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496
#496화
[개새끼 – 일본은 좀 어떻습니까?]“이 새끼… 뭐지?”
내가 핸드폰을 보고 중얼거리자, 샤키야가 의아한 듯 물었다.
“왜 그래? 친구.”
“선생한테 연락이 와서.”
“뭐라고? 정말이야? 선생을 잡으려고 일본으로 온 게 아니었어?”
“그렇지. 그래서 이상한 거고.”
민지훈의 입장에선, 최대한 우리와 마주치지 않으려고 할 거다.
실제로 그렇게 예상했고, 그놈과 연락이 닿을 거라곤 생각도 안 하고 있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일본은 좀 어떻냐니.
‘또 뭘 꾸미는 거냐.’
절로 불안감이 일었다.
아무 이유도 없이, 단순하게 정보를 얻기 위해 보낸 문자는 아닐 거고.
분명히 또 개수작을 부리려는 것 같은데…….
이놈이 지금껏 해온 일이 있으니, 이런 작은 것 하나도 허투루 넘길 수가 없었다.
“염병. 잠은 다 잤구만.”
“염병? 무슨 말이야?”
“욕한 거다. 아무래도 얘기를 좀 해봐야겠어.”
나는 다른 객실에서 휴식을 취하던 팀원들을 불러모았다.
“선생, 그놈이 먼저 연락했다고?”
“예.”
“떠보려는 거네.”
고상미가 턱을 괴며 말했다.
“마종석이 네가 일본으로 갔다고 정보를 흘렸잖아. 그걸 듣고 떠보는 거야. 둘이 안부 물을 사인 아니잖아? 완전히 틀어졌다며.”
“저도 그 확률을 높게 치고 있긴 합니다.”
사실 다른 의도를 찾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답은 했어?”
“아뇨. 아직요. 통화를 연결해도 추적은 힘들겠죠?”
내 물음에, 고상미는 입맛을 쩝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해외니까.”
“아쉽네요.”
“이주혁. 이걸 봐라.”
고민에 빠진 나에게 마종석이 핸드폰을 내밀었다.
“뭐야?”
“선생에게서 추가로 연락이 왔다.”
“어디 봐.”
척.
“……우리 인원의 정확한 위치를 달라. 적절한 타이밍이네.”
민지훈의 연락을 받은 이상, 우리는 새로운 움직임을 취할 예정이었다.
그놈은 우리가 새로 설정한 동선과 인원 배치를 알아낼 계획이었겠지.
“내 위치라…….”
다른 곳으로 몸을 피할 거였다면, 우리가 어디 있는지 구태여 알아보진 않았을 거다.
일본에 남아 무언가를 더 해야 하니, 이런 정보가 필요한 것이리라.
많은 나라 중 일본을 선택했다는 건, 여기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 존재하기 때문일 테니까.
“무슨 꿍꿍이일까. 우리 위치를 물어보는 것 그렇다 치겠는데… 굳이 너한테까지 연락할 필요가 있었나?”
부장님이 의문을 표했다.
나도 그 점이 미심쩍었다.
“우리 반응을 보려던 게 아닐까요?”
“반응이라…….”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 봤지만, 딱히 이렇다 할 의견은 나오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생각을 읽는 것도 아니니, 본인이 아닌 이상 그놈의 의도를 정확하게 알 수 있을 리가.
“설마.”
생각에 잠겨있던 부장님이 긴가민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우릴 치려는 건가?”
“네?”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 말이야. 선생, 그 새끼는 우리가 왔다 해서 내뺄 놈이 아니거든.”
“그렇긴 하죠.”
“여긴 어쨌든 타지잖냐. 여기서 우릴 처리해 버리려는 게 아닐까?”
그 말에 모두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우리가 인원을 나눠서 자기를 찾게 만들고, 쪽수를 이용해서 하나씩 격파하는 거지.”
“……일리가 없는 건 아니에요. 그렇게 생각한 근거는요?”
“솔직히 반 정도는 감이긴 한데, 너한테 연락한 것도 그 일환이 아닌가 싶다. 그대로 코빼기도 안 비추면, 우리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까 봐.”
“일부러 주의를 끌었다?”
“그래.”
의견을 피력한 부장님이 어깨를 으쓱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 확신할 만한 근거는 없어.”
“그래도 큰 허점은 없는 가정입니다. 아무것도 대비하지 않는 것보단 낫겠죠.”
부장님의 말대로, 민지훈이 우리를 칠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놈으로선 우리가 상당한 눈엣가시일 터.
내가 민지훈이었어도, 본거지를 떠난 우리를 이참에 제거하려고 했을 거다.
한숨을 내쉰 배상훈이 뒤통수를 벅벅 긁으며 말했다.
“부장님. 간만에 똑똑한 소리를 하시네요.”
“뭐? 이 새끼가……. 나도 머리는 꽤 돌아가는 편이다. 잘 안 써서 그렇지.”
부장님은 임무를 받고 북한에도 몇 번 다녀왔을 정도의 정예다.
당연히 이런 쪽에 대한 이해도는 높았다.
단순히 잘 싸운다고 그런 중요한 작전에 나갈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이주혁. 너도 같은 의견이냐?”
배상훈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부장님이 하신 말씀을 염두에 두고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다. 다들 알다시피 경호대는 위험해. 기습이라도 한다면…….”
순간 미우라의 죽음이 머릿속을 스쳤다.
“……조심하자고.”
“오케이.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선생한테 연락해볼 거냐?”
스윽.
나와 눈이 마주친 마종석이 눈썹을 꿈틀했다.
“왜.”
“정보를 또 흘린다. 흩어져서 그놈을 수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선생이 믿겠나?”
“안 믿으면 어쩌겠어? 유일한 정보 제공자인데.”
민지훈은 우리에게 다른 사람을 붙이지 않았다.
정확하겐, 이쪽에서 감시자를 여섯 명째 붙잡았을 때부터 말이지.
물론 들키지 않을 정도의 먼 거리에서 지켜보는 놈들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걸로는 유의미한 걸 얻어내지 못할 거다.
이동할 땐 항상 인원수를 교란하려고 조를 나눠가며 움직이고 있으니까.
그리고, 추적하는 놈들을 걸러내기 위해 넓은 광장 같은 장소를 주기적으로 거쳤다.
항구에서부터 쫓아온 게 아닌 이상, 우리의 정확한 동선을 파악하진 못했을 터.
“마종석의 정보를 100% 신뢰하진 않더라도… 부장님 말씀대로 우릴 처리할 생각이라면 일단 믿을 수밖에 없을 거다.”
“……이해했다. 뭐라고 보내면 되지?”
“그건 지금부터 생각을 해봐야지. 실제로 인원을 나눌 거거든.”
그 말을 들은 부장님이 팔짱을 끼며 물었다.
“그래도 되겠냐?”
“감수해야 할 위험입니다. 놈을 유인하려면 그 방법뿐이에요.”
슥.
나는 팀원들을 둘러봤다.
여기 모인 사람들이 전부 한가닥 하는 강자이긴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수준 차이가 없는 건 아니었다.
라세흠 부장님, 샤키야. 이 두 사람이 가장 윗줄.
그 바로 아래에 나를 비롯해 고상미, 유현, 마종석 정도였다.
“우선, 여덟 명씩 둘로 찢어집시다.”
“이유는?”
“셋 이상으로 조를 나누면 위험하다. 다섯 명 이하로는 버티기 힘들어.”
내 말에 반박하는 사람은 없었다.
직접 마주쳤든, 소문으로 들었든.
여기 있는 이들은 경호대의 수준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조를 나누게 되면, 선생은 섣불리 우리를 칠 수 없습니다. 어느 쪽에 제가 있는지 모를 테니까요.”
민지훈이 죽이려는 건 어디까지나 나다.
그러니, 내가 어느 조에 속해있는지 확신하기 전까진 대놓고 습격해오지 않을 거다.
“여기서 정보 교란이 들어갑니다.”
먼저 치진 못하게 하되, 우리는 선생이 어디 있는지 알아내야 한다.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지만, 애초부터 쉬울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짝.
박수를 친 나는 팀원들의 면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조를 편성합시다. 그러고 난 뒤에 휴식하죠. 시간이 꽤 늦었으니까.”
우리는 약 한 시간에 거쳐 인원을 분배했다.
여차하면 경호대 전원의 공격을 받을 수도 있으니, 편성에는 꽤 공을 들였다.
그리고 다음 날.
상대가 움직인 건, 예상보다 이른 시점이었다.
* * *
“두 무리로 흩어졌다고요?”
“예.”
“어느 쪽에 이주혁이 있는지는 모르고요.”
“송구스럽지만, 그렇습니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고 합니다.”
경호대원의 보고를 들은 민지훈이 입술을 매만졌다.
사실, 이주혁이 인원을 분리할 거란 정보는 이미 마종석이 전달한 바 있었다.
“그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주혁을 알아보지 못하더라도, 같이 있는 한 사람의 신원만 파악하면 되니까요.”
예를 들자면, 그 외국인 용병.
그의 피부색은 다른 이들보다 조금 어두운 편이었고, 그건 숨기기 힘든 특징이었다.
그가 이주혁과 같이 움직인다고 했으니, 이주혁은 당연히 그 용병이 속한 그룹에 있을 터.
“먼저 치실 겁니까?”
육진모의 물음에, 민지훈은 고개를 저었다.
“일단 끌어들여야죠. 마음 놓고 일을 벌일 수 있는 곳으로.”
상대가 적극적으로 나오게 하려면, 경찰의 시야에서 벗어난 곳으로 유인할 필요가 있었다.
보는 눈이 많은 건 여러모로 좋지 않았으니까.
“장소 준비는 어떻게 됐죠?”
“공장은 비워뒀습니다.”
“좋네요. 바로 미끼를 던지죠. 대장님은 그리로 이동해주세요.”
“……선생님.”
육진모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공장으로 모두가 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죠. 그쪽도 타겟은 저 하나일 테니까요.”
이주혁은 바보가 아니다.
선생이 거기 있다는 걸 알아도, 그걸 곧이곧대로 믿진 않을 게 자명했다.
“그러니… 선생님은 여기 계십시오. 현장은 위험합니다.”
“위험하다는 것 정도는 저도 잘 압니다. 하지만, 저는 이주혁과 마지막 대화를 나눠야 해요.”
미래의 기억. 또는 과거로의 회귀.
둘 중 무엇이든, 이런 일이 둘에게 일어난 건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무리 초자연적인 현상이라도, 원인이 있으니 결과가 발생한 거 아니겠는가.
민지훈은 그리 생각했기에, 이주혁을 허무하게 죽여버리고 싶진 않았다.
조병철이 가졌던 의문은 능력을 손에 넣어 이용하기 위함이었다면.
그의 의문은 일종의 호기심과 탐구심, 지식욕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물론 거기 끼어들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저도 제 분수를 모르진 않아요.”
격투기에 나름대로 소질이 있긴 하다지만, 프로들을 상대론 절대 먹히지 않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당부했듯, 이주혁은 죽이시면 안 됩니다.”
“예.”
먼저 결전지로 떠나려는 육진모에게, 민지훈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몸조심하세요.”
“……예.”
마음 한구석에 여전히 남은 불안감이, 발걸음을 돌리는 육진모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었다.
“…….”
한편, 혼자 남은 민지훈은 입꼬리를 내렸다.
그도 알고 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냉철한 판단을 내리기가 힘들었다.
강남파. 새사람교회. 삼합회. DS컴퍼니. 그리고 스미요시카이까지.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그의 신경은 상당히 날카로워진 상태였다.
냉정하게 상황을 살피려고 하지만, 이성을 중시하던 과거와는 완전히 같지 않았다.
‘……벼랑 끝까지 몰렸다는 느낌 탓인가.’
스스로 느껴졌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대로 도망쳐서, 언제 세력을 만들고 언제 서클을 장악한단 말인가.
이주혁이 살아있는 한, 그는 끝까지 자신을 쫓을 거란 직감이 들었다.
그래서 이렇게 위험성을 동반한 계획을 수립한 것이었다.
꽈악.
주먹을 쥐었다 편 민지훈이 공허한 눈빛으로 고개를 들었다.
과거, 결심을 내리고 처음으로 움직였던 때가 어렴풋이 떠올랐다.
그러나, 수십 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탓에 그 기억은 흐릿하게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스윽.
앞머리를 쓸어 넘긴 민지훈은 의자 뒤로 몸을 기댔다.
20년, 30년. 치밀한 계획만을 세워온 그의 두뇌와 정신은 이미 상당히 지쳐있었다.
민지훈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예전의 자신을 보는 것 같은, 이주혁의 패기 있는 얼굴이 아른거렸다.
피식.
눈을 번쩍 뜬 민지훈이 몸을 일으켰다.
‘이주혁……. 네가 죽더라도, 너의 목표는 이뤄주마.’
마지막 결전이 다가오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