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492
#492화
스가와라가 배신자라니.
진짜 그 사람이 조직을 등졌을 리는 없고, 아마 내부에서 이야기가 오간 거겠지.
나는 분노로 얼굴을 일그러뜨린 미우라에게 물었다.
“미우라 씨도 이 상황에 대해선 모르고 있었던 것 같은데요.”
“…예. 수작질을 부린 모양입니다.”
“회장의 지시였을 가능성은요?”
미우라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확신은 못 하겠습니다. 이자들이 회장님의 재가 없이 이런 짓을 꾸몄을 리가 없으니….”
부장님이 슬쩍 다가오며 말했다.
“그건 그렇다 치고… 어떻게 할 거야? 곱게 돌아가긴 힘들겠는데.”
뚜둑.
“일단 빠져? 아니면 앞으로 뚫어 봐.”
“미우라 씨 판단은 어떠십니까. 아까 그 여자는 이 안에 회장이 있다고 했는데, 사실일까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본단에서 싸움을 벌이는 게 좋은 선택은 아닐….”
“배신자의 오른팔이 돌아오셨군!”
계획을 세우던 그때, 별채 안에서 한 사람이 나오며 소리쳤다.
“당장 저놈들을 붙잡아라! 회장의 명령이시다!”
나는 미우라를 돌아봤다.
“…….”
“…설마 회장님의 뜻일 줄이야.”
우르르-!
어느새 튀어나온 야쿠자들이 우리의 퇴로 쪽을 가로막았다.
그에, 난 품에 있던 핸드폰을 꺼냈다.
여기로 들어오기 전, 미리 배상훈과 전화를 연결해둔 상태였다.
툭. 툭.
나는 적들을 살피며 핸드폰에 대고 말했다.
“비상. 들어와서 우측, 좌측 후 직진.”
지원 요청을 보낸 뒤, 주변을 둘러보며 자세를 잡았다.
아무래도, 무력 충돌 없이 넘어가기는 힘들 것 같았다.
“총은 없는 것 같은데. 다들 버틸 수 있으시죠?”
“걱정하지 마라.”
“미우라 씨는 최대한 저희 사이에서 몸을 사리세요. 상처 다 터집니다.”
“…예. 알겠습니다.”
촤라락-!
핸드폰을 집어넣고, 대신 삼단봉을 펼쳤다.
사시미를 쥔 야쿠자들이 눈에 들어왔으나, 총이 없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다만, 몇 놈이 품속에 숨겨놨을 수도 있기에 방심할 수 없었다.
화악-!
야쿠자들이 달려들었다.
나는 부장님과 시선을 교환한 뒤, 가장 앞서 덤벼오는 놈의 머리를 삼단봉으로 후려쳤다.
빡!
휘청거리며 쓰러지는 야쿠자.
이어 휘둘러지는 칼을 피한 뒤, 손목을 잡고 상대의 다리를 걷어찼다.
“일단 조금씩 빠집시다! 이대로면 여기서 당해요!”
“오케이!”
나와 부장님은, 미우라를 사이에 둔 채로 천천히 후퇴했다.
카각! 퍽!
부장님이 날렵한 움직임으로 둘을 더 보냈다.
“흐읍!”
미우라도 성치 않은 몸으로 근처에 달려드는 놈들을 처리했다.
야쿠자도 우리 실력을 보고 당황한 건지, 칼을 들고도 쉽사리 덤벼들지 못하고 있었다.
타다닷-!
버티다 보니, 저 멀리서 팀원들이 다급하게 달려오는 게 보였다.
“이 새끼들이!”
파앗!
펄쩍 뛰어오른 배상훈이 한 놈의 머리통에 발차기를 꽂았다.
이어 달려든 정태섭은, 칼을 잡은 팔을 잡고 그대로 바닥에 꽂아버렸다.
퍽-!
돌바닥에 사람이 처박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팀원들도 섣불리 총을 꺼내진 않았다.
주변을 지나는 사람이 많은 동네는 아니라지만, 어쨌든 일본은 총기 규제 국가였으니까.
“하아압!”
“크악!”
팀원들이 합류하자, 판세는 점차 우리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인원수는 상대가 더 많아도, 질은 우리가 높았다.
한 명이 두 명. 두 명이 세 명을 상대할 수 있다 보니, 전선은 저절로 우리에게 유리하게 흘러갈 수밖에.
“제기랄! 이 자식들은 또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야쿠자들의 당황한 기색이 느껴졌다.
설마 열 명이 넘는 사람이 쳐들어왔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나는 판단을 마치고 팀원들이 들리게 소리쳤다.
“인원을 세 명씩 나눠! 나랑 부장님, 미우라이 안으로 돌입할 시간을 벌어줘야 돼!”
“흡! 뭐, 들어가자고? 빠지는 거 아니었어?”
“이왕 이렇게 된 거, 안에 있는 회장을 만나봐야겠습니다!”
부장님이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알았다! 다들 길 터주고 나서 버텨!”
“예!”
“알겠습니다!”
휘릭-!
유연하게 몸을 비튼 고상미가 다리로 야쿠자의 목을 휘감았다.
“어엇!”
그리고, 그대로 다리에 힘을 줬다.
“끄아아…!”
뿌득!
이주혁과 한편이라고는 보기 애매모호한 유현도, 일단은 야쿠자들을 확실히 하나하나 보내는 중이었다.
쿡! 쩍!
오랜 기간의 킬러 생활로, 인간의 급소만 노리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팀원들을 비롯한 조력자들의 도움에, 우리는 별 탈 없이 별채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타닷!
혹시 안에서 더 많은 놈들이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야쿠자의 수가 너무 많진 않았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상황 속, 우리는 가장 먼 맞은편 자리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했다.
“정말 있었나.”
“회장….”
스미요시카이의 회장. 사이토가 굳은 표정으로 앉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가 걸음을 멈추자, 사이토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결국 여기까지 들어올 줄이야.”
“…미우라 씨. 통역해줘요. 회장. 어떻게 된 겁니까? 스가와라더러 배신자라던데.”
“그렇게 됐네.”
“후계자니 뭐니 하셨던 것 같은데, 그렇게 쉽게 내칠 만한 잘못을 저지르기라도 했나 봅니다?”
“그건 우리 스미요시카이의 일. 외부인인 자네가 신경 쓸 것 없지 않나?”
사이토는 팀원들이 한창 싸우고 있을 별채 바깥을 보며 말했다.
“그런데도, 자네는 배신자의 편에 붙어 우리 본단을 헤집고 있군.”
“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네만… 안타깝게 됐어.”
“날조도 수준급이십니다. 딱히 관계가 잘못될 이유도 없었는데 말이죠.”
스윽.
나는 회장에게 가는 길을 막아서고 있는 야쿠자들을 살폈다.
개성 있게 생긴 상판들을 보니, 말단의 느낌은 아니었다.
‘총을 가진 놈도 있다.’
당장에라도 품 안에 손을 넣고 싶어서 움찔대는 게 눈에 들어왔다.
스윽. 까딱.
부장님과 눈을 마주친 뒤, 수신호로 의사를 전달했다.
‘최대한 빨리 밀어버립시다.’
‘확인.’
야쿠자들의 여유로운 꼴들을 살폈다.
품속에 믿는 구석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가, 침입자를 앞에 두고도 딱히 긴장한 기색이 아니었다.
별채 바깥의 상황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을 텐데 말이지.
스으….
한번 적들의 위치를 훑은 뒤, 빠른 속도로 권총집에서 총을 뽑았다.
그리고 옆으로 몸을 날리며 방아쇠를 당겼다.
딱! 딱! 딱! 딱!
경쾌한 소리와 동시에, 총구에서 고무탄이 날아갔다.
총성 문제도 그렇고,
“끄악!”
“아아악!”
“죽여!”
몸에 고무탄을 맞은 야쿠자들이 비명을 질렀다.
아무리 비살상용이라도, 몸통에 맞으면 부상 위험이 있었다.
딱! 딱! 딱!
부장님도 허리를 숙이며 고무탄을 갈겼다.
미우라는 눈치껏 후다닥 달려가 협탁 뒤로 숨었다.
“젠장! 죽여버려!”
“하지만 여긴 본단 아니오! 총을 쏴도 되는 거요?! 바로 경찰이 찾아올 수도…!”
“지금 그게 중요한가!”
“제기랄!”
야쿠자 하나가 이를 악물며 벌떡 일어나, 엉성한 자세로 총을 쏘기 시작했다.
탕! 타앙-!
제대로 총을 쏴본 적도 없는 건지, 총알은 어림도 없는 곳에 날아가 박혔다.
나는 몸을 일으킨 놈의 명치에 고무탄을 박아줬다.
“케헥…!”
철컥.
내가 탄창을 갈자, 부장님이 나를 보며 소리쳤다.
“이주혁! 엄호해!”
이어 총과 삼단봉을 든 채로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에, 곧바로 장전을 마치고 조준했다.
빠악!
부장님의 삼단봉과 야쿠자의 어깨가 맞닿았다.
뼈가 부러지는 경쾌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퉁! 퉁!
부장님을 겨누는 놈들을 쏴 맞춘 뒤, 나도 앞으로 돌진했다.
쪽수를 믿은 건지, 주머니 속의 총을 믿은 건지.
생각보다 맥을 못 추는 모습이었다.
‘하긴, 이런 총격전에 익숙할 리가 없지.’
우리는 부대에서 실내 총격전에 대한 훈련도 진행했었다.
그 반면, 야쿠자들이 총을 쏴봐야 얼마나 쏴봤겠는가.
사격장이라도 가봤으면 망정이지, 이런 총알이 오가는 싸움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우리보다 잘 알 순 없었다.
쩌억-!
순식간에 따라붙어, 얼굴에 흉터가 난 놈의 얼굴을 무릎으로 박살 냈다.
그리고 회장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봤는데, 어째서인지 보이질 않았다.
‘뭐지?’
바닥에서 꿈틀대는 놈들을 마무리하면서 시선을 돌리던 도중.
화악-!
뒤에서 갑작스럽게 인기척이 튀어나왔다.
‘이런…!’
황급히 뒤를 돌던 순간, 미우라가 적에게 달려갔다.
덥석!
“큭…!”
미우라는 숨어있던 회장의 총을 붙잡은 상태였다.
“미우라!”
이를 악문 회장이 손목을 꺾으며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귓가를 찢는 총성과 동시에, 피가 튀었다.
나는 눈을 크게 치뜨며 회장의 머리에 고무탄을 맞혔다.
퍽!
“끄륵.”
회장과 미우라가 서로 얽힌 채 쓰러졌다.
쿠당탕!
“부장님! 쓰러진 놈들 확실하게 처리 좀 해주십쇼.”
“알았다. 그 친구 괜찮은지 확인해 봐.”
그 말에, 회장의 몸뚱이를 치우고 미우라를 살폈다.
“이런….”
목과 쇄골 사이에 총상이 있었다.
명백한 치명상.
바로 병원으로 데려가도 소생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정도였다.
찌익!
급한 대로 회장의 옷을 찢어 목을 지혈하려 했지만, 미우라가 손을 들어서 막았다.
“…미우라 씨.”
“쿨럭. 그냥… 두십시오….”
손을 치우려다, 미우라의 공허한 눈빛을 보고 움직임을 멈췄다.
“어차피… 이렇게, 쿨럭. 될 일이었….”
“선생. 스가와라 씨를 공격한 놈들의 배후는 선생입니다. 복수를 끝내야죠.”
“복수….”
꽈악.
미우라가 목과 입에서 피를 쏟으며 힘겹게 말했다.
“꼭, 좀… 부탁하겠….”
“…예. 맡겨두세요.”
그 말과 동시에, 미우라의 손아귀에서 힘이 빠졌다.
“이번엔… 지켜….”
툭.
동공이 풀린 걸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죽었냐?”
“네. 목 근처에 맞아서 손쓸 방법이 없었네요.”
“…그래. 난 바깥에 애들 마저 정리하러 간다. 마무리하고 나와.”
부장님이 다시 별채 바깥으로 뛰쳐나가고, 나는 조끼에 달린 주머니에서 케이블 타이를 꺼냈다.
그리고 회장의 손발을 단단히 묶었다.
혹시 해서 맥을 짚어봤지만, 다행히도 머리를 맞고 죽진 않은 것 같았다.
“후우….”
회장의 뒷덜미를 잡고 일어서며, 차갑게 식어가는 미우라의 시신을 쳐다봤다.
조폭 같은 놈 중에선 그나마 예의가 있어서 나쁘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갈 줄이야.
사상자가 단 한 명도 없을 거란 낙관을 품진 않았어도, 실제로 상황을 맞닥뜨리기 기분이 이상했다.
‘일단 여길 빠져나가자.’
감상에 빠져있을 시간은 없었다.
우리 팀원이라면 모를까, 미우라는 어쨌든 외부인이니까.
그 대신, 민지훈을 향한 분노를 더욱더 키웠다.
“끄으….”
나는 신음하는 회장을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금방 어디 있는지 알아내 주마.’
* * *
미국. 댈러스 주.
검은 옷을 입은 남성들이 나란히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저기다.”
그들의 정체는, DS컴퍼니의 헨리를 정리하기 위해 파견된 경호대원들이었다.
그들 전부가 온 것은 아니었지만, 최고 전력인 육진모가 직접 나섰다.
이곳은 총기 소지가 합법인 미국이다.
거기다 DS컴퍼니에는 무기 개발과 관련된 회사도 있다.
대놓고 정면승부를 했다간, 상대와 전쟁을 벌이게 될 터.
육진모는 최대한 깔끔하고, 조용하게 일을 마무리할 생각이었다.
“가지.”
“예.”
경호대원들은 DS컴퍼니의 사옥 중 하나로 걸음을 옮겼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