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487
#487화
일본으로 도망간 민지훈을 잡으러 가기 전.
나는 우선적으로 인원을 어떻게 편성할지 고민했다.
‘빈집으로 둘 순 없으니까.’
주철수, 선생, 조병철.
대한민국 안에서 우리를 위협할 만한 인물들은 전부 축출해냈다.
하지만 방심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랬다가 피 보는 경우를 많이 봤거든.
내가 보통 방심을 틈타 조지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어쨌든 간에, 확실히 운신의 폭이 넓어진 것은 사실이다.
경호대, 러시아 킬러, 삼합회 등.
직접 우리를 해칠 수 있는 놈들은 대부분 잡힌 상황.
고상미의 말에 따르면, 킬러 잔당은 이제 거의 남아 있지 않을 거다.
인원을 많이 갈아 넣으며 나를 공격했지만, 사실상 칼침 한 대를 제외하곤 피해가 없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삼합회도 우두머리가 두 번 연속 날아간 탓에 상당한 혼란에 빠져있다고 한다.
애초에 끈끈하게 결속되어있는 조직도 아니다 보니, 예전의 위세를 되찾기엔 요원하다고.
‘최소로 잡아도… 3년. 아니, 5년 이상은 조용히 지내야 되겠지.’
한마디로, 지금은 선생 잡기에 집중할 수 있는 상태.
시간을 더 지체하면, 세력을 회복한 중국과 러시아 놈들이 또 설치고 다닐지도 몰랐다.
최대한의 인원을 움직여서 민지훈이라는 거대한 후환을 없앤다.
그걸 목적으로 빠르게 움직여야 할 때였다.
‘전면전이라는 소리지.’
다만, 간과할 수 없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그건 바로….
“이번 일은 극도로 위험할 거다.”
내 말에, 회의실에 모인 팀원들이 각자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당분간은 괜찮을 거란 판단하에, 경호를 맡고 있던 녀석들을 불러모은 거였다.
이런 고급 인력들을 경호에만 투입할 순 없는 노릇이니까.
나는 생각에 잠긴 녀석들을 향해 말했다.
“그동안 선생의 세력과 붙어본 적은 꽤 있어. 작게는 강남파부터, 항구에 있었던 놈들도 기억할 거야.”
조폭. 깡패. 청부업자 같은 놈들.
“하지만, 이번엔 달라. 그때 경호대 무장 봤지? 기관단총에, 방탄복도 최고 성능으로 입고 있는 거.”
삼합회 두목, 장쉬안을 족치러 갔을 때.
우리는 경호대와 마주했었다.
그 당시엔 내가 민지훈과 일시적인 동맹을 맺고 있었기에 아무 일도 없었지만….
“거기서 싸웠으면 어떻게 됐을 것 같냐?”
“…….”
“솔직히, 이기긴 힘들었겠지.”
부장님이 그렇게 말하자, 몇몇 팀원들이 슬쩍 고개를 들었다.
“나도 약한 소리를 하고 싶진 않은데… 솔직히 그 정도 무장 차이면 뭘 해보기도 힘들다. 아예 맨손이면 모를까.”
전투의 스페셜리스트인 부장님이 장담할 수 없는 상대.
“우린 그런 놈들을 잡으러 가야 되는 거다.”
나는 팀원들 한 명 한 명과 눈을 마주쳤다.
“솔직히, 나도 아무 피해 없이 돌아올 확률은 낮다고 생각해. 어쩌면 등에 칼을 잔뜩 맞을지도 모르지.”
척.
“대신, 이거 하나는 약속한다. 절대로 누군가 죽게 두진 않아.”
“…….”
“날 믿고 따라와 주는 사람은, 내 목숨을 걸진… 못하겠고. 어떻게든 같이 무사히 돌아오게 만들 거다.”
그 말에, 잠자코 듣고 있던 배상훈이 코웃음을 쳤다.
“이 미친놈. 그게 말이냐? 이럴 땐 목숨을 걸어준다고 해야지.”
“야.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해서 뭐하냐?”
“아주 사기를 다 떨어뜨리시는구만. 아무리 생각해도 넌 리더감은 아니야.”
신랄한 평가.
떨떠름한 얼굴로 쳐다보자, 배상훈이 책상 위에 팔을 올리며 씩 웃었다.
“그래도, 믿고 등을 맡길 수 있는 전우지.”
“……!”
“난 따라간다.”
배상훈은 비릿한 미소를 지은 채로 팀원들을 둘러봤다.
“여기까지 와서 발 빼는 게 의미가 있겠어? 그 새끼가 우리 얼굴 다 알고 있을 텐데.”
그러자 몇몇 녀석들이 입맛을 쩝 다셨다.
“그리고, 빠진다 치자. 그러다 결국 이주혁이 못 돌아와. 그럼 너희는 두 발 뻗고 살 수 있냐? 난 아니거든.”
스윽.
머리를 쓸어넘긴 배상훈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린 끝까지 같이 가는 거야. 가서 뒈질 것 같으면 날 욕해라. 빠질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든 건 나니까.”
“듣자 듣자 하니까, 새끼. 왜 악역을 자처하고 있어?”
부장님이 팔짱을 끼며 웃었다.
“한번 떠날 기회를 줬는데도 안 떠난 애들이다. 이제 와서 위험하다고 도망갈 것 같냐?”
나는 이쪽을 바라보는 팀원들을 마주 봤다.
녀석들의 눈빛에는 불안과 걱정이 아닌, 신뢰와 각오가 담겨있었다.
이것저것 재지 않고, 가기로 했으면 끝까지 함께 한다.
전역한 지는 한참이 지났지만, 다시 한번 진정한 전우가 된 기분이었다.
“주혁아.”
자리에서 일어난 부장님이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우리는 다 간다. 그러니까 다른 애들 의사나 물어봐.”
“…감사합니다. 부장님.”
“감사는 무슨. 네가 겁은 좀 줬어도, 우린 자신이 없거든. 질 자신이.”
“너무 자신만만하신데요.”
“지금까지 우리가 뭘 해왔는데. 인마. 군 시절 실력은 다 회복했고, 실전 경험까지 더 쌓았다.”
씨익.
“우릴 너무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다는 소리야.”
“…그렇네요.”
“아마 상미도 갈 거다. 그런 데 빠지는 성격은 아니니까.”
생각보다 쉽게 팀원들의 합류가 결정되고, 우리는 이어 추가 인선을 짜기 시작했다.
“마종석은 데려갈 거지?”
“당연하죠. 걔는 끝까지 같이 갈 겁니다.”
“중간에 배신하라고 했다며. 선생이.”
“네. 그래서 더 굴리려고요.”
“큭. 춘식이는 못 가지?”
“아무래도 다리를 다친 거라. 비행기를 못 타죠.”
“너도 팔 다쳤잖아?”
“이 정도는 스친 거죠. 괜찮을 겁니다.”
일단 고상미, 마종석이 멤버에 추가됐다.
“상미 동생은 도와주기 힘들겠지?”
“글쎄요. 아마 그렇지 않을까요? 한국에서 일본 시스템을 해킹하는 건 좀 힘들 테니까요. 뭐, 물어봐야 알겠지만.”
“삼총사는 어쩔래?”
덩치, 돼지, 난쟁이.
만약 이게 일반적인 조폭들 싸움이었다면 녀석들도 데려갔을 거다.
하지만, 여차하면 총알이 빗발칠 수도 있는 현장에 애들을 데려갈 수야 있나.
총 다루는 법을 조금 배우긴 했어도, 아직 미필이다.
미안한 말이긴 해도, 지켜야 할 사람을 데려갈 만한 곳은 아니니까.
그런 의미에서, 고상미를 따르는 녀석들과 춘식이네 애들도 제외다.
‘주먹질이나 칼질에 더 익숙한 사람들이지.’
총기에 익숙하고, 훈련된 사람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수준.
이게 함께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었다.
구르카 용병 출신이며, 내 쿠크리 스승이자 친구.
샤키야에게는 진작 의사를 물어봤다.
‘흔쾌히 오케이 해줘서 다행이야.’
돈과 더불어 가족의 안위까지 보장해준 이상, 어떤 위험한 곳이라도 따라갈 거라나.
백병전은 물론, 전장에서도 귀신이라 불리는 녀석이기에 마음 한구석이 든든했다.
“참. 걔도 데려가야 되지 않냐?”
“누구요?”
“걔 있잖아. 정장 입고 다니는 야쿠자.”
“아, 맞다.”
스가와라의 오른팔, 미우라.
크게 다쳐 병원에 있지만, 모시던 사람을 지키지 못한 탓에 죄책감과 복수심에 사로잡힌 녀석이다.
아마 어떻게 해서든 민지훈을 죽이고 싶겠지.
안 그래도 상황이 조금 괜찮아지면 데려갈 생각이었다.
낯선 땅인 일본.
그곳에서 우리를 스미요시카이의 본진까지 안내해줄 사람이 필요할 테니까.
“걔도 비행기 못 타는 거 아니야?”
“그렇네요. 이러면… 어쩔 수 없이 배로 이동해야겠는데요?”
복귀할 때면 모를까.
미우라와 함께 움직여야 하니, 그냥 우리도 배편을 이용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이러면… 이동 시간이 이틀 정도는 더 늘어나겠습니다.”
“괜찮겠어? 안내역 때문에 이틀을 써야 하는데.”
“흐음….”
확실히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었다.
그러나 고민은 길지 않았다.
“배편으로 갑시다.”
“알았다.”
“이유는 안 물어보세요?”
“네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있겠지.”
무조건적인 믿음.
부장님과 군 생활을 할 때는 본 적 없는 모습이었기에, 어쩐지 기분이 이상했다.
내가 회귀하고 나서 해온 일이 어지간한 정도가 아니라서 그런 게 아닐까.
어쨌든, 이틀 정도가 더 소요되는 뱃길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안내가 없으면, 어차피 그 정도 시간을 더 허비할 가능성이 커.’
우리가 일본에 자주 오간 경험이 있다면 몰라도, 아예 발붙인 적 없는 애들이 대부분이다.
나도 미우라네 회장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 갔던 게 처음이었으니 말이다.
“그럼, 인원 편성은 여기까지 합시다. 다른 의견 있으신 분?”
“없다.”
“없습니다~.”
“오케이. 출발 날짜는 3일 후. 다들 괜찮죠?”
끄덕.
“정리할 일 있으면 마무리하시고. 며칠 걸릴지는 모르는 거니까요.”
“유서 쓸 시간은 있겠네.”
백기준이 툭 던진 말에, 분위기가 급격하게 가라앉았다.
“아니, 그냥 농담….”
“넌 닥치고 있을 때가 가장 매력적이야.”
“확인.”
“자, 자. 잡설은 여기까지 하시고.”
나는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한 뒤, 팀원들을 향해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합시다.”
아마 마지막이 될 싸움을.
* * *
한편, 이주혁이 뉴스를 보고 있던 그 시각.
일본에서도 같은 내용의 소식이 한 호텔 객실의 TV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
한 지역의 행사에서 누군가 유독 가스를 퍼뜨렸고, 그로 인해 수십 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그 내용을 본 남자, 민지훈이 미간을 구겼다.
“분명히 경고했을 텐데….”
이윤종 박사와 함께 만든 무기 중 하나.
그걸 넘긴 이상, 그가 돈벌이 수단으로 사용할 것은 이미 예상했다.
그러나, 이 방식은 그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었다.
화학 무기를 테러 집단에게 넘긴 뒤, 흉흉해진 사회 분위기를 이용해 총기 회사를 키운다.
그러고 나서, 화학 무기에 대처할 수 있는 약물이나 치료제를 배포할 작정이겠지.
DS바이오테크가 독자적인 기술로 개발한 물건을 말이다.
‘역시 길들이기 힘들군.’
DS컴퍼니의 회장, 헨리 가필드.
그와 손을 잡은 이유는, 적당히 이용하기 좋은 성격 때문이었다.
야망은 있지만, 대기업의 수장 자리에 앉을 만한 인재는 아니다.
다혈질적인 면모도 있을뿐더러, 주제넘은 욕심도 가지고 있다.
그 때문에, ‘서클’을 장악하기 위한 트로이 목마로 그를 선택한 것이었다.
그의 친구인 제이콥은, 이성적이었으나 자리 욕심이 없었으니까.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엇나갔어.’
물론, 그도 이러한 사태를 짐작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의 성격상, 이런 독단적인 일을 벌일 건 분명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러시아와 중국의 일로 신경 쓸 틈 없이 움직였기 때문일까.
헨리가 그의 말을 무시하면서까지 행동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설마 이렇게까지 참을성이 없을 거라곤….’
극히 이성적으로 움직이는 그로선, 상정하지 않고 있던 변수였다.
저벅.
경호대장, 육진모가 소파로 다가와 보고했다.
“선생님. 준비 끝났습니다.”
“그럼, 바로 출발하세요.”
민지훈의 지시를 들은 육진모의 눈빛에 걱정이 담겼다.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제가 자리를 비우지 못하는 상황이니, 어쩔 수 없죠. 대장님이 직접 가는 편이 안심되기도 하고요.”
“으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스미요시카이는 확실히 정리됐으니까.”
“…몸조심하십시오.”
육진모가 떠나고.
민지훈은 소파에 등을 기댔다.
원래는 DS컴퍼니를 이용할 작정이었지만, 야쿠자라는 새로운 패가 손에 들어왔다.
기존의 것보다 리스크가 적은 패가.
민지훈의 입가가 미미한 호선을 그렸다.
앞으로의 일은 알지 못한 채 말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