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451
#451화
로비에 앉아 기다리고 있자니, 사발이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왔네.”
“대, 대표님!”
내 앞으로 다가온 사발이 숨을 골랐다.
“헉… 헉…. 그 뭐냐, 뉴스 보셨습니까?”
“그래. 봤다. 중간에 송출 끊어버리던데.”
“안에서 막 정장 입은 경호원들이 막는데도 경찰들이 막 뚫고 들어오는 거 아니겠습니까. 소리를 치고 그러는데, 와. 살벌하더라고요.”
생방송 기자회견 도중에 경찰들이 들이닥쳤다.
적어도 내가 알기로 이런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단 말이지.
‘하긴, 바보가 아닌 이상 조병철도 차영규 입에서 자기 이름이 나오게 둘 리는 없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일을 벌이다니.
그 경찰 인력을 보낸 사람이 누군지 궁금해지네.
이렇게 급하게 사람을 쓴 걸 보니, 조병철 그놈도 조금 쫄리긴 했나 보다.
“그래도 기사는 나갈 것 같던데요?”
“아, 그래?”
“예에. 막 자리에 앉아서 열심히 키보드 두드리더라고요. 인터뷰도 하고.”
“글쎄다. 그 기사가 실제로 보도될지는 알 수 없지.”
“아…. 하기야 그렇겠네. 윗선에서 막으면 기사 못 내죠?”
우리 모임에도 대원일보라는 거대 언론사 사장이 속해있었다.
솔직히 아무리 소신 있는 기자라 해도, 편집장 선에서 자를 수 있으니까 문제였다.
조병철이 한마디만 하면 바로 사라질 기사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뭐, 차영규도 최후의 발악으로 연 기자회견이겠지만… 그래도 좀 아쉽긴 하네.’
차영규의 수가 통했다면 좋았을 것을.
그러나, 계속 아쉬워하고만 있을 순 없는 노릇.
차영규는 이미 끝장났으니, 나도 내가 해야 할 일을 해야겠지.
‘지금쯤 편집 중이려나.’
내가 기자회견에 심어둔 건 사발뿐만이 아니었다.
혹시 이럴 일을 대비해 작게 인터넷 언론사를 하나 만들어뒀다.
회견장에 들어가는 인원 명단을 조작해서 흥신소 직원 하나를 끼워 넣었지.
‘다섯 다리 넘게 돌려놨으니, 언론사를 털어봐도 내가 관련돼 있다는 건 절대 모를 거다.’
이렇게 명단을 작성해서 풀어버리면 파급력이 엄청날 것 같은데.
스윽.
몸을 일으키자, 신나서 계속 이야기를 풀고 있던 사발이 의아한 듯 쳐다봤다.
“응? 어디 가십니까?”
“만날 사람이 있어서.”
스미요시카이의 사이토 회장.
그와 서클에 들어갈 명분을 만들어 주겠다는 내용의 대화를 나눴었지.
이제 그동안 뒤로 미뤄뒀던 일을 해결할 차례였다.
[지금 인천에 있나?] [스가와라 – 인천에 있는데, 왜지.] [오랜만에 한번 볼까 해서.]내 또 다른 뒷배한테 다시 작업을 좀 쳐보자고.
* * *
한편, 베이징의 한 2층 건물.
철퍽.
밀대에 물을 묻혀 바닥을 닦고 있던 술집 주인이자 전 경호대 부대장.
위정청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탁.
이내 그는 밀대를 책상에 기대놓고 뒤를 돌아봤다.
“할 거 없습니까?”
“응?”
“왜 영업시간도 아닌데 와서 앉아계시냔 말입니다.”
그 물음에 정보 조직 개방의 핵심 간부면서 위정천의 삼촌이기도 한, 위칭이 뺨을 긁적였다.
“아니, 뭐. 오면 안 되는 데라도 왔나….”
“지난번에 제가 말씀드렸잖습니까. 굳이 얼굴 보고 살지 말자고.”
“그래도 유일하게 남은 혈육 아니냐.”
그때 나눈 대화가 안 좋게 끝난 후로, 한동안 고뇌하던 위칭은 아예 뻔뻔하게 나가기로 했다.
원래부터 심성이 나쁜 아이는 아니었으니, 이렇게 얼굴도 자주 보고 하면 관계를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 그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하아…. 온 김에 맥주라도 한잔하세요. 그럼.”
“어어, 그래. 고맙다.”
“돈은 내셔야 됩니다.”
“으, 응? 돈은 없는데….”
그 말에 위정천이 한심한 듯 그를 쳐다봤다.
“…갑자기 개방에 들어가시더니, 아주 거지 다 됐나 봅니다.”
“쩝.”
위칭은 구석 테이블에 앉은 남자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원래 국정원의 블랙 요원 신분이었지만, 선생의 스카우트를 받고 전향한 인물이었다.
“혹시 돈 좀 있나?”
홍기동은 그의 말을 무시한 채로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에 위칭이 머쓱한 표정을 짓던 그때.
벌컥!
험상궂은 얼굴의 사내들이 술집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안 그래도 최근에 조폭들이 쳐들어와 가게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전적이 있었기에, 위정천은 흉터 가득한 인상을 구기며 그리로 다가갔다.
“무슨 일입니까?”
“네가 여기 사장이냐?”
초면부터 곱지 못한 말투에 위정천의 심기가 더욱 불편해졌다.
“그런데?”
스윽.
선두에 선 남자는 아직 정리가 덜 된 가게 내부를 둘러봤다.
위정천은 밀대를 놓아두고 위협적으로 그들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이시냐고.”
“이 빵즈 새끼가 건방지게. 야. 며칠 전에 여기 찾아온 사람들 어디 갔어?”
“뭐?”
“그놈들 어디로 데려갔냐고.”
콱!
남자는 혀를 날름거리며 위정천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네놈들이 건드린 백사방白蛇幇이 누구 밑에서 일하는지 모르나 본데….”
“소룡방이겠지.”
위칭이 중얼거리는 걸 들은 남자가 흠칫 놀랐다.
그의 말이 정답이었으니까.
결국 남자는 인상을 구기며 뒤에 서 있는 수하들에게 소리쳤다.
“이 X발, 밀어버려!”
“하아….”
또 가게가 난장판이 될 것을 생각한 위정천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허리를 틀며, 그대로 남자의 얼굴에 주먹을 처박았다.
콰앙-!
폭탄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코가 내려앉은 남자가 뒤로 튕겨지듯 날아갔다.
쿠당탕!
“쳐!”
“둘러싸!”
연장을 든 조폭들이 위정천을 둘러쌌다.
하지만 그는 재빨리 발을 놀리며 구석을 향해 이동했다.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던 위칭에게도 조폭이 다가갔다.
“이 거지새끼는 또 뭐야?”
“너도 한 패냐?”
“…….”
조폭들을 때려눕히는 위정천을 지켜보던 위칭이 몸을 일으켰다.
주변의 조폭들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저벅저벅 걸어간 위칭은 그가 바닥에 둔 밀대를 붙잡았다.
콰작!
위칭은 밀대의 머리 부분을 발로 밟아 부수고선, 남은 봉을 남자들에게 겨누며 말했다.
“조용히 돌아가면, 오늘 일은 불문으로 부쳐주지.”
“뭐? 뭐라는 거야, 이 새끼가?”
“이 거지도 죽여버려!”
아예 싹 다 묻어버리려고 온 건지, 남자들은 각목과 나이프 등을 들고 공격해 왔다.
그러자 위칭은 가볍게 봉을 휘둘렀다.
터더덕.
“어?”
“X, X발?”
마치 봉에 자석이 달린 듯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는 연장을 본 그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들의 정수리에 순차적으로 봉이 내리꽂혔다.
빠악-! 빠악! 콰작!
조폭 셋은 비명도 채 지르지 못하고 허물어졌다.
위칭은 부러진 봉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원래 쓰던 게 아니라 그런가…. 뭐 이렇게 잘 부러져?”
‘서클’ 공인 1급 위험도.
그 이름표는 공짜로 단 게 아니었다.
쩌억-!
한편, 위정천의 정권에 맞은 조폭이 피를 토하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 모습을 본 이들은 주춤거리며 섣불리 그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정천아. 자꾸 그 사람이랑 엮이니까 이런 일이 생기는 거 아니냐.”
삼촌의 말에 위정천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여기 위치가 노출된 거다. 그 상황에 계속 정상적인 장사를 할 수 있겠어?”
“하아….”
조폭들은 긴장한 채 그 모습을 바라보다 발끈하며 달려들었다.
“어딜 한눈을 팔…!”
위정천이 허리를 틀며 어퍼컷을 날렸다.
턱을 맞은 조폭의 목이 뒤로 꺾였다.
그 살벌한 광경에 나머지는 술집에서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덜컹. 덜컹.
“이, 이거 뭐야?”
“잠겼잖아!”
가게 구석에 앉아있던 홍기동이 어느새 문을 잠가둔 것이었다.
“아아악…!”
그렇게, 술집에 또 쳐들어온 조폭들은 사장의 분노를 받고 모두 반병신이 되고 말았다.
“후우…. 뒷정리 좀 도와주십쇼. 너도.”
“내가 왜?”
“부탁한다.”
스트레스가 그득그득 들어찬 위정천의 표정에, 홍기동은 일단 한번 굽혀주기로 했다.
두 사람이 반송장이 된 이들을 한구석으로 치우는 사이, 위정천은 선생에게 지금 상황에 관한 문자를 보냈다.
지난번에 들은 이야기가 떠오른 탓이었다.
-백사방이라는 곳이 소룡방의 지시를 받고 왔다더군요. 아마 류비엔 그자가 지시한 것 같은데, 한번 확인해 보고 연락하겠습니다.
잠시 후, 선생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전화 받았습니다.”
-상황은 이해했습니다. 또 삼합회 산하 조직에서 쳐들어왔다, 이 말이죠?
“그렇습니다.”
-어쩔 수 없네요. 정천 씨.
“예.”
-잠깐 한국에 들어와 계세요.
그 말에 위정천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한국… 말입니까?”
-네. 최근에 류비엔도 죽었고, 장쉬안도 살해당해서 삼합회 내부가 굉장히 혼란스러울 겁니다. 아마 무슨 정보라도 얻기 위해서 그쪽을 들쑤실 가능성이 크죠.
위정천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술집을 운영하던 생활이 망가진 탓에 뭣도 없는 타지에 가서 지내야 한다니.
그 사람과 가까이 지내지 말라고 한 삼촌의 말이 와닿는 순간이었다.
물론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 해서 그가 경호대를 그만둔 이유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계속 거기 있으면 삼합회가 어떻게 나올지 모릅니다. 위험할 거예요.
“…알겠습니다. 내일 중으로 넘어가겠습니다.”
-홍기동 씨도 데려오시면 됩니다.
위정천은 어쩔 수 없이 한국행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 * *
뚝.
전화를 끊은 민지훈은 앞에 놓인 서류를 살폈다.
경호대와 위정천, 홍기동 등.
전투원들의 신상 명세가 적힌 것들이었다.
끼익.
의자 뒤로 몸을 기댄 민지훈이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순조롭게 모이고 있군.’
첫 번째 목적이 서클의 개편 및 지배라면, 그의 두 번째 목표도 존재했다.
‘이러면… 우선 한국부터 정리해야겠지.’
차영규는 어차피 묻힐 거였고, 조병철이 문제다.
그가 이주혁에게 당해 자리를 비운 사이, 조병철도 가만히 있진 않았을 터.
예전부터 음흉한 속내를 대놓고 드러내는 사람이었기에, 1년 동안 어떤 판을 깔아뒀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주혁을 자연스럽게 모임에 받아들인 걸 보면, 그가 민지훈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다는 것을 알아챈 듯했다.
‘조병철을 어떻게 해야 할까.’
무턱대고 제거하는 건 쉽지 않았다.
워낙 높은 지위의 인물이기도 할뿐더러, 교활한 성격인지 김정우도 본인이 거둬서 수하로 두고 있었다.
주변을 지키는 사람도 많고, 사회적으로 무너뜨리는 것도 불가능했다.
민지훈이 한창 한국에 세력을 구축하고 있을 때였으면 모를까, 지금은 여론을 움직이기가 쉽지 않을 테니 말이다.
“흐음….”
다시 그와 접촉을 해봐야 하나. 그리 생각하던 그때.
우웅-.
그의 개인 휴대폰으로 연락이 왔다.
수신인을 확인한 민지훈이 눈썹을 까딱였다.
[DS컴퍼니 헨리]의식을 잃은 채 바닷물에 빠져있던 민지훈을 건져낸 인물로, DS컴퍼니에서 쿠데타를 일으켜 수장 자리를 강탈했었다.
그 뒤로 친구를 죽이는 데 일조한 이주혁에게 복수하려고 했지만, 민지훈의 만류로 그만둔 상황.
그러한 와중에 연락이라. 무슨 일인지 궁금해졌다.
“여보세요? 웬일입니까.”
-선생. 잠깐 통화 가능한가? 뭣 좀 물어볼 게 있는데.
“예. 말씀하시죠.”
-혹시, 1년 안에 테러가 일어날 예정이 있나?
“예…? 제가 알기론 딱히 없습니다만.”
기억을 더듬던 민지훈이 미간을 좁혔다.
“…무슨 짓을 하려는 겁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