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475
#475화
경찰의 무전 내용.
라세흠과 고상미는 주파수를 하이재킹해 도청하며 경호대원들을 추적했다.
스가와라를 죽였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그들이 이주혁의 사람을 해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두 사람의 일행은 최대한의 집중을 발휘해 그들을 쫓았다.
“남은 후보는 이 둘. 나머지 항구는 너무 크거나 먼 곳들뿐이야.”
“으음…. 넌 어느 쪽 같냐?”
“글쎄. 가까운 건 여긴데, 한번 꼬아서 다른 데로 갔을 것 같기도 하고. 양자택일이지.”
잠시 고민하던 라세흠이 물었다.
“근데, 꼭 우리가 둘 중 하나만 골라야 하나?”
“뭐?”
“그냥 둘로 찢어지자고. 인원도 많잖아?”
고상미가 히죽 웃었다.
“그렇네? 굳이 하나만 쫓을 필요는 없는 거였네?”
“다만, 그놈들도 추가 인원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야쿠자 사무실을 습격한 놈들은 총 셋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현장에 있던 인원.
놈들이 도망칠 항구에서 경호대가 대기하고 있다면, 오히려 이쪽이 당할 수도 있었다.
“너무 기우 아냐? 어차피 대부분이 지난번에 일본으로 빠져나갔을 텐데.”
“그거야 모르는 거지. 확실하게 나온 게 없잖아? 몇 명이 넘어갔고, 몇 명이 남았는지.”
“그것도 그렇긴 해.”
“다만… 우리 인원을 한 곳으로 집중시켰을 때, 그놈들이 다른 항구로 갔으면 잡을 방법이 없어. 증원을 요청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고.”
나머지 팀원들은 요인을 경호하고 있거나,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서울에서 대기하는 중이었다.
그러한 이유로, 적이 소재를 파악하지 못했고 조용히 움직일 수 있는.
고상미와 그 동생들이 이번 임무를 맡게 된 것이었다.
고상미가 답답하다는 듯 인상을 구겼다.
“그래서 뭐, 어떻게 하자는 거야?”
“리스크를 감수하자는 소리다. 너랑 나. 이렇게 두 조로 나누자고.”
“오케이.”
라세흠과 고상미.
그리고 지원으로 온 그라면, 고도의 훈련을 받은 경호대라도 맞상대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자였다.
결국, 둘은 한 명씩 찢어져 움직이기로 했다.
“조심해.”
“걱정할 사람을 걱정해라.”
라세흠이 피식 웃으며 자신만만하게 대꾸했다.
물론 그의 속마음은 그만큼 태연하진 않았다.
해봤자 사시미 정도 휘두르는 조폭 나부랭이들과는 다르게, 이제 상대해야 하는 건 살인 기술을 익힌 프로들이다.
타고난 신체로 압도적으로 밀어붙이는 건 한계가 있을 터.
심지어 상대는 화기로 무장하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러니 그도 극도로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의 위기감은 오랜만인데.’
애초에 조폭, 깡패들은 상대로 두지도 않았다.
그나마 목숨이 왔다 갔다 한 건, 화물선 안에서 김정우와 총격전을 벌였을 때였다.
그때는 명확한 일대일 상황이었으니, 한 명만 주의하면 됐다.
그러나 총을 든 여러 명의 화망 안에 들어간다면, 방탄복을 입는다 해도 살아남을 방법이 없었다.
라세흠은 이러한 주의사항을 동행하는 이들에게 전달한 뒤, 목표한 항구를 향해 이동했다.
“가자.”
우중충한 날씨의 하늘이, 어쩐지 그의 불안감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 * *
-누나가 그놈들 잡으러 갔다며?
“어. 고상미 씨 일행은 아직 그쪽에서도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을 테니까.”
나는 고세운과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거, 위험한 일 아닌가?
“당연히 위험할 수도 있다.”
-후…. 평생 위험한 짓만 하고 다닌 사람한테, 위험한 일을 맡겼다고 뭐라 할 순 없겠지.
자조적인 투로 중얼거린 고세운이 말했다.
-네가 부탁한 건 알아봤다. 사진이 흐릿해서 시간이 좀 걸렸는데, 아마 맞을 거야.
풍원한정식을 먼발치에서 감시하다, 이젠 대놓고 내부까지 들어온 3인조.
고세운에게 그들의 신상 명세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한 참이었다.
-강남서 지원1팀, 김보경, 이대환, 마재용. 메일로 보냈으니 확인해 봐.
“오케이. 고맙다.”
메일을 키면서, 문득 생각이 들어 물었다.
“예전에 비해 협조적으로 변했다?”
-협조해야지. 지금은 그놈이 눈앞에 아른거리는데.
복수 대상인 선생을 잡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니 나를 적극 돕는 거라는 의미였다.
그러고 보면, 고세운은 전생에 국정원을 털다가 체포된 전적이 있었다.
그 이유가 조금 궁금해졌다.
“너 말이야. 혹시 국정원 털 생각 해봤냐?”
-…웬 국정원?
“솔직히 말해봐. 내가 궁금해서 그런다.”
고세운은 정곡을 찔린 듯 쉽사리 말을 잇지 못했다.
-아니, 뭐… 상상으로는 해봤지.
“구체적인 계획, 한 번도 세워본 적 없어?”
-…있다. 됐냐? 혹시 선생, 그 새끼 정보가 있을까 해서 털어볼 생각이었다. 계획하는 도중에 널 만난 거고.
그렇게 된 거였구만.
일개 개인이 국정원의 핵심 정보를 캘 생각을 하다니, 확실히 난 놈은 난 놈이었다.
“일단 알겠다. 수고해.”
-아니, 갑자기 그건 왜 물어본…!
뚝.
나는 고세운이 메일로 보내준 파일을 다운로드했다.
흔적이 남을 수도 있으니, 내려받은 후엔 메일함을 비웠다.
“지원1팀이라….”
서장 밑에서 더러운 돈을 대신 받아준 정황이 있고, 출처를 알 수 없는 자금까지.
대충 어떤 놈들인지 감이 왔다.
경찰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불법적인 일을 많이도 해왔겠지.
그럼 얘네가 풍원한정식을 계속 지켜보고 있던 건, 강남서장의 오더라는 소린데….
감옥에 간 배성복, 사망한 박민구의 뒤를 이어 부임한 강남서장.
뒤로 구린 커넥션이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굳이 당장 건드릴 이유가 없어서 놔뒀더니…. 이렇게 먼저 건드린다 이거지?’
가만히 있으면 적당히 넘어갔을 것을, 알아서 일을 키워주시는구만.
딸깍. 딸깍.
현재의 강남서장은, 이기성 경찰청장의 경찰대 후배이자 고향 후배다.
옛날부터 경찰청 요직에 꽂아주다가, 자리가 비어 강남서로 보내준 것이었다.
한 마디로, 풍원한정식의 감시에는 이기성 청장까지 엮여있을 가능성도 있었다.
서장의 독단적인 판단인지, 청장의 단독행동인지.
그것도 아니면, 내 짐작대로 조병철의 지시인지.
지금으로선 정확히 알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확실하게 하려면, 위로 계속 타고 들어가야겠지.’
드륵.
경찰 셋의 신상 명세를 지나, 강남서장과 이기성 청장의 자료를 확인했다.
부패한 공무원이 저질렀을 법한 크고 작은 불법들.
그런 것들에 관한 내용이 나름 자세히 적혀있었다.
이 정도면 협박 정도는 할 수 있겠다, 싶은 내용 말이다.
‘그 경찰들부터 족친 다음, 상황 보고 이걸 가지고 가야겠어.’
나는 내 사무실에서 나와 인선을 꾸렸다.
후까시 잡는 용도로 덩치. 그리고 혹시 모를 심문에 대비한 백기준.
혼자 고뇌하는 중이거나 빈둥대고 있을, 이중스파이 마종석까지.
“난 또 왜?”
“지금 당장 하는 거 있냐? 없잖아.”
“…….”
“그럼 따라와라.”
일단 이렇게 네 명이 출발하기로 했다.
‘그놈들이 다시 올지, 안 올진 모르겠지만….’
만약 또 유나 씨 근처에 나타난다면, 곱게 두진 않을 거다.
.
.
.
시간이 흐르고, 풍족한 저녁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하나둘씩 집으로 떠나는 시각.
풍원한정식 근처에서 매복하고 있던 우리들의 눈에, 이쪽으로 다가오는 남자들이 보였다.
낮에 봤던 3인조 경찰. 그놈들이었다.
끄덕.
주차된 차 안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던 나는 무전기에 대고 말했다.
“타겟 발견. 주차장 서쪽으로 가는 것 같은데, 거기서 봐줘야 될 것 같다.”
-확인.
무전기 너머에서 백기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백기준이랑 마종석은 풍원한정식 근처에 있는 다른 주택 옥상에 숨어있었다.
시야가 넓으니, 놈들이 어디로 향하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을 거다.
-보인다. 서쪽 세 번째 골목길에서 담배 피우는 중. 가게 쪽 쳐다보는 듯. 이상.
“오케이. 둘 다 내려와. 가게로 가기 전에 먼저 덮친다.”
-확인.
탁.
차에서 내리자, 조수석에 앉아있던 덩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행님.”
“왜.”
“덮친다는 금마들, 갱찰이라 카시지 않았십니꺼. 나쁜 짓을 하긴 했다지만은… 암만 캐도 갱찰인데….”
녀석은 내가 경찰에게 반쯤 체포되다시피 하는 걸 바로 앞에서 봤다.
그때의 일 때문인지, 경찰이 엮였다니 조금 불안해하는 모양이었다.
“걱정하지 마라. 다 생각이 있으니까.”
해결할 방법은 많았다.
직접적인 약점, 증거도 없이 날 심문했던 일로 이기성 청장을 압박하면.
오늘 있을지도 모르는 ‘사소한 일’은 알아서 적당히 넘어갈 거다.
저벅.
나와 덩치가 그쪽으로 다가가니, 담배를 태우고 있던 남자들이 우리를 향해 힐끗 쳐다봤다.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라 생각했는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기색이었다.
“야, 야.”
하지만 정면을 이리로 향하고 있던 경찰은, 나와 식당 안에서 마주쳤다는 걸 눈치챈 듯.
“저거, 저 사람….”
“…!”
자연스럽게 모른 척을 시작했다.
그러나.
“또 보네요.”
“….”
“아저씨들. 여기서 뭐 하세요? 이 근처 사시나?”
“…….”
“식후 즐기고 계신 것 같은데,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근데, 제가 뭐 하나 여쭤볼 게 있어서요.”
스윽.
경찰들이 들어가 있던 골목 반대편에서 백기준과 마종석이 나타났다.
양쪽에서 건장한 남자들이 포위하듯 나타나자, 3인조는 심각한 얼굴이 되어 눈빛을 교환했다.
“잠깐. 거기 정지. 더 다가오지 마십쇼.”
“왜요?”
선두에 선 경찰이 낭패라는 듯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경찰입니다.”
“아, 경찰이셨구나?”
“비키시죠. 지나가겠습니다.”
그 말에도 내가 비키지 않으니, 경찰은 위협적으로 미간을 좁혔다.
“두 말 안 합니다. 비키십쇼.”
“어디 가시려고요. 저기 풍원한정식?”
“지금 이러는 거, 공무집행 방해 및 경찰에 대한 위협입니다.”
“위협. 위협이라…. 그럼 경찰이 몇 주 동안 식당 근처에 서성거리면서 감시하는 건… 혹시 뭐라고 하는지 아세요?”
경찰 3인조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고 다녔는지 내가 다 알고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못한 듯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모르긴 개뿔이. 강남서 지원1팀 김보경, 이대환, 마재용 경사.”
“…!!”
“왜 이 근처에 얼씬거리냐고. 이 사람들아.”
뚜벅.
포위망이 조금 더 좁혀졌다.
그러자 경찰들이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가려 했다.
테이저건을 꺼내려는 듯한 움직임에, 우리는 순식간에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타닷!
“이, 새끼들이!”
“미친!”
우득-!
무기를 꺼내려던 손목을 잡고 슬쩍 꺾어줬다.
“아악!”
“끄으…! 이 미친 새끼들이! 감히 경찰을 건드려…!”
제압된 3인조는 이를 갈며 우리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그러나 아무것도 할 순 없었다.
“이거 경찰 폭행이야! 감당할 수 있… 으읍!”
우리는 미리 준비한 재갈과 케이블타이로 능숙하게 경찰들을 포박했다.
꽈악.
약간의 소란이 있었지만, 찾아오는 사람은 없었다.
이 3인조가 대기하고 있던 곳은 인적이 드문 골목길.
행인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고른 장소가, 놈들에겐 독이 된 거다.
“읍! 으으읍!”
“왜. 억울하냐? 경찰 딱지 달고 있으니까, 그런 짓을 하고도 평생 무사할 줄 알았어?”
계속해서 욕을 지껄이는 듯한 경찰에게, 나는 사악한 미소를 지어줬다.
죄를 지었으면, 그게 누가 됐는 벌을 받는다.
“그렇게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이 자식들아.”
그게 당연한 거 아니겠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