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440
#440화
각성제를 양산한 물건, 여의주.
그게 경찰의 손에 넘어갔다.
“…….”
장쉬안은 마치 온몸의 피가 다 말라붙는 듯한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
‘이건… 좋지 않군. 좋지 않아.’
지끈거리는 머리를 손으로 짚었다.
경찰이 붙은 것까진 용인했다. 어차피 증거는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으로 옮겨뒀으니까.
하지만 그가 생산한 약물의 샘플이 경찰에 넘어간 건 다른 문제였다.
여의주를 분석하면 필로폰이 성분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테고, 그러면 마약사범에겐 무조건 사형을 내릴 만큼 여기 민감한 경찰은 무조건 출처를 찾아내려 할 것이다.
“사장님. 어떻게 하실 겁니까?”
“잠시….”
장쉬안은 심호흡을 하며 생각을 이어 나갔다.
누군가 여의주를 빼돌려 넘겼다면, 자연히 장쉬안의 이름까지 말했을 터.
그럼 그로선 경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아야 했다.
평생 이 중국 땅에서 도망 다니며 살 게 아니라면 말이다.
‘증거는 최대한 없애뒀지만… 이사 놈들을 완전히 믿을 수 있는가?’
그에 대한 대답은 ‘아니오’였다.
어차피 털어놓으면 마약사범으로 같이 엮여 바로 사형이니, 이사들도 입을 열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형량을 어떻게든 줄이기 위해 모든 걸 진술할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
“일단, 경찰이 부르면 갈 걸세.”
“하지만 사장님. 그동안 계속 벼르고 있던 놈들이잖습니까. 사장님을 어떻게든 엮어 넣으려고 할 겁니다.”
“내 돈을 받아먹던 경찰 놈들을 이용해 봐야지. 최대한 날 오래 붙잡아 두지 못하게.”
다만, 잘못하면 그것도 힘들 수 있었다.
아편으로 인해 한번 크게 피를 본 중국은, 마약 관련 범죄자에게 거의 살인죄에 가까운 형량을 때렸다.
아무리 경찰 간부라 하더라도, 그런 큰 이슈에 엮이긴 싫을 테니까.
“그리고, 내 뒤를 봐줄 당원들도 꽤 있네. 생각만큼 곤경에 처하진 않을 걸세.”
각성제를 만드는 작업장의 위치는 웬만하면 발각될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잘 대처만 한다면, 걱정한 것만큼 위험하진 않으리라.
무고하다는 걸 증명하는 일이 조금 어렵긴 하겠으나, 이미 증거는 전문가의 손을 빌려 깨끗하게 없애뒀으니 괜찮았다.
‘내가 없을 때 그놈이 무슨 일을 꾸밀지가 걱정이긴 하다만.’
리신페이. 류비엔이 주도한 습격에서 살아남은 그는, 지금쯤 다시 세력을 꾸리기 위해 동분서주 원로들을 찾아다니고 있을 게 분명했다.
그 음흉한 놈이라면, 장쉬안이 잠시 경찰에게 묶여 신경 쓰지 못하는 동안 수작을 부리려고 할 것이다.
‘젊었을 적부터 야망이 있던 놈이니, 산주 자리도 욕심이 나겠지.’
현재 장쉬안의 입지도 그리 탄탄한 것은 아니었다.
전 산주가 아무도 지목하지 않고 죽었기에 정식 후임자도 아닐뿐더러, 성남지부의 지부장을 암살했다는 주장도 나오는 판이었다.
‘이 문제는 최대한 빨리 해결해야 한다.’
설령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그로 인해 손해를 보더라도, 경찰이라는 꼬리를 떼는 게 더 중요했다.
일단 그렇게 해야 다른 뭐든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뭉그적대다가 경찰이 직접 나서서 체포하러 온다면 꼼짝없이 며칠을 갇혀서 지내야 할 것이다.
물론 경찰도 삼합회라는 조직을 마냥 무시할 순 없기에 바로 쳐들어오진 않겠지만, 삼합회의 위상이 예전만큼은 아니라 안심할 순 없었다.
“후우….”
장쉬안은 한숨을 내쉬었다.
최후의 최후까지 버티다가 벼랑 끝까지 몰린다면, 일단 몸을 빼내는 방향도 고려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움찔.
그리 생각하던 장쉬안이 멈칫했다.
지금 그와 선생의 동맹은, 어디까지나 이해 관계에 의해 얽혀있다.
그런데 장쉬안이 만약 모든 힘과 권력을 잃고 개털이 된다면, 과연 선생이 그의 정보를 아는 그를 살려둘까?
오싹.
목표를 모두 말살해, 그들이 싸우는 걸 본 사람이 없다는 경호대.
거기에 용병계에 넓게 걸친 인맥을 통해 섭외할 수 있는 암살자들.
장쉬안의 목숨을 노릴 만한 이들은 차고 넘쳤다.
‘이거 어째, 공기가 서늘해지는 기분이군.’
괜스레 목을 한번 쓰다듬은 그는, 애써 희망적으로 생각하며 걸음을 옮겼다.
우선, 각성제와 관련된 모든 증거를 폐기해야 했다.
‘뼈아프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 * *
우적.
“어우, 서울의 탁한 공기가 그립다. 야.”
부장님이 닭꼬치로 보이는 걸 뜯어먹으며 중얼거렸다.
“하긴, 우리가 여기 넘어온 지 좀 되긴 했죠.”
말은 안 해도, 아마 다들 길어지는 체류 기간에 염증을 느끼고 있을 거다.
쿡.
꼬치를 길가에 놓인 화분의 흙에 꽂은 부장님이 물었다.
“근데 그놈은 대체 언제 나오는 거냐?”
“글쎄요.”
우리는 삼합회 본단 건물이 가까이서 보이는 음식점에서 교대로 보초를 서고 있었다.
타깃인 장쉬안이 저기서 두문불출하고 있으니,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거였다.
좀 무식한 방법이긴 한데, 그만큼 정확하기도 하니까.
우리가 이 근방 CCTV를 보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하-암…….”
부장님이 입을 쩍 벌리며 하품했다.
“안에 오락실이라도 있나. 대체 뭘 하길래 저 안에 하루 종일 있는 거야?”
“아마 내부 회의 같은 걸로 바쁘지 않을까요.”
“회의?”
“네. 간부 하나가 배신 때렸다가 들켜서 죽었다고 그랬잖습니까.”
“아아, 맞네.”
긁적긁적.
“그, 뭐냐. 그때 경찰에 신고하는 것도 얘기하지 않았나?”
“예. 생각은 했는데… 신고할 건수가 있어야 하죠.”
한국에 있는 해커, 고세운을 시켜서 비리를 알고 있다는 식의 협박 메일을 보내긴 했지만, 실질적인 물리적 증거가 있는 건 아니었다.
내부 데이터베이스에 구린 정보를 담아두진 않는 건지, 고세운도 딱히 나온 건 없다고 했으니까.
“대충 신고했다가 수상하다고 우리가 잡히면 어떡합니까.”
“그것도 그렇긴 해.”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배도 채우며 시간을 보냈다.
비단 눈에 보이는 건물 입구뿐만 아니라, 옆과 뒤 주차장 같은 곳도 팀원들이 감시 중이었다.
“음?”
자리에 앉아있기 위해 음식이라도 하나 더 시키려는 그때.
“저, 저거?”
“어?”
바로 길 건너, 삼합회 건물에서 어디선가 본 듯한 노인네가 걸어 나오는 게 눈에 들어왔다.
척. 척.
그걸 본 우리는 잡화점에서 하나씩 장만한 모자와 선글라스를 썼다.
그리고 다른 장소에서 대기 중인 팀원들에게 일제히 연락했다.
[정문 이주혁. 타겟 발견.]장쉬안. 삼합회의 수장이자, 한국에서 칼부림을 한 놈들의 보스.
이번에 우리가 잡아야 할 놈이었다.
“…….”
“…….”
장쉬안은 수하로 보이는 몇 명과 함께 주차장 쪽을 향해 이동했다.
난 계속해서 문자로 상황을 중계하며 동태를 살폈다.
지금 당장 뒤를 쫓아 달려서 처리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럼 한국으로 돌아가는 건 요원한 일이었기에 타이밍을 보고 있는 거다.
우웅-.
들고 있던 핸드폰이 울려 내용을 확인했다.
[동편 주차장 배상훈. 검은 세단 타고 이동. 현재 미행 중.]드륵.
“갑시다.”
“그래.”
나와 부장님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대여한 오토바이로 향했다.
“부장님. 헬멧.”
“지금 그게 중요하냐?”
“중요하니까 쓰십쇼.”
척. 부릉-!
뒷좌석에 앉자, 대충 헬멧을 쓴 부장님이 시동을 걸었다.
“간다!”
부우웅-!
.
.
.
베이징 외곽, 인적 드문 곳의 한 골목.
장쉬안의 뒤를 쫓던 우리는 어느 시점에서 오토바이를 세웠다.
“이런 씨. 멀리도 가는구만.”
끼익-.
“여기서부턴 걸어서 가자. 더 붙으면 눈치챌 거다.”
“예.”
미행하던 중 만난 다른 팀원들도 차에서 내려 같이 걸어갔다.
들키지 않기 위해 거리를 꽤 벌린 탓에 놓치긴 했지만, 바닥에 남은 흔적으로 금방 그놈이 간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처박혀서 그렇게 안 나오더니, 대체 무슨 바람이 불었길래?’
본인도 밖은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을 테니, 별거 아닌 이유로 여길 찾은 건 아닐 터.
직접 나서서 확인해야 하는 무언가가 있으니 무거운 엉덩이를 떼셨겠지.
사사삭.
그렇게 우리는 타이어의 흔적을 따라 외진 골목길을 빠르게 주파했다.
확실히 땅덩이가 넓어서 그런가, 이런 달동네 같은 곳도 엄청나게 많은 느낌이었다.
한 5분 정도를 이동했을 무렵. 우리는 길가에 세워진 차를 발견했다.
아마 여기서 내린 뒤 도보로 이동한 모양이었다.
‘흠.’
자동차가 지나간 흔적과는 달리, 이리저리 찍혀있는 발자국은 뭐가 장쉬안의 것인지 확인하기가 어려뒀다.
우리가 전문 사냥꾼이나 형사라면 모를까.
끄덕.
결국 수신호를 교환한 우리는 인원을 나눠 흩어졌다.
나와 부장님은 우리가 원래 향하던 길 안쪽으로 계속 움직였다.
‘가장 그놈이 갔을 확률이 높은 곳이 어딜까.’
굳이 차를 타고 가지 않고 내렸다는 건 둘 중 하나다.
목적지를 숨기려는 목적이거나, 차를 타고 들어갈 수 없는 장소거나.
뭐, 첫 번째는 당연한 이유고. 요지는 두 번째다.
이 길목에서 바로 접근할 수 있는 곳이 아닌 골목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렇게 셜록 홈즈에 빙의해 추리를 이어 나가던 나는 시선을 내리다 멈칫했다.
‘이건…?’
일반 승용차가 아닌, 트럭 이상의 차량에서 사용할 법한 커다란 타이어.
흙으로 된 바닥에 그런 타이어가 낸 듯한 넓은 자국이 남아있었다.
우리가 온 방향의 반대쪽에서 들어온 것 같은데, 딱 여기에서 흔적이 끊겼다.
“…….”
“뼈다귀 어디 묻었는지 까먹은 강아지처럼 바닥에 붙어다니더니, 뭐라도 찾았냐?”
“이 골목.”
이곳으로 들어가는 데까지 타이어 흔적이 있었고, 거기서 골목으로 이어지는 얇은 두 개의 바퀴자국이 보였다.
이게 정확히 바퀴인지 몰라도, 만약 그렇다면 차는 아니다.
자전거? 자전거라기엔 안 맞고. 마치 리어카 같은 걸 끌고 간 듯한 느낌인데.
슥.
“허.”
나는 사람 한 명 반 정도 지나다닐 만한 골목으로 들어가 바닥에 떨어진 작은 뭔가를 집어 들었다.
깨진 유리 조각 같은데, 거기 적힌 글씨로 엄청난 정보를 알아냈다.
“50ml라….”
마치 비커나 실린더 같은 물건에나 있을 법한 수치와 눈금.
이런 외진 곳에 떨어져 있기엔 너무 뜬금없는 물건이었다.
옆으로 다가와 유리 조각을 확인한 부장님이 의아한 듯 물었다.
“음? 이런 게 왜 여기 있냐?”
“여기서 무슨 일이 생겼다는 뜻이겠죠.”
나는 리어카를 끈 듯한 자국을 쭉 따라갔다.
그러자 한 나무로 된 집 앞에 도착했다.
끄덕.
부장님이 허리춤에 있던 권총을 슥 꺼내 들며 앞장섰다.
나도 마찬가지로 총을 빼들고 그 뒤를 따랐다.
끼익-.
우리는 대문을 지나 나무로 된 문을 조심스럽게 밀고 들어갔다.
집 안은 아무도 살지 않는 듯 관리가 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난 거기서 수상함을 느꼈다.
‘정말 여기일 수도 있겠는데?’
사람의 흔적이 없는 걸 보면 누가 사는 것 같진 않은데, 문의 손잡이엔 다른 데와 달리 먼지가 쌓여있지 않았다.
슥.
부장님이 날 보며 손가락으로 아래를 가리켰다.
끄덕.
아무래도, 이 집 지하에 누군가의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 같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