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78
077화
“흠…….”
황성빈.
이중간첩 같은 이 새끼 때문에 요새 머리가 아프다.
마음 같아서는 바로 조지고 싶은데, 경찰 내에서 정보를 흘리는 쥐새끼를 찾지 않으면 똑같은 일이 반복될 거다.
주철수를 잡기 어려워지는 건 덤이고.
송 팀장도 몇 번 만나면서 떠봤지만, 별로 아는 게 없는 눈치였다.
카페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고민에 빠져있던 때 핸드폰이 울렸다.
[이명준 푸른 회장]“여보세요. 어쩐 일이십니까?”
-……푸른의 이름값에다 이번 대규모 검거에 대한 공로로 재단 후원은 순조롭게 들어오고 있네.
이명준 회장은 아직 나에 대한 앙금이 남았는지 딱딱한 목소리로 본론을 말했다.
-일단 재단은 안정화가 됐네. 이 대표가 보내 준 직원들도…… 음, 잘하고 있고.
“그렇군요.”
-그리고 저…….
“저?”
-강남파 관련해서 말할 게 있는데.
나는 꼬고 있던 다리를 풀고 자세를 바로 했다.
-그쪽에서 연락 오면 바로 전달하라고 해서 고민하다 말하는 걸세.
“강남파에서 뭐랍니까?”
-이번에 동네 하나 재개발을 진행하는데, 자금을 조금 보태 달라더군.
“아, 건설사도 하시지?”
이명준 회장은 독자적으로 만든 기업인 주식회사 푸른뿐만 아니라, 성호그룹 내에서 건설사도 맡고 있다.
작업반장 아저씨도 성호건설에서 가끔 외주를 받아 일하곤 했지.
생각해보니 슬슬 재개발이 유행할 시기다.
강남파가 미래에 재계 3위까지 올라가는 배경에도 이 재개발이 한몫 단단히 했었지.
“그 재개발은 어느 동네에서 한답니까?”
-아마 용산에 신계구역 쪽일 거네.
“정보 감사합니다. 아, 아드님은 잘 있죠?”
-……다음에 또 일 생기면 연락하지.
뚝.
전화가 끊기고, 나는 다시 생각에 빠졌다.
이명준 회장이 좋은 건수를 하나 물어왔다.
이걸로 어떻게 잘 엮으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인데.
머리를 굴려 보니 뭔가 계획이 잡히고 있었다.
계획이 완성되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
나는 미소를 지으며 남은 커피를 쭉 마셨다.
주철수. 그리고 경찰 안의 쥐새끼.
이번 재개발 건을 이용하면, 둘 다 족쳐 버릴 수 있을 것 같다.
***
“행님. 간만에 뵙습니더.”
“어, 왔냐?”
서울 쪽으로 돌리던 돼지가 오랜만에 회사로 돌아왔다.
덩치도 부를까 했는데, 강해지겠답시고 천안에서 흡수한 정무배 따까리들이랑 구르고 있다길래 그냥 놔뒀다.
다음에 볼 때는 좀 성장해있겠지.
돼지는 난쟁이를 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어이, 난쟁이! 오랜만에 보니까 더 작아진 거 같노.”
“닌 살이 더 쪘구만. 이 돼지 새끼. 수염은 와 안 깎는데?”
“흐흐. 최민식 스타일 모르나.”
“지랄. 그냥 삼국지에 장비 아이가?”
돼지의 뒤로 내가 모셔 오라고 한 작업반장 아저씨가 들어왔다.
반장 아저씨는 회사 로비를 둘러보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야……. 주혁아. 너 언제 이렇게 성공한 거냐?”
“주식이 좀 대박이 나서요. 계속 돈 굴리다 보니까 이렇게 됐어요.”
아저씨는 입을 떼려다 꾹 다물더니, 이내 눈시울을 붉히며 내 손을 잡았다.
“주혁아……. 아버지가 보면 자랑스러워할 거다.”
진심 어린 아저씨의 말에 나도 괜스레 마음이 울컥했다.
“흐뭇하게 보고 계실 겁니다.”
나는 분명 아버지가 어디선가 날 보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회귀할 때 아버지를 만났을 리가 없으니까.
작업반장 아저씨와 돼지, 난쟁이를 데리고 내 사무실로 올라갔다.
그리고 테이블에 둘러앉아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그래서, 재개발 과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다는 거지?”
“네. 이쪽 관련해서는 반장님이 저보다 더 잘 아실 것 같아서요.”
“음. 재개발이라.”
아저씨는 잠깐 고민하고 말했다.
“아무래도 용역들이 많이 하지. 신계구역 같은 동네는 어르신들이 많이 사니까, 그냥 힘으로 밀어버리는 경우가 많거든.”
“음…….”
“그리고 가끔 고집 센 어르신들이 있으면, 좀…… 위협이나 폭력으로 몰아내는 업체도 있어.”
“만약 그 업체가 조폭이 운영하는 거라면요?”
“그럼 무조건이지. 깡패들은 말로 설득하는 걸 더 어려워하거든.”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었다.
전생에서도 느낀 건데, 이 무식한 깍두기 새끼들은 의견 교환을 통한 결론 도출이란 게 없다.
-이게 맞지.
-아니지, X신아. 이거지.
-이 X발럼이!
말단 애들은 보통 이런 식이었지.
고개를 끄덕이고 말을 이어갔다.
“다들 강남파라고 아실 겁니다.”
“음? 그놈들은 왜.”
반장 아저씨가 놀랐는지 내 어깨를 잡았다.
“너 설마 거기랑 엮인 거야?”
“음. 설명하자면 길데, 엮인 것 맞아요.”
“아이고, 주혁아……. 어쩌자고 그 무서운 놈들이랑.”
“걱정하실 거 없어요. 저한테 계획이 있거든요.”
“계획은 무슨 놈의 계획! 당장 그만둬. 이러다 크게 다친다. 죽을 수도 있어!”
아저씨의 얼굴에서 걱정 많던 아버지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나는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실 강남파가 절 진작 노리고 있는 상황이라, 이 정도는 괜찮아요.”
내 말에 반장 아저씨가 기절할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아이고, 아이고…….”
“저도 특수부대 출신이고, 여기 직원들도 다 제 동기들이에요.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진짜 그렇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는데 말이지.
반장 아저씨는 결국 간이 떨려서 더 못 듣겠다며 회사 구경이나 하시겠다고 나갔다.
나는 남은 돼지와 난쟁이에게 설명했다.
“어쨌든, 다들 내가 최근 들어 강남파를 깎아 먹고 있는 건 알고 있지?”
“예. 뭐, 대충은 다 알고 있심니더. 거 간부들 다 족쳤잖아예. 그 마종석인가? 금마는 요새 작전팀 행님들이랑 같이 대련한다 카든데예.”
“아. 그놈이 있었지?”
마종석 이사.
해외 용병 출신에다 강남파 소속, 라세흠 부장이 일대일로 깨 버리고 잡아 온 놈.
고문 전문가 백기준한테 맡기고 잊고 있었다.
그런데 그놈이 왜 우리 부대원들이랑 대련을 하고 있다는 거야?
잘 이해되진 않았지만, 뭔가 무도인들끼리 통하는 게 있었나 보다.
뭐, 탈출 못 하게 할 자신이 있으니까 풀어놨겠지.
돼지가 과거를 회상하는지 허공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맨 첨에 찾아온 칼잽이랑 무슨 변호사도 깜빵 가고. 그 항구에서 마약 들여오던 것도 다 불태웠다 아입니까. 캬……. 그때가 진짜 낭만이었는데, 요새는 너무 종이만 보니까 좀이 쑤시네예.”
“그래? 그럼 잘됐네. 깡패들이랑 한 판 붙을 기회를 줄게.”
“예?”
나는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걸 본 돼지와 난쟁이의 얼굴이 굳었다.
“용산에 신계구역 알아? 너희들이 그리로 좀 가 줘야겠다.”
“거, 거긴 왜……. 용역들이 글로 온다 카셨다 아입니까? 그거 막는 거 아니었으예?”
“아니. 이번엔 막을 생각 없어.”
“그럼 어떻게 하실라꼬…….”
“어떡하긴 뭘 어떡해?”
씨익.
나는 웃으면서 뒤로 기댔다.
“범죄자는 경찰한테 맡겨야지.”
***
탁. 탁.
주철수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침묵하고 있었다.
그런 주철수의 옆에 경호팀의 조태수 부장이 조용히 서 있다.
탁.
“조 부장.”
정적을 깨는 주철수의 물음에 조태수 부장이 흠칫했다.
저번의 일 이후로 주철수 회장이 부르기만 해도 몸이 저절로 움츠러들었다. 담배에 지져진 귀도 욱신댔다.
조태수는 허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예, 회장님.”
주철수는 조태수 부장을 불러 놓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개를 내린 조태수 부장의 이마에서 땀이 한 방울 흐를 무렵, 주철수가 무미건조한 말투로 물었다.
“경찰서장. 어떻게 생각해?”
“음. 도움이 되긴 하지만, 자꾸 청탁을 요구해 오래 이용하긴 힘든 인물입니다.”
퐁.
주철수가 담배에 불을 붙이고 길게 한 모금을 마셨다.
그리고 연기를 내뿜은 뒤 조태수 부장을 돌아보며 말했다.
“조 부장 말이 맞아. 쓸모는 있는데, 돈을 너무 많이 처먹는단 말이지.”
“맞습니다.”
“갈아치울까?”
“예?”
경찰 조직의 수장을 바꿔 버린다는 오만한 발언을 한 주철수가 태연하게 재를 털었다.
“어제 접대했던 형사과장이 이번에 진급하잖아. 경찰서장 한번 시켜 줘도 될 것 같은데.”
“아, 박민구 말이십니까. 좋은 생각이십니다. 많이 길들여진 놈이니, 지금 서장보다는 훨씬 다루기 편할 것 같습니다. 안 그래도 그쪽에서 약을 조금씩 빼돌리고 있다며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전해달랍니다.”
“그래?”
연기를 한 모금 더 빨아들인 주철수가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끄며 명령했다.
“그럼 바꿔야겠네.”
“사고사로 처리하겠습니다.”
“아니, 아니. 지금은 안 돼. 조금 잠잠해지면 해야지. 이런 대규모 검거가 있고 나서 서장이 사라지면 어떻겠어? 증거가 없어도 의심을 받는다고.”
“생각이 짧았습니다.”
주철수가 의자에 푹 기대며 손으로 눈 주변을 꾹꾹 눌렀다.
“그럼 박민구 과장한테도 먹이를 좀 줘야 하는데…… 왜 돈이 없을까.”
“…….”
유구무언이었다.
마약 사업이 이 꼴이 난 거에 대한 책임이 본인한테 있는 터라, 조태수 부장은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응? 조 부장. 돈이 없다고. 돈이.”
조태수 부장이 무릎을 쿵 꿇었다.
“이번 신계구역 재개발, 잡음 나오지 않게 마무리하겠습니다!”
“조 부장. 마지막인 거 알지?”
“예!”
눈을 질끈 감은 조태수 부장이 바닥에 머리를 박으며 외쳤다.
“그 안에 있는 노인들 싹 다 밀어 버리더라도 꼭 성공시키겠습니다!”
“태수야.”
오랜만에 듣는 호칭에 조태수 부장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하지만 주철수의 시선은 조태수 부장이 아닌, 창밖을 향해 있었다.
“X발. 처음부터 잘하면 얼마나 좋아?”
주철수가 재떨이에 있던 부러진 담배꽁초를 조태수 부장의 앞에 툭 던졌다.
“이틀 안에 마무리 짓고 보고해.”
이빨을 한번 꾹 문 조태수 부장이 떨어진 꽁초를 입에 털어 넣어 삼켰다.
꿀꺽.
“반드시…… 성공하겠습니다.”
***
“X발. 귀찮네.”
“그래도 돈 많이 주잖아.”
“그렇긴 해. 노인네들 상대하는 게 X같긴 해도…….”
“조용히 해라. 새끼들아.”
한 마디로 부하들을 조용히 시킨 용역 깡패, 박성태가 침을 탁 뱉었다.
눈 앞에 펼쳐진 달동네. 지금부터 이 거지 같은 동네에서 노인네들을 쫓아내야 한다.
박성태는 담배를 쭉 빨고 대충 버린 뒤, 벽에 기대 놨던 각목을 집어 들었다.
이번 일만 제대로 성공하면 통장에 오천만 원이 꽂힌다.
‘X발. 노인네 몇 골로 보내더라도 오늘은 꼭 밀어낸다.’
위에서 얼마나 닦달을 하는지.
벌게진 눈으로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꼴이 보기 싫어 바로 애들 데리고 나왔다.
가래를 한 번 더 뱉은 박성태가 숨을 훅 들이쉬고 외쳤다.
“얘들아, 가자-!”
“가자!”
“가자-!”
깡패들이 동네 안으로 우르르 몰려 들어갔다.
깡-! 깡-!
“X발! 우리 왔다!”
“오늘이 마지막이다, 이 새끼들아!”
위협을 위해 깡패들은 담벼락을 쇠파이프로 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흩어졌다.
각자 집 하나씩을 맡아 쫓아내기 위해서였다.
이미 이런 방식으로 사인을 꽤 많이 받아냈다.
박성태는 도금된 앞니 사이로 침을 찍 뱉고, 한 낡은 집의 대문을 뻥 차고 들어갔다.
쾅!
“할매, 나 왔어-!”
성큼성큼 마당으로 들어서서 바로 집안을 향했다.
70대쯤 되는 노인이 허겁지겁 문을 열고 나왔다.
“아이고 이놈아! 뭣 헌다고 또 찾아온겨!”
“오늘이 마지막이야. 할매, 오늘 다 사인받아오래.”
“썩 나가지 못 혀!”
박성태는 노인의 힘없는 팔을 치우며 막무가내로 집 안에 들어갔다.
“아이고!”
“나와 봐. 위에서도 더 이상은 못 참는대. 적당히 박살 내고 나갈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셔.”
“이이……!”
쿵쿵대며 방 안으로 들어선 박성태의 눈에 한 남자가 보였다.
“응?”
후르릅.
웬 떡대 좋은 놈이 바닥에 상을 펼쳐 놓고 된장국을 맛깔나게 흡입하고 있었다.
밥을 먹던 놈이 고개도 들지 않고 물었다.
“할머니. 무슨 일이에요?”
“뭐야. 할매 손자?”
박성태의 물음에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남자, 라세흠이 박성태를 보고 화색이 되어 히죽 웃었다.
“혼자야?”
이번 생은 빌런이다
지은이 : 글빌런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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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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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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