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485
#485화
김정우를 지하실에 처박은 뒤.
우리는 조병철이 있을 만한 곳을 추렸다.
너무 가까운 데 있진 않을 거다. 조심스러운 성격이니까.
그렇다고 어디 지방으로 멀리 갔을 리도 없다.
조병철도 자존심이 보통이 아니다.
그러니 지방이나 해외로 뜨진 않을 거다.
“한 세 개 정도로 추릴 수 있겠습니다만… 꼭 자기 명의의 장소에 있으리란 법은 없죠.”
퇴근했다가 소식을 듣고 급하게 온 우재성의 말대로다.
그런 것까지 계산하면, 사실상 조병철이 정확히 어디 있는진 알 수 없었다.
“방법이 없진 않아.”
팔짱을 끼고 있던 부장님이 의견을 냈다.
“김정우 이 새끼 핸드폰을 까보자. 그리고 그 영감한테 전화를 거는 거야.”
“아, 설마 위치 추적?”
“그렇지. 통화가 연결되면, 고세운이 확실하게 좌표 찍어줄 수 있는 거 아냐?”
“김정우가 협조할까요?”
“안 해도, 하게 만들어야지.”
하긴, 목숨이 담보로 걸린 이상 어지간하면 우리 말을 따를 거다.
그렇게 핸드폰을 털어본 결과, 우리는 김정우가 조병철과 연락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그놈이 문자의 내용을 다 지워놨기에, 핸드폰 말고 본인을 좀 털긴 했지만.
‘김정우는 목표를 처리한 뒤… 항상 사진을 찍어 확인시켜준다.’
본인의 입으로 직접 말했으니, 아마 거짓말은 아니겠지.
그러니, 나는 내 시체의 사진을 조병철에게 보낼 생각이었다.
그걸로 그놈을 완전히 속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조병철의 위치를 특정할 시간을 벌 수 있을 거다.
[마무리했습니다. 이주혁은 확실히 처리했습니다.]결국, 바닥에 쓰러진 내 사진과 함께 조병철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 사이, 우리는 그놈이 있을 만한 장소로 이동했다.
후보가 세 개나 있었으나, 해커 고세운의 도움이 컸다.
‘CCTV에 딱 걸렸지.’
외진 곳으로 향하는 여러 대의 자동차.
심지어 좀 있는 사람들이 타는 차종이었다.
숨을 거면 아예 봉고차나 트럭을 타고 가던가. 그럼 아예 몰랐을 텐데.
‘확실하진 않아도, 심증은 충분하다.’
자신의 곁을 지키던 김정우는 날 죽이기 위해 보냈다.
그러니, 조병철의 자동차와 같이 이동한 이들은 놈을 지킬 인력일 터.
그 인력은, 아마 우리가 쉽게 건드리지 못할 사람들일 거다.
조병철도 보통 놈들을 깔아놓진 않았겠지.
단순히 용병 같은 부류는 아닐 가능성이 컸다.
아마도….
‘경찰 쪽이려나.’
생각할 수 있는 방향은 경찰이었다.
가장 사람을 제압하는 데 특화된 이들이기도 할뿐더러, 우리가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공권력이었으니까.
조병철을 찾는다 해도, 경찰에게 특정되면 상황이 곤란해지는 것이었다.
부웅-.
차를 타고 가는데, 회사에 남은 난쟁이에게 전화가 왔다.
덩치가 다쳤다는 소식에 돼지와 난쟁이 둘 다 헐레벌떡 뛰어왔었다.
-해, 행님. 조병철이한테 전화가 왔는데예?
“김정우 바꿔봐. 난쟁이 넌 잠깐 지하실 밖으로 나가고.”
-…어. 자연스럽게 대답하면 되는 건가?
“예. 알아서 적당히, 다 끝냈다고 대답하시면 됩니다.”
-어디냐고 물어보면?
“근처 상가에 숨어있다고 하십쇼.”
그렇게 말한 나는, 이내 조병철이라면 김정우도 의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김정우가 아닌, 난쟁이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예. 행님.
“난쟁아. 지금 빨리 근처 상가 건물로 들어가서, 우리 회사 쪽 보이게 사진 찍어라. 도망쳐서 숨어있느 느낌으로.”
-사진을예…? 알겠십니더.
“그리고 김정우 핸드폰으로 사진 보내놔. 조병철 이 새끼는 분명히 수상하게 생각할 거야.”
-아아. 이해했으예. 얼른 뛰 갔다 오겠십니더.
사진을 보내면 놈에게 덜 의심받겠지.
우린 그 틈을 타 작업을 끝내면 된다.
“근데 주혁아. 진짜 이렇게만 가도 되겠냐?”
운전대를 잡은 부장님이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나와 함께 이동하는 인원은 총 네 명.
부장님, 고상미, 샤키야. 그리고 나였다.
“어차피 그쪽도 사람은 많이 없을 겁니다.”
불명예 속에서 비서실장 자리를 내려놓은 조병철.
그런 입장이니만큼, 경호 인력을 배치했다 해도 수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빼도 지장 없고, 굳이 터치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인원만 빼 왔겠지.
안 그래도 따가운 눈총을 받는데, 공권력의 경호를 받으며 호의호식한다는 소문이 나기라도 해봐라.
조용히 무슨 짓을 꾸미고 있을 조병철로선 굉장히 곤란해질 거다.
“최대한 조용히, 조병철 외 다른 사람은 건드리지 않는 방향으로. 깔끔하게 처리하고 나옵시다.”
“오케이.”
대인전의 스페셜리스트 둘과 최고의 실력을 가진 구르카 용병.
이중에선 내가 제일 좀 딸리는 느낌인데, 그래도 어디 가서 발목 잡을 정도는 아니다.
최정예라고 할 만한 인선을 꾸렸으니….
소총을 든 놈들이 조병철을 지키고 있지 않는 한, 일이 실패할 확률은 낮았다.
부웅-.
우리는 과속 딱지가 떼이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빨리 목적지를 향해 달려갔다.
* * *
“여기지?”
이어 도착한 곳은, 조병철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한 단독주택이었다.
꽤나 외진 위치에 있는 걸 보니, 놈도 확실히 몰리긴 몰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립시다.”
멀리서 차를 댄 우리는, 익숙한 방향대로 작전을 시작했다.
“진짜 누가 있네.”
몰래 주택으로 다가가는 내 옆으로 온 부장님이 작게 말했다.
“네 말대로 경찰일까?”
“그럴 가능성이 꽤 높죠.”
야상, 적당한 재킷.
복장으로 미루어 봤을 때, 경호업체를 고용한 건 아닌 듯했다.
서 있는 자세도 약간 헐렁한 게… 뭔가 딱 봐도 하기 싫은 걸 하는 느낌이었다.
야간에 근무를 서는 당직의 폼이랄까.
물론 내 추측이긴 하지만, 크게 문제 될 건 없었다.
사삭.
날렵한 몸을 이용해 근처 집의 지붕에 올라갔다 온 고상미가 상황을 브리핑했다.
“일단 여섯 명… 많으면 여덟 명까지 있는 것 같고, 둘둘씩 짝지어서 계속 순찰하네.”
“좋습니다. 우선 1차 목표는 조병철이지만, 저 사람들한테 웬만하면 들키지 않는 게 좋습니다.”
스윽.
우리는 챙겨온 복면을 뒤집어썼다.
얼굴을 가리긴 했어도, 우리를 본 사람이 있으면 작전에 지장이 있을 테니까.
“어떻게 조용히 들어갈 거야?”
“…전기실을 찾읍시다.”
외부에 있는 선을 끊으면 이 일대에 전기가 끊긴다.
그것보단, 집 안에 침투해서 조명을 날려버리는 게 나았다.
“전기실은 내가 갈게.”
“부장님이요?”
“그 표정은 뭐냐, 인마. 나도 그런 거 다룰 줄 안다.”
“예. 알죠. 그럼 그쪽은 부장님이 맡아주세요. 고상미 씨는 부장님 서포트해 주세요.”
“알았어.”
“샤키야. 너는 나랑 같이 들어가자.”
끄덕.
우리는 흩어져서 움직였다.
스윽.
나와 샤키야는 뒤쪽으로 돌아가 담장 위로 올라갔다.
뒷마당에 누가 있는 것도 아니었을뿐더러, CCTV 같은 카메라도 보이지 않았다.
약간 오래된 집인 걸 보고 예상은 했는데, 역시 제대로 된 방비가 되어있는 느낌은 아니었다.
‘이 정도면… 창문으로 침투할 만하다.’
하지만 기다릴 필요가 있었다.
경찰이 내부에도 돌아다니는 만큼, 부장님과 고상미가 주의를 끌어줄 때까지 숨어있을 생각이었다.
지직.
잠시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대기하다 보니, 창문 너머로 비쳐 보이던 빛이 깜빡거리다 사라졌다.
‘지금이다.’
턱.
나는 외벽에 있는 배관과 창틀을 밟으며, 벽을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조병철이 정확히 어떤 장소에 있는진 모르겠지만, 어지간하면 맨 위에 있을 가능성이 컸다.
‘가장 넓은 방이 여기다.’
스르륵.
다행히 창문에 잠금장치가 있는 것 같진 않았다.
아래에서 기다리는 샤키야를 힐끗 쳐다본 뒤, 조심스럽게 창문을 열었다.
내부가 어두워서 명확히 보이는 건 없었다.
그러나 어렴풋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끼익-.
누군가의 마룻바닥을 밟는 소리.
어둠에 서서히 적응하기 시작한 시야에, 종이 같은 것들이 놓여있는 책상이 들어왔다.
‘아무래도… 여기 있는 게 맞는 모양이네.’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발을 디디며, 창문을 넘어 안으로 들어섰다.
“…아니. 거기서 말하게.”
-…같아서….
“그럼 해결하면 되지 않나.”
-…오겠습니다.
문밖에 있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익숙한 목소리.
‘빙고.’
조병철이 눈앞에 있었다.
스윽-.
서서히 다가가는데, 다른 사람의 기척을 느낀 건지.
조병철이 멈칫하는 느낌이 들었다.
“……?”
설마 손에 저거. 총인가?
슬쩍 보니, 은색으로 빛나는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
그에, 나는 천천히 앞으로 향하며 입을 열었다.
“오랜만입니다?”
“…!!”
조병철이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봄과 동시에, 번개같이 손을 뻗었다.
휘익! 턱!
왼손으로 총구 쪽을 잡고, 오른손으론 총을 쥔 조병철의 손을 안쪽으로 밀어 친다.
철컥!
그리고 리볼버를 빼앗아 든 뒤, 멱살을 잡은 채로 다기를 걸었다.
“허억!”
쿠당탕!
바닥에 등을 부딪친 조병철의 입에서 작은 신음이 튀어나왔다.
그런 조병철의 이마에 총구를 대며 입꼬리를 올렸다.
“잠깐 대화 좀 할까요. 조용히.”
“으읍…!”
무어라 소리치려는지 목에 핏대를 세우는 조병철.
나는 놈의 배에 총구를 찔러넣었다.
쿡!
“끄윽.”
“말했잖습니까. 조용히 하세요.”
나는 조병철의 입을 막은 채 의자로 끌고 갔다.
지금 경호 인력은 아마 전력을 복구하느라 바쁠 터.
나를 노려보는 조병철과 눈을 마주하며 물었다.
“실장님. 아니, 이제 실장도 아니죠. 밖에 있는 사람들은 경찰입니까?”
“…….”
“이거, 입을 막고 물어보면 안 되는 건데. 굳이 대답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볼일만 보고 바로 나갈 거니까.
훅!
조병철이 내 고간을 노리고 다리를 쭉 뻗었다.
하지만, 60대 노인의 발차기에 맞아줄 리가 없었다.
가볍게 피한 뒤, 의자 뒤로 돌아가 목에 팔을 감았다.
꽈악.
“끕…!”
입을 막은 채 목을 조르자, 조병철이 괴로운 듯한 소리를 냈다.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눌 수도 있었지만….
이놈에게 그런 기회를 주고 싶지 않았다.
딱히 더 궁금한 것도 없었고.
그냥, 빨리 마무리하고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툭.
조병철이 고개가 떨어졌다.
그에, 가지고 있던 리볼버를 놈의 손에 쥐여줬다.
“…….”
어쩐지 허무함이 느껴졌다.
그렇게 큰 권력을 가지고 있던 사람도, 결국 이렇게 쉽게 끝나는 걸 보니.
뭔가 기분이 이상하다고 해야 하나.
국가를 넘나드는 스케일의 미친놈들을 보다 보니, 몰락한 늙은 권력자의 말로가 너무 별거 아닌 것처럼 보였다.
현실 감각이 없어진 느낌이었다.
‘그래도, 이제 한 놈 남았다.’
마지막 목표, 민지훈. 일본에 있을 그놈.
‘조만간 잡는다.’
끼릭.
그리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리볼버의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 * *
한편 그 시각, 미국.
휴스턴의 한 작은 도시.
쿵. 쿵. 쿵.
그곳에 있는 야외 파티장에서 시끄러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해가 지기도 전이었지만, 사람들은 몸을 흔들며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저벅.
그때, 수상한 가방을 멘 남자가 파티장으로 걸어들어왔다.
그는 뛰어노는 사람들을 죽 훑고선, 가방에 든 내용물을 꺼냈다.
철컥.
사람 몸통만 한 무언가를 꺼낸 남자는, 그것을 바닥에 내려놓은 뒤 작동시켰다.
푸쉬익-.
그러자, 그 장치에서 연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상하다고 생각할 광경이었으나, 춤을 추고 있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남자는 점차 퍼져나가는 연기를 보며 광기에 찬 미소를 지었다.
“모든 것은… 그분을 위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