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80
079화
“잡으라고 이 새끼들아! 얌전히 있어. 경찰이다.”
“아니, 지금 뭐 하는…….”
“닥쳐!”
퍽!
김성우 강력팀장이 앞니가 빠진 깡패 하나를 경찰봉으로 패기 시작했다.
다른 순경들이 어리둥절하게 그 광경을 쳐다봤다.
이게 뭔가 싶겠지. 자기들을 도우러 온 놈들을 팀장이 체포하라고 하니까.
김성우 팀장이 쓰러진 깡패를 발로 차며 팀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멍하니 있지 말고 다 체포하라고!”
“아, 예!”
경찰들이 황급하게 깡패들에게 수갑을 채웠다.
“X발. 뭐야 이게! 우리는 니들을 도와…….”
“입 다물어!”
빡!
입이 막힌 깡패들이 제압되어 끌려가기 시작했다.
억울한 목소리를 내는 놈들은 경찰봉에 두들겨 맞았다.
몇 명은 경찰차에 집어넣긴 했지만, 자리가 부족했는지 김성우 팀장은 어딘가로 급하게 무전을 쳤다.
나는 피식 웃으며 그 광경을 지켜봤다.
상황을 아는 입장에서 보니 그렇게 우스꽝스러운 꼴이 없었다.
찰칵. 찰칵.
“이번 체포 작전은 성공적으로 이뤄진 겁니까?”
“조직 폭력배들이 가지고 있는 불공정 계약서가 경찰 쪽에서 인가한 부분이라는 말이 있던데, 그게 사실입니까?”
기자들이 마이크를 들이밀며 물었지만, 김성우 팀장은 사색이 되어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수습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겠지.
“후…….”
결국 김성우는 전화기를 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다시 걸었다.
보나마나 경찰서장일 거다.
아무리 생각해도 고작 팀장 끗발로는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거든.
더 볼 것도 없겠다 싶어 기자들 틈을 빠져나왔다.
주철수와 어디까지 연결되어있나 궁금했는데, 꼭대기까지일 줄은 몰랐다.
“서장이라…….”
그럼, 이제 서장을 조질 방법을 찾아볼까.
***
-주 사장.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예?”
주철수는 갑자기 전화를 건 경찰서장의 짜증을 들으며 미간을 구겼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어이, 주 사장. 거기 있는 놈들 잡아 처넣으면 된다며. 조폭으로 덤터기 씌워서 체포하면 알아서 해결한다며!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겁니까?”
그 물음에 경찰서장이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서 그래? 정보는 어디서 샌 거야. 어? 기자들이 왔다잖아. 기자들이!
주철수의 손에 힘이 점점 들어가던 때, 회장실의 문이 벌컥 열렸다.
그리고 경호팀장이 다급하게 들어왔다.
“회장님. 큰일 났습니다.”
“빠르게 설명해.”
“예. 경찰들이 도착했을 땐 이미 SA시큐리티 쪽 인원들이 사라진 상태였고, 정보가 흘러나갔는지 기자들이 용역 문제를 알고 몰려왔습니다.”
“사라졌다고?”
“예. 마침 그때 도착한 조태수 부장 측 인원이 체포됐습니다.”
주철수는 순간 입 밖으로 나올 뻔한 욕을 꾹 눌러 삼켰다.
‘이런 X발…….’
이렇게 되면 재개발은 이미 물 건너갔다.
이 일에 받은 투자와 들인 돈. 그 모든 게 한순간에 날아간 것이다.
이러면 앞으로의 사업 계획이 전부 꼬인다.
주철수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었다.
“서장님. 체포된 애들은 알아서 입 막아 주십시오.”
-뭐? 지금 명령하는 거야?
뿌득.
이마에 핏줄이 곤두선 주철수가 중얼거렸다.
“하라면 할 것이지, 이 개새끼가…….”
-뭐?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서장님.”
-하. 일단 내가 최대한 수습해볼 테니까, 주 사장도 정리해.
뚝.
주철수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사장님. 어떻게 할까요?”
“…….”
손에 들려있던 핸드폰이 우지직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후…….”
다시 침착한 얼굴로 돌아온 주철수가 경호팀장에게 말했다.
“경호팀장. 유치장에 있는 놈들 합의하고 빼낸 다음에 다 처리해. 이참에 서장도 죽여 버려야겠어.”
“알겠습니다.”
경호팀장이 황급히 사장실을 나서자, 주철수가 손에 있던 박살 난 핸드폰을 털어 버렸다.
그리고 책상에 놓인 전화기로 번호 하나를 눌러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
-什么事?(무슨 일이야?)
한 남자가 중국어로 말하자, 주철수도 중국어를 사용해 물었다.
“그때 말한 그 사업. 아직 자리 남았나?”
-뭐, 주 사장 정도면 없는 자리라도 만들 수 있지. 고려해본다더니, 갑자기 돈이 필요해진 거야?
“그래. 일이 크게 틀어져서 말이야.”
-흐흐. 잘 선택했어. 안 그래도 요새 물량이 더 필요했다고.
주철수가 급격히 피로해진 눈가를 누르며 말했다.
“그래. 일단 수습이 끝나면 따로 연락하지.”
-몸 건강한 녀석들 많이 챙겨 놓으라고.
탁.
주철수는 굳은 표정으로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품에서 담배를 꺼내 물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빠득.
“이주혁……. 또 너냐?”
***
나는 서장이 연관되어 있다는 걸 알고 최철호 의원의 녹음 파일을 다시 들어봤다.
-예, 서장님. 이번에 보내 드린 사과는 어떠셨습니까? 아주 싱싱한 걸로 보냈는데.
-하하. 아주 깨끗하더구만. 그래서 주 사장. 이번에 어디 항구로 들여온다고?
딸깍.
처음에는 여기 나오는 서장이 누구인지 몰랐다.
하지만 알고 보니 강남경찰서의 배성복 서장이었다.
안 그래도 몇 년 뒤에 큰 비리가 터져서 구속되는 인간인데, 마침 주철수랑도 엮여 있는 놈이었다니.
서장이 황성빈을 경찰 내에 꽂은 놈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일단 주철수와 엮은 뒤에 골로 보내버릴 예정이다.
이 정도로 일이 수틀리면 주철수는 서장을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애버리려 하겠지.
같이 녹음 파일을 듣던 용달파 보스 최용달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 아마 배성복 서장이 맞을 거다. 최철호 입에서 그 이름이 몇 번 나온 적이 있으니까. 근데, 이거 하나 확인하려고 천안에 있던 날 부른 거냐?”
“왜. 불만이야?”
“아니, 불만은 아닌데…….”
이 새끼가, 기껏 돈도 다시 돌려줬더니 슬슬 반항하려고 하네?
내가 와해한 부하들도 다시 모아 주고, 뺏은 돈도 다시 돌려줬는데 말이야.
최용달을 따라온 덩치가 내 대표실 탁자를 팡 쳤다.
“행님한테 말 똑바로 하이소. 지금 중요한 일이라가 부른 거 아이요.”
“오.”
그래도 이제 최용달한테 반말은 안 하는구나?
“행님. 맞다 아입니꺼?”
“그래. 근데 요새 운동 좀 했나 보다?”
“흐흐. 티 좀 나나 보네예.”
덩치는 그사이 덩치가 더 커져 있었다.
운동을 빡세게 한 건지 몸도 봐줄 만하게 변했고, 원래 깡 좋던 눈빛도 독기가 엿보였다.
그래. 데리고 다니려면 이 정도는 돼야지.
고개를 끄덕이며 최용달에게 물었다.
“자료랑 흥신소 직원들은 다 데리고 왔지?”
“당연하지. 배성복이 조폭들과 연루돼있다는 걸 증명할 수 있는 서류? 널리고 널렸다.”
“주철수랑 엮일 만한 건?”
최용달이 잠시 고민했다.
“아마 확실하게 나온 건 없을 거다.”
“역시 그런가.”
이렇게 되면 배성복 서장과 주철수를 엮어도 꼬리를 잘라버리면 그만이다.
주철수를 수면 밖으로 끄집어낼 수가 없단 말이지.
그리고 아무리 내가 서장의 비리를 폭로한다 하더라도, 배성복을 완전히 나락으로 보내버릴 수는 없다. 그도 만만한 인물은 아닐 테니까.
대신 한 가지 조건이 있다면 가능하다.
‘내부고발.’
경찰 조직 내의 인물이 배성복 서장을 고발하게 만든다.
바로 송 팀장을 그 내부고발자로 만들 생각이다.
원래도 상부에 불만이 많았으니, 비리 자료들을 몇 개 던져주면 이 기회를 잡아 서장을 포함한 윗대가리 몇 명 정도는 날려 버리지 않을까.
전생에서도 몇 놈 모가지 날려 버렸던 양반이니 말이다.
“덩치야. 지금부터 직원들한테 카메라 들고 배성복 일거수일투족 싹 다 감시하라고 해. 들키지 않게. 주철수와의 커넥션이 있다는 증거를 만들어야 돼.”
“알겠심니더. 흐. 드디어 작전에 투입되네예.”
“최 사장은 강남파 쪽. 주철수가 서장을 만나지 않으면 죽이려고 한다는 거니까, 은밀한 움직임이 보이면 바로 나한테 보고하고.”
“왜 나는 강남파냐?”
최용달이 볼멘소리를 냈다.
아무래도 강남파의 위세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던 서울 조직의 보스여서 그런가, 강남파와 엮이는 걸 꺼리나 본데.
그에 나는 임무 투입에 신나서 몸을 움찔대는 덩치 쪽을 턱짓하며 물었다.
“그럼 얘를 보낼까?”
“……그냥 내가 간다, 가.”
“오케이.”
나는 손바닥을 짝 마주치고 둘에게 말했다.
“다들 몸조심해라. 여기까지 주철수는 이제 극단적인 방식도 서슴없이 사용할 거야.”
“알았다.”
“예, 행님.”
둘을 보내고 나도 외출 준비를 했다.
주철수. 이제 판이 크게 바뀔 거다.
***
서울강남경찰서.
“형사과 송태석 과장 만나러 왔습니다.”
“송 과장님이요? 이제 곧 들어오실 겁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정장을 빼입고 송 과장을 찾아갔다.
언제 과장으로 진급한 건지, 책상도 가운데 창가 쪽에 큰 거 하나를 놔둔 게 보였다.
[과장 송태석]명패와 책상 위에 놓인 서류를 곁눈질로 슬쩍 보고 있자, 순경 하나가 다가와 종이컵을 내밀었다.
“커피 드십시오.”
“아, 고맙습니다.”
나한테 커피를 넘겨 주고 뒤돌아가는 황성빈의 뒤통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저 새끼도 조져야 하긴 하는데, 일단 주철수를 족치면 황성빈도 알아서 딸려 나올 거다.
이번 일이 큰 건수는 맞지만, 주철수를 잡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고작 이런 걸로 잡힐 놈이었으면 내가 진작 잡았다.
교토삼굴(狡免三窟).
꾀 많은 토끼는 굴을 세 개나 파놓는다는 사자성어가 있다.
주철수는 세 개의 굴로 만족하지 않았다.
전생에서 내가 확인한 해외 조직과의 커넥션만 최소 다섯 개.
어쩌면 그 이상일 수도 있다.
삼합회, 야쿠자, 러시아 마피아니 카르텔이니…….
이게 전부 다 문어발 같은 새끼가 파 놓은 굴이다.
이러니까 전생에서 내가 15년이 넘게 구르면서도 주철수를 잡아넣을 수가 있나.
윗선에서는 암살도 못 하게 해서 고통만 받았었다.
“과장님. 손님 오셨습니다.”
한 형사의 목소리에 나는 입구를 돌아봤다.
퀭한 눈의 송태석이 머리를 쓸어 넘기며 들어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요새 많이 피곤한가 보네.
나는 송태석에게 손을 흔들며 반갑게 인사했다.
“송 과장님!”
“음?”
송태석이 날 보더니 미간을 좁혔다.
“이주혁 대표? 여기엔 왜…….”
“드릴 선물이 있어서 왔죠. 앉으세요. 커피 받으시고.”
나는 송태석을 자리에 앉히고 커피를 손에 쥐여 줬다.
송태석이 날 얼떨떨한 표정으로 올려다보며 물었다.
“이 대표. 선물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불안하게.”
“좋은 겁니다.”
송태석은 나랑 엮이면 굉장히 힘들어진다는 걸 파악한 건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난 여기서 그만 엮일 생각이 없거든.
품에서 종이봉투를 꺼내 조심스럽게 그 안에 든 걸 책상 위에 쏟아놓았다.
손바닥 크기의 사진 여러 장이 송태석의 눈앞에 펼쳐졌다.
경찰 고위 인사들의 온갖 추악한 짓이 담긴 것들이었다.
아마 당황스러울 거야. 내가 이걸 왜 주나 싶기도 하고.
“이게 무슨…….”
송태석이 사진을 이리저리 살피다 멈칫했다.
그리고 날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이거 어디서 난 거야.”
나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저희 외부 이사가 흥신소를 운영하는데, 그쪽에서 재밌는 게 찍혔다길래 한번 가져와 봤습니다. 천천히 보세요.”
자리를 떠나려는 내 어깨를 송태석이 덥석 붙잡았다.
“……이 대표.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네?”
“나한테 원하는 게 뭐냐고.”
많은 감정이 담긴 송 과장의 눈빛에 나는 미소로 답했다.
“과장님도 그렇게 깨끗하신 분은 아니더라고요?”
“…….”
“알아서 잘하시리라 믿겠습니다. 송태석 과장님.”
말을 잃은 송태석을 뒤로하고 서장실이 있는 3층을 향했다.
진짜 중요한 용건은 그쪽이다.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가 복도 끝의 서장실을 향했다.
.
.
서장실 위치는 잘 알고 있었다. 전생에 직접 찾아간 적도 몇 번 있었으니 말이다.
일단 서장에게 뭔가를 알아내려면 지금의 내 신분으로는 어림도 없겠지.
그러니 나는 지금부터 주철수가 보낸 사람을 연기할 거다.
나는 망설임 없이 서장실 문을 거칠게 열었다.
벌컥!
“뭐야?”
작은 안경에 반쯤 벗겨진 머리, 그리고 튀어나온 배까지.
중년 아저씨라는 말에 완벽히 부합하는 남자, 배성복 서장이 핸드폰을 든 채 당황한 표정으로 날 노려봤다.
탁.
“당신 누구야?”
핸드폰을 황급히 덮으며 벌떡 일어난 배성복 서장을 향해 손짓했다.
“앉으시죠.”
“여기 침……!”
“주철수 회장님이 보내서 왔습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베성복이 시치미를 떼길래 테이블 옆의 소파에 먼저 앉았다.
그리고 송 과장에게 줬던 사진 몇 장을 꺼내 테이블 위에 던졌다.
배성복의 은밀한 사생활이 담긴 사진이었다.
그걸 본 배성복 서장이 황급히 다가와 사진을 끌어모았다.
“이, 이게 무슨……!”
“서장님의 비리를 조사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마 이번에 정보가 샌 것도 그 때문일 겁니다. 이 문제로 회장님이 뵙자고 하셔서 말씀 전하고자 이리 찾아왔습니다.”
“어떤 미친놈이 그런 짓을 했단 말이오?”
나는 배성복에게 뻔뻔하게 말했다.
“송태석 과장. 그가 서장님의 뒤를 캐고 있습니다.”
“뭐요? 송 과장이?”
“예. 송태석 과장이.”
“이런 개새끼가…….”
씨익.
뻘겋게 익은 채 푸들대는 배성복의 얼굴을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이간질은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자……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
이번 생은 빌런이다
지은이 : 글빌런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949-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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