쳐놓은 헬멧을 쓰던 그는 문득 생각했다.
‘그놈, 좀 센 것 같던데.’
아무리 전날 처맞고 뻗었다지만, 연장을 든 조폭이 거의 열 명 가까이였다.
그런데 장쉬안의 수하는 혼자 남아 별 상처도 없이 그들을 모두 처리했다.
단독 경호원이니만큼 보통은 아닐 거라 생각은 했는데, 그렇게 멀쩡히 걸어 나올 줄은 몰랐다.
“하나같이 잘 치는 놈들이구만.”
조병철도 그렇고, 장쉬안도 상당한 실력자를 경호로 데리고 다녔다.
그리 생각하던 춘식은 SA시큐리티의 그 부장과 팀원들을 떠올렸다.
하나같이 강자인 건 이주혁 사단이 더했다.
‘남들이 보면 이쪽도 마찬가지려나.’
춘식은 피식 웃고선 바이크를 출발시켰다.
* * *
시간이 흐르고, 주기적으로 ‘모임’을 진행하는 날이 돌아왔다.
호정기획의 최상층, 회의실에 모인 이들은 서로를 향해 간단한 인사를 나눴다.
그들이 현재 촉각을 세우고 있는 건, 최근 일어난 연쇄 비리 파동이었다.
2주 가까이 흘렀지만, 그 여파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국민은 정치인들의 과거를 두고 씹어대며, 모임에 속하지 않은 정계의 인사들은 이 틈을 타 이득을 얻기 위해 움직인다.
언론사를 압박하고 연예인들의 가십으로 눈을 가리기엔 사건의 사이즈가 너무 컸다.
“그러니까, 당신네 당원은 당신이 관리하라는 거 아뇨?”
“당신? 얻다 대고 당신이야?”
끼익-.
언성을 높이려던 국회의원들이 입을 다물었다.
묵직한 무게감을 가진 남자가 회의장 안으로 들어섰기 때문이었다.
“….”
“….”
조병철의 눈에 들어 국가정보원장의 자리까지 오른 차영규.
좌우를 슥 둘러본 그가 간단히 인사를 한 뒤 자리에 앉았다.
서로 공격하던 이들이 입을 다물자, 회의장은 급격히 조용해졌다.
그들의 추악한 다툼을 흥미롭게 지켜보던 호정기획의 사장, 박광훈은 아쉬운 표정으로 입맛을 다셨다.
덜컹.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임에서 가장 큰 파워를 가지고 있는 조병철도 회의장으로 들어왔다.
“다 모이셨군요.”
그걸 본 박광훈이 운을 뗐다.
모임의 주축 중 하나인 이주혁이 아직 오지 않았지만, 별일이 있는 게 아닌 이상 그가 매 회의에 참석하는 건 아니었다.
“그럼,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박광훈이 안건을 꺼내자, 조병철은 적당히 듣다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차영규를 향해 조용히 말했다.
“차 원장.”
“…예. 말씀하시죠.”
“요즘 뒤에서 뭘 한다는 소문이 있어.”
그 물음에 차영규가 천천히 그를 쳐다봤다.
“누가 그럽디까?”
“그냥, 듣기로서니.”
“괜히 떠보지 마십쇼.”
조병철은 피식 웃었다.
“뭘 그리 날카롭나. 혼자만 알지 말고, 좋은 게 있으면 공유하자는 거지.”
“갑자기 왜 이러시는지 모르겠지만,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그렇군.”
그의 반응을 본 조병철은 묘한 표정으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흐음….”
얼마 전, 조병철의 저택을 털어 보관하고 있던 약점 파일들을 가져간 누군가.
그게 국정원 쪽이 아닌가 했는데, 차영규의 반응에 걸리는 건 없었다.
무언가를 아는 눈치긴 했으나, 직접적으로 관련되어있는 건지는 파악할 수 없었다.
차영규 또한 그처럼 정치판에서 살아남은 인간이다.
이런 뻔한 떠보기로는 절대 그의 입에서 정보를 끄집어낼 수 없다.
그러나 생각은 말로만 흘러나오는 게 아니었다.
‘뭔가 알고 있군.’
상대가 말하는 게 진실인지 거짓인지를 알아내는 것은.
동공의 크기 변화나 미세한 떨림. 안면 근육이나 무의식적인 몸의 움직임으로도 충분했다.
40년 이상 이 감각을 키워온 조병철은 차영규의 눈빛과 표정을 통해 감추는 게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많이 컸네. 애송이 검사가.’
조병철은 보일 듯 말 듯 입꼬리를 올렸다.
‘슬슬 갈아치우는 게 좋겠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