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56
055화
며칠이 지나고.
NBC 정오 뉴스에 내가 원하는 소식이 전파를 타기 시작했다.
-다음으로 전해 드릴 소식은 패러다이스 호텔, 카지노 사업권이 비리로 얼룩졌다는 내용입니다. 자세한 소식은 패러다이스 호텔 앞에 나가있는 박태기 기자에게 듣겠습니다. 박태기 기자.
-네. 박태기입니다.
-패러다이스 호텔 카지노 사업권을 두고 비리 의혹이 발생했는데요. 자세한 소식 전해 주시죠.
카메라가 패러다이스 호텔 전경을 비추고 앞에 있는 박태기 기자를 비췄다.
-지난 12월 10일. 패러다이스 호텔의 대규모 외국인 전용 카지노 사업권 입찰이 마감되었습니다. 입찰에 참여한 회사는 네 곳이지만, 실질적으로 유의미한 입찰금을 써 낸 회사는 강남의 세븐 럭키 카지노를 운영 중인 ‘강남카지노’뿐이었습니다.
주철수가 가지고 있는 카지노 회사가 ‘강남카지노’고 세븐 럭키 카지노를 운영 중이다.
-입찰금 2,000억을 적어 내며 12월 15일 낙찰 허가가 떨어지는 일만 남았었습니다. 그런데, 12월 12일. 어제 자로 익명의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 협회장과 패러다이스 호텔 관계자가 협의하에 강남카지노란 회사를 내정해 놨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영상 함께 보시죠.
곧이어 나온 영상에는 강주환 협회장이 인터뷰 형식처럼 사선으로 나오며, 비리 사실을 실토하는 내용이 나왔다.
이제까지 얼마의 돈을 받았으며, 협회에 얼마나 들어갔는지.
그 자금을 어떻게 유용하고 방탕하게 썼는지까지.
그뿐만 아니라, 패러다이스 호텔 관계자의 뒷주머니에도 얼마나 꽂혔는지와 어떤 인간들이 뇌물을 받아 갔는지까지 적나라하게 실토했다.
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거쳐 갔고 수백억에 달하는 자금이 오르내렸지만, 두 명의 주요 인물은 없었다.
한 명은 강남구청 도시계획과의 문천식 과장.
이 사람은 이름은 인터뷰 파일을 익명으로 제공할 때, 내가 일부러 뺐다.
삼성동 아파트 재개발 사업에 이 인간이 필요해서 쏙 빼 둔 거다.
다른 한 사람은 정말 의외였다.
“하! 주철수 이름이 한 번도 안 나오네.”
방송국 측에서 교묘하게 편집해 놨다.
주철수의 이름이 오르내릴 때마다 사장으로만 나오도록 말이다.
‘방송국 쪽에도 라인이 있구나.’
익명의 제보까지는 막을 수 없어도 제 이름을 빼는 건 가능한 가보다.
내가 제보 영상을 검찰에도 보냈으니, 영상 자체가 뉴스화되는 건 막을 수 없지만, 어떻게든 자기 이름을 없애는 치밀함을 보였다.
대단한 놈이다.
난 놈은 확실히 난 놈이다.
화려한 인맥과 잘 돌아가는 머리를 좋은 데에 썼으면, 더 좋았겠지만.
-경찰과 검찰은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와 패러다이스 호텔 그리고 강남카지노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갈 거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강남카지노에서 운영 중인 세븐 럭키 카지노는 임시 운영 중단에 들어갔으며, 패러다이스 호텔 카지노 사업권은 무산 절차를 밟는 중입니다.
이로써, 주철수의 카지노 사업은 막았다.
잘 운영하고 있던 세븐 럭키 카지노도 운영 중단 시켰고, 패러다이스 호텔에 만들 대규모 외국인 카지노도 무산시켰다.
“크큭. 행님. 이제 주철수 금마 머리에 뿔 좀 나겠네예.”
같이 뉴스를 보고 있던 난쟁이가 웃으며 말한다.
완전히 파토를 내버린 거라, 주철수에게 분명 타격이 있을 거다.
주 수입원 중 하나를 날려 버린 거니까.
그래서 난 더 신중해지고 있다.
“행님. 얼굴이 와 그렇습니꺼? 축하주라도 한 잔 하자고 할 줄 알았는데……. 얼굴이 많이 굳었으예.”
“내가 너무 초를 치고 있으니까.”
“예? 그게 무슨 말이라예?”
“주철수가 하는 일에 전부 테클을 걸고 있어.”
난쟁이의 얼굴에 물음표가 가득했다.
“테클 걸면 좋은 거 아니라예? 주철수. 그 새끼가 하는 일은 전부 나쁜 일이잖아예. 저번에 마약 들여와서 전국에 풀라고 한 것도 그렇고, 유흥주점에서 상납 받는 것도 그렇고예. 금마 그거는 천성적으로 나쁜 새끼잖아예.”
“너 이런 속담 모르냐?”
“어떤 거예?”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는 속담.”
“알지예.”
“지금 주철수가 그래. 계속되는 실패로 궁지에 몰리고 있을 거야. 뭐라도 물거나, 어떤 일이라도 벌여서 실패를 만회하려고 할 거란 거지.”
주철수의 앞길에 고춧가루를 심하게 뿌렸다.
하는 일마다 내가 막아섰으니, 그놈의 심보가 뒤틀려도 보통 뒤틀린 게 아니겠지.
조만간 그놈은 큰 거 하나를 준비할 거다.
이런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상훈이 한테 연락해 봐야겠다.”
곧바로 핸드폰을 들어 강남파에 언더커버로 심어 준 배상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 울리지도 않았는데, 배상훈이 전화를 받는다.
-고용주님. 무슨 일이야?
배상훈이 편안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장난기까지 스며든 여유로운 목소리라 오히려 내가 놀랐다.
“별일 없어?”
-응? 무슨 별일?
“주철수가 무슨 일을 꾸민다거나, 뭘 지시했다거나 하는…….”
-전혀. 아무 일도 없어. 난 평소처럼 업장 관리하고 주철수는 사무실에 처박혀서 코빼기도 안 보이고. 평소하고 똑같아.
“……그래?”
주철수는 배상훈을 백 프로 믿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배상훈이 가지고 오는 정보는 제한적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아무 반응도 없는 건 좀 의외다.
뉴스까지 나간 이 시점에 분명 무슨 액션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기분이 싸하다.
마치 폭풍전야 같은 그런 느낌이다.
“상훈아. 강남파 수뇌부에 빨대 꽂은 애들 있지?”
-안면 터 놓은 놈들 몇 놈 있다.
“그놈들한테 접근해서 요즘 주철수 뭐 하고 있는지 알아봐. 그 새끼 그거. 절대로 가만히 있을 놈 아니다.”
-넌……. 맨날 어려운 것만 시킨다.
“쉬운 거 시킬 거였으면, 너를 왜 강남파에 언더커버로 보냈겠냐? 부탁 좀 하자.”
-후……. 알겠습니다. 고용주님. 대신,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튀어나올거다. 아무리 나라도 강남파 애들한테 잡히면 바로 콘크리트 발려서 인천 앞바다행이야. 알지?
“알아. 위험하면 무조건 피신하고 바로 사무실로 들어와.”
-콜.
15년이나 주철수 밑에서 일했었다.
내 직감이 말하고 있다.
지금 녀석은 먹이를 잡기 위해 숨죽이고 움츠리고 있노라고.
“행님 표정이 많이 안 좋네예. 오늘 원소주 시제품 들어왔는데, 낮술 한 잔 하실랍니까?”
“응? 벌써 나왔어?”
“예. 제가 일 처리 하나는 빠르잖아예. 부해양조 사장한테 말해서 시제품부터 빨리 만들어서 가져와 달라고 했으예.”
난쟁이는 아무래도 공부를 했어야 한다.
일 처리가 빠르고 일의 순서를 기막히게 안다.
부해양조 주가는 원소주 런칭이라는 비전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중이다.
이제는 슬슬 실물이 나와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걸 정확히 알아채고 난쟁이가 제품 개발과 생산을 서두르라고 재촉한 거다.
‘원소주 런칭을 빨리 끝내야 SS건설 인수도 진행할 수 있으니까.’
똑똑한 자식.
원소주 런칭이 시작될 때쯤, SS건설 인수도 동시에 진행할 거다.
그런 시퀀스를 알기에, 순서에 맞게 일처리를 하고 있는 난쟁이였다.
‘이런 놈이 하나만 더 있으면 좋겠다.’
일머리가 돌아가는 놈이 난쟁이 하나 밖에 없어서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
아무리 머리 좋은 난쟁이라고 일이 겹치고 쌓이면 힘들어지기 마련이다.
혹여라도 나중에 실수라도 하는 날엔 걷잡을 수 없는 파장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니, 똑부러지는 놈 하나 더 영입해야겠다.
지금은 미국에 있는 우재성.
MBA과정을 밟고 있는 수재 중의 수재.
원래는 주철수를 재계 3위까지 올려주는 회계장부의 신.
그놈을 어서 데려와야겠다고 생각할 때였다.
난쟁이가 고급스럽게 포장된 원소주 한 병을 가져왔다.
“행님. 이거 시음이라도 해 보시지예.”
그렇게 말하고는 한 병을 따며 말했다.
“부해양조에서 시음해보고 개선할 점이나 보완할 점 있으면 말해 달라고 했거든예. 여기 체크리스트하고 의향서도 있으예. 드셔 보시고 작성해 주이소.”
“다른 직원들은?”
“나중에 점심 먹을 때 줄라고예. 다들 마셔 보고 작성하면 좋을 거 같아서예.”
“그래? 알겠어.”
청아하게 따른 원소주를 한 잔 마시려고 할 때.
“자, 잠깐만.”
“……예? 왜예? 무슨 문제 있어예?”
“아니. 그게 아니라……. 이거 얼마나 있어?”
“원소주예? 스무 박스는 있습니더. 시음하는 거 말고, 우리 식구들 회식하고 할 때도 물라고 많이 받아왔으예. 근데, 와 그라는데예? 혹시 모자랍니꺼?”
“아니. 그게 아니라…….”
순간,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게 있었다.
원소주는 대중의 입맛이 최대한 많이 필요한 상품이다.
고급스러운 소주.
그에 만족할 만한 상품인지 아닌지 확인이 필요했다.
그리고 난 그걸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장소를 알고 있다.
“한 박스에 몇 병이나 들었지?”
“이쁘게 포장된 걸로 20병 들었슴니더.”
“오케이. 좋아. 다섯박스만 차에 실어 봐.”
“예? 와예?”
“실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지 알아야지. 어서 실어.”
“아……. 예. 알겠으예.”
아무리 고급 술이라고 만들었다고 해도 소비자가 싫다고 하면 말짱 황이다.
고급 소주가 통용되는 곳이자, 실 수요자들이 가장 많은 곳.
풍원한정식으로 원소주를 들고 가 볼 생각이다.
오랜만에 임유나 씨 얼굴도 보고.
***
임유나는 오랜만에 찾아온 나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해는 한다.
카트에 소주 박스를 한가득 싣고 찾아올 줄은 나라도 상상도 못할 테니까.
“주혁씨. 이게 다 뭐예요?”
“원소주라는 건데요. 제가 대주주로 있는 부해양조에서 나온 프리미엄 소주입니다. 시제품이 나와서 가지고 와 봤어요.”
“예? 주혁 씨가 대주주로 있다고요? 부해양조에요?”
“아……. 그게…….”
난 뒷머리를 긁적였다.
생각해보니, 임유나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한 번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몇천억을 가진 부자라는 사실이나, 주철수라는 악당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거나 하는…….
난 그저, 그녀가 한번씩 위기에 처하면 구해주는 흑기사 같은 존재였다.
‘일일이 얘기할 것도 아니고.’
머쓱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며 말을 이었다.
“뭐, 이건 중요한 게 아니죠. 그것보다 저 좀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뭔데요?”
“이 제품에 부해양조의 사활이 걸려 있거든요. 그래서 일반 소비자들의 평가가 꼭 필요해요. 프리미엄 소주란 단어를 붙여도 될 만한 퀄리티인지, 소주의 가격은 합당한지, 만약 유통되면 재구매 의사는 있는지 하는 그런 거요.”
“아……. 시장 적합도를 조사하시는 거구나.”
“한마디로 말하면 그렇죠.”
임유나는 내 말을 철썩 같은 알아들었다.
그녀처럼 미모와 지성이 함께하는 사람이 흔하지는 않을 것이다.
연예계로 따지면, 김태희 정도려나?
박학다식하며 눈치도 좋고 일머리도 빠르다.
거기에 외모까지 완벽한 그녀는…….
‘아름답다.’
찬란할 정도로 빛나는 여자다.
“이거 서비스로 손님들한테 드리고 평가 좀 부탁드리면 되는 거죠.”
“예. 맞아요. 하하.”
“주세요. 저녁 장사하기 전에 냉장고에 넣어서 시원하게 만들어 놓을 게요.”
“아! 제가 하겠습니다. 냉장고는 어디 있죠?”
“저쪽에…….”
그녀가 주방 쪽을 가리키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안에서 ‘쨍그랑!’ 소리가 나며 병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남과 동시에 임유나가 콧숨을 내쉬며 인내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내 주방으로 향했다.
나도 카트를 끌고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죄, 죄송함니다.”
주방 안에는 어리바리해 보이는 젊은 남자가 깨진 맥주병을 치우고 있다.
실수로 넘어트린 거 같은데, 열댓 병은 되어 보였다.
“……괜찮아요. 장갑끼고 조심해서 치우세요. 다치지 않게요.”
“가, 감사함니다.”
“다른 분들도 좀 도와주세요. 포대에 담아서 유리병 빠져나오지 않게 조치하고요.”
“후……. 네.”
다른 직원들은 불평불만이 가득 찬 얼굴이다.
임유나가 직원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이것도 냉장고에 좀 넣어 주세요. 오늘 서비스로 나갈 주류예요.”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임유나가 밖으로 나갔다.
나한테 슬쩍 눈치를 주며 나도 따라나오라는 사인을 줬다.
하지만, 난 그녀를 따라 나가는 대신, 다른 곳에 시선이 쏠렸다.
어리바리한 저 남자.
어수룩하며 고장난 기계처럼 삐걱대는 행동을 하는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파리가 꼬여도 너무 꼬이네.’
행동거지가 이상한 저놈 저거.
무슨 장애가 있어서 저러는 게 아니다.
내가 조직 생활을 할 때, 하도 저런 케이스를 많이 봐서 딱 보면 바로 안다.
저놈은 머리를 많이 맞아서 말하는 거나 행동이 느려진 거다.
복싱 선수들의 직업병 같은 특유의 말투와 행동이 내 눈에 보였다.
일반인이 절대 알 수 없는 그 모습이.
한마디로 말하면,
‘깡패 새끼란 거지.’
이번 생은 빌런이다
지은이 : 글빌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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