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449
#449화
“야, 이 새끼야!”
퍼억!
정보사 소속의 장교, 박 대위가 소리를 지르며 김정우의 조인트를 깠다.
“X발. 너, 관리 똑바로 안 해?”
“…죄송합니다.”
우연히 방탄복 납품 서류를 확인한 후로, 김정우는 박 대위의 군납 비리에 동참하고 있었다.
부대원들의 의견을 적당히 조율하고, 잔심부름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손에 들어오는 게 꽤 짭짤했으니까.
빡-!
“……!”
“라세흠, 그 꼴통 새끼랑 친하다며.”
“예….”
“네가 알아서 좀 해라. X발. 자꾸 내가 신경 쓰게 만들지 말고. 알았어?”
“예. 알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김정우는 라세흠을 포함한 몇몇과 함께 러시아로 파견을 간 적이 있었다.
북한 정찰총국의 공작원이 러시아 마피아와 커넥션이 있다는 첩보가 들어왔기에, 정보사에서 직접 알아보기 위해 보낸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김정우와 책임자인 박 대위가 본부에 단둘이 남게 되었다.
“하…. 이 빨갱이 새끼들. 왜 이 추운 데까지 기어 올라와선….”
박 대위는 임시로 마련한 본부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던 김정우를 불렀다.
“야. 나랑 잠깐 어디 좀 가자.”
“예? 어딜 말입니까?”
“일단 따라와.”
김정우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흰 본부 지켜야 하는 거 아닙니까?”
“오라면 와. 새끼야. 다 이유가 있으니까.”
“그래도 본부에 한 명은 남아있어야….”
빡!
“윽.”
“이 새끼가. 지금 항명이냐?”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박 대위는 연신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근처에 주차해둔 차를 향해 이동했다.
불안한 얼굴로 그를 따라가던 김정우는, 멀리서 임시 본부를 향해 달려오는 차량을 발견했다.
“박 대위님! 저기 저거, 이쪽으로 오는 것 같습니다.”
“…신경 쓰지 마라.”
“대위님!”
김정우가 소리치자, 박 대위는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리며 권총을 그의 미간에 겨누었다.
철컥!
“뒈지기 싫으면 닥치고 따라오라고. 이 개새끼야.”
“…대위님.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기껏 살려주려고 하는데, 이 X발놈이….”
김정우는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박 대위님. 저한테 뭘 숨기고 계신 겁니까.”
“야. 네가 물어보면 내가 다 대답해줘야 돼?”
“대위님. 저 사람들 누굽니까? 아는 사람들입니까?”
“이 새끼가….”
“대위님이 부르신 겁니까?”
그때, 임시 본부 근처에 멈춘 차에서 총을 든 외국인들이 우르르 내렸다.
그걸 본 김정우가 그리로 달려가려 했지만.
척.
“야. 하, X발. 가만히 좀 있으라니까.”
“…대위님. 본부 안에는 기밀 정보들이 그대로 있습니다.”
“네가 자초한 일이다.”
박 대위는 그의 뒤통수에 대고 정말 방아쇠를 당기려고 했다.
휘릭!
그러자, 김정우가 빠르게 뒤로 돌며 권총을 붙잡았다.
그리고 주먹으로 박 대위의 손목을 후려쳤다.
퍽!
“이 씹…!”
총을 놓친 박 대위.
김정우는 주먹을 날려 그의 턱을 돌려버렸다.
쿠당탕!
“커헉!”
박 대위가 쓰러지자, 김정우는 바닥의 총을 집어 들고 본부 근처에서 서성대는 외국인들을 향해 몰래 다가갔다.
.
.
.
“허억. 헉….”
김정우는 숨을 고르며 입가에 튄 피를 훔쳤다.
그가 추측하기론, 이들의 정체는 러시아의 마피아 같았다.
여기 위치를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무기를 들고 온 이상 좋은 목적으로 온 것은 아닐 터.
기습에 성공해 그들을 전부 제거하는 데는 성공했다.
“X발. 대체 이놈들이 어떻게 여기 온 거지? 설마…?”
저벅.
뒤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김정우는 몸을 홱 돌리며 총을 겨눴다.
“X발…. 네가 다 한 거냐?”
“박 대위님….”
“하, X발. 일단 이것들부터 치우자. 애들 돌아오기 전에….”
“박 대위님! 이놈들, 박 대위님이 부르신 겁니까?”
그가 알 수 없는 누군가와 연락을 주고받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지만, 상부겠거니 하고 그냥 넘겼었다.
그러나 박 대위가 마피아들을 불러들인 거라면, 아귀가 하나둘씩 맞아떨어진다.
“여기 이 빈 상자들, 뭡니까? 우리 기밀이랑 무기 털려고 가져온 거 아닙니까.”
“야. X발, 말 가려서 안 하냐? 뒈지고 싶어?”
“그게 아니면 왜 본부에서 데리고 나가면서 살려주는 거라고 하셨습니까? 그럼 제가 핸드폰 뒤져봐도 되겠습니까?”
“하아…. 정우야.”
박 대위가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하극상한 건 그냥 넘어가 줄 테니까, 일단 현장부터 정리하자. 내가 다 설명해 줄게.”
“지금 설명하십쇼.”
“아, 이 X발 새끼가 진짜…. 알았으니까, 내 총부터 내놔.”
김정우가 머뭇거리자, 박 대위가 눈에 힘을 주며 말했다.
“왜. 네 상관도 쏘게? 이 X발놈아?”
“…아닙니다.”
척.
박 대위는 권총을 받아 들고 탄창을 꺼내 남은 탄약을 확인했다.
“한 발도 안 남기고 다 갈겼네. X발.”
척.
권총집에 총을 집어넣은 박 대위가 바닥에 떨어져 있던 마피아의 무기를 챙겼다.
그리고 김정우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
탕! 탕! 탕!
총을 맞은 김정우가 뒤로 데굴데굴 굴렀다.
“하아…. 씨, 이걸 뭐라고 보고해야 하나.”
박 대위는 혀를 차며 바닥에 널린 시체들을 둘러봤다.
스윽.
그 탓에, 김정우가 몸을 일으키는 걸 보지 못했다.
철컥.
“…?!”
순간 섬뜩함을 느끼고 뒤를 돌아본 박 대위의 뺨에 총알이 박혔다.
타앙-!
“컥!”
털썩!
얼굴을 부여잡으며 뒤로 쓰러지는 박 대위.
자리에서 일어난 김정우는 이를 악물며 그를 노려왔다.
“박충선, 이 개새끼가…!”
움찔. 움찔.
김정우는 바닥에 꿈틀대는 박 대위를 내려다보다, 이내 그의 몸통에 총을 몇 발 더 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박 대위는 마피아들에게 습격당해서 죽었다고 꾸밀 필요가 있었다.
사실대로 말하면, 김정우는 곧바로 군사 재판에 회부될 테니까.
물론 먼저 공격당했다는 명분이 있긴 하지만, 그걸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X발….”
김정우는 그렇게 현장을 조작해서 용의선상에선 벗어났으나, 한국으로 돌아온 뒤 군납 비리의 공범이라는 게 밝혀져 결국 불명예 전역을 하게 된다.
* * *
“이제 궁금증이 좀 풀리나?”
김정우의 날카로운 말에,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듣고 있던 라세흠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X발. 뒤처리를 얼마나 잘했길래 아무도 네가 죽인 걸 몰랐을까.”
“워낙 현장이 개판이었으니까.”
“어쨌든, 그 비리는 네가 한 짓 맞았네.”
스윽.
“아까부터 뭐 하자는 거냐? 뭐, 너한테 사과라도 하라고? 나쁜 짓 하고 다녀서 죄송합니다?”
김정우가 쯧쯧 혀를 찼다.
“지랄 좀 하지 마라. 나한테 참견도 그만하고. 우리가 아직 친구냐?”
“…네가 X 같은 놈들 따까리로 살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같이 생사를 함께한 전우지.”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의 라세흠은 김정우에 대한 약간의 오해가 있었다.
박 대위가 빼돌린 돈을 자기가 전부 꿀꺽하기 위해 파견지에서 그를 죽인 것이다.
김정우가 불명예 전역한 이후로 부대 내에서 돌던 소문이었다.
“전우라. 저번엔 날 죽일 듯이 두들겨 패던데.”
“질 나쁜 놈들이랑 어울려 다니니까 그런 거 아니냐.”
“X발. 네가 우리 아빠야? 그럼 내가 뭐, 그 SA인지 뭔지 거기 들어가기라도 하라고? 택도 없는 소리 하지 마라.”
라세흠은 입맛을 쩝 다시며 다시 정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언젠가 다시 만나면 흠씬 패주겠다고 다짐했는데, 막상 싸우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니 그렇게 화가 나는 건 또 아니었다.
말 그대로 별 생각이 없다고 해야 할까.
‘하. 이 새끼가 성격은 더러워도 실력은 좋단 말이지….’
라세흠이 어떻게 하면 김정우를 꼬셔올 수 있을까 고민하던 그때.
드륵-.
문이 열리며, 방에서 이주혁이 나왔다.
“이야기는 끝났습니다. 선배님.”
김정우는 몸을 돌려 조병철이 무사한 걸 확인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두 사람이 정종채를 떠나고, 김정우는 가만히 자리에 앉아있는 조병철에게 다가갔다.
“실장님. 별일 없으셨습니까.”
“그래. 말 그대로 이야기만 나눴으니.”
끌끌대며 웃는 조병철을 본 김정우가 흠칫했다.
미소를 짓는 건 가끔 보지만, 저렇게 소리를 내며 웃음을 짓는 경우는 드문 탓이었다.
조병철은 그런 그에게 지시를 내렸다.
“선생이 지금 어디 있는지 알아내야 하네.”
“…선생을 말입니까?”
그가 당할 줄 알고 사직서도 없이 탈주한 김정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래도 대강 어디 있는지는 알아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마지막으로 있던 곳이 베이징이라더군.”
“아, 베이징이요.”
“또 얼마 전에 갔다 왔잖나. 한번 확인해 보게. 혹시 모르니 입국자 명단도 뽑아두고.”
“알겠습니다.”
“난 식사 마저 하고 나가지.”
드륵-.
김정우가 다른 수행원들에게 지시하기 위해 문을 닫고 나갔다.
“흐음….”
바로 오늘. 조병철은 삼합회의 수장, 장쉬안이 누군가에게 암살당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누구 짓인지 알 수가 없군.’
같은 조직의 누군가인지, 그게 아니면 그 시점에 베이징에 있던 사람인지.
‘선생? 이주혁?’
조병철은 상념에서 깨어났다.
거래 대상이었던 장쉬안이 의문의 죽음을 맞긴 했지만, 그리 손해가 크진 않았다.
한국 음지에서 세력을 넓힐 수 있게 해주고, 그 대가로 수익 일부를 받는다.
사실상 조병철이 얻을 것은 돈밖에 없었으니, 애초부터 없던 셈 치면 그만이다.
“삼합회. 삼합회를 왜 건드렸을까….”
안 그래도 한국에서 삼합회를 철저히 단속 중인데, 그런 일까지 터졌으니.
이 나라에서 더 이상 삼합회를 보긴 힘들 것이다.
“쯧.”
조병철은 이내 삼합회에 대해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지금 중요한 문제는 차영규였으니까.
‘이주혁도 차영규를 돕진 않을 거라고 했지.’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있었는지, 차영규를 버리고 조병철의 편으로 완전히 돌아섰다.
씨익.
조병철이 입꼬리를 올렸다.
이제 선생을 잡는 것만 도와주면, 이주혁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 * *
우리는 팀원들이 있는 회사로 돌아왔다.
생각이 많아 보이던 부장님을 먼저 보내고, 나는 사무실 의자에 앉아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통화가 연결됐다.
-…또 뭐야?
고상미의 동생이자 뛰어난 실력의 해커, 고세운이었다.
“아주 사회성 없는 인사말이구만. 그럼 나도 본론만 말할게. 누가 내 주식 투자 현황을 알고 있던데, 어떻게 된 건지 알아봐 줄 수 있나?”
-아…. 그거?
뭔가 아는 것 같은 눈친데?
-…한 거다.
“뭐?”
-내가 한 거라고.
“……내 주식 계좌를 턴 게 너다, 지금 그 말이냐.”
-그래.
이거 미친놈이네? 소리가 절로 나왔다.
“아니, 이 배신자 새끼가?”
-잠깐, 잠깐. 네 계좌를 턴 건 우리 계약 전이라고.
“자세히 설명해 봐.”
-나도 돈을 벌어야 할 거 아냐. 그래서 간단한데 보수는 많이 쳐주는 의뢰를 했을 뿐이다.
“그러니까… 나인 걸 모르고 했다 이거지?”
-그래.
뭐, 이 정도면 정상참작 가능한 수준이네.
“이번엔 봐준다.”
-이걸 고맙다고 해야 하나.
어이없다는 목소리로 대꾸한 고세운이 물었다.
-그럼 삼합회도 마무리했겠다, 이제 마지막 복수를 시작하는 거냐?
“어. 그래야지.”
조병철, 선생.
이제 둘만 잡으면 지긋지긋한 이 짓거리도 끝이었다.
‘민지훈. 어디 한번 잘 숨어있어 봐라.’
우리 동맹은 여기까지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