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438
#438화
와장창!
술집 안쪽에서 깨지고 박살 나는 소리가 들렸다.
벌컥!
문을 열고 들어가자, 웬 모르는 얼굴들이 가게 안을 개판으로 만들고 있었다.
“#$? @#%@#!”
험악하게 생긴 놈들이 쇠파이프랑 각목 같은 걸 들고 우리를 향해 소리치는 게 보였다.
“아무리 봐도 걔네는 아닌 것 같죠?”
“어. 중국 놈들 같은데.”
우리끼리 대화를 나누고 있자, 그놈들은 인상을 구기며 껄렁껄렁 다가왔다.
“$#! #%@#$!”
“일단 눕히고 시작할까요?”
끄덕.
“그러자.”
탓-!
나와 팀원들은 가타부타 없이 일단 달려들었다.
그러자 놈들은 다짜고짜 덤빌 줄은 몰랐는지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우리가 누군가. 저런 조폭들은 힘들이지 않고 두들겨 팰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퍼억-!
선두에 서 있던 놈이 발차기를 맞고 뒤로 날아갔다.
내 뒤에 있던 팀원들도 일제히 깽판을 치던 놈들에게 돌진했다.
“안 그래도 몸이 근질근질했는데, 잘 됐다!”
콰직!
부장님이 뒤꿈치로 한 놈의 관자놀이를 후리며 시원하다는 듯 웃었다.
“합!”
“뒈져라!”
다른 녀석들도 내가 경호대장이랑 붙는 걸 보고 나서라 그런지, 묘하게 과격해진 상태였다.
퍽! 콰득!
깡패처럼 보이던 외형과 걸맞게, 놈들은 맥없이 우리에게 모조리 제압당했다.
지이익!
“컥! 케헥!”
혼자 창문으로 도망가려던 놈이 백기준의 와이어에 질질 끌려오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척.
나는 처음에 얻어맞고 날아간, 리더로 보이는 남자를 향해 물었다.
“너희들은 누구지?”
“크윽….”
내 말을 춘식이가 번역해서 전달하자, 놈은 가슴팍을 문지르며 뭐라 소리쳤다.
“@#%@#!”
“뭐라는 겁니까?”
“어디서 보낸 놈들이냡니다.”
“허, 참. 질문을 질문으로 대답하지 말고, 뒈지기 싫으면 협조하라고 전해주십쇼.”
“예에.”
춘식이 그리 말하자, 우리 팀원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놈들 사이에서 긴장감이 맴돌았다.
“…….”
“…….”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으로 압박했다.
그러니 식은땀을 흘리던 놈이 입을 열었다.
“뭐래요?”
“보스가 시켜서 한 일이라는데요.”
“조직 이름이 뭔지, 어디 있는지, 보스가 누군지도 물어봐 주세요.”
춘식은 내 질문을 그대로 전했다.
“….”
그걸 들은 놈의 눈빛이 흔들렸다.
하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백사방白蛇幇. 보스 이름은 정확히 모른답니다.”
“이름을 몰라?”
“어…. 평소엔 형님 정도로 불러서 그렇다네요.”
“그럼 그놈은 어딨답니까?”
“이 근처에 있다는 모양입니다.”
여기 근방에서 활동하던 놈들이 여길 습격한 모양인데.
“갑자기 남의 술집은 왜 때려 부쉈어?”
“그게… 상납급을 안 냈답니다.”
“상납금?”
여기가 조금 인적 드문 곳이긴 해도, 삼합회 본단이 있는 베이징에서 상납금을 뜯는다고?
뭔가 의심스러운 소리였다.
거기다 이 술집 주인은 민지훈의 밑에서 일하는 놈 같던데, 이런 잔챙이들한테 돈을 뺏겼다는 게 이상했다.
‘그러고 보니, 그 흉터는 어디로 간 거지?’
위정천이라고 했나. 자기 가게가 개박살이 나는데도 그 살벌한 인상의 주인장이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창고 뒤편에는 총기와 탄약 등, 상당한 양의 무기들이 보관되어 있다.
그런데 이 얼빵한 새끼들이 그걸 알고 온 것 같진 않단 말이지.
‘뭔가 뒤가 구려.’
스윽.
내가 질문에 대답하던 놈을 내려다보자, 녀석은 눈을 마주치고 싶지 않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흐음….”
그리고 그 뒤에 얌전히 꿇고 있는 놈들을 향해 시선을 돌리니, 뭔가 똥 마려운 개 같은 표정을 지은 채 이놈을 쳐다보고 있었다.
‘뭐지?’
의문을 느끼던 그때, 부장님에게 얻어맞고 기절해있던 놈이 번쩍 눈을 떴다.
“큭, 으아악!”
놈은 팔다리를 휘저으며 정신을 차리지 못한 듯 고개를 휘휘 돌리며 주변을 살폈다.
그러던 놈은 질문에 대답하던 녀석을 보곤 외쳤다.
“@, @#! ^$@!”
“…!”
그걸 들은 녀석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춘식이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놈이 뭐라고 한 겁니까?”
“보스! 괜찮으십니까…! 라는데요.”
“아하.”
씨익.
내가 미소를 지으며 내려다보자, 사색이 되어 있던 녀석의 얼굴이 더욱더 새하얗게 질렸다.
“날 속였구나?”
.
.
.
“후우….”
춘식이가 얼굴에 튄 피를 슥 닦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 밑에는 보스라고 불린 놈이 피떡이 된 채로 축 늘어져 있었다.
“그러니까, 소룡방이라는 곳에서 지시를 받았다는 거죠?”
“예. 그렇다네요.”
“소룡방이라…. 거기 대장이 누구였죠?”
내 물음에 춘식이가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제가 기억하기론, 아마 류비엔일 겁니다.”
“류비엔? 그놈은 죽었잖습니까.”
죽은 놈이 명령을 내렸을 리는 없고.
아마 본단으로 들어가기 전에 지시를 해뒀을 거라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왜 류비엔이 선생이 거점으로 사용하는 장소에서 행패를 부리라고 했을까.
꾹. 꾹.
나는 핸드폰을 꺼내 민지훈에게 연락했다.
원래 여기서 그놈과 만나 대화하려고 했는데, 이것들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
[너희 술집, 웬 놈들이 박살 내고 있던데. 알고 있었냐?]잠시 기다리자, 문자를 확인했는지 답장이 돌아왔다.
[개새끼 – 잠깐 바깥에 같이 나와 있었습니다만, 누구 짓인지 아십니까?]사실대로 말해줄까, 말까.
[소룡방의 사주라더군.] [개새끼 –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지금 그리로 가지요.]어차피 숨겨봤자 이놈은 알아낼 능력이 있으니, 그냥 알려주는 게 낫겠지.
“선생이 이쪽으로 온답니다. 좀 치워둬야 할 것 같은데….”
“일할 사람은 많잖아?”
부장님이 바닥에 널린 유리병 조각들을 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이놈들 시키지, 뭐.”
* * *
잠시 후, 민지훈은 경호대장과 함께 위정천의 술집으로 돌아왔다.
술집 내부의 집기와 유리병들이 사라진 게 느껴졌지만, 다른 곳으로 치운 건지 눈에 보이진 않았다.
스윽.
구석으로 고개를 돌리자, 뒤통수에 손을 얹고 납작 엎드려 있는 남자들이 있었다.
민지훈은 하나 남은 원형 테이블에 자리한 남자, 이주혁에게 물었다.
“이들이 저지른 짓입니까?”
“그렇다던데.”
“흠….”
경호대장, 육진모가 엎드려 있는 남자들을 확인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러자, 이주혁은 민지훈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너, 긴장되진 않는 거냐?”
“긴장이요?”
“우린 열 명이고, 너흰 고작 둘이지. 여기서 널 칠 거라곤 생각 안 하나?”
그 말에 엎드린 남자들의 얼굴을 확인하던 육진모가 몸을 벌떡 일으켰다.
민지훈은 성큼성큼 다가오는 육진모를 멈춰 세웠다.
“갑자기 왜 그런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너무 경계심이 없는 것 같아서 말이지.”
“뭐,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요.”
민지훈이 미소를 지었다.
“이주혁 씨가 그러지 않으리란 걸 믿습니다.”
“됐고, 여기 주인장은 어디 간 거야?”
“아, 지난번에 한 번 뵀었죠. 그분은 개인적으로 할 일이 있어서 잠시 다른 곳에 있습니다.”
주변을 둘러본 민지훈이 혀를 찼다.
“그사이에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지만요. 고생 좀 하겠습니다. 저자들은 소룡방의 사주를 받았다고 했죠?”
“그래.”
끄덕.
“흠. 알겠습니다. 왜 그랬는지 따로 알아봐야겠군요.”
민지훈은 의아한 듯 이주혁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이들을 발견했다는 건 여기 볼일이 있어서 왔다는 말인데. 무슨 용건이라고 있었습니까?”
“리신페이.”
이주혁의 입에서 나온 말에 분위기가 급격히 굳었다.
“그놈은 왜 죽이려는 거냐?”
“…그걸 물어보는 이유는요?”
“네가 장쉬안과 한패라는 건 알고 있다. 이번에 류비엔이 죽은 일도 주도했겠지.”
민지훈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자 이주혁이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어차피 네 목적은 삼합회의 붕괴 아닌가? 그런데 왜 장쉬안 한 명에게 권력을 집중하려는 거냐?”
그 물음에 민지훈은 피식 웃었다.
“내 목적이 삼합회의 붕괴라. 그때 배 안에서 이야기했던 것 때문에 그렇게 생각한 겁니까?”
뒤에서 암약하는 악인들의 단체, 일명 서클.
민지훈은 그에게 서클을 내부에서 무너뜨려 통제할 수 있게 만들 거라는 계획을 말해준 적이 있었다.
“미안하지만, 난 삼합회를 없애버릴 생각은 없습니다.”
“뭐?”
“애초에 없앨 수도 없고요.”
삼합회는 강남파처럼 단순한 하나의 조직이 아니다.
한 식구라는 명목하로 뭉쳐있긴 하지만, 중국의 땅덩이가 어디 보통 넓던가.
중화권의 마피아 같은 이들은 전부 삼합회라고 취급한다.
산주와 원로 등 야쿠자와 같은 형태를 취하고 있긴 해도, 그들의 말을 따르지 않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각각의 지부장으로 불리는 이들도 그 지역에서 가장 세력이 큰 조직에게 돈과 권력을 주고 관리를 맡기는 것이었다.
“그러니, 삼합회를 완전히 없애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단 소립니다. 동남아, 미국, 중동에 남아메리카까지. 거기 있는 조폭들까지 씨를 말릴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겠죠.”
“…….”
이주혁은 입을 꾹 다물었다.
아무리 개인과 집단의 무력이 강하더라도, 그렇게 많은 수의 범죄자를 모조리 일망타진하는 건 불가능했다.
설령 국가가 나선다 하더라도 쉽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그래서, 난 장쉬안에게 권력을 집중시켜 관리를 용이하게 만들 생각이었습니다. 유선화라는 카드를 쥐고, 내가 줄 수 있는 확실한 메리트를 제공해 원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움직이려고 했죠. 그런데.”
척.
“이주혁, 당신이 그 일을 방해했습니다. 덕분에 리신페이라는 대체재가 생겨버렸죠.”
안 그래도 장쉬안에게 경찰이 붙어 난감한 상황이었기에, 그가 조직 내에서 신망을 잃어버리게 된다면 곤란했다.
약점을 가지고 적당히 눌러가며 입맛대로 휘두르려던 계획에 약간의 차질이 생긴 것이다.
“물론 큰 문제는 아닙니다. 리신페이가 사고의 후유증으로 갑자기 사망한다거나, 앙심을 품은 류비엔의 수하에게 암살당할 수도 있으니까요.”
단순한 가정만으로는 들리지 않는 말이었다.
“그러니까 네 말은, 장쉬안 대신 리신페이가 권력을 잡을까 봐 그놈을 죽이려고 했다는 거냐?”
“일은 깔끔하게 처리하는 게 편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것 때문에 누구한테 꽤 피를 본 적이 있어서요.”
“그게 누군진 몰라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니 그랬겠지.”
뼈가 담긴 말이었지만, 이주혁은 코웃음을 치며 받아쳤다.
“저도 이주혁 씨에게 하나 묻겠습니다. 그때, 왜 리신페이를 구해준 겁니까?”
“….”
“딱히 둘이 접점은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혹시 먼저 가서 따로 협상이라도 한 건지?”
이주혁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생각보다 민지훈이 호의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뒤통수를 맞고도 가만히 있을 사람은 또 아니었으니.
“뭐, 나도 이제 리신페이를 죽일 생각은 없습니다.”
“…?”
“안 그래도 리신페이나 류비엔, 둘 중 하나에게 접근해 보려고 했거든요. 이왕 운 좋게 살아남은 거, 장쉬안의 후임자로 써먹으면 좋을 것 같더군요.”
이주혁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민지훈이 지금 다 알면서 일부러 저러는 건지, 아니면 정말 그가 배신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 하나는 부탁드리죠.”
“뭐지?”
“이대로 두면 적당히 묻힐 것 같으니, 유선화는 한국으로 돌려보내시죠. 리신페이가 살아남은 이상, 굳이 그 여자를 이용할 필요까진 없을 것 같습니다.”
“…유선화가 그걸 받아들이겠냐?”
“그럼, 받아들이게 만들어줘야죠.”
민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섬뜩한 말을 뱉었다.
“이주혁 씨가 힘들면, 우리 쪽에서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걸 들은 이주혁은 새삼 그가 얼마나 위험한 생각을 가진 놈인지 느꼈다.
얼굴을 굳힌 이주혁이 고개를 들며 민지훈을 바라봤다.
‘역시, 이놈은… 살려둬선 안 된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