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442
#442화
“내가… 도와주지…!”
…이 새끼, 뭐라는 거야?
어이가 없어서 쳐다보자, 경호대원은 애써 고개를 쳐들며 말했다.
“선생님이 지시하셨다. 이주혁, 네가 혹시 장쉬안을 치러 오면 도우라고…!”
“뭐?”
나는 표정을 딱딱하게 굳혔다.
내가 장쉬안을 없애러 올 걸, 그놈이 미리 알고 있었다고?
그렇다기엔 지난번에 봤을 때 장쉬안은 건드리지 말라는 식으로 이야기했었는데.
‘어떻게 된 거지? 이놈이 거짓말을 하는 건가?’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블러핑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기에, 상당히 당황스러운 말이었다.
하지만 진짜일지도 몰랐다.
-뭐, 나도 이제 리신페이를 죽일 생각은 없습니다.
-…?
-안 그래도 리신페이나 류비엔, 둘 중 하나에게 접근해 보려고 했거든요. 이왕 운 좋게 살아남은 거, 장쉬안의 후임자로 써먹으면 좋을 것 같더군요.
민지훈은 장쉬안 대신 리신페이를 써먹을 플랜도 생각해놓은 것 같았으니까.
“믿기 힘들다면, 선생님의 이름을 걸고 맹세한다…!”
“그놈 이름이 뭐라고 그런 맹세를 믿으란 거냐?”
“뭐, 뭐라고?!”
내 말에 놈이 발끈했다.
“그나저나 너, 몇 살이냐? 나이가 많은 것 같진 않은데.”
경호대원을 위에서 제압하고 있던 부장님이 물었다.
“스물셋이다.”
대답을 들은 부장님이 들고 있던 권총으로 놈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빡!
“크악!”
“이 새끼가. 근데 아까부터 왜 반말이야? 내가 30줄 된 지 몇 년인데.”
“…….”
엎드려서 떨고 있던 흰 가운 아저씨는,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듯 어리둥절한 얼굴로 이 촌극을 바라보고 있었다.
“뭘 봐, 이 양반아.”
“히익…!”
저벅.
그때, 저 안쪽에서 슬슬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마침 옆에 쇠막대기 같은 게 떨어져 있길래, 그걸 집어 들고 반대편을 슬쩍 비춰봤다.
비닐 차단막 때문에 잘 보이진 않았지만, 뭔가 일렁이는 것 같았다.
척.
벽을 향해 권총을 조준한 뒤, 각도를 맞추고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핑-!
커다란 총성이 울리고, 벽에 부딪힌 총알이 도탄되어 상대 쪽으로 날아갔다.
정확히 맞진 않아도, 그리로 탄환이 튀었을 테니 쉽게 접근하진 못할 거다.
“야. 너.”
시간을 번 나는 경호대원에게 물었다.
“네가 뭘 어떻게 도와줄 수 있다는 거냐?”
“잠깐 팔 좀 풀어… 주시죠.”
“싫다. 뭐 꺼낼 거면 어디 있는지 위치를 말해.”
“허리띠, 거기 섬광탄이 하나 있습니다.”
“섬광탄?”
뒤적뒤적.
“오, 진짜 있네?”
“잠시만요.”
고개를 내밀어 차단막을 쳐다봤다.
퉁! 퉁!
그러자 곧바로 응사가 날아왔다.
“막이 하나 있긴 한데, 걸레짝이 돼서 충분히 넘어갈 것 같습니다.”
“그래?”
그 말에 부장님이 핀을 뽑았다.
“간다.”
휙!
그리고 그대로 장쉬안 일행이 숨어있는 차단막 너머를 향해 섬광탄을 던졌다.
“자, 잠깐. 팔 좀 풀어달라니까…!”
텅! 덜그럭!
안쪽에 묵직한 쇳덩어리가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왔다.
“@#%@#-!”
그와 동시에, 나는 섬광의 여파를 피하기 위해 고개를 뒤로 돌리며 귀를 막았다.
퍼엉-!
* * *
조금 전.
장쉬안의 수행원, 주창은 조심스럽게 차단막 쪽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크윽….”
허벅지에 총을 맞은 장쉬안은 넥타이를 풀어 총상 부위를 단단히 감쌌다.
탄환이 뼈 근처에 박힌 게 느껴졌다.
‘제기랄…!’
다행히 큰 혈관은 피해 갔는지 출혈이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이대로 방치하면 결국 실혈사하고 말 것이다.
한 마디로, 총을 든 저들을 뚫고 다시 사다리를 올라야 한다는 소리였다.
“끄으으!”
장쉬안이 이를 악물고 넥타이를 꽉 동여매는 사이, 주창은 조심스럽게 바깥에 귀를 기울였다.
뭐라고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긴 한데, 중국어가 아니라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때, 뭔가 반짝하는 것과 동시에 총성이 터졌다.
타앙-!
움찔하던 주창의 눈앞 벽에 총알이 날아와 박혔다.
콱!
“……!”
주창은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사각射角이 나오지 않아 괜찮으리라 생각했는데, 벽에 맞춰 도탄을 이용할 줄은 예상치 못했다.
그는 낭패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사장님. 다리는 좀 어떠십니까?”
“…좋지 않네. 피를 많이 흘렸어.”
“큭…. 제가 어떻게든 무사히 모시겠습니다.”
“후우….”
한숨을 내쉰 장쉬안이 고개를 들어 천장을 쳐다봤다.
“이거 어쩌면… 내 명운命運이 여기까지인지도 모르겠군.”
“그런 말씀 마십시오. 제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헛되이 목숨을 버릴 수야 있나. 일단 놈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부터 알아봐야겠네.”
퉁! 퉁!
얼굴을 내민 상대를 향해 총을 발사한 주창이 말했다.
“저자, 누군지 보셨습니까?”
“음. 봤지. 이주혁… 그놈 아닌가.”
유선화와 같이 왔을 때부터 짐작하긴 했지만, 놈은 자신을 해코지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의지는 언제든 바뀔 수 있는 법.
돈이든 뭐든, 저자의 마음을 돌릴 수단이 분명히 존재하리라.
그렇게 장쉬안이 잘 움직이지 않는 다리로 어떻게든 일어나려 하던 그때.
텅! 덜그럭.
그들의 앞에 시커먼 무언가가 떨어졌다.
“……!”
군 복무 경험으로 그게 무엇인지 알아본 주창은 경악했다.
“섬광탄…!!”
“억!”
주창은 장쉬안을 껴안으며 구석으로 몸을 날렸다.
쿠당탕!
섬광탄. 보통 사람들은 강렬한 빛을 뿜기만 하는 물건으로 알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빛은 물론이고 폭음을 동반한다. 거기다 폭발물이기에 폭압으로 인한 충격도 적지 않다.
뻐엉-!
눈을 질끈 감고 있던 주창은 비틀대며 몸을 일으켰다.
삐이이-!
고막에 문제가 생긴 듯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큭….”
하지만 여유롭게 몸을 회복할 상황이 아니었다.
갑자기 어디서 난 건진 몰라도, 섬광탄을 던졌으니 이제 놈들이 돌입할 것이다.
주창의 아른거리는 시야에, 차단막 너머에서 검은 형체가 들어오는 게 보였다.
퉁! 퉁! 퉁!
그는 그 형체를 향해 방아쇠를 마구 당겼다.
그러나 이내 어깨에 충격이 가해졌다.
“컥.”
휘청-.
이어 다리에도 무언가로 한 대 맞은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털썩!
주저앉은 주창의 시력이 조금씩 돌아왔다.
어느새 그의 앞으로 다가온 이주혁이 총을 겨누고 있었다.
“…….”
주창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물었다.
“저분을, 해칠 건가?”
물론 이주혁은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뭐라는 거야?”
그 반응을 본 주창은 이를 악물며 팔을 들어 올리려 했지만, 이주혁의 반응이 더 빨랐다.
탕!
“크아악-!”
주창이 손을 부여잡으며 몸을 웅크렸다.
이주혁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
“가만히 있어라. 굳이 너까지 처리할 필요까진 없으니까.”
“끄아…!”
빠악!
머리에 발차기를 정통으로 맞은 주창이 눈을 뒤집으며 옆으로 쓰러졌다.
쿵.
“괜찮냐?!”
“예. 멀쩡합니다.”
장쉬안은 뻐근한 눈 주위를 누르는 이주혁을 향해 손을 들었다.
“잠깐, 이주혁. 일단 대화로 해결하지 않겠나?”
“중국어 모른다니까. 아이 캔트 스피크 차이니즈. 오케이?”
귀찮은 듯 대꾸한 이주혁이 총을 들어 겨눴다.
상대가 대화의 여지를 주지 않자, 장쉬안의 등골이 식은땀으로 축축해졌다.
“일단 진정하고… 제기랄! 한국어 할 줄 아는 사람 없나!”
“가만히 있는 게 좋을 거다.”
“돈을 원하나? 아니면 권력? 원한다면 뭐든지 주겠네!”
“거참, 못 알아듣는다니까.”
장쉬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설마, 내가? 여기서 이렇게?’
그는 최대한 간절한 표정을 지으며 손짓 발짓을 동원했다.
“선생, 선생이… 젠장. 경호대! 거기 누구 없… 크윽!”
타앙-!
“허억…!”
장쉬안은 피가 흐르는 팔을 꽉 붙잡았다.
“가만히 있으라니까.”
“제기랄! 기다려 보란 말이다!!”
빠드득.
눈이 충혈된 장쉬안의 머리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돌아갔다.
어떤 말을 해야 살 수 있을지,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지금까지의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타앙-!
하지만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총알은 매정하게 날아와 그의 가슴팍에 틀어박혔다.
“…!”
풀썩.
장쉬안은 눈을 부릅뜨고 바닥에 뒤통수를 부딪쳤다.
미련 가득한 그의 눈이 파르르 떨리다, 이내 천천히 감겼다.
툭.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주혁이 몸을 숙였다.
“…뭐야.”
장쉬안의 벌려진 셔츠 틈 사이로 뭔가가 보였다.
탁.
단추를 풀어 보니, 총알이 방탄조끼의 패드에 박힌 채 찌그러져 있었다.
“…….”
이주혁은 조금 마음에 걸리는 듯한 얼굴로 그의 방탄조끼를 벗겼다.
‘이건 좀 미안하네….’
명백한 악인이긴 하지만, 이렇게 처참하게 당한 노인의 방탄조끼를 벗기고 있자니 묘한 기분이었다.
“끝났냐?”
라세흠의 부름에 이주혁이 뒤를 돌아봤다.
그는 어느새 바지만 남기고 싹 다 벗겨진 경호대원의 뒤에서 총을 겨누고 있었다.
“아뇨. 방탄복을 입고 있네요.”
“…그걸 또 벗기고 있어?”
“하나라도 더 있으면 좋잖습니까.”
“뭐, 그렇긴 하다만.”
부장님이 근육을 드러낸 경호대원에게 총을 들이대며 물었다.
“그럼 아직 살아있는 거지?”
“예.”
“나랑 교대하자. 내가 마무리하마.”
“괜찮습니다.”
“아냐. 나와.”
라세흠이 손을 휘저으며 말하자, 이주혁은 결국 경호대원 쪽으로 물러났다.
“흐억….”
잠시 의식을 잃었던 장쉬안이 번쩍 눈을 떴다.
그런 그의 시야에 라세흠의 인상 쓴 얼굴이 가득 들어왔다.
“…!”
“영감. 좀 착하게 살지 그랬어.”
“잠깐, 잠깐만.”
장쉬안은 어지러운 정신을 붙잡고 웃통을 벗은 경호대원을 불렀다.
“이보게! 자네, 내 말을 통역하게!”
그 말에 경호대원이 이주혁을 쳐다봤다.
“통역하라는데….”
“아, 통역해 봐.”
경호대원은 장쉬안의 그를 설득하기 위해 지껄이는 말들을 전달했다.
“그러니까… 뭐든지 줄 수 있으니 살려만 달라?”
장쉬안이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당사자랑 합의를 봐야지.”
스윽.
이주혁은 핸드폰을 꺼내든 뒤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
-여보세요?
“아, 예. 유선화 씨.”
-무슨 일이니? 이 밤에.
“지금 장쉬안이 제 앞에 있습니다.”
-…뭐라고? 지금?
“총을 한 두 발 정도 맞았는데, 아직 살아는 있습니다. 이놈을 어떻게 할지 마지막으로 물어보려고 전화했습니다.”
그걸 들은 유선화는 한참을 침묵했다.
-미안한데, 직접 얘기해도 될까?
“얼마든지요. 자.”
장쉬안은 얼떨결에 이주혁의 전화를 건네받았다.
두 사람은 중국어로 대화하기 시작했다.
-장쉬안. 당신.
“유, 유 지부장. 일단 진정하고, 이성적으로 생각하게.”
-…그게 지금 할 소리야?
“아니, 아니. 내 하늘에 맹세코 말한다만, 그 명령을 내린 건 내가 아닐세. 내가 가진 모든 것을 걸고 맹세하겠네.”
-…….
어떻게든 목숨을 건지기 위해, 장쉬안은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드, 듣고 있나?”
-이주혁.
이주혁이 다시 핸드폰을 빼앗았다.
“예. 말씀하세요.”
-…그냥, 원래대로 진행해 줘.
“맡겨두십쇼. 마무리하고 돌아가죠.”
-응. 고마워….
뚝.
전화가 끊겼다.
끄덕.
이주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라세흠은 장쉬안에게 다가갔다.
그는 뭔가 불길함을 느낀 듯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철컥.
라세흠이 총을 겨누자, 장쉬안이 허탈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이런 망할 년이….”
타앙-!
총구가 불을 뿜었다.
툭.
장쉬안의 팔다리가 경련하더니, 이내 바닥에 축 늘어졌다.
홍콩에서도 큰 규모의 제약회사 사장이자, 오랜 시간 끝에 삼합회의 수장이 된 남자.
장쉬안의 최후는 이렇게 허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